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단순 선악, 사이다·고구마를 넘는 이야기의 매력

 

권선징악 따위는 없다. 애초 선악의 구분이라는 게 애매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니까.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에서 28년 전 하얀밤 마을의 참사를 일으킨 인물이 어린 도정우(남궁민)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당시 음식물에 약을 탔고, 그 약으로 인해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킨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런 참사를 일으킨 도정우는(그것도 어린아이였다) 과연 괴물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가 그런 일을 벌인 건, 하얀밤 마을에서 은밀하게 벌어졌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체실험 때문이었다. 인간의 능력을 한계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약물을 실험했던 그들에 의해 무수히 많은 아이들이 희생됐다. 도정우는 그 실험으로 인해 보통 사람과는 다른 능력을 갖게 됐지만, 동시에 뇌질환에 시달리는 시한부 인생이 됐다. 그러니 도정우라는 괴물을 탄생시킨 건, 저 하얀밤 마을에서 인체실험을 했던 괴물들이었다. 

 

게다가 그 하얀밤 마을의 참사 이후에도 백야재단은 여전히 그 실험을 계속 하고 있었다. 재단 사람들은 그 실험으로 여전히 실존하고 있다는 100살이 넘은 각하라는 존재와, 대통령 비서실장 같은 권력자들이다. 그래서 이들과 싸우는 도정우를 그저 괴물이라 치부할 수는 없다. 더 거대한 괴물이 저 앞에 있고, 도정우 같은 괴물이 아니면 이 막강한 힘을 가진 이들을 대적할 수 있는 인물도 없기 때문이다. 

 

<낮과 밤>에서 도정우라는 인물은 그 위치가 선인지 악인지, 괴물인지 혹은 슈퍼히어로인지 애매하다. 그는 특수팀 팀장이면서도 경찰에 쫓기는 범죄자이고, 백야재단과 관련된 인물들을 대적하고 처단하는 인물이면서도, 그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인물이기도 하다. <낮과 밤>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그 무엇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인물과 상황들이 존재한다는 걸 담고 있고, 그것은 도정우라는 인물을 통해 형상화되어 있다. 

 

그래서 <낮과 밤>은 쉽게 어떤 대결구도를 보여주지 않고, 천천히 에둘러 가며 그 대결구도의 실체를 드러낸다. 처음에는 도정우가 선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로서 연쇄 예고 살인을 벌이는 악과 대적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그것에 도정우가 가담되어 있었다는 사실과 그가 과거 하얀밤 마을의 생존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통해 그 선명했던 선의 위치를 흐릿하게 만든다. 그리고 도정우, 제이미(이청아)와 함께 하얀밤 마을의 세 번째 생존자인 문재웅(윤선우)이 실제 연쇄 예고 살인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걸 밝히면서 과거 28년 전의 비극을 일으킨 인물이 도정우일까 문재웅일까를 추측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도정우가 그 괴물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이렇게 선과 악을 오가는 과정들을 조금씩 풀어내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스릴러 장르가 갖는 궁금증을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 작품이 하려는 '경계의 모호함'이라는 주제의식을 드러내기 위함이기도 하다. 도정우라는 인물을 통해 갖게 되는 공포와 연민의 교차와, 살벌한 괴물과 악을 처단하는 영웅을 오가게 하는 반전의 과정들이 그 주제의식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물을 모호하게 세우는 설정이나 주제의식은 사실 그 복잡성 때문에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최근 들어 시청률이 보장되는 드라마들이란, 간단히 사이다-고구마 드라마라고 표현되는 그런 드라마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이분법적으로 사이다다 고구마다 이렇게 단순히 나누는 세태는 드라마가 가진 다양한 재미와 의미들을 간과하고 무시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세상 일이 어찌 사이다·고구마로 나뉠 정도로 단순할까.

