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의 멜로가 특별한 건 사제, 주종 케미를 가장해서다

환혼

“제가 무덕이를 많이 좋아합니다.” “지가 도련님을 진짜로 좋아해유.” tvN 토일드라마 <환혼>에서 장욱(이재욱)과 무덕이(정소민)는 그렇게 각각 송림의 총수 박진(유준상)에게 말한다. 둘 사이의 비밀이 무엇이냐고 각각 물어보며 만일 답변이 틀릴 시 무덕이를 죽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박진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각자 갖고 있던 음양옥을 꺼내 보이며 그렇게 말하자 박진은 실소를 터트리며 그들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 장면은 <환혼>이 장욱과 무덕이의 멜로를 그리는 특별한 방식이 들어있다. <환혼>은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을 절묘한 위기 상황과 엮어 드러낸다. 환혼인을 추적하며 장욱과 무덕이의 비밀을 캐묻는 박진 앞에서 두 사람은 피해나갈 묘수로서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털어 놓는다. 그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처럼 보이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아닌 척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죽도록 좋아한다는 말을 죽지 못해 자백”한 것처럼 꾸미지만, 실제로 무덕이 역시 장욱을 좋아하는 마음을 여러 차례 들킨 바 있어서다. 

 

무덕이 얼버무리며 자신의 속내를 숨기려 하자 장욱은 진지하게 속내를 꺼내놓는다. “스승님 죽어도 좋으면 버리지 않고 하던 거 계속 해도 됩니까? 제자가 죽을 결심을 할 땐 스승님도 함께 해야 된다고 했지? 난 죽어도 계속 할 거야. 그러니 우리 무덕이도 어렵게 자백한대로 계속해서 도련님을 죽도록 좋아해봐.” 그런데 그 말투가 존대와 하대를 넘나든다. 스승에게 하던 말투에서 하인에게 하는 말투로 넘어가는 것. 그건 사제 관계이기도 하고 주종 관계이기도 한 두 사람의 애매모호한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면서, 그것이 그저 가장하는 것일 뿐이라는 걸 말해준다. 실상은 연인 관계라는 것. 

 

<환혼>에는 이처럼 장욱과 무덕이가 어떤 위기상황에 놓였을 때 그간 사제이자 주종을 가장했던 관계를 뚫고 드러나는 실제 연인 관계의 스토리가 자주 등장한다. 천부관에 갇혀 죽을 위기에 처한 무덕이가 어찌된 일인지 수기를 빼내려는 환관으로부터 거꾸로 수기를 흡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러자 자신이 폭주한 줄 알고 다가오는 장욱을 무덕이가 막으려했을 때도 이런 멜로의 한 장면이 연출된다. “안돼. 만지지마 내가 폭주한 거면, 네가 나를 만지면 너는 수기를 빼앗겨 죽을 거야.” 하지만 그 말에도 불구하고 장욱은 무덕이를 꼭 껴안아준다. 그건 장욱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면서 무덕이가 폭주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장욱이 송림의 정진각 술사로 들어가고, 자격이 없는 무덕이는 송림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이른바 ‘송림하인선발대회’에 나가겠다며 장욱에게 던졌던 고지문에 대한 에피소드도 이들의 애틋한 관계를 에둘러 드러낸다. 결국 무덕이가 대회에 나가 하인으로 선발되고 송림에 들어오게 됐을 때 장욱은 무덕이가 던졌던 그 고지문을 꺼내 보이며 거기 담긴 의미를 자신이 읽었다고 말한다. “내가 이 짓을 해서라도 너를 꼭 보러 가겠다. 너만 볼 수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라는 것. 

