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의 반전, <진짜사나이>가 꺼낸 그의 진면목

 

사랑이 야속하더라-” 눈을 희번덕거리며 과장해서 부르는 김영철의 하춘화 모창 개인기는 군대에서도 빵빵 터졌다.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엉뚱하게도 가장 잘하는 개인기를 하겠다며 부른 그 모창은 왠지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군대 생활관이란 환경 때문에 더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다. 역시 <진짜사나이>라는 군 체험 관찰 카메라에 들어왔어도 김영철은 김영철이라는 생각이 들 즈음, 그의 새로운 면면들이 조금씩 드러났다.

 

'진짜사나이2(사진출처:MBC)'

가만히 있어도 하얀 이빨이 드러나는 구강구조는 군대 체험의 고난에 최적화(?)된 그를 상징하는 것만 같았다. 특별히 관리해주겠다는 군관들은 그의 저질체력을 끝없이 시험했고, 어떻게든 버텨보려 안간힘을 쓰며 윗몸일으키기를 하다 괄약근의 힘이 풀어져 풀풀 새는 방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의외로 김영철은 생활관에 처음 들어가는 순간부터 빠릿빠릿한 눈치를 보여주었다. 40대 후반의 나이에 군 체험에 합류한 아버님 임원희가 등 떠밀려 노란 모자를 쓰고 선임이 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때, 그럼에도 신발이 자기 사이즈에 안 맞는다며 투덜대는 병사들에게 대충 끼워 넣어라고 얘기하는 그였다.

 

군 생활은 눈치가 반이라고 했던가. 그의 비상한 두뇌는 훈련 과정을 되묻는 교관에게 척척 정답을 알려줄 만큼 팽팽 돌아갔다. 하지만 그런 두뇌와 상반된 몸은 그를 자꾸만 허당으로 만들었다. 체력훈련을 하면서도 엉뚱하게 과한 리액션이 나오는 그 모습은 군대의 각과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천상 개그맨의 몸이라는 걸 증명해줬다. 뭘 해도 어설픈 동작이 주는 몸 개그에 최적화된.

 

하지만 화생방 훈련에 들어가자 김영철은 이런 호들갑과는 사뭇 다른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치 도를 닦듯 CS탄의 그 매캐함을 버텨내는 모습은 한 마디로 반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못가 그는 역시 개그맨의 피가 흐른다는 걸 여지없이 드러냈다. 빼든 정화통을 다시 끼우라는 얘기에도 구멍을 찾지 못해 엉뚱한 곳에 대고 돌리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했지만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사실 김영철 하면 하춘화 모창이 거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토록 반복되어 이제 식상할 만도 한 하춘화 모창이 <무한도전>물회로 패러디되었을 때도 역시 김영철은 모창이라는 식의 등식이 만들어졌다. 물론 거기에 덧붙여 어울리지 않는 영어실력은 그가 이외에도 다양한 반전요소를 가진 존재라는 걸 암시하게 했다. 그리고 <진짜사나이>는 그의 또 다른 모습을 끄집어내준 프로그램이 되었다.

 

개인기는 요즘 같은 관찰카메라 시대에는 그다지 불필요한 예능의 덕목이 되었다. 대신 필요해진 건 그 사람이 가진 진면목의 매력 그 자체다. 아마도 <진짜사나이> 같은 군대라는 한계상황에 들어갔기 때문일 게다. 김영철에게서 의외의 인간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생활관에 돌아와 동료들에게 잠시라도 웃음을 주기위해 하는 말과 행동에는 물론 개그맨의 피가 느껴지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건 동료애다. 그는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람은 역시 깊게 들여다봐야 그 진면목이 보인다. <진짜사나이>가 우리가 그간 봐왔던 연예인의 또 다른 면을 잘 끄집어내는 건 그 환경이 인물의 성격과 성향 태도 같은 것들까지 속속들이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정겨운 같은 인물이 그토록 훈훈한 웃음을 주는 동네형 같은 인물일 줄 누가 알았으랴. 그런 점에서 <진짜사나이>는 김영철의 개그맨 기질을 보여주면서도, 그 껍질을 하나 벗겨 괜찮은 그의 심성을 들여다보게 해준 면이 있다. 개인기로만 보이던 그에게서 드디어 진정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이어트는 이벤트일 뿐, <개콘> 특유의 웃음 찾아야

 

