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에 민감해진 대중정서, 왜?

 

“나는 좀 속물이라 나보다 100만 원이라도 더 벌지 않으면 남자로 안 보인다.” - 안선영. “남자로 태어나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 정준호. “사인회 싫어. 공연 끝나고 피곤한데... 방실방실 얼굴 근육에 경련난다고! 귀찮다!!” - 백민정. 경솔한 발언 하나가 불러온 후폭풍은 실로 컸다. 너무 커져버린 후폭풍에 혹자들은 ‘마녀사냥’을 운운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던진 말 한 마디의 심각성을 너무나 간과한 얘기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안선영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던진 ‘100만 원’ 발언은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가진 ‘솔직한’ 분위기 속에서 ‘능력 있는 남자’가 좋다는 표현이 과하게 나온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구체적인 ‘100만 원이라도’라는 액수의 표현은 가뜩이나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끓는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정준호가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연예병사 제도 폐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던지면서 안마방 출입으로 논란을 겪은 연예병사들을 안타까워하며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은 아마도 후배들을 챙기고픈 선배의 마음이었을 게다. 하지만 군인 신분의 연예병사들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갖고 ‘혈기왕성한 나이’ 운운하며 한 발언은 가뜩이나 연예병사를 특혜로 바라보는 대중정서에 불을 붙였다.

 

뮤지컬 배우 백민정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어찌 보면 그저 지극히 사적인 소회를 적은 것이었을 가망성이 높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글은 자신들의 공연이 팬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망각한 발언이 되었다. 지지하는 팬들을 ‘귀찮다’고 표현했으니 공분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적절치 못한 발언들이었다는 것은 발언 당사자들도 ‘사과’를 통해 이미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후폭풍이 이처럼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데는 ‘적절치 못한 발언’ 이전에 깔려있는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대중정서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만든다. 즉 ‘적절치 못한 발언’이 그 잠재적인 대중정서를 터트린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폭발 일보직전의 대중정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일련을 발언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거기 어른거리는 ‘기득권’에 대한 대중들의 극도의 혐오를 읽어낼 수 있다. 돈 좀 번다고 ‘100만원’ 우습게 여기는 뉘앙스가 그렇고, 연예인이라고 군 생활도 특혜를 받는 연예병사를 지지하는 듯한 태도가 그러하며, 스타라고 몰려드는 팬들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귀찮은 투정을 부리는 듯한 모습이 그렇다.

 

아마도 과거라면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저 ‘기분 나쁘네’ 하며 지나쳤을 대중들이었을 게다. 하지만 왜 요즘은 이토록 뜨거운 후폭풍을 만들어낼까. 그것은 그만큼 ‘상대적 박탈감’에 민감해진 대중들을 말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이른바 ‘대중의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중문화 속에서 과거의 대중들이 일종의 소비자로만 인식되었다면 요즘은 그 소비자들이 사실상 대중문화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데는 대중의식을 하나로 묶어주고 그것이 힘이 될 수 있게 해주는 SNS나 인터넷 같은 매체의 성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 상반기에 일어난 이른바 ‘갑을정서’는 이 대중의식이 실제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것을 대중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사모님’ 논란으로 철퇴를 맞은 영남제분, 대리점 밀어내기로 엄청난 후폭풍을 맞은 남양유업 같은 사건들은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도 발언 후폭풍에 휘말린 연예인들이 이런 미묘한 변화를 읽었다면 차마 그런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물며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들의 무개념 발언은 그래서 더 일을 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후에야 비로소 사안의 중대함을 깨닫게 되었던 것. 이 일련의 사건들이 말해주는 대중정서의 변화를 적어도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고 있어야 하는 시기다.

 

이미 기획사들 사이에서는 연예인들의 인성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을 실감하는 눈치다. 사실이다. ‘적절치 못한 발언’의 문제는 말실수 자체가 문제의 근원이 아니다. 그것은 평상시의 습관이나 태도, 인성이 어떤 계기를 만나 밖으로 터져 나옴으로써 생기는 문제다. 따라서 그저 ‘말조심하라’는 것으로는 언제든 논란의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대중들은 이제 어떤 말의 이면에 담겨진 해당 연예인의 평소 생각이나 태도까지 민감하게 읽고 있다는 얘기다.

 

말 한 마디에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당사자들은 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논란에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은 그들이 그만큼 평소에 자신들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중들의 마음을 읽지 못한데서 생긴 일이다. 그러니 이것을 단지 말 한 마디의 실수라고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안이한 태도는 언제고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능에 부는 스포츠 바람, 왜?

