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에 가려진 이규태 회장이 의미하는 것

 

클라라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었나.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최근 클라라와의 진실공방 논란을 벌였던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의 실체를 추적했다. 대중들에게 남겨진 이규태 회장의 이미지란 클라라와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한 연예매체가 공개한 SNS의 문자 내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더 컸다. 이 문자 내용이 공개되면서 클라라가 주장했던 성적 수치심발언은 뒤집어졌다. 거꾸로 그녀가 마치 이규태 회장을 유혹한 것처럼 여겨지게 만든 것.

 

'그것이 알고 싶다(사진출처:SBS)'

연예매체가 문자 내용을 공개하면서 기사화된 내용에는 클라라의 화보 사진을 선정적으로 공개하면서 이런 사진을 왜 이규태 회장에게 보냈는가에 대한 의혹 제기도 들어있다. 이 기사가 나가고 클라라는 호된 역풍을 맞았다. 대신 항간에서는 이규태 회장이 점잖은 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 점잖은 이미지의 이규태 회장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추적했다.

 

사실 클라라와 이규태 회장 중 누가 잘 했고 잘못했는가는 여전히 알 수 없고 또 그것이 그리 중요한 사안도 아니다. 그것은 이규태 회장의 추적 과정에서 보여진 방산 비리의 흔적들이 그런 연예계 스캔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수 천 억에 달하는 국민들의 혈세가 무기 거래상인 이규태 회장의 비리에 의해 사적으로 유용되고 착복되었다면 그것은 국민의 공분을 살만한 일이다.

 

실제로 <그것이 알고 싶다>가 추적 보도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클라라와의 스캔들 문제보다 큰 것은 그녀를 로비스트로 키우려 했다는 의혹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연예계 스캔들을 넘어서 거대한 비리의 한 단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규태 회장의 육성으로 공개된 클라라에 대한 협박내용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이면에 놓여진 그의 무소불위의 힘이 어디서 비롯되는가 하는 점이었다. 실로 <그것이 알고 싶다>가 보여준 교회 한 가운데 마련된 이규태 회장의 비밀의 방은 마치 그의 실체를 상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교회에 이러한 비밀의 방을 만들었다는 것은 이규태 회장이 얼마나 치밀한 사람인가를 가늠하게 한다. 교회는 수사기관이라고 해도 결코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다. 그러니 그 안에 어떤 중요한 자료들을 숨기거나 아니면 문제가 생겼을 때 피신하고 도망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발상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클라라 스캔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이규태 회장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다룬 것은 그만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대중들에게는 사실 연예계 스캔들에 가려져 그 이면에 있는 정치적 사안들이나 국가적 비리들을 놓치는 경우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예 매체의 선정적인 보도는 그 자체로 실체를 흐리는 역기능을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제기한 것처럼 클라라 스캔들에서 심각한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클라라 스캔들의 선정성 때문에 가려질 수 있었던 더 중대한 국민적 사안으로서의 이규태 회장의 실체에 대한 문제제기. 연예계 스캔들에 시선을 빼앗길 때 우리가 어떤 더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사안에 더 분노해야할까.

 

<어벤져스2>, 도대체 왜 이렇게 설레발이었을까

 

이 영화로 과연 4000억원의 직접 홍보효과와 2조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2주간 교통을 통제하면서까지 진행된 <어벤져스2>의 서울 로케이션에 대해 찬반 논란이 벌어졌을 때,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장밋빛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876억 원의 경제효과를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디서 이 어마어마한 수치의 경제적 효과가 가능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사진출처 : 영화 <어벤져스2>

국내의 관객이라면 당연히 궁금했을 서울 로케이션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잠깐 등장한다. 상암동에 새로 지어진 MBC 신사옥 위로 비행선이 날아가고 대로와 골목길을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은 그 액션만으로는 훌륭하다. 게다가 질주하는 지하철 안에서 벌어지는 캡틴 아메리카와 울트론의 대결도 볼만하다. 하지만 이러한 액션 신이 서울이라는 공간을 얼마나 특징적으로 잡아내주고 있는가는 알 수 없다.

