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꽃' 명작으로 만든 김희원 PD, 특급 드라마 연출자가 나타났다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돈꽃>은 막장이 아니냐는 의심에서 시작해 명작으로 끝을 맺었다. 사실 우리가 막장이라고 부르는 드라마의 범주는 애매모호하다. 지나치게 자극을 추구한다거나 혹은 만듦새가 엉성해 도무지 개연성을 찾을 수 없는 드라마를 흔히 막장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그저 ‘기업극화’나 ‘복수극’ 혹은 ‘출생의 비밀’ 같은 코드들을 무조건 막장이라는 선입견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을 막장과 명작으로 가르는 건 결국 소재 그 자체가 아니라 만듦새에 있고, 또 그 만듦새가 지향하는 일관된 메시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돈꽃>이 그 흔한 복수극과 기업 내의 권력 투쟁 같은 흔한 소재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명작이 된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그건 바로 이 작품이 가진 완성도 높은 만듦새와 일관된 메시지에 있다.

<돈꽃>의 완성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김희원 PD의 연출이다. 김 PD는 여타의 막장 드라마들이 하는 ‘속도’에 대한 강박 같은 걸 애초부터 벗어버렸고, 그래서 느릿느릿 읊조리듯 이어지는 대사들에 대한 집중력을 만들었다. 이 부분은 <돈꽃>이 시청자들을 조금씩 빨려들게 만든 가장 큰 힘이다. 막장드라마들의 경우 그 허술한 개연성을 가리고 자극적인 전개를 앞세우기 위해 빠른 속도의 연출을 보이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인물들에 깊게 몰입할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꽃>은 아주 천천히 장면들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인물들이 던지는 대사들이 그 인물의 어떤 감정을 드러내는가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바로 이점은 시청자들이 꽤 많은 <돈꽃>의 인물들에 몰입하게 만들었고, 따라서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감정들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대립구도 속에서도 단순 선악구도로 빠지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돈꽃>의 연출에서 큰 역할을 한 건 배경음악이다. 조금씩 깔리는 선율의 리듬감은 일관된 연출의 묘를 만들어냈고, 드라마에 비장미를 더해줬다. 자본의 세상에서 좋아 보이기만 하는 행복의 실체가 결국 돈으로 좌지우지된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드러내는 이 작품은 그래서 이러한 비장미가 더해져 비극의 형태를 가능하게 했다. 현대판 비극이 어쩌면 자본이라는 새로운 신에 의해 축조된 욕망이 만들어내는 거라는 걸 드라마는 메시지를 통해 보여줬고, 거기서 장중하고 일관된 배경음악은 그걸 드러내는데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돈꽃>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이러한 쉽지 않은 작품을 잘 소화해낸 연기자들의 공이다. 장혁은 자신까지 파괴해가는 복수극으로 비극의 주인공이 전하는 처연함 같은 걸 제대로 표현해냈고, 이미숙과 이순재는 역시 베테랑 연기자로서 드라마의 극적 갈등을 만드는 양대 기둥을 세워주었다. 이 바탕 위에서 박세영이나 장승조 같은 젊은 연기자들은 물론이고 임강성, 박정학 같은 배우들까지 어느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촘촘한 연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들의 연기에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해준 건 역시 김희원 PD의 연출이다.

지금껏 우리는 드라마가 작가의 작품이라고만 생각해온 경향이 있다. 물론 지금도 작가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또 연출자 중에도 몇몇은 작가보다 더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돈꽃>의 김희원 PD만큼 작품에 있어서 연출의 힘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연출자는 흔해 보이지 않는다. <돈꽃>이 명작이 된 데 있어서 그의 연출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 면이 있다.(사진:김희원 PD, MBC)


‘미스티’, 김남주의 독한 연기가 남다른 느낌을 주는 건

무엇이 그를 이토록 절박하게 만드는 걸까. JTBC 새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성공한 앵커 고혜란(김남주)이 처한 만만찮은 상황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치열하게 싸워 여성 앵커로서 성공한 인물이지만, 점점 나이 들어가고 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젊은 후배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앵커라면 실력과 경륜이 가장 중요할 수 있지만, 방송사가 고려하는 건 오로지 시청률이다. 그래서 당장 시선을 끄는 젊은 기자 한지원(진기주)을 그를 밀어내고 앵커 자리에 앉히려 한다.

