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100’ 시즌2, 글로벌 흥행 비결

넷플릭스 예능 시리즈 <피지컬:100> 시즌2 역시 비영어 TV쇼 부문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시즌1에 이은 연타석 글로벌 흥행이다. 흥행과 함께 ‘피지컬’이라는 키워드가 글로벌 코드로 떠올랐다. 과연 이 글로벌 흥행 코드는 앞으로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소재가 될까. 

피지컬:100 시즌2

시즌1에 이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피지컬:100> 시즌2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한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테드 서랜도스는 ‘넷플릭스 사랑방 행사’에서 K콘텐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하면서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비롯해 새로 공개될 K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 자리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피지컬:100> 시즌2를 가장 기대되는 프로그램으로 꼽은 대목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18일 공개된 <피지컬:100> 시즌2는 여지없이 그 기대감을 채우는 성과를 냈다. 공개 일주일만에 610만뷰, 2530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V 비영어권 부문 1위에 오른 것이다. <피지컬:100> 시즌2의 글로벌 흥행은 어떻게 일찍이 예고되었던 것이고 또 그대로 실현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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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감은 시즌1이 불러 일으켰던 반향에서부터 출발한다. 작년 1월 공개된 시즌1은 시작부터 전 세계 시청자들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스포츠스타부터 각종 스포츠대회에서 우승 전력을 가진 철인들은 물론이고 군인이나 소방관 같은 몸을 쓰는 직종에 있는 이들까지 망라한 100명의 남다른 피지컬을 가진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 자체가 빅이벤트였다. 한국인이라면 이름 석자만 들어도 다 알 수밖에 없는 윤성빈이나 추성훈, 양학선 같은 스포츠스타들은 물론이고, 유튜브 등의 개인 채널을 통해 피지컬로 이미 명성을 얻고 있는 각종 직업의 인플루언서들이 거대한 콜로세움 같은 한 공간에 세워졌다. 그들 옆에는 저마다 자신의 피지컬로 찍어낸 토르소들이 세워졌는데, 그 광경 자체가 압도적인 장관을 이뤘다. 여기서 중요했던 건 피지컬이 가진 논버벌적인 힘이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진 인물들이지만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인물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외적으로 보여주는 피지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서사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2 역시 이 초반의 장관을 재연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한판승의 사나이로 불리는 유도 금메달리스트 이원희, 시즌1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구가해온 소방관 출신의 홍범석, 예능인으로 친숙하지만 실상은 한국인 최초 UFC 진출자이자 한국인 최다승 보유자 김동현은 물론이고, 배우지만 주짓수 브라운 벨트의 소유자인 이재윤, 운동으로 몸 좀 만들어봤다면 모를 수 없는 압도적 피지컬의 소유자인 타노스 김민수나, 도저히 인간의 몸인가 싶을 정도의 동작들을 해내는 크로스핏 스타 아모띠, 럭비 국가대표 선수로 유명한 안드레진 등등 참가자들의 면면 만으로도 쟁쟁한 서바이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피지컬:100>이 어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가를 직관적으로 먼저 알려주는 건 사전미션이다. 시즌1에서는 수조 위로 띄워진 조형물에 50명씩 조를 나눠 매달리고 끝까지 오래 버텨내는 최후의 1인을 뽑는 사전미션을 보여줬다. 저마다의 피지컬을 자랑하는 50명이 일제히 매달렸다가 한 명씩 물로 떨어지는 광경은 장관 그 자체였고 곧바로 화제가 됐다. 이번 시즌2는 어둑한 지하 공간 같은 곳에 100개의 무동력 트레드밀 위를 100명의 피지컬이 달리는 모습이 펼쳐졌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버텨내고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피지컬들의 향연에 전 세계 시청자들의 아드레날린도 폭발하기 시작했다. <피지컬:100> 시즌2의 시작은 그처럼 시각적인 차원 그 이상의 자극으로 문을 열었다. 

