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혜의 남장여자 연기 살린 ‘커프’의 공유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만나기 전까지 공유가 거쳐온 역들은 그가 가진 개성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물론 특별 출연한 것이지만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감사용(이범수)과 나란히 달리기 경주를 하는 박철순(공유) 역에서도 그의 개성은 숨겨져 있었다.

최근에 했던 드라마, ‘어느 멋진 날’에서의 서건 역은 지나친 무게의 옷을 입혀 공유의 연기 운신을 너무 어렵게 만들었다. 공유 특유의 투정이나 어리광을 부리고 장난기가 가득한 소년 같은 이미지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결을 만나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그 중심에 윤은혜가 해야하는 고은찬이란 남장여자 연기가 서게 된다. 그것이 어색하게 틀어지게 되면 드라마는 긴장감을 잃고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더 어려운 것은 그녀가 남장여자란 사실을 시청자는 물론 극중 배역들까지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한결 만은 끝끝내 몰라야 한다는 점이다.

윤은혜라는 연기자가 이 남장여자의 연기를 자기 속에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잘 버무려 연기해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이것은 어찌 보면 시청자와 드라마 사이의 어떤 약속과도 같다. 그녀는 여자인데 남자행세를 하게 되는 것이고 그걸 한결은 모른다는 암묵적 동의다.

이 부분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한결이란 캐릭터다. 한결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고은찬은 영원히 남자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여자로서 함께 사랑에도 빠지게 될 수 있는 것. 고은찬이 남장여자가 되는 것은 사실 그녀가 남자처럼 행동하고 건들댈 때가 아니라, 공유가 그녀에게 다가가 ‘한번만 안아보자’고 말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연기자의 이미지가 너무 진지하다면 상황 자체가 너무 무거워지고, 그렇다고 너무 가벼웠다가는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게다가 시청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즉 고은찬이 여자라는 사실을 오로지 그만 모르면서 가슴 설레고 힘겨워하는 연기를 한다는 것은 자칫 과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공유는 자신이 가진 소년 같은 이미지를 제대로 활용한다. ‘이 감정 도대체 뭐야’ 하고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거나, 감촉을 잊지 못해 난감해하는 그의 얼굴이 보일 때, 시청자들이 쿡쿡 웃으면서 청춘의 설렘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건 바로 그 소년의 이미지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웃음을 동반한 풋풋함에서부터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감정 속으로 빠져들면서 남자라도 상관없다는 투로 “끝까지 가보자”고 말하는 그에게서 어느 누가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극중 배역인 한결은 소년 같으면서도 상처를 갖고 있고, 능력도 있는데다가 때론 세심한 배려(특히 가족에 대한)도 보여주는 여성들의 환타지를 자극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공유가 이렇게 제 몸에 맞는 한결이란 옷을 입게 된 것이 우연이었을까. 이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연기자에게서 끌어낸 이미지의 결과 드라마의 캐릭터를 제대로 엮어낸 이윤정 PD의 연출력이다. 미니시리즈 첫 여성 연출자라는 꼬리표에서 드러나듯 그녀가 가진 여성적인 섬세함과 꼼꼼함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의 파괴력은 대단하다.

이것은 딱히 공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윤은혜는 ‘궁’이 성공했지만 늘 가수출신 연기자라는 연기논란을 일으켰고, 이선균은 ‘하얀거탑’에서 김명민이 연기한 장준혁이란 캐릭터 속에서 억울하게도 힘 한번 써보지 못하는 최도영이란 캐릭터의 연기를 해야했던 경험이 있다. 게다가 가수로서의 이미지가 더 많은 채정안은 ‘해신’ 등에 등장했지만 그다지 주목받는 역할은 맡지 못했던 연기자다.

