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명소가 된 촬영지들, 문제는 없나

평범해 보이기 이를 데 없는 정자. 하지만 뭐가 새로운 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이유는 하나. 그 곳이 드라마, ‘고맙습니다’에서 영신(공효진)과 기서(장혁)가 첫 키스를 한 장소란다. 또 다른 풍경 하나. 인터넷 영월군의 관광소개(http://ywtour.com)에 들어가면 영화 ‘라디오 스타’의 촬영지만을 모은 지도가 있다. 그 지도를 보면 재미있는 것이 이른바 명소라는 곳의 이름들이다. ‘영빈관’, ‘청록다방’, ‘청령포모텔’등등. 영화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중국집, 다방, 모텔이 관광 코스가 된 것이다.

과거 7,80년대의 여행이 관광이었다면, 90년대 이후의 여행은 체험이었다. 그리고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맞아 여행도 문화라는 겉옷을 걸쳐 입었다. 영화, 드라마 속의 공간을 찾아가는 이른바 문화여행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문화라는 그림자만 어른거려도 일단 고개부터 돌린다. 물론 문화를 모른다면 그 곳은 아무 것도 아닌 곳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다. 그 평범한 장소에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많은 이야기들을.

사람은 이름을 남기고, 드라마는 세트장을 남긴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며, 드라마는 끝나도 세트장을 남긴다. 나주시는 MBC드라마 ‘주몽’의 4만2천 평 규모 오픈 세트장 건립에 약 80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이 세트장을 삼한지 테마파크로 유료화한 뒤 50여 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고 그로 인해 14억 원의 직접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눈에 보이는 수익일 뿐, 직접 관광객이 지역에 소비하는 비용과 지역 홍보 및 나주의 이미지 개선 등 보이지 않는 수익을 포함하면 연간 6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가져온다고 시는 추산하고 있다.

이러한 드라마 촬영지의 테마파크화를 만든 것은 드라마 ‘태조 왕건’. 30억 원을 들인 이 테마파크가 성공을 거둔 이후, 드라마 ‘해신’은 하나의 성공사례가 되었다. 완도는 해신 세트장을 유치해 2005년도 관광객 500만 명을 유치했으며 이로써 1600억 원의 지역경제파급효과를 거둔 공로가 인정되어 최근 제12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에서 문화관광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최근 고구려 드라마들의 부흥과 함께 세트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속초에 지어진 ‘대조영’ 세트장이 70억 원, 문경에 지어진 ‘연개소문’ 세트장 역시 60억 원을 들였다. 현재 가장 큰 테마파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태왕사신기’의 제주도 청암영상테마파크로 약 190억 원을 들여 제작되고 있다. 휴가철을 앞둔 지금 벌써부터 이 지역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들썩이고 있다.

문화가 있는 여행은 좋지만, 문제는 없나
한편 영화의 경우,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라디오 스타’ 촬영지인 영월이 될 것이다. 이 인구 4만의 시골은 영화 촬영 이후, 연간 12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가 되었고, 2006년만 따진다면 지역 경제 유발효과가 92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지자체의 촬영지 혹은 세트장 유치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관광 수입은 물론 홍보 효과를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방송사 입장에선 광고 이외의 별도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잘 지어진 세트장은 보다 높은 완성도의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특히 테마파크를 겨냥해 짓는 대형 드라마 세트장의 경우에는 그 실효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규모가 점점 비대해져가고 있는 반면, 실제로 그만큼의 수익 창출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때론 지자체장들의 치적을 위한 무분별한 유치경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테마파크의 부실화를 양산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지역주민과 그 지역을 찾는 관광객에게 돌아간다.

문화는 장소를 향기롭게 해준다
테마파크를 겨냥해 대형 세트장을 지었다면 드라마가 종영하거나, 영화 상영이 끝났을 경우를 생각해서 향후 대책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에 기대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심지어 폐가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맞이할 수 있다. 제천의 청풍문화재단지는 ‘태조왕건’의 성공으로 2002년 34만 명, 2003년 37만 명이 찾았으나 그 후 특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해내지 못해 현재는 7만 명 정도로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진 상태다.