 

벌크업된 스케일에 더해진 스토리텔링

사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운동을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꽤 역사가 오래됐다. 아주 멀리는 <명랑운동회> 같은 운동 프로그램에서부터 <출발 드림팀> 같은 미션 세트를 동원한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졌고, 그 계보는 최근에는 축구나 야구 같은 스포츠를 예능으로 가져온 스포츠 예능으로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전후해 스포츠예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그건 비대면 상황이 만들어낸 스포츠에 대한 갈증을 예능이 수용한 데서 생겨난 변화였다. 대중들은 오히려 운동에, 피지컬에 더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일찍이 리얼리티쇼가 정착한 서구의 경우, 치열한 생존대결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그 원조격인 <서바이버>가 2000년에 첫 시즌을 시작했을 정도로 오래됐다. 물론 2010년대에 들어 힘이 빠지기 시작했지만 어쨌든 이 프로그램은 현재까지도 계속 시즌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스포츠적인 요소가 강조된 <비스트마스터>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다양한 시즌을 선보였다. <피지컬:100> 시즌1은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전통 위에 보다 강화된 스토리텔링을 얹었다. 그저 세트로 마련된 미션장에서 펼쳐지는 피지컬 대결이 아니라, 그 광경만 봐도 어딘가 서사가 느껴지는 스토리텔링들이 더해졌다. 이를테면 패자부활전으로 치러진 자신의 토르소가 매달린 줄을 잡고 버티는 미션이 마치 자신의 삶의 무게를 스스로 지탱하는 광경으로 그려졌다면, 팀전으로 펼쳐진 1.5톤 배 끌기 미션은 불가능도 가능케 하는 연합의 힘을 스토리텔링했다. 특히 가장 압도적이었던 건 다섯 종류의 경기를 고대 신화를 모티브로 스토리텔링한 미션이었다. 바위를 들고 버티는 ‘아틀라스’, 단거리 장애물 트랙을 달려 불꽃을 잡는 ‘프로메테우스의 불꽃’, 계속 내려오는 외줄을 끝없이 올라가야 하는 ‘이카루스의 날개’, 100킬로 바위를 언덕 위로 굴러 떨어뜨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가미는 아무래도 <피지컬:100>의 연출자인 장호기PD가 교양PD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100>은 ‘완벽한 피지컬은 무엇인가’라는 다소 교양적인 질문으로 문을 열었고 따라서 이 서바이벌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그려졌다. 교양적인 접근방식이 다양한 스토리텔링에 더욱 열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시즌2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부제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질문은 시즌1과 다르지 않다. ‘완벽한 피지컬’을 찾는 것. 하지만 시즌1이 그 질문과 함께 스스로 몸을 정으로 치고 깎아 고통으로 만들어낸 몸을 형상화한 영상으로 문을 열었다면, 시즌2는 어딘가 천장이 뚫려 내려앉은 지하 공간의 형상으로 문을 열었다. 세 번째 퀘스트로 등장했던 광산 세트의 스펙터클한 모습이 슬쩍 소개되며 그 공간에 들어온 참가자들이 그 스케일에 놀라는 목소리들이 더해진 영상이다. 즉 ‘언더그라운드’라는 부제에 맞게 시즌2의 스토리는 여러모로 코로나19 시절 비대면이 일상화되며 마치 저마다의 공간에 갇혀 있던 우리들을 환기시킨다. 그러고 보면 사전미션으로 역시 거대한 지하 공간에 100개의 무동력 트레드 밀 위를 달리는 그 압도적인 광경이 전하는 스토리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건 마치 비대면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몸 관리에 진심이 되어 저마다 ‘홈트레이닝’을 하던 그 시대의 풍경 한 자락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언더그라운드’란 이런 혹독한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키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내는 ‘완벽한 피지컬’의 생존을 서사로 가져온다. 스케일은 시즌1에 비해 말 그대로 ‘벌크업’되었고, 그 위에 새로운 스토리가 얹어졌다. 저마다의 완벽함을 주장하는 피지컬의 소유자들 100인과 그들의 대결에 더해진 은유적 서사의 결합. 이 확실한 차별성은 <피지컬:100>이 시즌을 거듭하면서도 그 브랜드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이유다. 

 

글로벌 인기로 확장될 피지컬 스타의 탄생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가 결국 어떤 걸출한 아티스트를 배출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처럼, <피지컬:100> 역시 피지컬 스타의 탄생이 그 관건이다. 사실 우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지만 <피지컬:100> 시즌1은 마지막 대결에서 불거진 재경기 논란으로 인해 우승자인 우진용이나 준우승을 차지한 정해민 모두 그만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대신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추성훈이나 막강한 피지컬을 다양한 미션에서 보여줬던 윤성빈, 여성 출연자지만 팀장까지 맡아 남다른 리더십을 보여준 장은실 같은 인물들이 피지컬 스타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시즌2는 어떨까.

