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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과 나의 골목길나의 K오딧세이 2025. 1. 18. 11:28
달리는 속도에서 걷는 속도로급한 일이 없는 날이면 약속장소에 늘 30분 정도 일찍 나간다. 서촌이나 북촌, 인사동, 종로에서 주로 약속을 잡는데 그곳 골목길들을 걷는 게 재미있어서다. 30분 정도 먼저 도착해 골목길들을 슬슬 걸어 다니며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은 카페와 음식점들로 가득 채워져 말 그대로 인파가 몰리는 익선동 골목도 7,8년 전만 해도 한옥의 처마를 그늘 삼아 슬슬 걷기 딱 좋은 길이었다. 비 오는 날 우산 하나 들고 그 길에 들어서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순간 도시 한 복판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아늑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에는 그 골목길에 '거북슈퍼' 하나가 달랑 있었는데, 비 오는 날 그 가맥집에서 병맥주를 마시며 빗소리를 듣는 기분이 그만이었다. 물론 거북슈퍼가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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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 한 발짝 물러나며 어른이 되어가는이주의 인물 2025. 1. 18. 11:12
‘하얼빈’의 안중근 의사로 돌아온 현빈의 어른이 되는 과정영화 ‘하얼빈’은 끝없이 펼쳐진 꽁꽁 얼어붙은 강 위를 걸어나가는 안중근(현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영화 ‘듄’을 촬영했던 카메라 ARRI 65에 담겨진 광활한 압도적인 광경 속에 홀로 걸어가는 안중근의 모습은 너무나 외롭고 고독하며 힘겨워 보인다. 영화 속에서 안중근은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 큰 정신적인 고통을 감내하는 중이다. 신아산 전투에서 ‘만국공법’을 지켜야 한다며 풀어준 적장 때문에 동료들이 희생되는 사건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기하고픈 마음에 얼음바닥에 눕기도 하지만, 그는 끝내 일어나 다시 그 얼음 위를 걸어나간다. 그 때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안중근의 목소리는 그가 무엇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는가를 드러낸다. “그 순간에 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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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이 현 시국에 읽히는 방식대중문화 비평 2025. 1. 18. 11:08
“모든 걸 포기하고 죽으려 했습니다. 죽은 동지들의 참담한 비명이 귓가를 맴돌고 눈앞을 떠돌았습니다. 그 순간에 깨달았습니다. 나는 죽은 동지들의 목숨을 대신하여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해야할 일을 알았습니다. 대한제국을 유린하는 일본 늑대의 우두머리, 늙은 늑대를 반드시 죽여 없애자고.” 우민호 감독의 영화 ‘하얼빈’은 이러한 내레이션과 함께 죽은 줄 알았던 안중근(현빈)이 꽁꽁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살아돌아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관에서 봐야 그 압도적인 스케일이 느껴질 법한 그 광경은 실제 두만강의 풍경은 아닐게다. 칼바람이 불어오는 얼음 위를 홀로 걸어나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오한이 들 것 같은 느낌으로, 그 곳을 걷는 이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마음은 지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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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뭐든 살려내는 연기 살림꾼이주의 인물 2025. 1. 13. 17:35
‘나의 완벽한 비서’의 이준혁이 자극하는 판타지‘살림’이나 ‘비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는 저도 모르게 여성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가부장적 시대를 거치며 오래도록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우리도 모르게 갖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성 역할 고정관념은 깨지고 있다. 드라마만 봐도 그렇다. ‘소년심판’ 같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성 판사가 그렇고, ‘낭만닥터 김사부’에 등장하는 남성 간호사처럼 한때 판사하면 남성을 간호사 하면 여성을 떠올리던 고정관념을 깨는 인물들이 최근에는 일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의 완벽한 비서’는 이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다. 제목에 등장하는 ‘비서’는 다름 아닌 이준혁이 역할을 맡은 유은호라는 남성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 유은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