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김대희, 박성호, <개콘> 선배로 산다는 것

 

“‘갑을컴퍼니’는 한 달 내내 김준호 없이 하다가 반응이 별로 없어서 내리려 했던 거였는데 어느 날 김준호가 와서 자기가 살려보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국 살려냈죠.” 서수민 PD는 ‘갑을컴퍼니’가 다시 살아난 것이 김준호 덕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렇다. 초반 ‘갑을컴퍼니’는 전반부의 홍인규와 희숙대리(김지호)가 끌어나갔지만 지금 현재는 상무와 함께 술취해 횡설수설하는 사장으로 등장한 김준호가 중심이 되어 있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연출자 입장에서 이 친구들을 보면 코너를 살리는 노하우가 있어요. 일찍 죽은 코너들을 떠올려보면 만일 김준호가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요. 그러면 더 오래갔을 거라는 거죠.” 서수민 PD가 여기서 말하는 이 친구들이란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선배들을 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개그맨들이 김준호를 위시해, 김대희, 박성호가 그들이다.

 

사실 최근 코너를 내리게 되어 많은 대중들의 아쉬움을 남겼던 ‘어르신’이라는 코너를 살려낸 것도 결국은 김대희였다고 한다. 초반에는 김원효의 “욕봐래이”가 주목을 받았지만 차츰 힘이 빠지기 시작할 때 갑자기 소고기 할아버지 김대희가 등장해 다시 기사회생했다는 것이다. ‘소고기 할아버지’는 지금껏 <개콘> 개그들 역사상 가장 관조적이고 철학적인 개그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었다. 비록 소재 고갈로 코너를 접게 되었지만 김대희라는 <개콘> 대선배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 코너였던 것.

 

이 연장선에서 보면 ‘멘붕스쿨’의 빛나는 존재감, 갸루상의 박성호 역시 <개콘> 선배의 저력을 보여주는 개그맨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멘붕스쿨’이라는 코너명보다 ‘갸루상’을 더 기억하게 된 것은 박성호의 독특한 개그 캐릭터가 가진 힘이기도 하다. 그는 이전 코너였던 ‘사마귀 유치원’에서도 거침없고 속 시원한 풍자로 대중들의 답답한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주기도 했다.

 

박성호만의 노하우를 허경환은 이렇게 표현했다. “귀가 열려 있어요. 지나가다가 우리가 뭐 회의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어 그거 괜찮은데 나 들어가면 안 되냐? 이런 걸 되게 많이 하세요.” 결국 자기 캐릭터를 확실히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설 자리 또한 잘 찾아낸다는 것이다. 박성호가 만들어내는 캐릭터는 다른 개그맨들은 소화하기 힘든 독보적이 면이 있다. 그 캐릭터를 후배들과 조화시켰을 때 시너지가 생겨난다는 것.

 

물론 선배로서 힘든 점도 있다고 한다. 김준호는 선배들이 아무래도 트렌드에는 재빠르지 못하다고 했다. 예전에는 그래도 후배들과 자주 만나고 술 마시고 하면서 소통했기 때문에 새로운 트렌드를 바로바로 습득하고 응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너무 바빠서 그런 자리도 쉽지 않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준호는 현재 KBS에서 하는 코너만 다섯 개다. <개콘>, <인간의 조건>, <해피투게더>, <남자의 자격>, <퀴즈쇼 사총사>. 여기에 개그맨들 매니지먼트 회사까지 운영하다 보면 밤새는 일이 일상이 됐다는 것. 하지만 이 선배들의 모든 행보가 개그맨들에게는 하나하나 새로운 길을 내는 일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갑을컴퍼니>를 살려낸 김준호, <어르신>을 살려냈던 김대희, 그리고 <멘붕스쿨>의 아이콘이 된 갸루상 박성호. 이 죽어가는 코너도 살려내는 저력이야말로 최고참 선배들인 이들이 <개콘>의 든든한 기둥인 이유일 게다. 흔히들 <개콘>의 선배라는 자리를, 토크쇼의 단골 농담으로 등장하는 후배 코너에 빨대 꽂기 같은, 그저 고참으로서 누리기만 하는 자리로 오해하곤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김준호와 김대희, 박성호는 <개콘>에서 그들의 존재이유를 확실히 보여주는 선배 개그맨들이다.