 

시즌2의 우승자인 아모띠는 준우승을 차지한 홍범석과 사전미션에서부터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인물이었다. 크로스핏에 있어서는 이미 유명한 크리에이터인 아모띠는 사전미션인 무동력 트레드밀에서 3등을 차지했고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패자부활전을 통해 레슬러 정지현이 꾸린 어벤져스팀에 들어감으로써 기사회생했다. 네 번째 퀘스트였던 어벤져스팀끼리 대결한 롤러 레이스에서 생존 1인으로 선발된 아모띠는 단박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그리고 파이널 퀘스트에서 토르소 버티기, 무한 스쿼트 그리고 기둥밀기 대결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최종 우승자가 됐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니체의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아모띠는 그 말 그대로 고통을 끝까지 버텨냄으로서 최종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깎은 듯한 피지컬에 앳되어 보이는 잘 생긴 외모로 향후 아모띠의 가능성은 훨씬 더 열려 있다고 보인다. 아깝게 준우승에 머문 홍범석은 이미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대중들의 눈도장을 착실히 찍어온 인물로서 향후 이런 소재의 프로그램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예능인이 아닌 파이터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김동현이나, 배우지만 만만찮은 피지컬을 보여준 이재윤, 전 럭비 국가대표 선수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안드레진, 패자부활전에서 레슬링이 얼마나 강력한 스포츠인가를 증명해낸 정지현 같은 인물들도 이번 시즌2가 배출해낸 피지컬 스타라 할만하다. 

 

코로나19 시절부터 촉발된 몸에 대한 대중들의 지대한 관심은 다양한 운동을 소재로 하는 ‘피지컬 예능’들을 등장시켰다. 김종국이 하는 유튜브 콘텐츠 <찐종국> 같은 예능들이 대표적이다. 갈수록 관심이 커져가는 피지컬 관리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는 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콘텐츠들과 스타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번 <피지컬:100> 시즌2의 성공은 이 프로그램이 이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했다는 걸 보여주면서 동시에 ‘피지컬’이라는 소재가 글로벌 흥행코드로서도 급부상했다는 예감을 하게 만든다. 논버벌로 언어의 장벽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피지컬이라는 공통 분모가 가진 글로벌 잠재력이 바로 그 요인이다. 

 

이러한 잠재력이 실현 가능한 일이라는 걸 말해주듯이 <피지컬:100> 시즌2는 그 말미에 시즌3를 예고하는 듯한 영상을 집어 넣었다. 태권도를 비롯해 일본의 스모, 태국의 무에타이 같은 아시아 각국의 격투기 스포츠 종목들을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면서 <피지컬:100> 아시아라는 문구를 집어 넣은 것. 그건 마치 아시아권으로 출연자들의 풀을 확장한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듯한 엔딩이었다. 만일 <피지컬:100> 아시아가 시즌3로 제작된다면 이건 이 피지컬 예능이 글로벌로 나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피지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치열한 생존게임을 벌이는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피지컬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저마다의 로컬 색깔을 가진 스포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때론 대결하고 때론 협력하는 광경을 볼 날도 머지 않았다. (글:시사저널, 사진:넷플릭스)

“물은 불을 이기고 젖은 나무는 쇠보다 질기다”-‘파묘’

파묘

“불과 물은 상극이다. 쇠의 상극은 나무다. 그러니까 불타는 칼의 상극은 물에 젖은 나무다. 물은 불을 이기고 젖은 나무는 쇠보다 질기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에는 풍수사 상덕(최민식)이 ‘험한 것’과 마주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그런 말을 한다. 풍수사답게 음양오행의 불, 물, 쇠, 나무에 대한 해석으로 흙에서 튀어나온 험한 것과 대적하는 모습이다. 