 

아마도 SBS <펜트하우스> 같은 드라마가 바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사이다와 고구마로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작품일 게다. 개연성조차 파괴된 세계에서 작가가 자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고구마와 사이다의 자극적인 밀당으로 시청률을 얻어가는 드라마. 그래서 이런 드라마에 중독되기 시작하면 사이다 혹은 고구마의 단순 이분법적 세계로 드라마를 보고 요구하는 퇴행적인 시청패턴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낮과 밤>의 모호함이 가진 가치는 오히려 크다. 도정우 같은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야말로 보다 실체적인 현실에 맞닿아 있다 여겨지기 때문이다. 세상 일이 어찌 사이다, 고구마로만 양분될 정도로 단순할까. 시청률 4%를 내는 <낮과 밤>이 무려 28% 시청률을 내고 시즌1을 종영한 <펜트하우스>보다 가치 있는 이유다.(사진:tvN)

'펜트하우스' 시즌2에서 이지아는 과연 예상대로 재등장 할까

 

무언가 시원한 사이다 복수극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시즌1 마지막에 고구마 만 개는 먹은 듯한 결말에 뒷목을 잡았을 법하다. 그토록 매회 매분 소리를 지르고 악다구니를 쓰며 머리채를 잡고 싸우고, 심지어 칼로 찌르고 불을 지르고 시체를 유기하는 등 별의 별 사건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악마 같던 헤라팰리스 사람들은 모두가 건재했다. 다만 그들과 대항하거나, 복수를 꿈꿨거나 혹은 약간의 양심의 가책으로 흔들렸던 이들만 무너졌다.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던 학생 민설아(조수민)가 일찌감치 죽었고, 그가 자신의 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복수를 꿈꿨던 심수련(이지아)도 주단태(엄기준)의 손에 칼을 맞았다. 

 

젊은 날 돈과 권력의 힘으로 모든 걸 앗아가 버렸던 천서진(김소연)에 대한 복수를 꿈꿨던 오윤희(유진)는 자신이 민설아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주단태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한때 믿고 따랐던 언니 심수련을 자신이 살했다는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죽은 민설아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국내로 들어와 주단태를 무너뜨리려 했던 로건 리(박은석) 역시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결국 <펜트하우스> 시즌1은 이 드라마가 처음 시작했던 헤라팰리스의 그 풍경으로 돌아갔다. 오윤희의 공판이 있던 날, 이들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파티를 즐겼다. 애초 이들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꿈꿨던 시청자들은 작가가 후려친 뒤통수에 얼얼함을 느끼며 시즌2를 봐야할지 아니면 더 이상 작가의 영악한 놀이에 휘둘리는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김순옥 작가는 마지막에 이르러 갑자기 할리우드 탈옥 범죄물을 연상시키는 너무나 작위적인 설정으로 시즌2에 대한 떡밥을 던졌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이송되던 오윤희를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로건 리가 구해내 납치하고, 심수련을 죽인 죄를 물었던 것. 오윤희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는 걸 강변하며, 로건 리가 든 날카로운 송곳을 자신의 목에 스스로 찍었다. 

 

물론 이런 장면으로 오윤희가 사망했다고는 이제 시청자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당연히 그는 죽지 않고 시즌2로 돌아와 못다한 복수극을 이어갈 것일 테니 말이다. 여기에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 심수련 또한 시즌2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그것은 기대감이 아니라, 김순옥 월드라면 그럴 거라는 허탈감과 조롱이 섞인 시청자들의 갖가지 상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펜트하우스> 시즌1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이제 개연성 없는 이 세계에서는 작가의 의지에 따라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보여준 어떤 내용들이 그렇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을 거라는 어떤 결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대신 김순옥 작가가 이전에 해왔던 막장드라마들 속의 기상천외하고 작위적인 방식들을 떠올리며 시즌2를 예상한다. 

 

죽은 심수련이 다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갖가지 시청자들의 예상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심수련이 아예 죽지 않았거나(그렇게 꾸며졌을 뿐), 심수련을 닮은 쌍둥이가 있거나, 심지어 점 하나 찍고 돌아올 것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예상들을 내놓는다. 