<마의>는 왜 이요원을 수동적으로 만들었을까

 

<마의>의 승승장구는 물론 백광현(조승우)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힘 덕분이다. 이병훈표 사극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선명한 선악대비와 고난-극복-성장의 스토리를 백광현이라는 캐릭터는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망자 신세가 되어 청국에까지 가게 된 백광현이 황후의 병을 고치고 칙서까지 받아 조선으로 금의환향하는 스토리는 이 인물의 성공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마련이다.

 

'마의'(사진출처:MBC)

<마의>는 백광현 뿐만 아니라 조연들도 저마다의 톡톡 튀는 매력을 보여준다. 백광현의 적수로 선 이명환(손창민)과 이조판서 정성조(김창완)의 악역 연기도 돋보이고, 백광현을 짝사랑하며 그의 뒤를 봐주었던 숙휘공주(김소은), 백광현의 스승으로 괴팍하면서도 제자에 대한 정이 넘치는 사암도인(주진모), 백광현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추기배(이희도)와 자봉(안상태) 그리고 어린 시절 스승이자 무교탕반의 숙수인 오장박(맹상훈), 심지어 숙휘공주를 보좌하는 곽상궁(안여진)이나 호위무사 마도흠(이관훈)까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 많은 인물들 중에서 유독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가 강지녕(이요원)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강지녕은 누가 뭐래도 <마의>의 여주인공이 아닌가. 그런데 <마의>가 지금껏 흘러오는 과정을 보면 강지녕이 한 일이라고는 백광현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남자주인공인 백광현이 끝없는 시련을 극복하고 드라마틱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심지어 강지녕은 숙휘공주만큼의 존재감에도 가려져 왔던 게 사실이다. 이렇게 된 데는 이 캐릭터가 너무나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 탓이 크다. 숙휘공주는 백광현과의 멜로에 전면적으로 등장할 수 없는 캐릭터지만 그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또 어떤 경우에는 코미디에 가까운 웃음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이것은 아마도 여주인공이라는 무게감이 강지녕을 숙휘공주만큼 자유롭게 풀어주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지녕의 캐릭터가 주목되지 못한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마의>라는 드라마가 거의 온전히 백광현이라는 캐릭터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극의 인물군은 주인공 백광현을 중심으로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하나는 백광현이 잘되기를 바라며 기원하는 숙휘공주, 사암도인, 소가영(엄현경), 추기배, 자봉, 오장박, 장인주(유선), 서은서(조보아), 윤태주(장희웅), 박대망(윤봉길) 같은 인물군으로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시트콤적인 웃음을 만들어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두 번째 부류는 백광현과 각을 세우는 대립군으로 이명환과 정성조 같은 인물군이다. 이들은 백광현을 고난에 빠뜨리고 또 그 고난을 이겨내고 돌아온 백광현에게 당하는 인물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세 번째 부류가 백광현과의 멜로를 이루는 인물군으로 강지녕과 이성하(이상우)가 그들이다. 이렇게 보면 이 세 번째 부류의 인물군들로서 강지녕은 물론이고 이성하까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결국 <마의>가 백광현의 성장드라마는 성공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그의 삼각 멜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멜로가 살아야 강지녕이라는 여주인공이 살아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애초부터 강지녕을 너무 멜로의 틀에만 묶어뒀기 때문에 이 캐릭터가 살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만일 강지녕이 여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성장을 위한 어떤 미션을 부여받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게다. 하지만 <마의>에서 강지녕은 백광현이라는 남주인공의 멜로 파트너 정도로 머무른 아쉬움이 있다. 이렇게 되니 그 삼각 멜로의 다른 축이었던 이성하라는 캐릭터 역시 잘 살지 않게 된 것이다.

 

<마의>는 스펙사회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백광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조선시대 마의 버전으로 풀어냄으로써 권선징악 판타지의 힘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바로 여주인공이지만 여주인공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강지녕이라는 캐릭터의 한계다. 왜 <마의>는 그토록 강지녕을 제 자리에 멈춰 서서 한없이 백광현을 기다리고 그리워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렸던 것일까.