 

상덕이 말하듯 음양오행에서는 이들 요소들의 관계를 상극과 상생으로 표현한다. 즉 물은 나무를 키워주고 나무는 불의 연료가 되며 불은 흙을 만들고 흙에서 쇠가 만들어지며 쇠는 물을 담을 수 있게 한다. 즉 상생 관계다. 반면 물은 불을 꺼주고 불은 쇠를 녹이며 쇠는 나무를 베어버리고 나무는 흙의 양분을 가져가며 흙은 물을 빨아들이는 상극 관계다. 오행의 관계로 부면 쇠는 나무를 베어버리고 약화시키는 관계지만, 상덕은 이 나무에 물이라는 상생 요소를 더함으로써 ‘쇠보다 질긴’ 젖은 나무를 탄생시킨다. 두 요소의 상생이 상극을 이기는 것. 

 

물론 여기서 ‘불타는 칼’과 ‘젖은 나무’는 군국주의 시절의 일제와 우리나라를 상징한다. 장재현 감독은 “충격을 많이 받아도 참고야 말지 부러지지 않는 나무의 성향이 우리나라와 닮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나무 중에서도 물(피)에 젖은 나무가 더 질기다는 말은 그래서 이러한 질긴 역사를 온전히 담고 있는 우리 땅의 민초(民草)들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다. 반도 국가의 운명이기도 하지만, 외세의 침략이 끝이지 않았던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무수한 불타는 칼들이 그 땅을 불타게 하고 피를 흘리게 했지만 그럴수록 더 질겨졌던 민초들의 저력이 있어 저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음양오행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관계를 통해 상극보다 상생이 힘이 세다는 걸 알고 있다. 제아무리 강한 이들이 함께 한다고 해도 그것이 상생이 아니라 상극일 때는 오히려 힘이 약해진다. 반대로 약하게 보여도 상생의 관계라면 더 강한 것도 이겨낸다. 이는 대결과 타협이 그 성질인 정치권이 귀담아 들어야 하는 대목이다. 의료계와의 갈등이나 훌쩍 다가온 4.10 총선의 향방 또한 이 상생과 상극에서 판가름 날 수 있을 테니. (글:동아일보, 사진:영화'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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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선택한 예능대세 덱스

좀비버스

최근 몇 년 간 예능은 주력 매체의 변화로 인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중이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 중심에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로 그 트렌드의 중심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 달라진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서 가장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인 인물을 꼽으라면 단 한 명이 떠오른다. 그건 바로 덱스(본명 김진영)다. 특수부대 UDT 출신의 전직 군인으로 군 제대 후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다, ‘가짜사나이2’라는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 그는 전직 군인다운 리얼하고 야성미 넘치는 모습과 더불어, 상반된 미소년의 얼굴로 순식간에 대중들에게 그 존재를 각인시켰다.

 

코로나19 시절을 거치며 대중들의 피지컬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던 걸 떠올려 보면 UDT 시절부터 잘 관리해온 덱스의 단단한 피지컬이 그의 존재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그 피지컬은 군 시절부터 훈련을 통해 단련되어 있어, 단지 보기 좋은 미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파괴력을 보여준다. 특히 순간적인 폭발력은 서바이벌을 담은 리얼리티 예능에서 덱스를 돋보이게 만든 가장 큰 요소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피의 게임’이라는 서바이벌 예능에서 그가 철창에 채워진 자물쇠를 순간적인 힘으로 부숴버리는 장면은 그래서 프로그램 방영 내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전 야구 선수였던 정근우와 현직 경찰관 이태균이 힘을 합쳐 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던 자물쇠를 단번에 부숴버렸던 것. 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2’에 뒤늦게 합류해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이른바 ‘메기남’으로 불렸던 것 역시 그의 피지컬과 무관할 순 없다. 물론 조각처럼 잘 생긴 외모도 뻬놓을 수 없는 매력이었지만, 다른 남성 출연자들과 해변에서 천국도행을 놓고 벌이는 대결에서 그가 보여준 압도적인 파워는 모두를 매료시키고도 남았다. 