 

그래서 만일 이런 예상대로 시즌2에 심수련이 어떤 방식으로든 부활한다면 그건 <펜트하우스>라는 드라마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개연성이 없어 작가 마음대로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작위적인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세계. 그 민낯을 과연 시즌2는 예상대로 드러낼 것인가. 또한 그런 민낯을 이미 다 알고 있고 심지어 시즌1의 마무리를 통해 허탈하게 확인했음에도 시청자들은 이제 김순옥이니까 가능한 무개연성의 세계를 인정하며 받아들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SBS)

'싱어게인', 무명마저 뚫고 나오는 노래의 힘이란

 

JTBC 오디션 <싱어게인> 3라운드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잔인한' 매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그건 2라운드로 진행됐던 팀 대결에서 한 팀이었던 이들을 고스란히 대결상대로 세워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잔인한' 대진표는 팀으로 뭉쳤을 때부터 예고된 면이 있었다. 왜냐하면 비슷한 장르나 성향을 가진 이들이 2라운드 팀 미션에서 팀으로 묶였기 때문에, 1대1 대결 역시 그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을 세워 비교하는 것이 공정(?)할 수 있어서다. 

 

지난 회에서 이문세의 '휘파람'을 자신만의 감성적인 발라드로 소화해내 주목을 받았던 63호 가수와, 이효리의 'Chitty Chitty Bang Bang'을 선곡해 서태지를 소환시킬 정도의 파격으로 '족보 없는 무대'의 매력을 보여줬던 30호 가수의 대결은 그래서 잔인함 그 이상이었다. 둘 중 누군가를 떨어뜨린다는 게 시청자들에게는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어서였다. 

 

이런 대진의 잔인함은 이번 회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연어장인 20호 가수와 거의 CD를 튼 것 같은 완벽한 가창력을 구사하는 19호 가수의 대결이 그랬고, 무엇보다 '장발 라인'으로 거칠지만 깊은 감성을 노래에 담는 10호 가수와 헤비메탈의 극강 고음으로 소름 돋는 무대를 선보인 29호 가수의 대결이 그랬다. 또한 2라운드에서 묶여진 팀 그대로 팀 대결을 벌인 '아담스'와 '너도 나도 너드'의 대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싱어게인>은 기묘한 관전 포인트가 생겨나고 있다. 애초 '○호 가수'라 부름으로써 '무명가수'로서의 탈출을 목표로 하던 프로그램에 이제 시청자들은 이름 대신 그들의 무대를 원하고 있어서다. 사실 '무명가수'라는 타이틀은 이미 무색해진 상황이다. '○호 가수'라 방송에서는 소개되지만, 그 순간 인터넷에는 그의 실명이 거론되며 그가 어떤 가수였던가에 대한 이력들이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가리면 가릴수록 더 궁금해지고, 그래서 시청자들이 알아서 검색하고 찾아보면서 이 무명가수들의 실체는 더더욱 그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제 '○호 가수'라 불리던 이들의 이름이 공개되는 순간을 그다지 바라지 않는다. 그건 그 가수가 이제 진짜로 탈락하는 순간이고, 그 가수의 또 다른 무대를 볼 수 없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슈퍼어게인'으로 탈락의 위기에 처한 가수가 '이름을 겨우 밝히지 않고' 구제되는 순간 시청자들이 안도감을 느끼게 된 건 그래서다. 29호 가수가 탈락 위기에 놓였을 때 이선희 심사위원이 슈퍼어게인 카드를 썼을 때가 그렇고, 그와 대결해 졌지만 역시 다음 무대를 계속 보고프게 만들었던 10호 가수가 이름을 밝히고 탈락할 위기 상황에 처하자 이혜리가 슈퍼어게인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가 그렇다. 