하지만 이들이 중심이 되어 엮어 가는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의 캐릭터들은 과거의 어떤 연기보다 이들의 몸에 딱 맞아 보인다. 본래 최한성(이선균)이 한유주(채정안)에게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되어 있던 대본을, 이선균이 피아노를 잘 못 친다고 하자 보다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차라리 전화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바꾼 에피소드는 이윤정 PD가 어떻게 연기자에게 맞는 캐릭터 옷을 입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게 이윤정 PD라는 연출자에 의해 조탁된 한결을 연기한 공유의 이미지는 과거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늘씬한 키에 조각 같은 몸매를 과시하듯 늘 초반부에 웃통을 벗어 젖히고 나오는 이미지로 굳어있던 공유는 이제 섬세한 결을 가진 소년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남자라고 해도 날 사랑해준다는 남자,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결이 선물한 공유의 이미지는 한동안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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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없이는 드라마가 재미없다

스포트라이트는 주연배우라는 얼굴에만 집중되지만 그 얼굴을 지탱해주는 건 드라마의 허리가 되는 조연들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한층 높아진 수준과 수직적 관계보다는 수평적 관계로 보려는 사회적 경향이 만나면서 조연들은 더 눈에 띄게 되었다. 어딘지 분위기가 있는 손현주,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박철민, 만나보고 싶은 정감을 느끼게 하는 권해효 그리고 편안하면서도 대단한 흡입력을 가진 김창완이 그들이다.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에 출연하고 있는 손현주는 좀 독특한 연기의 결을 갖고 있는 연기자다. 40대 초반이란 무게는 주연의 발랄함보다는 조연의 묵직함이 더 어울리는 나이. 하지만 손현주에게 있어서 이런 나이는 편견에 불과한 것 같다.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에서 순박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농촌 총각 양덕길이, 저 부하와 상사 사이에서 생고생을 하던 ‘히트’의 조규원 경정이었고, 한때 ‘여우야 뭐하니’에서 패션모델 고준희(김은주)와 사랑에 빠진 괴팍한 명품 브랜드 사장 박병각이었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가 연기한 조연은 사실 조연에 머무르지 않고 극의 중심에 늘 놓여있었다는 점에서 여타의 조연들과 차별화 된다.

한편 영화 ‘화려한 휴가’ 시사회장에 온 박철민은 독특한 인사말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쓸데없이 많이 찍어서 한없이 부풀어올랐다가 편집 과정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화려한 휴가’의 수석 조연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해 폭소가 터졌던 것. 하지만 이 소개는 단지 우스개만은 아닌 것 같다.

유난히 택시기사가 잘 어울리는(?) 그는, ‘화려한 휴가’에 이어 2부작 특집 드라마, ‘그라운드 제로’에서도 택시기사 유동선 역할을 하면서 웃음을 주면서도 가슴 찡한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저 ‘불멸의 이순신’의 김완 역할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징한 사투리가 표준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박철민의 연기는 바로 그 선량함과 토속적인 맛이 어우러지면서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또한 늘 인상쓰면서 귀차니스트의 얼굴을 하고 있는 권해효는 늘 드라마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극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역할에 충실해왔다. 최근 종영한 ‘에어시티’에서는 본부장으로서의 경험은 풍부하지만 젊은 인재에게 어딘지 밀리는, 그러면서도 그걸 기분 좋게 인정하는 인물, 민병관 역을 해냈고, ‘여우야 뭐하니’에서는 대한민국에 건전한 성문화를 널리 퍼뜨리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가진 세시봉 출판사 사장으로 코믹한 드라마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삶의 권태를 담은 인물들이 주로 차지한다. ‘돌아와요 순애씨’에서는 날 백수에 가까우면서도 마음이 따뜻한 고시생으로,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는 쓸데없이 요리에 목숨거는 보나빼띠의 총지배인으로 분했다. 그는 직장에 가면 꼭 있을 것만 같은, 그리고 같이 일하고 싶은 엉뚱하면서도 정이 가는 직장상사 같은 연기자다.

이밖에도 최근 주목할만한 조연 연기자는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귀차니스트 홍으로 열연하고 있는 김창완이다. 그의 연기는 능글능글할 정도로 능수능란 한 편안함에서 나온다. 연기하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연기의 결은 때론 연기라기보다는 그게 본 얼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그런 생각을 멋지게 뒤집은 작품이 ‘하얀거탑’이다. ‘하얀거탑’에서의 우용길 부원장은 순식간에 얼굴이 바뀌는 야누스적인 매력을 보여주었다.