 

그의 이런 남다른 피지컬은 대본없이 치러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마치 현실로 튀어나온 액션 히어로 같은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피의 게임2’에서 무려 신장이 221cm인 전 농구선수 하승진과 맞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그것이다. 덩치로만 보면 간단히 밀려날 것 같았지만 몸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고 죽기살기로 맞부딪치는 덱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좀비버스’에서도 수십 명씩 달려드는 좀비떼들 사이에서 특유의 힘과 순발력으로 대적하는 모습은 방영 내내 화제가 됐다. 8미터 높이의 밧줄을 타고 내려가 좀비들에게 희생당할 위기에 처한 걸그룹 빌리의 멤버 츠키를 구해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사실 츠키를 구하면 대신 덱스가 희생당하는 게 수순이었지만, 그 순간 그는 다시 밧줄을 맨손으로 타고 오름으로써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제작진들까지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덱스는 최근 들어 유튜브 예능이나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등을 통해 갈수록 리얼리티의 강도가 세지고 있는 이 변화의 시기에 최적화된 인물로 등장한다. 과거 리얼리티의 시대 이전에는 연예인들이 얼마나 캐릭터를 잘 구현해내는가 하는 연기적인 차원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 일반인들 역시 영상을 매일 접하고 또 직접 만들어 SNS 등을 통해 선보이기도 하는 시대로 들어오면서 그런 ‘인위적인 영상(연기적인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는)’에 대한 몰입감은 희석되기 시작했다. 대신 진짜로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보여주는 리얼리티가 요구되기 시작했는데, 그 리얼리티 속에서도 마치 드라마 같은 극적인 장면을 끄집어내 보여주는 덱스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즈음에 ‘강철부대’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탄생시킨 피지컬의 매력을 가진 인물들 중에서도 단연 덱스가 주목받게 된 건 강렬한 피지컬과는 상반된 스위트한 면모 또한 갖추고 있어서다. ‘솔로지옥2’에서 전 세계 여성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그는, ‘피지컬’과 ‘밀리터리’ 같은 소재적 한계를 뛰어넘어, 보다 보편적인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영역으로까지 자신을 확장시킨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는 그의 첫 지상파 고정 출연으로서 이런 다양한 매력을 꺼내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합류한 덱스는 의외의 면모들을 드러냈다. 피지컬만 봐서도 ‘야전’이 생활화된 인물처럼 여겨졌지만, 의외로 극도의 깔끔함을 추구하고 먹는 것도 가리는 ‘장지컬’ 약한 반전 모습을 보여준 것. 또 기안84와 빠니보틀 앞에서는 막내 특유의 애교를 선보이기도 하고, ‘솔로지옥2’로 자신을 알아봐주는 현지 여성들과 즉석 ‘팬미팅’을 하기도 했다. 물론 여행지에서도 그 곳의 헬스클럽을 찾을 정도로 운동에 진심인데다, 현지인들과의 스포츠 대결을 즐기는 강인한 모습 또한 빼놓지 않았는데 그래서 이른바 ‘강강약약(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약하다)’의 매력남으로 불리기도 했다. 

 

‘가짜사나이2’로 존재감을 드러낸 후 약 3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이지만 덱스는 놀랍게도 크리에이터에서 예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올 하반기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각각 내놓는 ‘좀비버스2’와 ‘더 존: 버텨야 산다’ 시즌3에 덱스가 둘다 고정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이 이 사실을 증거한다.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건 이 현실판 액션 히어로 같은 인물이 최근 드라마에도 진출했다는 사실이다. 웹툰 원작드라마 ‘아이쇼핑’에서 그는 비밀조직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정현이라는 ‘인간병기’ 역할을 맡았다. 또 7편의 옴니버스 공포 미스터리인 U+모바일tv 오리지널 드라마인 ‘타로’에도 출연한다. 아직 연기의 영역은 그에게 낯설지만, 이미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피지컬 액션이나 멜로적 이미지는 이 분야 또한 결코 불가능하지 않은 도전의 영역으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다. 

 

특히 피지컬에 관심이 많아진 최근, 몸을 잘 관리하고 신체기능을 높이며 나아가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는 일은 이제 그 사람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UDT의 경험에서 삶의 목표와 동력을 얻었다는 덱스의 성공은 그 ‘좋은 예’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글:국방일보, 사진:넷플릭스)

