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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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났다’, 그녀들의 술옛글들/명랑TV 2008. 5. 31. 13:39
대폿집 소주 그 소통의 맛, ‘엄마가 뿔났다’ ‘엄마가 뿔났다’의 자식들 때문에 잔뜩 뿔이 난 엄마, 김한자(김혜자). 그녀에게 남편 나일석(백일섭)이 소주잔을 건네며 묻는다. “한 잔 할텨?” 김한자는 남편의 살뜰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소주잔을 거부감 없이 받아든다. 집안에서 엄마가 마시는 소주는 아버지가 마시는 소주하고는 느낌이 다르다. 엄마는 소주 한 잔에 속내를 수다로 풀어내지만, 아버지는 그저 빙그레 웃을 뿐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시커먼 속을 드러내는 것이 가족들에게 하등 좋을 것이 없기에 혼자 곱씹을 뿐이다. 주사라도 정겨운, 품위라도 갑갑한 술 ‘엄마가 뿔났다’에서 술을 마시면 거침없이 속엣말을 해대는 쪽은 따라서 여자들이다. 김한자네 집에서 술을 권하는 사람은 나이석(강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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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화되는 예능, OST처럼 뜨는 노래옛글들/명랑TV 2008. 5. 31. 01:07
‘1박2일’의 ‘서커스’, ‘우리 결혼했어요’의 ‘화분’ 예능 프로그램이 점점 드라마화 되어가고 있다. ‘무한도전’이 포문을 연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리얼리티 상황극으로 시작됐지만, 이를 벤치마킹하면서 등장한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은 차츰 스토리를 쌓아 가는 드라마 형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1박2일’과 ‘우리 결혼했어요’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특정한 소재에 천착하지 않는 ‘무한도전’과는 달리, 여행이나 결혼 같은 한 가지 소재를 통해 이야기의 일관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로드무비 ‘1박2일’, 로맨틱 코미디 ‘우리 결혼했어요’ 여행이라는 소재로 구성되어 있는 ‘1박2일’을 하나의 드라마로 본다면 로드무비에 해당될 것이다. 로드무비란 여행을 통해 인물들이 예측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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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하는 TV, 몰래카메라의 두 얼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5. 29. 00:23
시청자의 눈이 되려는 카메라의 눈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서우진(손예진) 기자는 일본인 관광객으로 위장한 채, 그들을 대상으로 짝퉁 명품을 팔아온 일당들을 잠입취재 한다. 이것은 ‘스포트라이트’의 ‘탐사저널’이라는 코너로 뉴스 심층 취재의 한 방식인 ‘탐사보도’의 전형을 보여준다. 탐사보도란 사실보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사건 그 이면을 파헤치는 적극적인 언론보도방식을 말한다. 탐사보도가 주창하는 것은 사실은 진실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명제다. 그 진실을 캐기 위해 기자들은 현장으로 직접 다가가며 그 과정을 잡아내는 것은 다름 아닌 몰래카메라다. 대중들의 눈이 된 TV 우리에게 이러한 탐사보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추적60분’이나 ‘PD수첩’, ‘그것이 알고싶다’같은 코너들은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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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왜 정조가 보이지 않을까옛글들/명랑TV 2008. 5. 28. 07:48
왕을 사적인 존재로 다루는 이점과 한계 ‘이산’은 정조라는 왕이 아닌, 이산이라는 한 인간에 더 주목한 사극이다. 어린 시절, “이름을 불러다오”하고 이산이 요청하고, 거기에 대해 어색하고 수줍은 목소리로 성송연이 “산아”하고 답하는 장면은 이 사극의 입장을 집약적으로 드러내준다. 이러한 왕이라는 공적 존재에서 이산이라는 사적 존재에 주목함으로써 ‘이산’은 조선시대라는 위계질서 속에서도 수평적 관계 같은 현대적 맥락을 가져갈 수 있었다. 왕이 되기 전까지 사적인 존재로서의 이산의 행적 자체만을 다루는 것은 별 무리가 없으며 오히려 장점이 된다. 실제로 끊임없는 암살의 위협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산(이서진)의 몸부림과 그런 이산을 돕는 여러 인물들의 등장은 이 사극이 주는 재미의 핵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