주연보다도 때론 더 중요해진 조연배우들. 때론 감초처럼 맛을 주고, 때론 지나가는 말로 감동을 던지는 그네들이 있기에 드라마는 더 진실되고 재미있게 된다. 그것은 또한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진짜 삶에서 만났던 중요한 인물들이 드라마의 주인공 같이 드라마틱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지만 없으면 안될 사람들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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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의 맛을 만드는 ‘위장’이라는 요리법

색다른 맛을 가진 퓨전시대극, ‘경성스캔들’의 요리법은 ‘위장’이란 코드다. ‘경성스캔들’은 제목부터 그 속에 무엇이 담겨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경성’이란 일제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에 ‘스캔들’이라니. 드라마는 시작부터 비밀댄스홀이 등장하고 바람둥이 선우완(강지환)이 기생 차송주(한고은)와 함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이 드라마의 방향성을 교란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일제시대라는 무거운 역사의 틀을 과감하게 벗겨냈다는 호평과 함께, 아무리 그래도 그 비장한 시대에 로맨틱 코미디류의 멜로를 다룬다는 혹평이 동시에 나왔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경성스캔들’이란 퓨전의 첫 번째 위장술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탄일 뿐이었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그 베일이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가면서 그들이 그저 일제시대라는 상황을 잊고 연애나 하는 한량들이 아니었음 밝히기 위한 위장술 말이다.

드라마 말미에 가서 결국 알게된 것은 차송주나 이수현(류진), 나여경(한지민), 강인호(안용준), 심지어는 지라시 출판사의 삼인조에서 바람둥이 선우완까지 어느 누구 하나 시대의 고통을 회피하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독립운동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그렇게 되자 교과서 속에서 보았던 박제된 독립운동가들의 이미지는 보통 사람들의 항일운동으로 되살아난다.

독립운동을 하는 이들도 사람이고 사랑을 하고 아파한다. 그리고 그 개인적인 사랑의 아픔은 시대의 아픔과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항일투쟁의 가장 강력한 혁명전술이 위장연애’라는 설정은 이 드라마 속의 멜로와 시대극이 퓨전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그러자 놀랍게도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들이 보여주었던 트렌디한 신파류의 멜로는 참신해진다.

‘사랑한다’는 마음은 위장술의 뒤편으로 숨는다. 차송주를 사랑하는 이수현의 마음은 위장술 속에서 적인 것처럼 서로를 대하게 만들고, 나여경의 선우완을 사랑하는 마음은 종종 수줍게도 위장술로 위장된다. 사랑하는 사람(선우완)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른 여자(총독부 보안과장의 딸)와 함께 몇 일간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설정은 멜로가 시대적 아픔과 맞닥뜨려 시너지를 내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이런 위장술을 멋진 양념이 되게 한 공은 출연한 연기자들의 몫이다. 위장술을 하는 연기자들의 연기란 결국 두 가지의 모습(드러난 모습과 드러낼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강지환은 바람둥이에서 사랑을 통해 투사가 되어 가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을 때론 웃기고 때론 울려주었고, 한지민은 당차면서도 귀여운 소녀 같은 이미지를 보여줬다. 류진은 일본 앞잡이와 애국지사라는 양면의 모습을 보여주는 어려운 역할을 소화해냈다. 무엇보다 한고은은 제 몸에 맞는 옷을 챙겨 입은 듯 차송주의 역할을 카리스마 넘치게 연기했다.

그리하여 이들 연기자들에 의해 활용된 위장술이란 요리법을 통해 ‘경성스캔들’이란 제목의 스캔들이 무엇인가가 밝혀진다. 그것은 스캔들을 위장한 독립운동이며 그 독립운동 속에서 아파하며 사랑했던 당대 젊은이들의 초상이다. 물론 이 퓨전 시대극이 시대의 아픔을 지나치게 가볍게 풀어냈다는 비판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부분이 또한 이 퓨전 시대극이 이룬 성과이기도 한 것은 일제시대라는 중압감을 벗어난 연후에야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념이 사라지고 생활이 남은 시대,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이념보다는 사람 때문이라고 말하는 듯한 이 드라마는 의미를 갖게된다. 비장하진 않지만, 웃고 울고 실수하고 후회하는 당대 민초들이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아서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했던 것은 어찌 보면 위장술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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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에 꼭 있는 화제의 장면들