 

그러자 무덕이는 애써 이를 부인하며 그 종이를 태워버린다. 하지만 장욱은 “이미 주고받은 게 태운다고 없어지겠냐”며 이렇게 말한다. “근데 스승님. 제자가 최근에 안 보이느 걸 읽는 걸 읽는 술법을 익혔습니다. 심서를 읽었다고 했잖아. 한번 보실래요? 보이지 않는 걸 읽을 땐 이렇게 집중해서 들여다 봐야 돼. 그리고 받을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거야. 무덕아.” 결국 장욱의 그 말에 무덕이는 속내를 들켜버린다. 그러자 장욱이 말한다. “읽혔다.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냐. 그저 숨기고 있는 거지.”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니다. 그저 숨기고 있는 것일 뿐. 아마도 <환혼>에서 장욱과 무덕이의 사랑이 이토록 애틋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점 때문일 게다. 사제와 주종을 가장해 숨기고 있지만 특정한 상황 속에서 저도 모르게 불쑥 불쑥 나오는 마음들과, 거부하려 해도 어쩔 수 없는 마음들이 서로를 향해 가는 것. 마치 음양옥이 서로 반응하듯 불이 켜지고 부인하려 해도 어쩔 수 없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게 되는 그 마음을 읽게 되는 것. <환혼>의 멜로는 그렇게 무심한 척 시청자들의 가슴을 툭툭 건드리고 있다. (사진:tvN)

살벌 누아르에 들어온 멜로 배우들, 그 반전의 시너지(‘빅마우스’)

빅마우스

빚에 쪼들리면서도 입만 열면 뻥뻥 허세를 터트리는 빅마우스(Big mouth) 변호사. 어쩌다 재벌가와 언론사 권력자들의 사건에 휘말리고, 하루아침에 희대의 사기꾼이자 마약왕으로 불리는 빅마우스(Big mouse)가 되어버린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변호사, 감옥에서 벌어지는 사투와 성장, 진실과 정의를 위한 복수극.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는 누아르 장르의 복수극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서사를 풀어 놓는다. 

 

뻔해 보이지만 이 복수극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는 건 여러 가지 흡인 요소들이 겹쳐져 있어서다. 일단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그렇고, 그 인물이 다름 아닌 권력자들에 의해 핍박받는 서민들이라는 점이 그렇다. 복수극이고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지만 <빅마우스>는 여기에 소시민들의 정서를 얹어 놓았다. 무엇보다 진짜 빅마우스가 누군가 하는 궁금증은 이 누아르에 강력한 추동력을 만든다. 벌써부터 누명을 쓴 변호사 박창호(이종석)의 아내 고미호(임윤아)와 장인인 고기광(이기영)이 진짜 빅마우스가 아니냐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전형적인 서사 구조를 갖고 있지만 드라마를 쫄깃하게 만드는 건 역시 능숙한 스토리텔링의 흥미진진함에서 나온다. 피와 살이 튀는 살벌한 누아르의 세계 속으로 뛰어 들어가지만 <빅마우스>는 리얼하게 그 세계를 그리기보다는 다소 이야기성이 가미된 허구라는 걸 슬쩍 슬쩍 꺼내놓으며 드라마를 풀어간다. 우리는 이 이야기가 비현실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이야기의 흥미로움에 빠져든다. 게다가 이런 현실과의 거리감은 박창호라는 인물이 겪는 잔혹한 상황들을 보는 것이 힘들 수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적당한 숨 쉴 여지를 만들어낸다. 

 

이를 테면 감옥에서 모든 걸 포기한 박창호가 아내에게 보험금을 남기기 위해 죽을 결심을 하고 조폭 두목과 희대의 사이코패스에게 시비를 거는 대목이 그렇다. 자신을 죽여 달라고 거는 시비지만 드라마는 그런 목숨을 거는 박창호의 ‘다이 하드’ 반전을 그려낸다. 즉 두목을 제끼고 사이코패스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 그건 과장되고 어찌 보면 코미디가 섞인 스토리지만 이런 허구가 힘겨운 상황에 놓인 박창호를 보고 있어야 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요소다. 