 

그 장면들은 거기 길거리에 간간히 보이는 한글로 된 간판들을 떼놓고 보면 도무지 어디서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서울의 특징을 나타내주지 못한다. 차라리 고궁 같은 공간을 활용했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벤져스2>가 보여주려 한 서울의 이미지는 조스 웨던 감독이 캐스팅 이유로 밝힌 것처럼 최첨단 과학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유전공학으로 주목받는 곳으로서의 서울이다. 이것이 무슨 관광 효과를 가져올 거라는 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이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액션 신들이 워낙 속도감 있게 흘러가는 터라 배경은 잘 보여지지도 않는다. 짧은 로케이션 시간, 서울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공간, 현란하고 속도감 넘치는 CG로 덮여져 빠르게 흘러가기만 하는 장면들은 서울 로케이션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만일 외국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거기가 어디인가는 새빛 둥둥섬이 연구소로 잠깐 등장하는 장면 밑에 쓰여져 있는 서울이라는 자막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애초에 기대했던 우리 배우 수현의 존재감 역시 영화 속에서는 그리 드러나지 않는다. 유전공학 연구원으로서 자기만의 역할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이 영화를 봐야 될 이유만큼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우리 배우가 출연했다는 것 정도가 의미가 있을 뿐이다.

 

물론 영화는 오락물로서 그만한 재미를 선사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 그 재미도 슈퍼히어로물의 캐릭터 액션이 주는 차원 그 이상을 선사하진 않는다. 즉 헐크가 도시에서 난동을 피우는 장면이나 아이언맨이 갖가지 로봇 액션을 보여주는 것 또 블랙 위도우의 멋진 카리스마가 주는 묘미는 전편에 이어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만 그것은 시각적인 만족에 그칠 뿐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나 새로움에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이 영화는 마치 다양한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의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서사와 로케이션에 맞춰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캐릭터들의 화려한 액션 향연만이 머릿 속에 남을 뿐, 마블 특유의 생각 외로 깊은 주제의식이나 독특한 이야기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그래도 팝콘 무비로서 아이와 함께 두 시간 남짓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영화의 로케이션을 갖고 미리 2조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운운하며 설레발을 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오히려 로케이션을 통한 우리네 관객 동원이 오히려 마케팅 포인트였을 것이다.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예매율이 90%를 넘었다는 건 그걸 증명하지 않은가. 로케이션에 섣부르게도 천문학적인 국가브랜드 가치를 얘기하는 것은 마치 고질적인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는 듯한 씁쓸함을 남긴다.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는 그래서 단지 애국주의에 호소하거나 국가경제를 호명해오는 식의 단순한 접근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해프닝이 잘 말해주는 것만 같다.

 

<꽃할배>, 어른에 대한 존경은 어디서 오는가

 

어르신에 대한 존경은 어디서 나오게 될까. tvN <꽃보다 할배> 그리스편에서 코린토스로 가는 버스터미널까지 가려고 오른 택시에서 작은 사고가 생겼다. 택시 뒷자석 맨 안쪽으로 최지우가 타고 가운데 이순재가 그리고 마지막에 신구가 타면서 문을 닫는 순간 갑자기 이순재가 고통을 호소한 것. 이순재의 손이 택시 문에 끼인 채 닫힌 것이었다.

 

'꽃보다 할배(사진출처:tvN)'

급히 문을 열고 손을 빼냈지만 신구와 최지우는 어쩔 줄 모르고 이순재의 손을 걱정했다. 하지만 이순재는 괜찮다는 말을 계속 반복하며 애써 고통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일부러 지어보이며 심지어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해 보이는 모습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그에게 배어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그러고 보면 지금껏 <꽃보다 할배>에서 이순재의 모습은 늘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었다. 꽃할배들의 맏형이지만 그는 한 번도 동생들을 불편하게 하는 기색이 없었다. 차를 타도 가장 불편한 맨 뒷좌석에 오르면서 아무 데나 앉으면 어때하고 얘기하는 데서는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그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택시에서의 사고도 자신이 굳이 불편한 가운데 자리에 앉으면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이번 그리스 여행에서 이순재는 특히 뒤로 물러나 있는 모습이었다. 이미 이서진이 알아서 척척 다 하는 유능한 짐꾼(?)이라는 걸 그간 경험해온 터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순재도 최지우가 홀로 가이드로 나선 코린토스 여행에서는 늘 그녀의 옆에 자리해 도움을 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길을 잃을까봐 미리 나서서 버스 타는 곳까지를 챙기고 버스 티켓을 끊을 때도 마치 딸을 챙기는 심정으로 뒤에 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먼저 나서는 것이 아니라 최지우가 앞에서 하는 것을 뒤에서 남모르게 도와주려는 그런 모습. 그것은 부모의 마음 그대로였다. 스스로 했다는 것을 느끼게 하면서도 늘 뒤편에서 지지해주는 마음.