한때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들은 방영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대중들의 화제에 올랐다. 일요일밤의 개그 코너에 대한 이야기로 월요일 무거운 출근길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도 있었다. <개그콘서트>가 때론 날리던 현실에 대한 풍자 섞인 한 방은 서민들의 답답한 속을 풀어주었다.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콩트 코미디가 아니라 대중들과 함께 나누는 소통의 장처럼 여겨졌던 건 그래서다.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하지만 이런 얘기는 어느 순간 옛말이 되어버렸다. 코너들은 현실 풍자를 잃어버렸고 흔하디흔한 남녀 간의 심리나 연애담을 소재로 끌어들였고 유치한 유행어들을 반복하는 매너리즘을 보였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외모 개그가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이루려는 노력보다는 표피적인 웃음에 머물고 있는 인상을 주었다. 시청자들은 이렇게 달라진 <개그콘서트>에서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개그콘서트>가 가진 화제성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건 현재 이 프로그램이 처한 위기를 잘 보여준다. 최근 <개그콘서트>의 가장 뜨거운 코너는 라스트 헬스보이. 과거에도 했었던 헬스보이라는 코너를 다시 가져왔다. 김수영이 8주 동안 47킬로를 감량하는 모습에서는 이 코너가 가진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그 모습은 놀랍기도 하고 때로는 초고도 비만이 고도 비만이 됐다는 식으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최근 방영된 이 코너에는 머슬마니아겸 모델인 이연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 김수영이 운동을 하는 것이 너무 괴롭다고 토로하자, 트레이너로 이연을 데려와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연출했던 것. 방송이 나간 후 이연은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만들었다. 세간의 관심은 이연의 몸매에 집중되었다.

 

그런데 이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조금은 정통의 콩트개그 코드와는 결을 달리하는 라스트 헬스보이가 주목받고, 또 그 속에서도 이연 같은 게스트에 대한 화제가 모든 걸 덮어버리는 상황은 말 그대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러한 화제성은 <개그콘서트>에는 하등 도움이 될 수 없다.

 

라스트 헬스보이역시 마찬가지다. 이 코너가 <개그콘서트>가 지금껏 해왔던 콩트 코미디의 색깔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콩트가 가진 특유의 맛들, 이를 테면 몸 개그와 말 개그 그리고 캐릭터가 주목되는 코너들이나, 무엇보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정신을 보여주는 코너들, 이런 것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건 <개그콘서트>가 봉착한 현재의 가장 큰 문제다.

 

한때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던 비상대책위원회‘4가지’, ‘용감한 녀석들같은 코너들을 떠올려보면 지금 현재 너무 오래도록 방치된 듯한 동어반복의 코너들은 무언가 날카로움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닭치고같은 코너가 현실 풍자의 여지를 충분히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 개그로 주저앉아 있는 걸 볼 때면 실로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과거의 그 날선 느낌의 <개그콘서트>를 지금 기대하기는 어려운 걸까.

 

<아빠를 부탁해> 조재현 딸 조혜정, 왜 이렇게 예쁠까

 

이런 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조재현 딸 조혜정에 대한 관심은 이미 파일럿 방송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무심한 아빠 조재현을 뒤에서 늘 바라다보며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딸 조혜정. 그녀가 늘 열어 놓고 있는 자신의 방문은 그녀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아빠에 대해 늘 열려져 있는 그녀의 마음을.

 

'아빠를 부탁해(사진출처:SBS)'

스스로도 말하듯 조재현은 딸에게만큼은 나쁜(?) 아빠다. 드라마 촬영에 딸과 시간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는 아빠. 집에 딸과 함께 있어도 뭘 해야 할지조차 잘 모르는 아빠. 전날 술을 마셨다며 한 시간만 자자고 말하고는 그걸 기다리는 딸의 마음까지는 잘 챙기지 못하는 아빠.

 

그런 아빠 주변을 뱅뱅 도는 딸 조혜정은 아빠 바라기다. 아빠랑 뭘 하고 싶냐고 적어보라고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위시리스트를 적는 딸. 하지만 고작 그녀가 해보고 싶은 건 아빠가 해주는 밥 한 끼를 먹는 것이나, 아빠와 함께 스티커 사진을 찍는 것 같은 것이다. 그런 소소한 걸 하면서 그녀는 한없이 행복해진다.

 

감정 표현에 솔직한 조혜정은 애교덩어리다. 말투에서부터 애교가 뚝뚝 떨어진다. 이런 애교의 모습은 무뚝뚝한 아버지 조재현과는 사뭇 대비되는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애교에는 아빠에 대한 사랑의 차원을 넘어서 존경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사근사근한 태도로 아빠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은 그래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방랑하다 돌아온 나쁜 아빠와 자신의 마음을 일기장에 적어 놓는 딸의 모습이 등장하는 연극을 보면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조혜정의 마음에 시청자들도 공감한다. 그것이 조혜정에게는 고스란히 자신의 이야기처럼 여겨졌을 터이다. 그걸 본 아빠 조재현의 마음은 어땠을까. 일 때문에 가족과 그리 많은 시간을 갖지 못했던 부채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조재현이란 아빠는 우리네 대부분 아빠들이 가족에게 갖는 부채감을 드러내는 존재처럼 보인다. 밖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멋진 아빠지만 집에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나쁜 아빠. <아빠를 부탁해>에서 조재현과 조혜정의 관계가 유독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건 그것이 고스란히 보통의 우리네 아빠와 딸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량이 소주 두병 반이라고 딸 조혜정이 말하자 아빠 조재현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다. 여전히 어린애로만 생각한 딸이 어느새 부쩍 자라 함께 술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주지도 못했는데 저토록 아빠를 바라보며 함께 걷고 시간을 보내는 것에 한없이 행복해하는 모습이라니. 조혜정이라는 딸이 어찌 예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모습을 보며 새삼 세상의 아빠들은 자신의 딸들을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됐을 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아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딸들을.