 

이런 스토리텔링의 여유는 아무래도 김하람 작가와 함께 이 작품의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공력이 더해져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조영>부터 <자이언트>, <기황후>, <배가본드> 같은 대작들을 주로 써오며 끝없이 상황을 뒤집는 스토리 운용에 탁월한 작가들이다. <빅마우스>가 가진 적당한 긴장감과 이완의 균형은 이 스토리를 너무 힘들지 않게 보게 만드는 운용의 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 흥미진진하게 만든 건 캐스팅이다. 누아르 장르와 이종석, 임윤아의 조합.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드라마는 첫 회에 이종석과 임윤아를 부부로 내세워 알콩달콩한 서민 멜로의 그림들을 채워 넣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민적인 멜로의 풍경들이 전제되면서, 하루아침에 파괴되어 버리는 그 서민의 일상이 더 리얼해졌다. 

 

이종석의 얼굴이 점점 피로 물들어가고, 멍과 상처로 가득 채워질수록 시청자들은 이 인물에게 연민을 느끼며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멜로가 어울릴 법한 이미지를 가진 임윤아의 얼굴에 점점 단호한 의지가 엿보일 때 시청자들 역시 그 마음에 동참하게 된다. 거대한 권력자들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지는 서민의 얼굴, 그것도 달달한 멜로가 어울릴 것 같은 선남선녀가 피가 튀는 진창에 빠져 몸부림을 칠 때 이 드라마는 오히려 강력한 동력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이종석과 임윤아가 자신들의 보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는데도 효과적인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라인을 좋아하는 작가들의 성향 상 향후 이들의 정체 또한 어떤 반전 모습을 드러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배우로서도 충분히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스토리 속 인물들인 셈이다. 

 

그래서 이종석과 임윤아의 캐스팅은 마치 살벌한 누아르 속에 들어온 평범한 서민 멜로의 주인공들 같은 반전의 시너지를 만든다. 다소 익숙한 스토리라인이 뻔하게 흘러가지 않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 끌게 만든 건 이 캐스팅에 묘수가 있었다고 보인다. 앞으로 이들은 어떤 변화된 얼굴로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와 소름을 안길까. 이미 깔려진 판만으로도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사진:MBC)

신무협 트렌드에 올라탄 tvN 토일드라마 ‘환혼’

우리에게도 ‘무협’이라는 장르는 익숙하다. 하지만 영상물로서 무협 판타지를 다루는 작품들은 대부분 중국 콘텐츠에서 많이 시도됐던 게 사실이다. tvN 토일드라마 <환혼>이 과감하게 펼쳐놓은 무협 판타지의 세계가 남다른 의미와 가치로 보이는 건 그래서다. 

환혼

홍자매가 가져온 신무협의 세계

우리에게 과거의 어떤 시공간을 배경으로 다루는 드라마는 주로 ‘사극’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즉 진짜 역사가 아니라고 해도 적어도 ‘조선시대’나 ‘고려시대’ 같은 시대적 배경을 담은 삶의 공간이 제시되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어떤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기대하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tvN 토일드라마 <환혼>은 작품의 시공간을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는 대호국’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여기에는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이 등장하고 이로 인해 ‘운명이 뒤틀린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환혼>은 대놓고 이 작품이 사극이 아닌 ‘무협 판타지’라는 걸 분명히 해놓고 시작한다. 이렇게 한 건, 워낙 최근에 ‘동북 공정’이니 ‘문화 공정’ 같은 역사 왜곡 논란들이 드라마 한 편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킨 전례들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즉 완전한 가상이고 상상의 산물이라는 걸 전제함으로써 이러한 논란의 빌미 자체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그러한 방어적인 선택만이 아닌 보다 공격적인 의지의 표명도 들어 있다. 그것은 주로 중국 콘텐츠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곤 했던 무협 판타지를 이제 우리도 본격적으로 해보겠다는 의지다. 사실 무협소설의 역사가 우리도 결코 짧지 않고, 최근에는 웹툰, 웹소설을 통해 이른바 ‘신무협’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우리에게도 무협 장르는 그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드라마 분야에서 무협 판타지가 많이 시도되지 않았던 건, 제작비, CG기술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어딘가 이 장르에 ‘중국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정서적 거리감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중국의 무협소설보다 우리의 무협소설이 훨씬 재밌다는 건 단지 ‘국뽕’의 차원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의 현실적인 배경 위에서 펼쳐지는 무협소설들은 바로 그렇게 때문에 중국보다 우리의 상상력을 더 무한하게 자극하는 면이 있다. 현실을 모르고 가본 적이 없어 하나의 상상의 세계로서 마음껏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최근 웹툰이나 웹소설의 ‘신무협’ 트렌드는 이러한 국적성 자체가 사라진 세계의 이야기가 적지 않다. 이들은 소림파 무당파 등이 등장하는 무협소설과 달리 몸을 바꾸거나 인생을 리셋하거나 시간을 되돌리는 판타지 설정 같은 것들이 더해진 특징을 갖고 있다. <환혼>은 바로 그런 신무협의 세계를 드라마로 가져왔다. 물론 홍정은, 홍미란 작가는 이미 이전부터 <쾌도 홍길동(2008)>에서부터 <화유기(2017)>에 이르는 액션 판타지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 <환혼>은 훨씬 더 과감하고 본격화된 무협 판타지를 내세우고 있다. 어찌 보면 많은 중국의 무협 판타지들 속에서 한국형 무협 판타지의 출사표를 던지는 듯한 과감함이 엿보인다. 