고혜란은 앵커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방송사가 어떻게든 인터뷰를 잡으려 하는 케빈 리(고준) 프로골퍼 섭외를 앵커 자리보전을 위한 조건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케빈 리를 섭외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려는 그 순간에 오랜 병원생활을 해왔던 엄마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결국 병원이 아닌 공항을 선택한다. 엄마 또한 늘 그에게 말했었다. 넌 성공해야 한다고. 그러니 그가 간다고 살아날 수 없는 엄마의 마지막을 함께하기보다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는 것. 

성공을 위해 달려왔고 그렇게 거머쥔 최고의 위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비정한 고혜란을 남편 강태욱(지진희)은 납득할 수가 없다. 유명한 아내를 위한 마지막 배려로서 자신을 놓아줄 때까지 그냥 묵묵히 각자의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그는 그래서 고혜란과는 쇼윈도 부부의 삶을 살아간다. 고혜란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생활에서는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이들과 싸워야 하고, 집으로 돌아와도 자신이 기댈 곳은 전혀 없다. 스스로 아이를 지워버릴 정도로 그의 삶은 성공에만 맞춰져 있으니 그런 삶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이 선택한 삶이 점점 추락해가고 있는 걸 느낄 때, 그의 앞에 과거의 연인이었지만 미래가 없다는 이유로 그가 버렸던 케빈 리가 성공한 프로골퍼로서 나타난다. 그것도 보잘 것 없이 살아왔던 그의 여고시절 단짝 서은주(전혜진)의 남편으로. 독하게 사회생활을 하며 자신의 현재 위치를 어렵게 유지하고 있는 고혜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신데렐라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서은주의 존재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과거 자신이 버렸던 케빈 리 역시 은근히 자신을 도발하는 상황은 또 어떻고.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케빈 리를 섭외하고 자꾸만 그와 얽혀들게 되지만.

하지만 고혜란은 결코 선한 인물이 아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지원에게 앵커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그가 유혹의 시선을 던지는 케빈 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장면을 찍은 사진으로 한지원을 밀어낸다. 그에게 그 사진을 찍어준 기자 윤송이(김수진)는 그를 “독한 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가 좋다고. 

이건 마치 여성 앵커 버전의 <하얀거탑>을 보는 것만 같다. <하얀거탑>의 장준혁(김명민)이 병원에서 자신의 입지를 마련하고 공고히 하기 위해 갖가지 술수들을 다 동원하는 것처럼, 고혜란도 방송국 앵커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자행한다. 심지어 그것은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 또한 저버리는 단계에 이른다. 도대체 그는 왜 이렇게 절박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우리가 잘 알다시피 방송국 앵커 자리는 여성들에게는 일종의 유리천정이라고 불린다. 남성 앵커는 나이가 들수록 경륜으로 받아들이지만, 여성 앵커는 나이가 들면 교체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니 이 앵커만큼 여성들이 사회생활에서 겪는 유리천장을 실감하게 하는 직종이 있을까. 그러니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한 년”이 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여성이라는 성차에 대한 편견까지 공공연한 곳이 바로 거기이니 말이다. 

