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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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형제들', 박명수식 리얼 상황극의 묘미옛글들/명랑TV 2010. 6. 7. 07:20
'뜨거운 형제들', 그 리얼 상황극의 가능성 '뜨거운 형제들'이 서 있는 지점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지대다. '뜨거운 형제들'이라는 타이틀 아래 형제들(?)은 인위적으로 구성되었다. 그 인위성은 김구라와 박명수 같은 좀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강한 캐릭터가 한 자리에 서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에 노련하고 재기발랄한 탁재훈과 의외로 진지한(?) 박휘순, 의외로 허술한 노유민도 독특하고, 예능 신상으로서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한상진이나 사이먼D, 이기광이라는 조합도 낯설다. 이 어색한 느낌의 구성만으로 보면 이 프로그램은 마치 김구라가 진행했던 '절친노트'의 초반 시절을 연상시킨다. 억지로 구성한 팀은 바로 그 인위성 때문에 오히려 리얼하다.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고, 어색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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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전', 무엇이 그토록 음란한가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10. 6. 5. 06:33
'방자전', 김대우식 유쾌하고 음란한 도발 '방자전'의 상상력은 음란하다. 아니 어쩌면 이건 전작 '음란서생'에서 이미 싹을 보였던 김대우 감독의 상상력인지도 모른다. '춘향전'을 뒤집는 이 이야기에서 춘향이는 더 이상 정절을 지킨 열녀가 아니고, 이몽룡은 사랑의 맹세를 지킨 의리의 사나이가 아니다. 변학도는 탐관오리의 표상이 아닌 다만 성적 취향이 변태적인 인물일 뿐이며, 물론 방자도 그저 몽룡과 춘향이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던 그 방자가 아니다. 성욕이나 성공 같은 욕망에 솔직하고 그것을 서로 이해할 정도로 쿨한 그들은 더 이상 조선시대의 인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현대인에 더 가깝다. 우리가 '방자전'의 등장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이 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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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무엇이 우리의 영혼을 울렸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6. 4. 06:43
'신데렐라 언니', 희생과 용서의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가 전한 감동에는 그저 '슬프다', '기쁘다' 같은 표현으로는 담지 못할 그 무언가가 있다. 누구든 바라보면서 그 몇 줄의 대사를 듣기만 하면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당 못하게 만드는 그 감동의 실체는 뭘까. 대성도가의 주인 구대성(김갑수)이 거실 벽면에 붙여놓은 가훈, '역지사지(易地思之)'처럼, 신데렐라 이야기를 언니의 입장에서 풀어낸 그 스토리 때문에? 물론 이것이 표면적인 '신데렐라 언니'의 이야기지만 그것만으로 심지어 영혼을 건드리는 듯한 그 눈물의 실체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데렐라 언니'는 여러 차원의 눈물들을 만들어내지만 그 중심에 서 있는 단 한 명의 인물이 있다. 그것은 주인공인 은조(문근영)도 아니고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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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이 사는 게 과연 사는 걸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6. 3. 09:14
'나는 별 일 없이 산다'가 던지는 질문 "살려고 그런 단 말야. 나도 살아야할 거 아냐!" 드라마 '나는 별 일 없이 산다'에서 황세리(하희라)는 늘 삶에 사기당하며 살아온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이제 자신이 누군가를 사기 쳐야 하는 이유로, '그래도 살아남아야 함'을 든다. 한편 나이 칠순에 접어든 신정일(신성일)은 "구차하게" 살아야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의 삶은 집사람이 떠나면서 그 의미를 잃었다. 한 사람은 그저 관성적으로 살아남으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살 이유를 찾지 못하지만, 사실 두 사람의 정조는 같다. 의미 없는 삶. 그들은 '별 일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 앞에 갑자기 동네 깡패가 나타나 위협을 한다. 쌍팔 년도 멜로에나 등장할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시퀀스. 하지만, 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