문화의 시대, 문화가 여행의 한 축으로 등장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거대한 세트장이 전시행정의 하나로 읽혀지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는 물론이고 사후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딱히 블록버스터나 마케팅이 아니라도 문화는 그 장소를 더 향기롭게 해준다. 새로운 세트장을 짓지 않고 그 동네의 일상을 고스란히 찍어내 오지 중의 오지인 증도라는 섬을 명소로 만든 ‘고맙습니다’ 같은 드라마나, 변방 주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겨낸 ‘라디오 스타’가 소중해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 교보생명 사외보 <다솜이 친구> 8월호

돈 vs 사람, 누가 이길까

돈 앞에 자유로운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신문을 펼치기만 하면 어느 면에서나 그 글자들 이면에 흐르는 돈 냄새를 맡게 되는 시대, 돈에 웃고 돈에 우는 물신화된 세태를 사채업자라는 직업을 통해 극화한 ‘쩐의 전쟁’은 이제 이 본격적인 질문에 근접해가고 있다. ‘쩐의 전쟁’이란 제목은 표면적으로 보면 금나라(박신양)로 대변되는 ‘착한 쩐’과 하우성(신동욱)으로 대변되는 ‘악한 쩐’의 전쟁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겨내고 보면 돈과 사람의 대결을 그려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칼바람이 도는 드라마 속에서 탈속한 듯한 인물로 그려지는 독고철(신구)마저, “사람은 돈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돈의 위력은 사람으로서는 넘어서지 못할 산처럼 보인다. 주인공 금나라 역시 마찬가지. 마동포의 지하금고에 숨겨진 돈 보물을 얻게되자 보이지 않는 돈의 욕망이 그를 잠식해 들어간다. ‘제일 무서운 것이 돈 중독’이라는 독고철의 말처럼, 금나라 역시 저 스스로의 돈 중독이란 무덤을 파고 들어간 마동포의 욕망을 느낀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모두 ‘돈의 노예’가 되느냐 ‘돈의 주인’이 되느냐를 두고 갈등한다. 금나라의 든든한 ‘담보(?)’인 서주희(박진희) 또한 거액의 돈 앞에 양심을 버릴 결심까지 하게 된다(물론 무위에 끝났지만). 금나라의 친구인 철수는 가족을 위해서라는 핑계 앞에 우정을 저버린다(이것도 역시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돈에 대해 아쉬울 게 없이 자란 이차연(김정화) 역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불량채권 해결을 위해 악명 높은 불량처리반(?)을 부른다.

이야기는 천사리 마을로 장소를 옮기면서 좀더 대결구도를 본격화시킨다. 독고철이 어려운 사람들의 일수를 받아 살 터전을 마련한, 천사리 마을은 독고철의 사랑하는 사람이 살았다는 점에서 그의 개인적인 사랑이 좀더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실천화된 공간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하우성이 내놓는 돈의 유혹 앞에 쉽게 흔들린다. “난 실패한 부자다. 돈은 언제든 벌 수 있어도 사랑은 안 그렇거든.” 천사리 마을과 그 마을에 살던 독고철의 옛사랑 이야기와 오버랩되면서 드라마는 금나라와 서주희의 사랑을 엮어낸다.

초반부 욕망의 질주에서 드라마는 이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꿈틀대는 돈에 대한 욕망 대신 멜로 구도가 본격화되고, 천사리라는 환타지적인 공간이 등장하면서 조금은 도식적이고 교훈적인 결론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초반부의 긴장감을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마동포(이원종)는 병원신세를 지고 있어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이 독고철의 격언 같은 문구들은 초창기의 그것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초반부의 경구들에는 ‘돈 벌기’에 대한 노하우를 담고 있었지만 이젠 ‘돈 제대로 쓰기’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내가 부자가 된 건 많은 가난한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진실을 말하는 독고철의 이야기가 어딘지 나와는 동떨어진 교훈적인 이야기로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혹 우리의 관심은 ‘부자’나 ‘돈 벌기’에 있었지 ‘가난한 사람’이나 ‘돈 제대로 쓰기’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돈도 있어야 가난한 사람도 돌아보고, 제대로 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돈이 먼저인가, 아니면 돈에 대한 곧은 생각이 먼저인가 하는 고민 앞에서 우리 역시 돈과 사람이 대결하는 ‘쩐의 전쟁’의 한가운데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너무 웃겨서 슬픈 ‘메리 대구 공방전’

먼지 가득하고 어두침침한 만화가게에서 대낮부터 무협지나 만화를 보면서 키득키득 웃는 청춘은 속도 그렇게 유쾌할까.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다. ‘메리 대구 공방전’이 그려내는 청년실업의 풍경이 그렇다. 겉으로 보면 시종일관 키득거리게 만들지만 한 꺼풀만 벗겨내 보면 그 처절한 현실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런 느낌의 청춘풍경.