<야왕>, 몸 팔아야 생존하는 하류의 지옥도

 

19금은 드라마에 있어서는 큰 약점일 수밖에 없다. 보편적인 시청층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TV라는 매체에 어떤 좁은 문을 설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야왕>은 하지만 초반에 굳이 19금을 달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남자 주인공인 하류(권상우)가 다해(수애)를 공부시키고 취직시키기 위해 몸뚱어리 하나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성들에게 몸을 파는 호스트 일뿐이다. <야왕>은 결국 19금 드라마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호스트라는 하류의 직업을 그대로 다루었다. 그것만큼 이 신자유주의의 지옥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야왕'(사진출처:SBS)

하류(이름부터가 상류사회와 대비되는 하류인생을 의미한다)는 지중해라는 호스트바에서 ‘등신’이라 불린다. 여성들 앞에서 웃통을 벗고 잘 빠진 몸을 보여줌으로써(신 같은 등 근육) 여성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하지만 하류는 그 별칭 그대로 등신이다. 다해와 딸 은별(박민하)을 위해 결국 웃음을 팔고 몸을 파는 처지. 심지어 그는 다해가 우발적으로 벌인 의붓아버지의 살인을 자신이 뒤집어쓰려고까지 한 인물이다. 게다가 다해가 유학을 보내달라고 하자 어렵게 끊어버린 호스트 일을 다시 시작한다. 등신이 이런 등신이 없다.

 

없는 자들이 신자유주의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유일한 자산인 몸뚱어리를 팔아야 한다는 것은 하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야왕>이 하류라는 남자 신파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사회적인 맥락을 찾아내는 건 그 교차점으로서 다해의 성공을 위한 안간힘 역시 하류와 다를 바 없는 삶으로 그려지기 때문일 게다. 하류가 유학 보낸 다해에게 부칠 삼백만 원을 벌기 위해 지금껏 피해왔던 진짜 호스트질을 하는 장면은, 잔인하게도 다해가 미국 유학에서 의도적으로 접근한 백학그룹의 장남 백도훈(유노윤호)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과 교차 편집되어 보여진다.

 

하류가 다해를 위해 몸을 팔고 나와 받은 돈 삼백만 원짜리 수표를 일그러뜨리며 눈물을 터트리는 그 순간 다해는 하류를 버리고 백도훈의 품에 안긴다. 이 두 장면은 하류나 다해나 똑같이 몸을 팔아야 살아남는 사회의 단면을 잡아내지만 그 풍경은 사뭇 다르게 그려진다. 즉 하류는 말 그대로 몸 파는 남창의 모습을 담는 반면, 다해는 무수한 멜로드라마에서나 나올 왕자님과 사랑에 빠진 신데렐라의 모습을 담는다(다해가 처음 백도훈을 지하철에서 만나게 된 것이 그 벗겨진 구두 때문이라는 건 의미심장하다).

 

하류가 보여주는 남창의 모습은 이 사회가 가진 처절한 현실의 맨얼굴을 보여주는 셈이다. 반면 다해는 사랑이나 성공이라는 가치로 포장되어 겉으로는 심지어 로맨틱하게 보여지는 그 행위가 사실은 저 남창 짓을 하는 하류보다도 못하다는 걸 보여준다. 고전적인 이야기지만 하류는 몸을 팔았지만 영혼까지는 팔지 않았다. 반면 다해는 성공과 욕망을 위해 남편과 아이까지 저버리는 영혼을 파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몸을 파는 행위와 영혼을 파는 행위. 이것을 저울로 달 수 있다면 어떤 것이 더 무거운 죄일까.

 

하류라는 캐릭터가 신자유주의 시대 스펙 없이는 취업조차 어려운 청춘의 모습과 저 개발시대에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 따위는 팽개쳐버린 우리네 가장들의 모습을 동시에 담고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시대에 우리 사회가 가장들을 희생시켰던 것처럼 이제 그렇게 성장된 나라는 신자유주의라는 기치 아래 우리네 젊은이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몸뿐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팔아야 겨우겨우 생존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살풍경. <야왕>이 하류와 다해를 통해 보여주는 건 그 살풍경이 만들어내는 지옥도다.

