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기록', 탓도 덕도 원치 않는 박보검의 쿨한 짠함

 

현실에 부대끼지만 그렇다고 청춘이 꿈이 없을까.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은 가진 게 없어 맨 몸으로 뛰지만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청춘들의 고군분투로 시작한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부모에 의해 삶 또한 유산되는 우리네 현실이 이 드라마 속에는 세 명의 절친과 그 가족들에 이미 투영되어 있다.

 

사혜준(박보검)과 원해효(변우석), 김진우(권수현)가 그들이다. 같은 동네에서 자라온 절친들이지만 이들이 사는 배경은 사뭇 다르다. 원해효는 대학 이사장 아들로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아 일찍 성공한 스타가 됐지만, 사혜준과 김진우는 그만큼 여유로운 형편에서 자라지는 못했다. 그래서 사혜준은 잘 생긴 외모 때문에 모델로 활동했지만 배우로의 꿈을 꾸며 알바를 전전하고 있고, 김진우는 인턴 사진작가로 원해효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반사판을 들고 있는 처지다.

 

게다가 사혜준의 엄마 한애숙(하희라)은 원해효의 엄마 김이영(신애라)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 일을 한다. 그러니 삶의 환경이 다른 이들 친구들의 관계가 애매해질 수도 있지만, 이들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서로를 응원하는 절친이다.

 

사혜준은 이미 모델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청춘이지만, 밥벌이를 하기 위해 경호 아르바이트,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처지다. 그런 그를 아버지 사영남(박수영)은 괜한 '헛꿈'이라며 포기하고 보다 현실적인 일을 하라고 하지만, 사혜준은 꿈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입영통지서를 받고는 이번에도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군대에 가겠다는 마음을 드러낸다. 그 역시 흔들리고 있는 것.

 

<청춘기록>에서 사혜준이라는 인물이 흥미로운 건,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현실적으로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다고 빈부 격차가 만들어내는 차이에 그다지 주눅 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의 절친인 원해효에게서도 똑같이 보이는 모습이다. 원해효는 엄마가 자신의 집에서 가사 도우미를 하고 있는 한애숙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라고 해도 "어머니"라고 부르는 걸 고집한다.

 

또한 원해효는 자신은 이미 스타가 되었지만 아직 피어나지 못한 친구 사혜준의 꿈을 응원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즉 이들은 빈부 격차가 만들어내는 현실이 꿈을 실현시키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에 연연해 사람과 관계를 재단하지 않는다. 누구 '탓'도 누구 '덕'도 원치 않고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청춘들이다.

 

<청춘기록>의 사혜준은 그래서 쿨하면서도 짠한 다소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주는 청춘의 초상이다. 그것은 그 현실이 어떤 것이든 거기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의지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 현실이 워낙 무겁다는 걸 알고 있는 시청자들로서는 쿨한 만큼 짠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이것은 사혜준을 남몰래 팬으로서 덕질하고 있는 안정하(박소담)에게서도 그대로 엿보이는 지점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안정하지만 현실은 만만찮다. 악착같이 모아 집을 사긴 했지만 문짝 정도만 자기 것일 정도로 빚이 전부고, 갑질 하는 선배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사혜준이 자신의 블링블링해 보이는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 앱에 올리고, 안정하가 그런 사진을 들여다보며 덕질하는 것으로 힘겨운 현실의 위로를 찾는 모습은 쿨하고 예뻐보이기만 하는 청춘의 삶의 실체를 보는 것만 같다. 늘 사진 속에서는 화려하고 행복해보이지만 그 바깥으로 나오면 그들이 마주할 버거운 현실이 눈에 밟혀서다.

 

'탓'도 '덕'도 원치 않고, 스스로 노력한 만큼 성취하고픈 것이 이들 청춘의 소망이다. 사혜준과 안정하는 과연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그걸 얻을 수 있을까. 만일 얻지 못한다 해도 그렇게 꿈꾸며 노력한 시간들이 무익한 일들은 아니었다 보여줄 수 있기를... 드라마를 보는 분들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 아닐지.(사진:tvN)

'개훌륭' 강형욱의 역대급 버럭? 그만한 이유 있었다지만

 

"말려요! 말려야지 지금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예요? 말려야죠." 강형욱은 급하게 다가가 뚱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루피를 안아 올렸다. 너무 큰 소리가 났던지라 보호자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형욱은 "왜 나한테 미안해요. 얘네들한테 미안해야지."라고 그 미안해야할 대상을 정정했다.