 

<용감한 가족>이 푹 빠진 박주미의 매력

 

사람 하나 잘 들이면 가족 분위기가 달라진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옳은 얘기다. KBS <용감한 가족>의 박주미가 그렇다. 박명수와 가상 부부가 되어 함께 라오스에서 생활하게 된 박주미는 조금은 거칠고 팍팍하던 이 가족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용감한 가족(사진출처:KBS)'

가장 큰 변화는 박명수의 다른 모습을 그녀가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박명수는 프로페셔널한 예능인지만 관찰 카메라라는 형식 속에서는 풋내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처음 캄보디아 톤레사프 호수 수상가옥에서 적응기를 가질 때만 해도 박명수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상황극 속에 있을 때 오히려 훨씬 편하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주는 인물이다. 그래서일까. 박주미와의 가상 부부 콘셉트는 그 상황극적인 설정이 박명수에게 친숙함을 주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아내 때문에 생겨나는 불편함을 만들면서 그의 리얼한 진면목을 끄집어내고 있다. 박주미에게 한없이 친절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다가오는 그녀를 밀치며 아내를 떠올리는 박명수의 모습은 지금껏 우리가 여타의 예능에서 보지 못했던 그의 또 다른 면모다.

 

하지만 무엇보다 박주미라는 존재가 <용감한 가족>에 만들어낸 변화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사실 이 부분은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이 아닌 훈훈함을 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다. 소금을 채취하는 일로 파김치가 된 남자들이 닭죽을 제 때 챙겨오지 않았다며 삐치는 모습은 공감이 가면서도 웃음이 나는 장면이다. 박주미가 미안하다고 몇 차례 얘기해도 가버리라고 호통 치는 박명수에게서는 배고픔과 서운함도 묻어났다.

 

사실 어찌 보면 별 것도 아닌 일들이다. 사정이 있어 밥을 챙기지 못한 것이 빌미가 되어 남자와 여자가 서로 냉전을 갖게 되고 미안함을 호소하는 여자들을 밀어내며 집에 안 들어가겠다고 선언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너무 소소해서 짠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만큼 돈도 없고 배도 고프기 때문에 이런 소소함도 이들에게는 큰 감정적인 파고를 만들어낸다.

 

서운함에 툭 던진 민혁의 퉁명스런 말투에 설현이 눈물을 보이고 또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이 유사가족의 이야기나,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심혜진이 남편을 달래기 위해 바나나 맛탕을 만들어 오는 이야기는 소박해서 훈훈해지는 에피소드들이다. 여기서 박주미는 긍정의 아이콘처럼 가족 간의 갈등을 봉합해내는 존재로 등장한다. 화해의 제스처를 하기 위해 남자들의 일터를 찾아온 박주미는 팔불출 박명수를 손쉽게 녹여버림으로써 냉각된 분위기를 풀어놓는다.

 

볶음 면인지 모르고 사다가 라면을 끓이다가 알아채자 걱정 말라며 자기가 더 맛있는 라면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하는 박주미는 그래서 이 자칫 짜증을 야기하는 환경 속에서 버텨내는 가족에게는 비타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라면을 놓고 한껏 신혼부부 코스프레에 빠져드는 모습에 박명수는 잠시 아내의 존재도 잊어버리고 즐거워 한다. 물론 어느 선을 넘어오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이는 박명수는 애처가임이 분명하지만.

 

갈등과 화해의 파고가 휩쓸고 지나간 하루. 밤에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 속에서 박주미는 박명수와 환상의 호흡을 맞춰 가족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박주미의 늘 정돈된(?) 말투를 박명수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어머니 말투라고 놀리고, 하이파이브를 하자 내미는 박주미의 팔이 너무 짧다고 말해 가족들을 웃음바다로 빠뜨린다. 이에 박주미는 자기 하나를 희생해서라도 가족이 웃을 수 있다면 괜찮다며 계속 자폭 개그를 해준다.

 

데굴데굴 구르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며 웃음을 터트리는 이 가족. 사실 그 웃음의 포인트가 대단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웃을 수 있는 건 그들이 처한 상황이 오히려 너무나 가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힘겨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결국 웃음이 아닌가. 그리고 그 웃음과 긍정의 진원지에 박주미가 서 있다. 실로 <용감한 가족>이 사람 하나는 제대로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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