 

스포츠는 연예인 예능의 극점인가. 최근 예능에 부는 스포츠 바람이 심상찮다. 강호동은 자신의 장기인 스포츠로 특화되는 양상이다. <우리 동네 예체능>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탁구로 시작했던 종목은 볼링을 거쳐 배드민턴으로 접어들었다. 또 <맨발의 친구들>이 ‘단점 극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이빙을 아이템으로 잡는 바람에 강호동은 다이빙도 하게 되었다. 그것도 그저 흉내 내는 정도가 아니라 김천시에서 벌어지는 국제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까지 했다. 아마도 최근 강호동의 일주일은 스포츠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맨발의 친구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은 작년에 이어 박지성과 함께 하는 자선축구대회인 ‘아시안 드림컵’에 출전했다. 이 대회에는 박지성은 물론이고 그의 절친인 세계적인 축구선수 에브라도 참여했다. 유재석은 페널티 킥을 차는 기회를 얻었지만 골대를 맞추는 아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예능에서 축구를 다룬 것은 여러 번이지만 이처럼 해외에서 국제적인 스타들과 함께 하는 축구대회는 이례적인 일로 기록된다.

 

<정글의 법칙> 히말라야 편은 사실상 ‘등정’이라는 스포츠의 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김병만을 위시한 병만족들은 고산병과 사투를 벌여야 했고, 고산지대에 살아가는 부족들과 즉석에서 축구대회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안정환이 게스트로 히말라야 편에 투입된 것은 여러모로 효과적이었다 여겨진다. 폐활량이 좋은 안정환에게 고산지대 적응은 훨씬 용이했을 수 있고 또 축구라는 아이템에 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파이널 어드벤처>는 최근 들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와 서바이벌을 엮은 프로그램이다. 물론 우리 식으로 유화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카약이나 암벽등반 같은 스포츠가 주요 아이템이다. 또 <맨발의 친구들>이 일회적인 아이템으로 보여줬던 다이빙의 매력은 8월 정도에 MBC에서 <파이널 어드벤처>의 후속으로 편성이 잡힌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인 인기의 다이빙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셀러브리티 스플래시>의 포맷을 수입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야외에서 주로 벌어지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시도하는 소재가 스포츠다. 마라톤에서부터 사이클, 야구 등등. 심지어 <진짜사나이> 같은 군 소재 예능 프로그램도 체육대회를 통해 씨름과 군장달리기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의식해서 바라보면 스포츠 없는 예능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포츠를 주요 소재로 예능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는 단계다.

 

예능이 스포츠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것이 특별한 장치 없이도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조미료 없는’ 예능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스포츠만큼 적합한 소재가 없는 셈이다. 어디로 튈지 그 결과를 전혀 알 수 없는데다가 그 과정 역시 대단히 역동적인 장면들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도전이 주는 용기가 있고 과정이 주는 땀의 가치가 있으며 결과가 주는 보람이 있다.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스포츠가 예능의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스포츠 스타들을 예능에서 발견하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아빠 어디가>의 송종국, <정글의 법칙>의 안정환, <런닝맨>의 박지성과 구자철, 그리고 <파이널 어드벤처>의 유상철. 이 정도면 월드컵 대표팀을 꾸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은퇴시기가 빠른 스포츠선수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해보면 앞으로 이들의 예능 진출은 훨씬 더 본격화될 거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예능이 스포츠(혹은 거의 스포츠에 가까운 게임이나 경기)를 다루면서 예능인들은 거의 운동선수화 되어가고 있다. 물론 요즘처럼 체력을 요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환경 상 몸 관리는 필수지만 여기에 예능인들은 이제 운동선수들의 기술을 익히는 단계까지 이른 것. 기존 스포츠 스타의 예능 진출이 본격화되고 예능의 리얼리티화가 더 진행된다면 앞으로 예능과 스포츠는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이미 서구에서 익스트림 스포츠가 예능의 주류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처럼.

<쾌도난마>, 출연만 하면 논란이 되는 이상한 방송

 

장윤정 가족에 이어 이번에는 정준호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도대체 무슨 마가 끼었길래 출연자마다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걸까. 군 복무 중 안마시술소를 찾아간 연예병사들에 대해서 정준호는 “남자로 태어나 혈기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다”며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정준호는 “젊은 친구들을 실수 하나로 평생 가슴 아프게 한다는 것이 연예인 입장에서 가혹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쾌도난마(사진출처:채널A)'

후배 아끼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이건 전혀 맥락이 맞지 않는 얘기다. 남자와 혈기왕성한 나이 그리고 안마시술소의 조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데다가(그렇다면 혈기왕성한 남자들은 안마시술소를 찾는 게 당연한 일인가), 여기서 언급한 ‘남자’는 일반인이 아니고 군인이다. 자신도 있다는 경험은 도대체 무얼 말하는 것일까. 그저 안마시술소에 갔던 경험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군 복무 중 안마시술소를 갔던 경험을 말하는 걸까.

 

물론 이것은 아마도 정준호의 후배 아끼는 마음이 과해 나온 실언이었을 지도 모른다. 또 연예병사 제도를 그저 폐지하기보다는 보완해서 유지하는 것이 군인들을 위해서도 좋다는 소신을 얘기하다 불현듯 튀어나온 돌발 발언이었을 수 있다. 정준호의 개념 문제일 수 있겠지만, 생방송이라는 환경은 늘 이런 위험성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필요한 게 앵커의 역할이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 나왔을 때 그것을 적절히 중화해주거나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잡아주는 것.