무협작가를 꿈꾸는 강대구(지현우)와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황메리(이하나). 하지만 그들이 가진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래도 그들은 고개 숙여 눈물이나 흘리는 찌질한 청춘들이 아니다. 이유는 하나. 꿈이 있으니까. 꿈에 대한 열정이 있으니까. 이것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사회문제를 다룬 이 드라마가 한없이 가볍게 다뤄질 수 있는 근거다.

그들은 현실의 고통 속에서 꿈이라는 진통제이자 자양강장제이며 때론 젊음만이 갖는 치유제를 맞으며 버티고 있는 중이다. 모두들 꿈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라 하지만 그들에게 꿈은 영혼이다. 그러니 강대구가 이소란(왕빛나)의 집에서 보디가드에 자서전 작가로 일하는 것에, 혹은 황메리가 돈을 받고 지방 무대(사실은 사기꾼들이었지만)에 서려는 것에, 그들은 서로 “영혼을 팔았다”고 말한다.

그들이 꿈꾸는 걸 가로막는 건 돈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현실이다. 번듯한 직장과 번듯한 집, 빳빳한 지폐가 가득한 지갑, 번쩍번쩍 빛나는 자동차, 그리고 심지어는 돈으로 만들어내는 외모까지, 돈 없는 그들 앞에 놓여진 현실은 암담한 것이다. 피자 한 판을 공짜로 먹으려 동네 쓰레기통을 뒤져 버려진 쿠폰을 모으고, 공짜로 고기를 먹기 위해 뽀뽀를 하며, 동네 구멍가게 아르바이트를 얻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그들은 처절하다.

“내 꿈은 충치야. 품고 있어도 아프고 빼도 아프다.” 황메리의 이 말은 꿈의 달콤함과 현실의 처절함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그것도 지금 같은 현실에서는 더더욱) 청춘들의 고통을 말해준다. 그런 꿈을 먹고사는 상처투성이 천연기념물 청춘들이 서로 만났으니 어찌 통하지 않을까. 강대구에게 영감을 주는 그녀나, 꿈을 포기하려는 황메리에게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게 싫어진 거야”라고 말하는 그는,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동료의식은 사랑으로 커나간다.

한편 ‘메리 대구 공방전’의 또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는 윗세대들의 이야기에서 주목할 캐릭터는 꿈을 버리고 돈을 좇는 이세도(이기열)라는 인물. 돈이면 뭐든 된다고 믿는 황금만능주의의 표상처럼 보이는 이세도는 그러나 자기만의 공간에 향수처럼 삐에로 복장을 놓아두는 인물이다. 이런 캐릭터 설정은 꿈과 현실사이에서 갈등하는 메리와 대구에게 마치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는 효과를 준다. 꿈을 버려 얻은 돈으로 꿈을 꾸지 못하는 신세가 된 이세도를 통해, 드라마는 현실만을 좇는 세태와 그렇게 청춘들을 몰아가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우회적으로 건드린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빛을 발하는 것은 이 모든 메시지가 철저한 반어법으로 이야기된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모두 애써 웃고 씩씩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그것은 무겁고 질척해지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위한 위장전술이다. 그저 쿡쿡 웃으며 가볍게 귀여운 캐릭터들의 툭탁거림을 보고 있다보면 아주 가끔씩 보이는 캐릭터들의 속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취해지고 있는 만화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또한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취하고 있는 이런 태도는, 실제 현실의 청춘들이 갑갑한 사회 현실 앞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도대체 이제 막 세상으로 나가려고 하는 청춘들에게 그 대가로 꿈을 버리라고 하는 사회 앞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애써 자학하지 않고 꿋꿋이 웃으면서 “그래도 난 꿈이 있어!”하고 당당하게 외치는 방법 외에 말이다.

