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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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스페셜', 아줌마 팬심에 담긴 사회옛글들/네모난 세상 2009. 7. 18. 12:50
아줌마 팬을 따라가니 사회가 보이네 그녀들은 왜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아이돌에 열광할까. 'MBC스페셜'이 던지는 질문은 최근 들어 새로운 팬덤의 하나를 형성하고 있는 일명 이모 팬들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한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비나 이민호, 김현중 같은 어린 친구들에 열광하고, 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거의 외듯이 보며, 팬 사인회나 콘서트장에 어김없이 찾아가는 것을 주변에서는 주책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 일. 하지만 'MBC스페셜'이 포착하려 한 것은 단지 그 기이한 아줌마들에 대한 호기심어린 시선만이 아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모 팬들의 인터뷰를 따라가면서 이들이 그렇게 스타에 열광하는 이유를 들여다 보다 보면 차츰 이 사회의 모습이 다시 그려지고, 그 사회 속에서 스타라는 존재가 갖는 의미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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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와 '해운대', 웃음의 롤러코스터를 타다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9. 7. 18. 07:10
감정의 롤러코스터, '차우'와 '해운대' 무덤을 파서 사체의 머리를 먹어치우고, 어디선가 나타나 사람을 훅 채어 게걸스럽게 뜯어먹으며, 심지어는 인가에까지 내려와 무차별로 사람들을 향해 돌진하는 식인 멧돼지는 말 그대로 괴물이다. 그 괴물을 잡으러 숲 속 산장에 모여 앉은 사람들은 비장해질 수밖에 없다. 긴박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인 듯, 캠코더로 찍힌 듯한 영상이 어지럽게 돌아가는데 순간, 캠코더를 든 사람이 말한다. "감정이 안 살잖아요. 다시 갈게요." 그러자 그 비장했던 사람들이 과장되게 연기를 한다. 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온다. 공포에서 순식간에 풀려진 긴장이 만들어내는 웃음이다. 괴수영화를 표방한 '차우'에서 이런 웃음은 흔하다. 살인사건이라 판단되어 시골로 수사를 온 신형사(박혁권)는 엉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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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에 대한 비난은 어디서 오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7. 17. 09:08
대중의 기대와 작품 사이, 소통의 실패가 가져온 결과 결혼과 연애 사이, 오빠와 연인 사이, 우정과 사랑 사이. 이처럼 중간에 서 있는 것은 그만큼 오인 받을 소지가 많다. 결혼과 연애 사이에 서 있는 것은 문란한 방탕으로 보이기 쉽고, 오빠와 연인 사이에 서 있는 것은 근친상간을 연상케 하며, 우정과 사랑 사이에 서 있는 것은 불륜으로 보이기 쉽다. 특히 우리처럼 이쪽 아니면 저쪽이어야 하는 것이 마치 당위처럼 강요되는 사회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양쪽으로부터 공격받는. 그러니 '트리플'은 한 가지도 오인 받고 비난받기 쉬운 어려운 난이도의 소재들을 무려 세 가지나 동시에 돌아야 하는 드라마다. '트리플'이 가진 화법의 문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알 수 없는 초반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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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못하는 남자', 왜 더 매력적일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7. 15. 08:36
결혼 권하는 사회에 대한 도발, '결못남' '결혼 못하는 남자'는 언뜻 보기에는 이 결혼적령기를 지나 혼자 살아가는 남자, 조재희(지진희)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의 드라마처럼 보인다. 다들 하는 것을 '못하고' 있는 이상한 성격의 남자, 조재희의 행동에 주변사람들은 "재수 없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 먹는 저녁에 정성껏 스테이크를 굽고 와인까지 챙겨먹는 모습은 자신의 고독감을 속이려는 행동으로 보인다. 심지어 고깃집에 혼자 앉아 고기 맛을 음미하며 먹는 모습은 측은하게까지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결혼 못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측은한 생각과는 달리, 보면 볼수록 마음 한 편으로 이 남자가 꽤 매력이 있고, 또 심지어 이 남자의 생활이 부럽기까지 한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 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