 

과연 박종진 앵커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까. 이상한 건 박종진 앵커는 중재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추기는 역할에 가깝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용서가 참 없는 나라다. 사회적으로 용서를 해주는 게 있고, 잘못하면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 리모델링을 하고 가야 하는데 다 때려 부수는 정책인 것 같다.” 연예병사 폐지 문제에 대해서 뜬금없이 ‘용서가 없는 나라’를 운운하는 것도 전혀 논리적이지가 않은데, 아예 앵커의 입에서 ‘때려 부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면 그것은 감정을 의도적으로 싣겠다는 것처럼 들린다. 이것이 앵커로서 과연 할 말일까.

 

장윤정 어머니와 동생을 출연시켜 마치 가족을 파탄 내겠다는 듯 자극적인 폭로를 일삼고는 “사실이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는 막가파식의 방송은 그래서 방통위로부터 중징계까지 받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중징계든 뭐든 상관없이 논란을 의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논란이 될 만한 방송을 몰랐을 리도 없고 논란이 되어도 또 다른 논란거리를 찾는 건 그래서 시청률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일환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거나 혹은 화제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논란이 될 만한 것들도 방송에 올리는 이 프로그램의 위험성이다. 특히 시사문제에 있어서 어떤 균형을 잡기 보다는 자극적인 일방의 이야기를 던짐으로써 논란을 의도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게다가 어떤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증언까지 일방적으로 방송한다는 것은 차라리 폭력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일정의 편집과정을 통해 문제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완충지대가 전혀 없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언제 어떤 발언으로 일파만파 사건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번 연예병사 관련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전혀 사안에 대한 이해 없이 과도하게 이야기를 던진 정준호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어떤 변명을 해도 생방송이라는 특징을 그토록 방송을 많이 해온 정준호가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통제력을 상실한 채 폭주하는 <쾌도난마>라는 방송의 책임이 없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출연자들이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이상한 방송 <쾌도난마>.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

연예병사제도, 폐지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결국 연예병사제도가 시행 16년 만에 폐지된다. 해당 연예병사들도 징계를 받는다고 한다. 당연한 결과다. 이미 연예병사들의 충격적인 군기문란 행태가 보도된 마당에 이 제도 자체를 유지시킨다는 것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도를 유지한다고 해도 이를 지원하는 연예인들도 없을 것이다. 연예병사가 된다는 것은 이제 스스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것과 동의어가 되었으니 말이다.

 

'현장21(사진출처:SBS)'

하지만 이 당연한 폐지에도 남는 의구심이 있다. 먼저 이 연예병사의 문제를 촉발했던 비는 국방부의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이미 전역해 이 모든 징계조치에서 자유롭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또 술을 마시는 등 징계사유가 될 만한 일들을 버젓이 저지르고도 누구는 징계를 받고 누구는 징계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전역하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여겨질 수 있겠지만 병역부실근무로 재입대 했던 싸이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된다.

 

또 한 가지 남는 의구심은 과연 연예병사제도를 폐지한다고 해서 모든 연예인 병사들의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군대라면 본래 계급장을 다는 순간, 사회에서 무엇을 했건 또는 어떤 배경을 갖고 있건 상관없이 계급 아래 공평해야 하지만 어디 군대가 그런가. 이미 많은 증언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군대만큼 사회에서의 위치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도 없다. 하다못해 명문대학을 나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행정병으로 차출되는 곳이 군대니 말이다.

 

즉 중요한 것은 연예인 병사들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군대가 어떻게 이들을 대하느냐의 문제다. 연예병사제도의 문제를 통해 우리는 그것이 연예병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활용하는 군 당국의 문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관리 부실은 군 당국이 자초한 것이지 돌출된 연예병사들 몇몇이 저지른 일이 아니다. 따라서 군대가 변하지 않는 한, 연예병사 제도를 없앤다고 해도 연예인 병사들은 어떤 식으로든 일반사병과 달리 활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연예인이라는 특수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은 연예인 병사들만이 아니다. 국방부가 발표한대로 연예병사 폐지에 따라 이들이 출연했던 국군방송 위문열차 공연은 외부 민간 출연자를 섭외하고 재능 있는 일반병사들을 선발해 공연에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연예병사 관리 소홀의 문제는 잡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공연 같은 국방홍보를 두고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갑을 관계는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현장21>이 증언한대로 국방홍보원이 공연단원을 술자리에 부르거나 외부용역업체와의 갑을관계가 여전히 유효한 시스템이라면 인물만 몇 명 징계를 받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말하기 어렵다.

 

연예병사 제도가 갖고 있는 시스템적인 문제를 연예병사 몇 명의 군기문란 문제와 국방홍보원 관리자 몇 명의 관리 소홀 문제로 축소시키면 그 제도를 폐지한다고 해도 남는 문제는 여전할 것이다. 이미 연초에 비의 군 복무 태만으로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이 발표되었지만 그로부터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연예인과 국방홍보에 얽혀있는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도나 지침은 문제의 겉면일 뿐이다. 지속적인 관리와 뿌리에 놓여진 시스템을 고쳐나가는 노력이 있을 때야 비로소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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