시종일관 명랑 쾌활해 보이던 메리와 대구는 문득 상대방에게 눈물을 보였을 때, 그래서 속마음을 들켰을 때, 그것을 무마해주기 위해 이렇게 말한다. “당신! 울다가 웃으면 어떻게 되는 지 알지? 오늘밤에 웃으면 당신 끝장이야!” 그 명랑하면서도 상대방을 보듬어주는 따뜻한 말은 또한 웃다가 울게 만드는 이 드라마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에게 드라마가 던지는 격려처럼 들린다.

드라마가 그려내는 이 시대의 부자와 가난한 자

물론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로서의 현실이라는 기본 전제가 없는 한, 드라마가 가진 공감의 틀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자를 동경한다거나 좋은 배경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은 그 사회가 가진 현실의 한 측면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드라마들이 잡아내는 현실은 과거와 같은 그런 막연한 현실, 혹은 천편일률적인 현실이 아니다. 그것은 좀더 구체적인 현실이다. 마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다루어질 만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소재들이 드라마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것은 또한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

‘쩐의 전쟁’, 개인부채 문제를 건드리다
우리 사회가 가진 개인부채와 파산의 문제를 사채업자라는 구체적인 직업을 통해 신랄하게 그려내고 있는 ‘쩐의 전쟁’, 겉으로 보기엔 백수들의 희망가처럼 보이지만 밑바닥에 청년실업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메리 대구 공방전’, 그리고 우리의 암담한 교육현실은 물론 천민자본주의가 가진 천박한 현실 등 가장 첨예한 지역불균형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 ‘강남엄마 따라잡기’가 그것이다.

‘쩐의 전쟁’은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사채 대부업의 폐해에 직격탄을 날린다. 돈에 웃고 돈에 우는 세상을 정작 드라마는 만화처럼 그려내고 있지만, 거기에 대한 현실의 반응은 뜨겁다. 연예인들의 잇따른 대부업체 광고 중단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급격히 떨어진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금리인하까지 고려하게 된 대부업체들의 상황은 이 드라마가 건드린 현실이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메리 대구 공방전’, 청년실업문제를 다루다
‘메리 대구 공방전’은 장기화되고 있는 청년실업의 문제를 다룬다. 3번 정도 회사의 문을 두드리면 입사할 수 있었던 70년대의 상황은 이제 아련한 향수가 됐다. 지금은 심지어 300번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취업의 문 앞에 청년들은 절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리(이하나)와 대구(지현우)는 바로 그들을 대변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좀더 우회적으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메리와 대구가 처한 사회현실은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 보다 드라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갖는 꿈과 희망’의 이야기로 발전시킨다. 이것은 드라마적으로만 보면 좀더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시도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다루는 현실이 너무나 무겁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가 시청률 상승 같은 즉각적인 반응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강남엄마 따라잡기’, 교육 불평등 문제를 다루다
새로 시작한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이 모든 사회문제의 총체를 보여준다 할 수 있다. 거기에는 천민자본주의가 가진 경박한 세태는 물론이고, 강남강북으로 나누어진 지역 불균형의 문제, 입시위주 교육정책이 양산하는 사회문제가 들어 있다. 청년실업과 사채업의 문제가 이 교육문제, 경제적 불균형의 문제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고 그 지역에서 공부한 결과가 성공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인 성공과 실패가 이렇게 부의 세습과 직결된다는 것을 에둘러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 세 드라마가 결국 다루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갖고 있는 돈의 문제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문제. 물론 부자는 모두 잘못됐고 가난한자는 모두 옳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들 드라마가 그려내는 부자들의 모습이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모아 제대로 쓰는 이가 없기에 비판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가난한 자라는 점이고, 그들이 이런 사회적 문제 앞에 취하는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힘겹게 만든 이 돈을 마치 경멸하는 것처럼 대하지만 결국 그 욕망 앞에 비굴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그만큼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물림의 틀이 견고하다는 방증이며, 그만큼 우리에게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그 견고함을 넘어서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것이 이들 드라마 속의 인물들이 평면적이기보다는 강력한 욕망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이유이며, 또한 이들 돈의 현실을 다루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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