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그룹 활동에서 팀원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다소 들뜬 기분 탓이었을 게다. 린다G(이효리)라는 부캐로 제주 소길댁으로 살며 꾹꾹 눌러왔던 흥이 한꺼번에 빵 터지며 천하의 이효리도 실수를 저질렀다. 소녀시대 윤아와 함께 노래방에 간 걸 라이브 방송으로 공개했다가 일부 네티즌들의 시국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며 비판을 받았던 것. 이효리는 그 댓글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노래방을 퇴실했고 이후에 공식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굉장한 잘못이라기보다는 좀 더 세심하게 생각하지 못한데서 생긴 실수였다.

 

이효리의 린다G 놀이(?)는 지금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시도하고 있는 여름 시즌을 겨냥한 혼성 댄스 그룹의 핵심이다. 물론 '깡' 신드롬의 비가 막내로 합류해 싹쓰리라는 팀이 더 완성도 높게 탄생했지만, 누가 뭐래도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은 린다G가 세우고 있다. 이들이 신보로 내놓을 '다시 여기 바닷가'라는 곡의 가사를 쓴 린다G는 예전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바 있다. 그 정서는 싹쓰리라는 팀이 가진 중요한 색깔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와중에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풀이 죽어 있는 이효리의 거듭된 사과와 그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유재석, 비의 모습은 오히려 팀 결속력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비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효리는 평소와는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런 이효리에게 유재석과 비는 괜스레 농담을 걸며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다.

 

유재석은 놀리듯 "얼굴이 많이 상했는데"라며 그간의 이효리의 마음 고생을 슬쩍 꺼내놓았고, 비는 "굉장히 청순한 이미진데"라고 그걸 거들었다. 그러면서 유재석은 "데뷔하기 전에 다들 조심 좀 할게"라며 그런 실수가 또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걸 분명히 했다. 이효리는 "이제 린다 안할래"라며 부캐 놀이에 자신이 깊이 빠져들었다는 걸 시인했다.

 

"누나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잖아 아까 여기 앞에서 봤거든 너무 풀 죽어 있는거야. 나도 모르게 손을 이렇게 잡아줬어. 누나 괜찮아. 눈물이 여기까지 맺혀갖고..." 비가 그렇게 이야기해주자 유재석도 "린다도 사람"이라며 "우리 다 똑같은 인간"이라고 이효리를 위로했다. 이효리는 미안한 감정에 진짜로 눈물을 보였다. 팀에 누를 끼쳐서 되겠냐며 하차해 제주도 내려가야 겠다는 이야기까지 꺼내는 이효리에게 유재석은 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농담을 던졌다. "너 없어지면 나랑 (비룡이) 지금 두리쥬와 해야 돼."

 

그 농담에 웃음이 터지지만 또 미안함을 느끼는 이효리에게 유재석이 던지는 위로의 한 마디가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든다. "아 이게 또 사람이 인생 살다보면 나한테도 그렇고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지금껏 단 한 번도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며 살아온 유재석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비 또한 "이쯤 되면 여기서 꼴 보기 싫다고 누나가 말해줘야 하는데"라며 이효리가 린다G의 그 가시가 있는 장미 캐릭터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하지만 농담을 주고 받아도 이효리는 실제로 "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팀 활동은 한 사람의 실수나 잘못이 다른 팀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유재석의 말대로 누구나 살다보면 실수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마음을 다잡고 그런 실수를 또 다시 저지르지 않는 것. 이때 팀원들의 위로는 함께 하는 팀이 왜 혼자보다 나은가를 증명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효리의 거듭된 사과와 유재석, 비의 진심어린 따뜻한 위로가 오히려 팀 결속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듯이.(사진:MBC)

 

'놀면 뭐하니'가 깨워낸 비의 매력, 구박받을수록 빛난다?

 

애초 '깡' 신드롬이 일어난 것도 비가 유튜브 댓글로 올라온 비판들을 선선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비는 싹쓰리 멤버들인 유두래곤(유재석)과 린다G(이효리)의 구박 속에서 더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수발러'로 싹쓰리 멤버들과 함께 하며 이들을 돕는 광희까지 그 구박에 가세할 정도다.

 

누가 봐도 호흡도 잘 맞고 또 함께 하는 것 자체를 좋은 추억으로 여기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싹쓰리에서 유두래곤과 린다G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꼴 보기 싫다"는 말이다. 데뷔에 앞서 커버곡 '여름 안에서' 뮤직비디오를 찍는 와중에 카메라가 돌자 상큼하고 귀여운 표정과 동작을 하는 린다G를 보면서 유두래곤이 질색을 하고, 비룡(비)의 대놓고 하는 꾸러기 표정에 "꼴 보기 싫어"라고 말하는 그들이다.