 

KBS <개는 훌륭하다>에서 지난주 방영된 '오줌 무법지대 루피네'의 사례는 여기저기 마킹을 하고 다니는 네 마리 고민견의 이야기를 담았다. 보호자들이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 거의 '화장실'이 되어버린 집에서 강형욱은 더 이상 솔루션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일주일 간 청소를 한 후 다시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일주일 후 다시 그 집을 찾은 강형욱이 싸움이 붙어버린 루피와 뚱이를 급하게 떼어내며 그걸 막지 못한 보호자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예고처럼 들어가면서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해졌다. 도저히 네 마리나 되는 반려견들을 키울 만큼의 자격이 되지 않는다며 보호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들도 있었지만, 나름 용기를 내서 신청한 보호자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강형욱이 너무 과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흐른 후, 짤막한 예고영상 속에서 강형욱이 소리를 지른 이유가 밝혀졌다. 산책을 일주일이 한두 번 한다는 보호자들에게 두 마리씩 나눠서 산책을 시키는 와중에, 루피가 자꾸 소파 밑으로 숨어들어가는 걸 억지로 보호자가 꺼내는 와중에 벌어진 싸움이었다. 보호자가 루피를 꺼내놓자 뚱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루피를 공격했고 너무 놀란 보호자가 멍해져 있자 강형욱이 서둘러 달려들어 떼어놓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보호자는 왜 루피가 소파 밑으로 들어가 나오려 하지 않는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건 나오면 뚱이가 공격할 걸 알고 있었고, 싸움을 피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뚱이는 루피만이 아니라 다른 개들도 수시로 건드리고 괴롭히고 있었다. 뚱이가 오기 전까지 평온했다는 보호자는 그 평화로움이 깨진 게 뚱이 때문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놀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강형욱은 보호자들의 무신경함이 어떤 일들을 벌어지게 하고 있는가를 잘 알고 있었다. 뚱이가 계속 다른 개들을 괴롭히고 있었지만 그걸 그냥 장난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에 강형욱은 못내 심기가 불편했던 것. 그가 "이런 환경에서는 개를 키울 수 없다"며 "방치"라는 표현을 썼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즉 강형욱이 역대급으로 버럭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그렇다면 그 대상이 된 보호자들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일까. 가끔씩 이 프로그램에서 반려견의 고민을 토로하다 그것이 보호자들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게 드러나면서 그들이 매도되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다. 그렇다면 이번 루피네 집 보호자들도 그게 당연한 일일까.

 

지난주 방송에 살짝 등장한 예고와 이번 주에 나온 실제 영상을 보면 사실 그 장면을 유독 도드라지게 편집해 여러 차례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거기에는 강형욱이 급하게 소리치고 보호자를 꾸짖는 듯한 모습만 집중됐을 뿐, 앞뒤 정황은 담겨지지 않았다. 물론 예고라는 것이 본래 그렇게 일종의 '낚시'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그런 예고가 나간 후 일주일 이후에나 실제 영상(해명이 담긴)이 방영되는 건 강형욱이나 보호자 당사자들 모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들은 제작진이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이다. 물론 출연을 결심한 분들은 고민견이 있는 것이고 그것은 <개는 훌륭하다>라는 제목에 담겨 있듯이 보호자의 잘못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건 고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몰라서 그런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연까지 결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방송의 부담까지 감수할 정도면 이들도 반려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이고 다만 원인이 뭔지 또 방법이 뭔지를 몰랐을 뿐이라는 것.

 

최근 관찰카메라가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트렌드로 등장하면서 제작진의 편집은 그 어느 때보다 출연자들에 대한 배려를 요구하게 됐다. 방송이 주목받기 위해 어떤 자극적이 장면에 대한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본질이나 실상이 아닌 것이라면 그 편집에 의해 출연자들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개는 훌륭하고, 그 개에게 때론 물려가면서까지 변화를 만들어내는 강형욱도 훌륭하다. 나아가 훌륭하다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방송의 부담까지 감수하며 고민을 해결하려 하는 보호자도 나름 그 진심은 있다. 제작진 또한 훌륭해져야 하는 이유다.(사진:KBS)

 