그래서 <미스티>의 고혜란에게는 그 독한 행보들이 결코 바람직할 수 없다고 여기게 되면서도 동조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그렇게 독하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강한 공감이 깔려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보면 10년 전 <하얀거탑>이 성공을 위한 질주와 그로 인한 파국을 통해 개발시대의 가장들의 자화상을 장준혁이라는 캐릭터로 담아냈던 것처럼, <미스티>는 지금 사회적 이슈가 되어 있는 차별적인 사회생활 속에서 독하게 버텨낼 수밖에 없는 커리어우먼들의 자화상을 고혜란이라는 캐릭터로 담아내고 있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김남주는 그래서 고혜란 역할을 연기하는 모습 속에 여성 연기자로서 갖는 정서적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성 연기자들 역시 나이 들어갈수록 그 위치를 계속 버텨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현실이다. 젊은 연기자들이 치고 올라오고 방송은 더더욱 시청률에만 집중하는 현실이니. 김남주의 연기가 <미스티>에서 남다른 느낌을 주는 건 이러한 캐릭터와 배우 사이에도 존재하는 공감대가 바탕에 깔려 있어서다.(사진:JTBC)

‘윤식당2’, 역대 최고 매출보다 외국인들에게 배우는 매너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2>가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무려 15.9%(닐슨 코리아)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쉽게 나오지 않는 시청률을 달성했다. 이 날 스페인 가라치코에서 연 ‘윤식당’ 또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200유로를 훌쩍 넘긴 ‘윤식당’은 그래서 그날 밤 자축의 의미로 박서준이 윤여정을 위해 가져온 귀한 와인을 오픈했다. 

'윤식당2'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사진=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 방송 화면 캡처하지만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한 그 날 ‘윤식당’은 한 마디로 멘붕이었다. 손님이 오지 않아 발을 종종 대던 이전과는 정반대로 오픈 하자마자 들이닥친 손님들로 끊임없이 주문이 이어졌고 심지어 추가 주문까지 겹쳐지면서 홀과 주방은 모두 혼이 빠져나간 모습이었다. 갑작스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고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조차 힘겨워하는 주방과, 주문이 밀려 음식을 받지 못한 손님에게 재차 사과를 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문제는 소통부재에서 발생했다. 홀에서 주문과 서빙을 하는 이서진과 박서준은 주문 상황을 공유하지 않았고 각각 주방에 받은 주문을 알리고 있었고, 테이블에도 번호 같은 것이 없어 음식을 만들어 놓고도 몇 번 테이블로 나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독일 부부 손님은 그래서 음식이 이미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테이블로 계속 나가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또 홀로 식사를 하러 온 어르신은 다른 테이블 음식들이 다 나온 후에야 겨우 음식을 받는 기다림이 이어졌다. 먼저 온 테이블을 우선순위로 해서 음식을 내놓다보니 간단한 주문이라도 후에 온 테이블은 한참을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 결국 다음 날 박서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이블 주문표 이외에 음식 내놓는 순서표를 따로 준비했다. 그래야 덜 기다리며 홀에 손님들이 음식을 두루 맛볼 수 있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렇게 손님들이 몰려들 줄 몰랐다고 해도 테이블에 번호를 매기고 또 주문한 음식을 어떤 순서로 마련해 내놓는가 하는 점은 음식점을 개업할 때 미리 생각했어야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 정신없는 멘붕 상황을 통해 음식 만드는 일만큼 서빙이 중요하다는 걸 몸소 깨달은 하루였지만 사전 준비가 없어 외국인 손님들이 불편을 겪게 된 사실은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어쨌든 우리 음식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닌가. <윤식당2>의 시청자들이 외국인 손님들의 불편을 보며 똑같은 불편함을 느낀 건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있어서다.

하지만 더더욱 흥미로운 건 외국인들의 반응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면서도 뭐라 불평하기보다는 그냥 묵묵히 기다리고, 직원을 불러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기보다는 그저 어깻짓으로 살짝 어필하는 정도의 매너를 보였다는 점이다. 또 홀로 오신 어르신은 늦게 나와 죄송하다는 직원의 말에도 괜찮다고 선선히 얘기해주었다.