‘눈물의 여왕’, 김지원과 김수현을 응원하게 만드는 거짓과 진실의 대결

눈물의 여왕

“털어도 10원 한 장이 안 나온답니다. 로펌 자문비부터 소송 비용 집행 내역까지 샅샅이 뒤졌는데 전혀 오차가 없었답니다. 저도 카드랑 계좌 좀 살펴봤는데요. 놀랍도록 소비가 없으세요. 세차장을 좀 자주 가신다는 것 정도? 그런데 간헐적으로 수백만 원 단위의 현금을 인출하실 때가 있었어요. 또 하나 이상한 건 현금을 인출하시는 날엔 꼭 물랑루즈에서 30만원 상당의 카드 결제를 하셨다는 거예요.”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나비서(윤보미)는 홍해인(김지원)에게 회사 내 감사를 통해 회계자료부터 카드 내역까지 탈탈 털어낸 백현우(김수현)에 대해 보고한다. 백현우가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자신을 속여왔다고 생각한 홍해인은 그런 식으로 백현우를 궁지로 몰아세우는 중이다. 그런데 그렇게 탈탈 털어도 나오는 게 없다. 대신 홍해인은 그 과정을 통해 백현우의 자신을 향한 진심을 오히려 마주하게 된다. 

 

알고보니 물랑루즈는 술집이 아닌 꽃집이었고, 그가 인출해간 현금은 직원 장례식장의 조의금으로 쓰였다. 그것도 홍해인의 이름으로 된 꽃과 조의금이다. 사람을 붙여 백현우에 대해 알아본 홍해인의 아버지 홍범준(정진영)이 알게 된 것 역시 그가 얼마나 쓸쓸하게 지내왔는가 하는 것이었다. 혼자 코인 야구장에 가고, 혼자 저녁을 먹고, 혼자 괜스레 자신을 벌주듯 운동장을 돈단다.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윤은성(박성훈)의 계략에 의해 오해를 사고 궁지에 몰린 백현우가 오히려 탈탈 털림으로써 그 진심이 드러나는 순간들에 이 인물에 대한 연민이 생겨난다. 

 

사실 백현우를 오인해 관계가 틀어져 버린 홍해인이 그려내는 이런 상황들은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시청자들은 그래서 백현우와 홍해인이 그저 사랑하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드라마는 본래 ‘갈등’이 있어야 동력을 얻는 것이라 두 사람의 관계는 한껏 좋았던 시점에서 틀어지는 걸 반복한다. 홍해인과 백현우의 ‘홍백전(그래서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 게다)’이 드라마가 긴장을 잃지 않고 흘러가게 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갈등 상황 속에서도 그 짠함을 코미디로 풀어내고 그려내는 건 박지은 작가가 가진 힘이 아닐 수 없다. 백현우를 탈탈 털어버리겠다는 홍해인의 엄포는 살벌하지만, 그 과정에서 맞닥뜨린 백현우의 진심은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들고 나아가 이 캐릭터가 가진 짠한 연민까지 느껴지게 만든다. 그래서 백현우가 어느 순간 감정을 드러내며 아이처럼 울게 될 때 시청자들은 한편으로 웃기면서 한편으로는 슬픈 느낌을 갖게 된다. 

 

여기에 ‘눈물의 여왕’은 홍해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이 가진 모든 걸 가로채려는 이들의 실체가 드러남으로써 대결구도가 세워진다. 홍만대(김갑수) 회장의 옆에 자리했던 모슬희(이미숙)는 윤은성의 친모로 오래 전부터 퀸즈 그룹을 집어삼키려는 계획을 가진 인물이었다. 또 홍수철(곽동연)의 아내 천다혜(이주빈) 또한 이 계획에 가담하고 있는 그레이스 고(김주령)에 의해 정체를 속인 채 의도적으로 이 재벌가에 입성한 인물이다.

 

결국 ‘눈물의 여왕’은 거짓과 진실의 싸움으로 흘러간다. 탈탈 털어도 오히려 진심을 마주하게 만드는 백현우가 진실의 편에 서 있다면, 진심인 척 달콤한 말들을 꺼내놓지만 사실은 온통 거짓인 모슬희나 윤은성이 그 반대편에 서 있다. 돈이면 뭐든지 다 되는 것 같은 세상이고 그래서 때론 돈에 대한 엇나간 욕망들이 사건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시한부 판정을 받아 죽음 앞에 돈이 별 의미를 갖지 않게 된 홍해인이나, 재벌가에 입성했어도 홍해인이 백화점 옥상에 너구리가 산다는 말조차 믿을 정도로 진심인 백현우의 동화 같은 사랑을 자꾸만 더 응원하게 된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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