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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남성적인 ‘놈’, 여성적인 ‘님’ ‘놈놈놈’의 남성성 vs ‘님은 먼곳에’의 여성성 여름시장에 등장한 ‘놈’과 ‘님’은 그간의 부진을 씻고 한국영화의 부활을 알릴 것인가. 지금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과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미 ‘놈놈놈’은 개봉 첫 주에만 219만의 관객을 올리면서 벌써부터 올 최고 기록인 550만의 ‘추격자’를 따돌리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어 개봉한 ‘님은 먼곳에’ 역시 여름 극장가의 최대 관심작으로 떠오르며 매년 반복되어왔던 여름시장 쌍끌이 흥행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 두 작품이 모두 대작이지만 완전히 상반된 특징을 가진 영화들이란 점이다. 남성적인 ‘놈놈놈’, 스토리보다는 볼거리 .. 더보기
한국영화의 유쾌하고 이상한 놈, ‘놈놈놈’ 스파게티 웨스턴, 만주 웨스턴, 김치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시공간적 배경은 일제시대 만주다. 일제시대에 만주라는 공간이 함유하는 의미는 말 그대로 의미심장하다. 당대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만주는 대륙으로의 진입로이자 가능성의 공간이었다. 게다가 일제시대라는 독특한 시간적 배경은 그 가능성의 공간 위에 이질적인 문화들을 공존시킨다. 중국과 일본과 우리나라는 물론, 호전적인 북방민족들과 러시아 그리고 각종 신기한 문물들을 들고 중국을 통해 들어온 서구인들까지 공존하는 일제시대의 만주는 요즘으로 치면 퓨전문화가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게다가 법이나 규범보다는 총이 앞서는 무법천지로서의 만주는 오히려 국가 간의 분쟁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는 자유에 가까운 공간.. 더보기
‘플래닛 테러’, 유혈낭자 엉망진창 놀이 B급 농담 질펀한 섹시한 폭력, ‘플래닛 테러’ 어린 시절 했던 놀이 중에는 이른바 ‘엉망진창 놀이’라는 게 있었다. 진흙탕에서 뒹굴거나, 케이크를 잔뜩 얼굴에 바르거나 사방으로 던지고, 때로는 손바닥 가득 물감을 칠하고는 커다란 도화지 위에 아무렇게나 막 칠하는 그런 놀이. 엉망진창 놀이의 묘미는 처음 손이나 몸을 더럽힐 때만 조금 꺼려지지 아예 포기하고 나면 묘한 자유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가 철철 흐르고 살점이 튀며 머리가 호박처럼 쪼개지는 ‘플래닛 테러’는 바로 그 엉망진창 놀이를 닮았다. 일단 마음의 저항감을 없애고 그 피칠갑의 영상에 몸을 맡기게 되면 그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는 점이 그렇다. 엉망진창 놀이에 잘 꾸며진 영상이 대수일까. 일부러 B급 영상을 표현하기 위해 고의로.. 더보기
‘쿵푸 팬더’, 똥배가 공력이 되는 유쾌함 ‘쿵푸 팬더’, 그 젓가락 쿵푸의 재미 술에 비틀비틀 취해 움직이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취권’은, 부모나 사부의 원수를 갚는 전통적인 쿵푸영화의 비장함을 거꾸로 꼬집으면서 성룡의 코미디 쿵푸 시대를 열었다. 이어서 나온 ‘사형도수’와 ‘소권괴초’는 1979년을 성룡의 해로 만들었다. 성룡의 쿵푸는 액션의 하드코어에 가까운 이소룡 쿵푸, 사무라이식 퓨전의 냄새가 났던 외팔이 시리즈 왕우의 쿵푸와는 달랐다. 이소룡처럼 타고난 강자도 아니고, 왕우처럼 비장하지도 않은 대신 성룡은 웃겼다. 배꼽 잡게 웃다보면 어느새 성룡은 모든 적들을 다 물리치고 있었다. 그 유쾌함 속에서는 전통적인 쿵푸 영화가 가진 개연성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쿵푸 팬더’에 바로 그 성룡이 원숭이 역할로 목소리 출연한 것은 우연이 .. 더보기
돌아온 영웅들, 옛날 액션에 빠지다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영웅들 1982년 극장가는 두 명의 할리우드 액션스타들로 들썩거렸다. 그 한 명은 후에 아이콘이 될 모자를 쓰고 손에는 채찍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머리를 헝겊으로 질끈 동여맨 채, 손에는 달랑 대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바로 ‘레이더스’의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와 ‘람보’의 존 람보(실베스타 스텔론)다. 그들의 무기가 말해주듯이 이들은 말 그대로 몸과 몸이 부딪치는 정통 아날로그 액션 히어로들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 이 아날로그 액션 히어로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인디아나 존스와 람보는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과 ‘라스트 블러드’라는 부제를 각각 달고 다시 극장가에 걸려졌다. 최근 돌아온 아날로그 액션 히어로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이미 ‘다이하드 4.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