'비밀의 숲2', 이 갈수록 미궁인 숲에 기꺼이 빠져드는 건

 

갈수록 미궁이다. 하지만 그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어쩌면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복잡한 양상을 띨 수밖에 없다는 걸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가 보여주고 있어서다. 거기에는 개인의 욕망에 조직의 욕망이 겹쳐져 있고, 그 욕망에 이합집산하며 때론 공조하고 때론 대립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그런 욕망들에 휘둘리지 않는 황시목(조승우)이나 한여진(배두나) 같은 소신을 가진 이들은 그 플라스크 위에 얹어진 욕망들을 드러내는 진단시약 같은 역할을 해낸다.

 

검경협의회에서 검찰을 대표하는 우태하(최무성)와 경찰을 대표하는 최빛(전혜진)은 조직의 이익을 위해 수사권을 두고 맞붙는 역할로 등장했다. 그런데 그렇게 각자 조직이 좀 더 유리한 협상의 고지에 서기 위해 상대 조직의 비리를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여기서 이제 지방으로 갈 위기에 처한 서동재(이준혁)가 어떻게든 버텨내기 위해 여기저기 줄을 대는 그 욕망이 더해지며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서동재는 의정부 세곡지구대에서 벌어진 형사의 죽음이 동료형사들에 의한 살인의 정황이 있다는 건을 가지고 우태하와 줄을 대고는 수사를 이어가고, 한편으로는 자살한 이창준(유재명)의 아내이자 한조 그룹 회장인 이연재(윤세아)에게도 경영권 분쟁에서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한다. 그런데 서동재의 욕망은 건드리지 말아야할 과거에 벌어졌던 어떤 비밀에 접근하게 만든다.

 

그 와중에 서동재가 납치 실종되어 버리자 그 과거의 비밀과 연루된 이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최빛은 실종되기 전 서동재가 통화한 기록에서 유독 '남양주 경찰서' 건만 주목해서 읽었고, 우태하는 서동재가 실종 전에 한조그룹 이연재 회장을 만났다는 이야기에 흥분한다. 그 사건은 아마도 이연재 회장을 처음 찾아갔던 서동재가 슬쩍 떠보는 말로 건넸던 '박광수 변호사 사망 사건'으로 추정된다. 한조그룹이 사외이사로 비밀리에 영입하려 했지만 박광수 변호사는 사망하고 당시 남양주 관할 경찰서장이었던 최빛은 이 사고를 그냥 덮고는 경찰청 정보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서동재의 실종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조그룹 이연재 회장과 최빛 단장 그리고 우태하가 하나로 묶여지는 건 결국 이들이 과거 그 사건을 덮는 과정에서 공조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검경 대립 구도 속에서 각자 조직의 이익을 대변하던 최빛과 우태하가 따로 은밀히 만나 나누는 대화는 이들이 검경으로 갈라져 있는 조직원이지만, 과거 사건에서는 한 배를 탔던 이들이었다는 걸 의심하게 만들었다.

 

<비밀의 숲2>는 애초 검경 대결을 소재로 가져왔지만, 그 안에서 서로의 비리를 찾아내기 위해 가려졌던 사건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그 과정에서 그 검경 협의회의 협상 테이블에 선 수장들까지 과거의 비리와 연루되어 있다는 게 드러난 상황이다. 과거의 사건으로 묻힐 수 있었던 것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건 서동재의 욕망 때문이지만, 조직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수사를 해내가는 황시목과 한여진이 있어 사건의 실체에 점점 접근하게 된다.

 

서동재를 납치 감금한 인물은 그가 접근한 사건의 진실을 숨기려는 자들일 수도 있고, 어쩌면 정반대로 그렇게 은폐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려는 자의 소행일 수도 있다. '나는 설거지를 한 것이다. 이미 늦었다'는 납치범의 메시지가 올라온 것을 통해 추정해보면 어쩌면 은폐하는데 일조한 누군가가 이제는 위기상황에 몰려 벌인 일일 수도...

 

이처럼 <비밀의 숲2>는 명쾌한 사건의 정황을 쉽게 드러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조직과 조직이 부딪치고 그 안에 인물들의 욕망이 겹쳐지는 이런 사안이 결코 쉽게 설명될 수 없다는 걸 말해주는 것일 게다. 너무 복잡해보여 단순화해 보려했던 사안은 그래서 이 숲에 들어가면 그것이 결코 단순한 일들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해준다.