 

혼을 바꾸는 설정, 그래서 만들어진 신박한 스토리

많은 판타지물들이 그렇지만 <환혼> 역시 ‘혼을 바꾼다’는 하나의 판타지 설정이 다채로운 스토리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일단 주인공 장욱(이재욱)이 가진 출생의 비밀이 바로 이 설정에서 비롯된다. 환혼술을 알게 된 장강(주상욱)에게 병든 선왕 고성(박병은)이 자신과 7일간만 혼을 바꿔달라 요구하고 그렇게 환혼술로 장강의 몸에 들어간 왕이 장강의 아내인 도화와 동침해 장욱이 태어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한 장강은 태어난 아들 장욱의 기문을 막아 술법을 배우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런데 기문이 막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장욱에게 나타난 희망이 바로 무덕이(정소민)다. 무덕이는 실제로는 물 한 방울 튕겨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초절정 살수 ‘낙수(고윤정)’가 부상을 입은 후 환혼한 인물이다. 낙수와는 정반대로 기력 하나 없는 무덕이는 어쩌다 장욱의 몸종으로 들어가지만, 장욱은 그가 낙수라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그를 자신의 막힌 기문을 뚫어줄 사부로 삼는다. 그래서 이 관계는 복합적으로 뒤얽힌다. 겉으로 무덕은 장욱의 몸종으로 이들은 주종관계를 이루지만, 실제로는 장욱이 무덕의 제자가 되는 사제관계가 생겨난다. 무협 판타지지만 홍자매 특유의 로맨틱 코미디가 가미된 작품은 그래서 이 관계의 비틀어짐에서 만들어지는 웃음과 그러면서 점점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달달함까지 더해진다. 

 

물론 무협의 핵심일 수밖에 없는 ‘성장스토리’는 이러한 관계의 재미라는 구슬들을 하나로 꿰는 실이다. 무덕이는 기문이 막혀버린 장욱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시켜주는데, 그 방식은 그들이 함께 벼랑 끝에 서는 것이다. 죽을 위기에 처하게 함으로써 조금씩 어떤 한계를 넘어 성장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떠올리게도 만든다. 무한한 잠재성과 가능성을 가진 청춘들이지만 기성세대들에 의해 꼬인 현실 속에서 그 꿈과 능력을 제대로 펼쳐나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그 설정이 그렇다. 물론 이런 한계를 넘어 한 단계씩 성장하는 인물의 이야기는 RPG 같은 게임에 익숙한 세대들이 좋아할 수 있는 포인트다. 

 

보다 깊은 질문들까지 던질 수 있을까

이러한 다양한 장점들과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들이 효력을 나타내면서 <환혼>은 최고 시청률 7.0%(닐슨 코리아)를 넘겼고 높은 화제성도 기록했다. 파트1, 파트2로 나뉘어진 작품으로 파트1이 20부로 편성되었고 이미 촬영을 마쳤으며, 최근 파트2 촬영에 들어갔다고 한다. 보기보다 <환혼>이 대작이라는 의미다. 