<아빠>, <일밤> 두 자릿수 시청률 잡은 이유

 

<아빠 어디가>가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거의 1년 넘게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던 <일밤>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빠 어디가>가 이런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공은 물론 아이들에게 있다. 아이들이 갖는 본연의 순수함이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여기 출연하고 있는 윤후, 성준, 지아, 준수, 민국 다섯 아이들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는 걸 빼놓을 수 없다. 다섯 아이들이 주는 다섯 가지 즐거움. 이제 주말에 <아빠 어디가>를 기다리게 되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아빠 어디가'(사진출처:MBC)

허당 아빠를 둔 덕에 매 번 ‘나쁜 데서 자는’ 시련을 겪는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는 아빠 김성주의 말대로 안 되는 것을 좀체 경험해보지 않았던 아이다. 그래서 첫 여행에서 ‘나쁜 집(?)’이 뽑혔을 때도 눈물을 흘리며 떼를 썼다. 그렇게 하면 집에서는 모든 걸 다시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국이는 <아빠 어디가>를 통해 세상에는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연거푸 겪으며 성장하고 있다.

 

민국이의 눈물은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들면서도 그간 일에 바빠 아이를 챙겨주지 못한 아빠들에게는 마음 한 구석에 짠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남들이 심지어 침대까지 마련되어 있는 좋은 텐트를 칠 때, 바람 불면 훅 날아갈 것 같은 작은 텐트를 보고는 눈물 흘리는 민국이는 많은 아빠들의 마음을 김성주의 마음으로 만들었을 게다. 그럼에도 민국이가 맏형이라고 아이들을 동생처럼 챙기는 모습은 아빠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준다. 민국이가 보여주는 건 성장드라마의 묘미다.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본능(?)으로 어른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송종국의 딸 지아를 “지아씨!”라고 부르며 졸졸 쫓아다니고 송종국이 텐트를 치기 위해 망치질을 하자 조심하라고 지아를 챙기는 모습은 어른들이라면 도무지 나올 수 없는 순수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먹는 것을 밝혀 음식 앞에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도 또 형과 동생을 위해 참으려 애쓰는 모습도 윤후만의 순수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본능적인 속내를 드러내며 웃음을 주는 윤후는 리얼 버라이어티적인 재미를 가장 잘 뽑아내는 아이다.

 

반면 성동일의 아들 성준은 조금은 내성적이면서 속 깊은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빠가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차츰 그 선을 넘어오며 아빠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성준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첫 여행 낯선 시골에서 아빠와 함께 잠을 청하며 “아빠 좋아”라고 속을 털어놓는 아이의 말에 성동일 만큼 보는 이들의 마음도 푸근해질 수밖에 없었을 게다. 성준은 <아빠 어디가>에서 훈훈한 가족드라마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그런가 하면 준수는 아빠라기보다는 삼촌 같은 이종혁과 친구 같은 부자관계의 묘미를 선사하는 아이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예측 불가의 매력을 가진 준수는 호기심 많고 아빠를 닮아 귀차니스트의 면모도 갖고 있다. 장난꾸러기로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배시시 웃거나, 아빠의 발을 붙잡고 또 눈썰매를 타고 아빠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준수는 그래서 삼촌 같고 친구 같은 아빠 이종혁의 성장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드는 아이다.

 

유일한 홍일점인 송중국의 딸 지아는 그 존재만으로도 아이들의 관계의 재미를 부가시키는아이다. 도도하고 시크한(?) 지아의 매력에 첫 날부터 푹 빠져버린 윤후가 캠핑장의 얼음 위에 쌓인 눈 위에서 <러브스토리>를 연출할 수 있는 건 지아 덕분이다. 늘 ‘나쁜 데’서 자게 돼 속상해하는 가장 맏형인 민국이를 챙기는 지아의 모습은 여자아이로서 갖기 마련인 따뜻한 배려를 느끼게 만든다. 비록 아이들이지만 남녀 관계의 알콩달콩함을 만들어내는 지아는 <아빠 어디가>만의 순수한 멜로(?)를 그려낸다.

 

<아빠 어디가>의 성공은 그저 아이들이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거기 나온 아이들의 특별한 면면이 저마다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 어디가>를 보다보면 민국이의 성장드라마에 흐뭇해지고, 윤후의 리얼 버라이어티에 빵 터지다가, 성준이의 가족드라마에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준수의 때 묻지 않은 엉뚱함 앞에 아빠의 성장드라마를 보는 재미와 지아의 도도한 매력이 만들어내는 알콩달콩한 순수한 아이들의 관계를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다섯 아이가 만들어내는 다섯 가지 즐거움. 이것이 <아빠 어디가>의 진정한 성공 요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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