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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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 당신은 어떤 세계의 삶을 진정 원하는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5. 3. 18. 10:24
흥미로운 '풍문'의 화학실험, 신데렐라 아닌 갇힌 소녀 “요즘 같은 시대에 귀족이 어디 있습니까.” 한정호(유준상)은 그렇게 말하면서 ‘시민사회’의 자유와 평등을 운운한다. 하지만 그렇게 평등한 시민사회의 한 일원인 척 하는 한정호의 실상은 뼛속까지 귀족인 양 특권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실제로 그는 엄청난 대기업들의 대리를 해주는 로펌의 대표로서 권력을 행사한다. 비상한 머리로 타인의 치부를 들춰서라도 얻을 건 얻어내는 그런 인물이다. SBS 월화드라마 는 그 대부분의 공간적 배경이 바로 이 한정호의 집이다. 벌써 7회를 넘기고 있지만 이 집의 구조는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 집을 무작정 쳐들어온 서봄(고아성)의 엄마 김진애(윤복인)가 ‘너무 커서’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다. 공간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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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의 폭발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4. 11. 1. 12:11
, 순간 보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는 이에겐 정규직 채용의 기회와 대폭 연봉 인상을 약속드립니다.” 의 이 대사를 들으며 순간 을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대사는 ‘나쁜 놈들 잡는 나쁜 놈들’이라는 기발한 설정의 드라마 에 나오는 것이다. 이 대사를 던지는 황여사(이용녀)라는 인물은 인신매매는 물론이고 멀쩡한 사람의 장기를 빼내 팔아먹는 이른바 ‘회사’의 대표 정도 되는 인물이다. 이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비리 형사를 가장해 들어온 ‘나쁜 녀석들’은 그러나 정체가 들통 나면서 수십 명의 칼든 이 회사의 ‘사원들’에 둘러싸인다. 출입구는 통제되고 인터넷 사내전화 핸드폰을 비롯한 모든 통신기구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 게다가 이들을 도와줘야할 후위의 타격대들 역시 황여사에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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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왜 하필 강북의 지하를 배경으로 했을까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14. 10. 13. 09:49
이 끔찍한 건 그것이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 의 배경은 강북의 한 마을이다. 어둑한 밤길 마치 공무원들처럼 복지부동하고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공권력 속에서 그나마 행인들을 지켜주는 것이라면 가로등과 CCTV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의 연쇄실종사건이 벌어지는 강북의 그 마을에는 그 가로등과 CCTV를 공권력이 아니라 살인자가 쥐고 있다. 가로등을 마음대로 꺼버리고 그 어둠 속에서 살인자는 일종의 ‘인간사냥’을 벌인다. CCTV? 그것은 범죄자들을 찍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아니라 사냥감이 어디로 움직이는가를 보여주는 범죄자의 ‘천리안’이다. 즉 에서 ‘본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적인 위치를 만들어낸다. 살인자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고, 공권력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살아남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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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라는 괴물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4. 9. 15. 10:30
, 막장인 듯 막장 아닌 막장 같은 정체 MBC 는 주말드라마의 판세를 뒤집은 드라마다. KBS 주말드라마가 늘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해왔었지만 는 그걸 단숨에 뛰어넘어 최근 들어 마의 시청률이 되고 있는 30%대를 훌쩍 넘겼다. 역시 막장드라마의 힘이 세다는 얘기가 나온다. 으로 일일 막장, 막장 마니아 시대를 연 김순옥 작가의 작품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항간에는 이 드라마를 그저 막장드라마라고 치부하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김순옥 작가는 “현실에선 더 기가 막힐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되려 선악 구분이 분명한 드라마의 권선징악 결말을 통해 시청자들은 통쾌감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마치 막장드라마의 변명처럼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