 

톡톡 튀는 대사와 흥미진진한 설정이 만들어내는 신박한 관계의 재미가 이런 결과들을 만들어냈지만, <환혼>은 시작부터 여주인공 교체로 말이 많았던 작품이다. 본래 박혜은이 캐스팅되었지만 부담감을 이유로 하차했고, 대신 정소민이 그 역할을 맡았다. 다행스러운 건 정소민이 몸종과 사부 나아가 연인의 면면을 오가는 결코 쉽지 않은 연기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시즌2 촬영에 들어가면서 또다시 여주인공 교체 이슈가 떠올랐다. 시즌2에는 정소민이 아닌 본래 낙수 역할을 했던 고윤정이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소식이다. 아마도 이건 ‘환혼’이라는 이 드라마의 설정으로 인해 낙수가 제 몸을 찾아가거나 회복하는 새로운 스토리로 인해 나온 이야기일 듯싶다. 

 

하지만 이런 이슈들 속에는 ‘환혼’이라는 혼이 바뀌는 설정이 뒤로 갈수록 관계들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겨 있다. 즉 무덕이만 봐도 그 몸은 진요원을 이끄는 진호경(박은혜)이 잃어버린 첫째 딸로 추정되고, 그 몸에 혼으로 들어간 낙수는 진무(조재윤)에게 속아 살수로 키워진 인물이다. 이렇게 인물의 정체가 ‘환혼’이라는 설정 때문에 복잡해질 수 있고, 자칫 ‘출생의 비밀’ 같은 ‘정체의 비밀’ 코드 활용에 빠져들 수 있다. 정작 이렇게 혼을 바꿔 삶을 연장하거나 어떤 욕망을 취하려는 이들의 파국이 담아내려는 메시지가 흐려질 수 있다. 요컨대 마치 옷을 바꿔 입듯 혼을 바꾸는 잔재미(?)에 빠지다보면 보다 깊은 드라마의 질문들이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진짜 한국형 무협 판타지가 중국의 그것들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려면 이러한 판타지 설정의 함의하고 은유하는 묵직한 메시지까지를 이 발랄한 드라마가 담아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장르적 묘미를 충분히 즐기면서도, 그 여운이 오래 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글:매일신문, 사진:tvN)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법무법인 한바다에 입사해 갖가지 변호를 맡으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드라마다. 자폐라고 하면 과연 사회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 그것이 어려울 수는 있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우영우는 자폐지만, 다른 변호사들은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시선이나 접근방식으로 소송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능력을 보여준다. 

 

물론 우영우라는 인물이 모든 자폐 장애를 가진 이들을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이들 중 극히 일부인 서번트 증후군을 갖고 있는 인물이고 그래서 천재적인 기억력의 소유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굿닥터> 같은 드라마나 <그것만이 내 세상> 같은 영화가 그렇듯이,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인물들을 주로 주인공으로 삼는 콘텐츠들이 자폐를 너무 그런 이미지로만 그려내는 건 우려되는 지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래도 작품 안에 자폐인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주인공의 목소리를 빌어 전하는 노력도 빼놓지 않고 있다.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 같은 대사가 그 사례다. 

 

중요한 건 이 드라마가 자폐 스펙트럼 같은 장애를 가진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 수석졸업에 변호사 시험 성적 천오백 점 이상을 받은 인재지만 자폐 스펙트럼이 있다는 이유로 로펌들로부터 입사를 거부당한다. 이것이 실제 현실일 터였다. 하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드라마로서의 판타지를 통한 어떤 새로운 비전을 선택한다. 모두가 받아주지 않은 우영우를 법무법인 한바다가 받아준 것. 아마도 한바다가 아니었으면 자폐를 갖고는 있지만 그 잠재력은 거의 고래만큼 거대한 우영우라는 변호사는 작은 수족관에서 ‘보호’라는 미명하에 갇혀 아무도 모르는 생애를 버텨내야 했을 게다. 드라마는 이러한 자폐를 가진 우영우가 가진 꿈과 희망을 거대한 대양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고래로 은유해 그려낸다. 그러고 보면 고래는 바다에서 살아가는 포유류라는 다소 이질적인 존재다. 한바다로 대변되는 세상은 과연 우영우라는 고래를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게 해줄까. 