 

결국 <싱어게인>이 보여주는 이 새로운 관전 포인트는 그 자체로 무명까지 뚫고 나오는 노래의 힘을 말해주고 있다. 시청자들은 어느새 이들의 이름이 밝혀지기보다는 좀더 그들의 무대를 보고 싶어 하게 됐다. 그리고 이건 어쩌면 무명가수들이 진짜 원했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단지 이름이 아니라, 어떤 노래와 무대로 기억되는 이름으로 남는 것.(사진:JTBC)

'아카이브K', 대중음악사를 재정립하는 게 왜 필요한가 하면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이하 아카이브K)>는 그 제목에서부터 야심이 느껴진다. 기록을 보관한다는 의미의 '아카이브'는 이 프로그램이 소재로 다루는 대중음악의 지워져 가는 기록과 역사들을 찾아내 보관해내겠다는 뜻이 담겨 있고, 거기에 붙여진 'K'는 한국대중음악사에 있어서 이 아카이브가 어떤 대표성을 띨 수 있을 만큼을 지향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은 제작진이 2년여에 걸쳐 만난 대중음악인 총 207명을 통한 증언과 인터뷰가 그 밑바탕이 되어 있다. 인터뷰 분량만 총 1만 5000분을 넘는다고 한다. 아마도 <아카이브K>라는 제목이 가진 무게감만으로도 이런 사전 준비는 당연했을 거라 여겨진다. MC를 맡은 성시경이 말하듯, 역사를 위한 박물관, 미술을 위한 미술관, 문학을 위한 도서관이 있지만 대중음악을 위해 갈 수 있는 곳이 딱히 없다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의 존재 근거가 되어준다. 한국 대중음악사를 다시 끄집어내 기록하고 보관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무수히 많은 아카이브 박스들이 가득 채워진 스튜디오에서 첫 번째 끄집어내진 주제인 '발라드'는 그래서 1980년대 중반 팝 중심이던 우리네 시장을 가요로 바꾼 이문세를 기점으로 변진섭, 신승훈, 조성모 등으로 이어지는 발라드 계보를 다뤘다. 다음 주에는 그 계보를 잇는 백지영, 이수영, 임창정, 김종국, 성시경 등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첫 회에서 특히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이문세와 고 이영훈의 음악에 담긴 가치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던 대목이었다. 이문세가 작곡가이자 작사가인 이영훈을 만나 작업한 <이문세 3집>에 들어 있던 '난 아직 모르잖아요', '소녀', '그대와 영원히' 같은 주옥같은 곡들이 가진 아름다운 멜로디는 아마도 대부분의 대중들이 모두 공감하고 알고 있는 부분일 테지만, 이 날 주목한 건 이영훈이 쓴 시에 가까운 가사였다. 

 

이문세가 이영훈을 '시인'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다시금 들여다보니 그가 쓴 가사들은 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깊이를 담고 있었다. 이영훈의 아들 이정환은 아버지가 특히 "가사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이셨고 가사를 가장 어려워하셨다고 술회했다. 그 말은 이날 게스트로 나온 임창정의 말처럼 놀라운 이야기였다. "가사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에 더 소름끼쳐. 멜로디가 나는 더 좋거든."

 

'사랑이란 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 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넘쳐.' 같은 '옛사랑'의 가사는 시의 한 구절 같은 울림이 있는 가사였다. 그 가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김이나 작사가는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같은 표현이 1인칭 시점으로 혼자만의 고독을 잘 표현해냈다는 걸 짚어냈다. 

 

사실 <아카이브K>는 그 기획의도가 너무 커서 이것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압축할 때 조사한 분량만큼 많은 걸 보여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발라드'라는 주제로 시작한 프로그램에서도 우리는 거의 한 회분을 채워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문세와 이영훈의 이야기를 단 몇 곡과 이야기로 풀어낸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국의 대중음악사를 전체적으로 관망하고(모든 걸 담아내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다시 음악을 듣는 일이 중요한 건, 이 일이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카이브K> 첫 방에서 특히 이영훈의 가사가 남다른 울림으로 남은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이영훈의 가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건, 가사의 깊이와 울림이 점점 자극적인 비트와 박자 속에서 흐려져 가는 현 우리네 가요계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 

 

<아카이브K>는 물론 그 어마어마한 제목의 크기만큼을 모두 담아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네 대중음악에도 역사라 부를 수 있는 흐름들이 존재했고, 그 흐름 위에 현재의 우리네 가요가 서 있다는 걸 관통해보는 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그건 또한 무심코 듣던 음악들을 다시금 새롭게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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