종영한 ‘쩐의 전쟁’의 한 장면. 갑자기 사채업소인 동포사가 춤바람에 휘말린다. 금나라(박신양)와 서주희(박진희)가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춘다. 단지 발랄하고 경쾌한 분위기만 드라마 상의 감정라인과 조우할 뿐 스토리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 몇 장면이 가진 효과는 커서, 다음날 인터넷에는 어김없이 이 장면들에 대한 이야기가 네티즌들 사이에 화젯거리가 된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 장면. MT를 간 카페 직원들과 사장이 함께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이 장면은 그대로 UCC로 변모하면서 ‘완소한결’, ‘어라라은찬’ 같은 문구들이 달라붙는다. 극중에서 은새(한예인)가 이 UCC를 올려 카페가 인기를 끌게 된 것처럼, 드라마가 방영된 후, 인터넷은 이 UCC 동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드라마와 인터넷은 언제부턴가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그저 방영된 드라마에 대한 평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나온 이야기는 이제 인터넷으로 오면서 새롭게 재창조되기도 한다. 장면들이 재편집되거나 서로 다른 드라마들이 엮어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패러디는 물론이고, 캐릭터에 간략한 특징을 붙여 만드는 사자캐릭터 창조는 이제 일상화되었다.

이러한 인터넷의 화제성을 가장 잘 활용한 드라마가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거의 모든 캐릭터에 사자캐릭터가 붙은 이 시트콤은 그 날 밤 어떤 장면을 연출했는가가 어김없이 다음날 화젯거리가 되었다. 이순재가 야동을 보고 악플을 다는 장면이 네티즌들에게 큰 호응과 반응을 얻어낸 것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이 시트콤이 처음부터 인터넷의 화제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결과이다.

화제를 일으키는 방법도 가지가지. 그 중 여성 캐릭터들의 주먹다짐 역시 화제를 끌어 모으는 한 장치가 되었다. ‘내 남자의 여자’의 화영(김희애)을 업어치는 은수(하유미)의 장면은 오래도록 네티즌들 수다의 소재가 되어주었다. 최근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 강북엄마 현민주(하희라)와 강남엄마 윤수미(임성민)가 한바탕 붙는 장면에서 ‘내 남자의 여자’의 주먹다짐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과거라면 그저 심한 말다툼 정도로 처리되었을 이런 장면들은 이제 머리끄댕이 제대로 잡아 당겨주고 주먹과 발길질이 오가는 막싸움으로 변모했다. 그만큼 화제성이 충분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미 화제가 되었던 장면을 다시 끌어다 쓰는 경우도 있다. 최근 종영한 ‘불량커플’의 준수(유건)가 한영(최정윤)에게 피아노를 치며 프로포즈하는 장면은 ‘파리의 연인’에서 박신양이 했던 장면을 그대로 패러디한 것. 창피해 자리를 뜨려하는 한영에게 “어이 거기, 핑크는 자리에 좀 앉지”라고 외치는 장면에 이은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열창은 화제가 된 시퀀스 전체를 가져와도 여전히 화제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경우이다.

드라마가 네티즌 혹은 시청자를 의식한다는 것은 그만큼 드라마들의 홍보경쟁도 치열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네티즌들의 입 소문은 이제 드라마를 소위 띄우는데 있어서 절대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팬 서비스 같은 이런 장면들의 연출은 드라마의 흐름과 잘 맞물리는 한 그다지 나쁠 게 없다. 하지만 때론 화제가 공감으로 가지 않고 비호감으로 가는 경우도 생긴다. 과도한 장면들의 남발이 그것이다. 드라마 진행과 상관없는 과도한 노출이나,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도 않은 관계의 남녀가 갑자기 키스신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들은 공감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가장 좋은 것은 드라마 자체가 갖는 이야기와 화제가 될만한 장면이 빈틈없이 딱 맞는 경우이다. 특별히 연출할 것도 없이 그런 장면들은 고스란히 화제가 되고 후에도 명장면으로 남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연타석 홈런을 날린 은찬(윤은혜)과 한결(공유)의 포옹신에 이은 키스신이나, ‘쩐의 전쟁’에서 금나라와 서주희가 보여준 오이키스신 같은 것들이다. 저 드라마에 흔하디 흔한 포옹과 키스 장면이 이다지도 가슴 떨리고 오랜 잔향을 남기는 것은 그 이면에 있는 수많은 감정들이 그 한 장면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제를 만들어내는 장면의 연출보다는 장면의 극적 상황 자체가 화제가 될 때, 시청자들은 깊은 공감 속에 기꺼이 화제에 동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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