 

장애는 불편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집이나 요양원 같은 세상과 유리된 곳에서 그들끼리 버텨내야 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생산성의 관점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장애를 가진 이들을 세상에서 밀어내며 마치 그런 존재는 없는 것처럼 치부하는 사회는 어떨까. 그런 사회 자체가 장애를 가진 사회가 아닐까. 

 

돌봄 노동의 관점으로 보면 우영우의 부모에게서는 우리 사회가 장애 같은 돌봄의 대상을 바라보는 양극단의 관점이 엿보인다. 즉 우영우가 이렇게 잘 자랄 수 있게 해준 건 늘 옆에서 든든하게 챙겨주고 세상에도 나갈 수 있게 해준 아버지 우광호(전배수)의 돌봄이 존재했다. 하짐나 다른 한편으로 우영우의 엄마는 우영우를 버렸다. 아마도 잘 나가는 로펌의 대표일 것으로 추정되는 우영우의 엄마는 왜 그를 버렸을까. 거기에는 마치 그런 존재 자체가 없는 것처럼 치부하고픈 우리 사회의 장애나 돌봄을 바라보는 관점이 투영되어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장애를 가진 이들이 세상과 유리된 곳이 아닌 사회 속에서 그 구성원이 되어 함께 살아갈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역시 가장 중요한 건 편견 없는 시선이다. 장애가 함께 생활하는데 있어 불편한 일들을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능력하다거나 함께 지낼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시선이 그것이다. 우영우를 법무법인 한바다로 받아들인 한선영(백지원) 대표가 그 편견을 버리고 우영우의 길을 열어줬다면, 그와 동고동락해야 하는 정명석(강기영) 같은 상사는 갖고 있던 편견을 함께 생활하며 조금씩 바꿔 나간다. 그는 “그냥 보통 변호사들한테도 어려운 일이야”라고 이야기했다가 “하, 미안해요. 그냥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좀 시례인 거 같다”고 사과할 줄 아는 인물로 그려진다. 물론 우영우 옆에는 늘 곁을 챙겨주는 우광호 같은 아버지도 있고 둘도 없는 절친 동그라미(주현영) 같은 친구도 있다. 물론 같은 신입 변호사로서 사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권민우(주종혁) 같은 인물도 있지만, 최수연(하윤경)처럼 로스쿨 때부터 따뜻하게 우영우를 배려해주고 도왔던 인물도 있다. 장애를 가졌지만 우영우가 세상 밖으로 나와 이렇게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러한 주변 인물들의 편견 없는(적어도 편견을 깨닫고 바꾸려는) 시선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질문하게 된다. 과연 진짜 장애란 무엇인가. 우리의 삶 자체가 누군가의 ‘돌봄’으로 시작해 ‘돌봄’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장애요소를 갖고 있다는 걸 떠올려 보면 마치 그건 남의 일이며 내게는 벌어지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활동하고 경제생활을 하는 이들(혹은 시기)만을 정상으로 바라보고 그 바깥을 비정상 혹은 아예 없는 것처럼 치부하는 사회야말로 장애를 가진 사회가 아닐까. 

 

한때 시선 안에 두는 것조차 불편해하며 시선 바깥으로 밀려났던 장애를 포함한 모든 ‘돌봄의 대상’들이 이제 우리의 시선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된 다운증후군 배우 정은혜가 그렇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리고 있는 우영우라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가 그렇다. 이들과 눈을 맞추고 편견 없이 바라봐주며 마음도 나눌 수 있는 장애 없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물론 쉬운 현실은 아니지만, 장애란 결국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겪을 수밖에 없는 불편함일 뿐,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는 걸 이제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이데일리,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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