 

그래서일까. 갈수록 미궁인 그 사건들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진실에 접근해가는 황시목과 한여진이 마치 그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로 속에서의 횃불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다. 그들이 결국 다다를 진실은 어떤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미궁 속 깊숙이 들어가 봐야 드디어 볼 수 있게 될 그 모습이 갈수록 궁금해진다.(사진:tvN)

김종민이 이렇게 웃겼나? '놀면'이 만들면 찐 캐릭터가 되는 건

 

김종민이 이렇게 웃겼던가. 물론 그간 KBS 예능 <1박2일>에서 그가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게 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리액션과 답변으로 바보인가 천재인가를 알 수 없는 그 캐릭터가 늘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고 훈훈한 웃음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의 김종민은 그 웃음의 밀도 자체가 달랐다. 말 한 마디, 표정 하나만으로도 빵빵 터졌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놀면 뭐하니?>는 새로 시작한 '환불원정대'의 매니저 면접을 하면서 유재석에게 쓰던 방식을 그대로 썼다. 당사자들에게 매니저 면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그 장소로 오게 한 것. 갑자기 매니저 면접을 받게 된 양세찬, 조세호는 지난주 그래서 유재석이 자신들을 모른 체 하며 '지미 유'라고 소개하고 다짜고짜 면접을 하는 그 상황극 속에 들어와 당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그런데 매니저 면접을 하다 갑자기 이번 회에서는 이상민을 초대해 제작자로서 조언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상민은 어떤 매니저가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말 귀를 못 알아듣는 매니저'가 제작자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기상천외한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추천한 인물이 바로 김종민이다. 이상민은 빨리 그를 잡으라는 조언을 남긴 채 떠났다.

 

바로 이렇게 일종의 '밑밥(?)'을 깔아 둬서일까. 2차 매니저 면접을 하기 위해 온 김종민은 지미 유와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졌다. 들어서면서부터 너무 황당한 표정으로 "예?"를 여러 차례 반복하는 모습은, 이상민이 조언했던 '말 귀를 못 알아듣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편견이나 무언가를 잘 보이려는 모습 그런 것들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순수함으로 무장한 김종민은 매니저 면접으로 그를 불렀다는 질문에도 "왜요?"라고 말하고, 어떤 일 하다 오셨냐는 질문에도 더듬대며 "집에 있다 왔다"고 말하고는 그것이 '매니저의 덕목'이라고 했다. 질문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 "예?"를 반복하는 김종민의 모습에 지미 유는 면접을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음소거 웃음을 터트릴 정도였으니.

 

스스로의 단점이 이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솔직히 말하는 김종민은 웃음을 주면서도 순수한 모습으로 호감을 줬다. 나라의 수도를 잘 안다고 자신했지만 네 문제 중 세 문제를 모두 틀리고 나자 금세 "잘 모른다"고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에서도 지미 유는 "신선함"을 느꼈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지원한 적이 있다는 프로필에 '무대 위의 고충'을 묻자, "무대 위의 고충요?"라고 되묻는 것만으로도 김종민은 큰 웃음을 주는 캐릭터였다.

 

중요한 건 그것이 설정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찐 캐릭터'라는 점이었다. 결국 지미 유는 그에 대한 평가로 "김종민 이 사람은 찐이다"라고 썼다. 사실 김종민의 이런 캐릭터가 완전히 처음인 건 아니었다. 이미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왔던 모습을 매니저 면접이라는 상황 속에서 보여줬을 뿐이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그의 캐릭터를 매니저에 최적화된 인물이라는 이상민의 이야기를 더해줌으로써 제대로 끌어올렸다. 조금 답답해 보이는 그의 어눌한 말투가 모두 웃음으로 바뀌게 된 이유였다.

 

이것은 어쩌면 <놀면 뭐하니?>가 그 많은 캐릭터 놀이들을 그토록 재미있게 만들어내는 힘이 아닐까 싶다. 똑같은 캐릭터도 앞뒤 스토리텔링을 달리하거나 유재석의 쥐락펴락하는 유도에 의해 보다 빵빵 터지는 캐릭터로 부각시키는 것. 환불원정대의 매니저로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김종민을 단 몇 분 만에 기대하게 만든 그 힘이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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