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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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괴물’을 닮았다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8. 2. 22. 14:13
‘괴물’을 좇는 ‘추격자’, 그 흥행의 이유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의 물결. 인파로 복잡한 거리에서 만나는 남녀. 그리고 어딘가로 달려가는 차. 골목길. 담벼락에 대충 세워지는 차. “차를 저렇게 세우면 어떻게 하냐”는 사내의 말, “금방 나올 건데요”하는 여자의 답변. 하지만 이어지는 담벼락에 오래 방치된 듯 보이는 차에 가득 달라붙어 있는 출장안마사 명함들. 이 짧지만 함축적인 영상의 연결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상황과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압축해 설명한다. 누군가 사라졌고, 그 사내는 여자의 실종과 관련이 있다는 것. 원경에서 잡을 때는 일상적인 거리의 풍경이었던 것이 차츰 가깝게 심도를 잡아가자 특정한 사건으로 이어진다. 이 영상 구성의 효과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거리에서 어쩌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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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 미국의 열등감이 낳은 영웅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8. 2. 20. 22:02
‘람보4’, 람보는 여전히 유효한가 ‘람보’는 겉으로 보기엔 미국이 결국 패퇴할 수밖에 없었던 베트남전의 또 다른 트라우마를 다루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영화의 재미는 그러한 사회적 이슈보다 근육질의 람보 1인이 수백 명에 달하는 적수들과 싸워 하나씩 물리치는 전형적인 액션 속에 있기 때문이다. 즉 베트남전에서 패배했지만 미국을 상징하는 람보는 여전히 건재하고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메시지가 그 속에는 들어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여기서 람보가 다수의 적들과 싸우는 전술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형지물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저 베트남의 정글에서 그들이 혹독하게 경험한 그 게릴라 전술. 이 영웅이 보여주는 액션의 재미는 바로 이 게릴라 전술에서 나오는데 이것은 그 때까지의 전형적인 미국 액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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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당신 생애 최고의 순간은?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8. 1. 15. 01:34
‘우생순’, 핸드볼을 닮은 아줌마들 그동안 많은 스포츠를 다루는 영화들이 포착한 것은 이 땅의 마이너리티였다. ‘슈퍼스타감사용’의 패전처리투수 감사용이 그렇고, ‘이장호의 외인구단’의 외인구단이 그러하며 ‘말아톤’의 초원이와 ‘맨발의 기봉이’의 기봉이가 그렇다. 최근작으로 다큐멘터리로서 놀라운 흥행을 거둔 ‘비상’의 인천유나이티드FC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소외되거나 주목받지 못한 변방의 인물들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의 여자 핸드볼팀 역시 이런 견지에서 보면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그들은 경기장에서 감사용이나 외인구단처럼 늘 꼴찌를 해왔던, 그래서 한번의 우승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이 아니며, 초원이나 기봉이처럼 장애를 이겨내고 평범함을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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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그들의 음악은 가난하지 않다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7. 12. 14. 08:35
귀로 보는 영화 ‘원스’ “때론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할 수 있다.” 지난 9월 10개관으로 개봉했던 ‘원스’는 13주차가 되면서 20개관으로 확대 개봉되었고 20만 명의 흥행에 육박하고 있다. 제작비가 1억4천만 원에 불과한 독립영화로 보면 이 영화의 흥행은, 더 많은 물량이 투여되는 기획영화들이 거둔 약 500만 명의 흥행에 버금가는 성공을 이룬 셈이다. 그 성공의 이유는 바로 존 카니 감독의 말과 다르지 않다. ‘원스’는 음악이 우리 인생에 주는 최고의 선물들을, 그 순간들을 86분 짜리 영상에 담아 전하는 음악에 관한, 음악에 의한, 음악의 영화다. 음악의 기적1. 노래의 진심이 다른 마음에 닿는 순간 사람의 마음을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