 

그런 마음이 느껴졌을까. 최지우는 인터뷰를 통해 이순재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표시했다. “예전부터 너무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지만 왜 모든 후배, 선배들이 이순재 선생님을 존경하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런 그녀에 대해 이순재는 딸 같다는 살가운 마음을 드러내주었다.

 

사실 그저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일 수는 없다. 어른이 어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나이에 기대 군림하려 한다면 그것은 어른이 아니라 아이만도 못한 존재가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깊어진 한숨은 그래서 진정한 어른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는 일이기도 하다.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그게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어른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은 배려심에서 나온다. 그 많은 세월동안 쌓여진 삶의 경륜들이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지고 그것이 또한 배려로 이어질 때, 그것은 어른이라 내세우지 않아도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어른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맏형이지만 드러내려 하지 않고,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그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이순재에게서는 분명 이 시대 대중들이 희구하는 어른의 모습이 보인다.

 

MBC와 임성한 작가, 그 밀월의 끝

 

임성한 작가는 은퇴한 걸까 퇴출된 걸까. 임성한 작가의 소속사인 명성당엔터테인먼트 이호열 대표는 23일 임성한 작가의 은퇴를 공식화했다. “은퇴가 맞으며, 복귀 가능성은 없다고 한 것. 그는 임 작가가 예전부터 10작품을 끝으로 은퇴를 계획하고 있었다고 했다.

 

'압구정 백야(사진출처:MBC)'

하지만 이러한 은퇴선언이 나오게 된 계기는 장근수 MBC 드라마본부장이 방송심의소위원회(방심위)에서 다시는 임성한 작가와 작품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 그는 드라마 작가들은 현재작이 끝날 때 차기작 계약을 하는데 (임성한 작가와) 현재 계약을 하지 않았다약속한 주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당혹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얘기가 기사화되어 일파만파 퍼져가자 임성한 작가의 소속사측에서 은퇴를 공식화한 것. 물론 수순은 이렇게 됐지만 소속사 말대로 임성한 작가가 본래부터 <압구정백야>를 끝으로 은퇴를 계획하고 있었을 수 있다. MBC 장근수 본부장의 발언은 이런 임성한 작가의 행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얘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에게 있어서 은퇴선언이라는 말이 합당한 지, 또 굳이 이렇게까지 공식화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작가는 절필을 한다면 모를까 은퇴라는 개념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안 쓰면 은퇴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굳이 은퇴라는 표현을 쓰는 데는 그만한 내막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MBC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가 해온 파행이 이제는 시청률로 덮고 가기에는 그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느끼는 상황이다. 막장드라마도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다 여겼지만 지난 <오로라 공주>처럼 이른바 데스노트가 나오는 정도의 파행을 겪고, 또 작가 퇴출 여론까지 생겨난 상황은 MBC로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자칫 MBC 드라마국 전체의 이미지를 깎아먹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임성한 작가는 시청률을 위해 막장의 끝까지 밀고 나갔다가 결국은 제 살 깎기를 한 셈이 되었다. 즉 제아무리 막장이라도 드라마를 파괴하는 수준으로는 가지 않았어야 한다. 제왕적인 작가가 자기가 만든 인물들이라고 자극을 위해 제 멋대로 유린하는 파행에 이제는 그나마 있던 시청자들조차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극은 더 큰 자극으로만 유지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죽어가는 인물들의 문제는 부메랑처럼 임성한 작가에게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임성한 작가가 스스로 은퇴를 한 것인지, 아니면 방송사에 의해 퇴출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벌어졌던 임성한 작가를 둘러싼 그 많은 잡음들과 논란들을 떠올려 보면 이런 결과는 당연히 예상될 수 있는 것이었다. 상식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방송사라면 굳이 이런 논란까지 부담으로 가져가면서 드라마를 만들 이유가 있을까.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광고 수익과 연결되지도 못하는 그런 시청률도 이제는 그리 효용가치가 없다 여겨질 것이다.

 

하여간 MBC와 임성한 작가의 밀월은 이걸로 끝장이 났다. 그 많은 캐릭터들이 어느 날 갑자기 픽 쓰러져 죽어버렸던 것처럼, 임성한 작가의 은퇴선언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튀어나왔다. 물론 이것으로 국내에 막장드라마가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막장이라는 드라마의 결말이 어떻게 된다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것이 은퇴를 공식 선언해도 퇴출이 아닐까 대중들이 생각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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