그러고 보면 낮선 타국의 음식을 맛보는 외국인들의 반응 또한 상당히 타문화를 존중하는 태도가 깔려 있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된다. “너무 맛있다”는 표현 속에는 타문화에 대한 오픈된 마인드가 전제로 깔려 있을 수밖에 없다.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맛있는 음식에 대한 상찬을 해주고, 또 수고에 대해 팁을 아끼지 않는 그들 중 이른바 ‘진상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연 우리라면 어땠을까. 다른 테이블에 음식들이 나오는 와중에 그렇게 오래도록 기다리는 걸 선선히 용인하고 매너 있게 대처했을까.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윤식당2>이고, 그 날 최고 매출을 기록한 ‘윤식당’이지만 이번 회차는 그래서 외국인들의 매너를 더 보게 됐다. 실수도 어느 정도 용인해주는 배려 깊은 손님들의 매너를. 잠깐 잊고 있었지만 <윤식당2>의 진짜 주인공들은 그래서 음식점을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이 아닐까 싶다.(사진:tvN)

좀비 이어 초능력 ‘염력’, 연상호 감독이 더한 한국적인 맛

뭐 이렇게 소시민적인 슈퍼히어로가 있을까. 아마도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염력>을 본 관객은 조금 당황했을 지도 모르겠다. 흔히 슈퍼히어로라고 하면 멋진 슈트를 차려입고 액션 또한 화려하다고 여기겠지만 <염력>의 석헌(류승룡)은 그런 슈퍼히어로하고는 거리가 멀다. 평범한 은행 경비원 차림 그대로이고, 몸이 붕 떠서 날아오를 때보면 엉거주춤한 자세가 영 슈퍼히어로의 그것과는 딴판이다. 

그가 염력으로 거대한 차를 공중에 떠올릴 때 보면 그 동작은 마치 차력사의 그것처럼 보인다. 입으로는 연실 기합을 집어넣고 양손을 허공에 내젓는 슈퍼히어로의 면면이라니. 그래서 그의 이런 초능력은 놀라움이나 스펙터클을 보여주기보다는 웃음을 준다. <염력>은 그래서 슈퍼히어로 무비라기보다는 사회극적인 요소들을 담아낸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이 더 하다. 

물론 슈퍼히어로의 면면만 다른 게 아니다. 석헌이 맞서게 되는 적들도 우리가 봐왔던 그런 초능력을 가진 적들이 아니다. 그들은 재개발을 하기 위해 철거민들을 몰아내려 하는 용역업체 사장이고, 그를 고용한 건설업체 상무다. 직접적인 폭력이 아니라 말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악역으로 등장한 홍상무(정유미)의 대사가 압권이다. “진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기도록 태어난 사람들이라고요. 에네르기파? 그거 아니에요. 대한민국! 국가 그 자체가 능력인 사람들이라고요."

바로 이 대사는 이 영화가 슈퍼히어로라는 색다른 존재를 끄집어내 하려는 이야기를 명백하게 드러낸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지구 혹은 나아가 우주를 지켜내는 그런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당장 생계가 막막하지만 권력을 가진 기득권자들에 의해 삶의 터전까지 빼앗기는 서민들을 지켜주는 그런 인물이라는 것. 

당연히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물이 가진 스펙터클과 반전의 반전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염력>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적으로 상정된 존재들이 우리에게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재개발의 폭력들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염력>의 지극히 소시민적인 슈퍼히어로가 주는 유쾌함은 충분히 즐길만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도 이런 슈퍼히어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그렇고, 또 그 슈퍼히어로의 면면이 할리우드를 카피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식으로 해석됐다는 면이 그렇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염력>을 통해 확실한 자기만의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외국의 장르물에서나 등장했던 좀비나 초능력자 같은 존재들을 우리 식의 토속적인 색깔을 덧씌워 풀어낼 줄 아는 감독이 된 것. 그의 작품이 오히려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그들에게 좀비나 초능력자는 더 익숙한 존재지만, 우리 식으로 해석된 영화가 주는 묘미는 독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펙터클의 함량이 적다는 건 약점이다. 하지만 이건 어쩌면 투입된 자본의 문제일 수 있다. 한정된 물량으로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하고 이런 성취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상찬받을 만한 일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들의 화려하지만 황당하기 만한 스펙터클에 식상함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의 블랙코미디적인 서민영웅의 면면이 참신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게다.(사진:영화'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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