 

사실 춤에 있어서는 비룡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 혼자 브레이크다운 춤을 소화해내기도 하고 솔로를 주로 했던 습관 때문에 무대를 독차지할 정도로 시원시원한 동작을 선보인다. 또 카메라 앞에서는 천연덕스럽게 입술을 깨무는 꾸러기 표정을 짓는 귀여운 막내에서부터, 지팡이를 들고 스웨그 넘치는 동작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너무 튀는 모습들은 자칫 과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순간 여지없이 유두래곤과 린다G의 지적과 질색이 이어진다. 그러면 비룡은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막내로서의 자리로 돌아간다. 물론 "섭섭해"라는 이제는 '섭섭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가 된 유행어를 툭 던짐으로서 그저 당하지만은 않는 막내의 소심한 항변을 하지만.

 

그리고 이 대열에는 수발러 광희까지 합류한다. 비룡이 전화번호 줬는데 왜 전화안하냐고 하자 광희는 왜 집착하냐며 그렇게 치덕거리면 "매력 없다"고 일갈한다. 결국 이런 광희의 면모는 수발러의 위치를 슬쩍 슬쩍 넘어서게 함으로써 그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부각시키는 면이 있다. 결국 이런 걸 받아주는 비룡의 존재가 유두래곤과 린다G는 물론이고 광희 캐릭터까지 잡아주고 있다는 것.

 

요트를 타고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비룡은 자꾸만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는 이렇게 유두래곤과 린다G와 함께 하는 시간이 훗날 너무나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말한다. 이동하는 차안에서도 비룡이 10년 후에 자신은 더 이상 '꾸러기 표정'을 지을 수 없을 거라 말하자, 유두래곤과 린다G는 한 목소리로 "왜 못하냐"며 그 때도 꾸러기 표정을 지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늙은 꾸러기' 일명 '늙꾸'라는 새 캐릭터가 탄생한다.

 

"누나 나는 내가 다른 사람 보는 것 같다. 재석이 형이랑 누나가 있으니까 내가 앙탈을 부릴 수가 있잖아. 다른데 가면 내가 중심을 잡아야 되니까 이런저런 이야기 못하는데..." 요트 위에 누워 비룡이 툭 던지는 이 한 마디에 그가 얼마나 <놀면 뭐하니?>의 이 싹쓰리 프로젝트에 기분 좋게 임하고 있는가가 느껴진다.

 

이것은 다른 이도 아니고 유두래곤과 린다G가 하는 애정 어린 구박(?) 속에서 비룡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그의 말대로 그 속에서 앙탈을 부리기도 하는 막내의 꾸러기 표정이 살아나고 있는 것. 싹쓰리에서의 비룡의 존재감은 다름 아닌 유두래곤과 린다G가 있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사진:MBC)

'놀면' 유재석이 연 부캐의 세계, 이효리가 펄펄 난다

 

이른바 부캐의 세계는 유재석이 열었지만, 이로 인해 이효리가 펄펄 날고 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제 궤도에 올라오게 된 건 유재석이 유고스타, 유산슬, 라섹, 유르페우스, 유두래곤 같은 다양한 부 캐릭터의 활동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면서다. 그래서 <놀면 뭐하니?>의 출연자 명단에도 이 다양한 부캐들이 올라온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놀면 뭐하니?>의 출연자 명단에는 새로운 인물들의 부캐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닭터유'와 치킨을 튀겼던 박명수가 '치명'이라는 부캐로 등장했고, 이효리와 비가 각각 린다G와 비룡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여름 음악시장을 겨냥한 혼성 그룹 프로젝트로 시도되고 있는 이른바 싹3 멤버로 이효리와 비가 합류하면서 생겨난 변화지만, 그래서 생기는 기대감은 과연 <놀면 뭐하니>가 유재석의 부캐만큼, 이효리나 비의 부캐 활동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효리는 이미 이 부캐 놀이에 푹 빠진 모습이다. 광희가 픽업을 왔을 때 수수한 제주댁의 차림으로 나타난 이효리는 자신이 린다G가 아니라며 고민 같은 게 있으면 털어놓으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효리는 광희를 다독이며 '민박집 누나' 보는 것 같지 않냐고 묻기도 했다. 광희가 이효리에게 "구박할 줄 알았다"고 하자, 나(제주댁)는 구박한 적이 없다며 "린다G는 그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린다G는 모든 사람을 구박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렇게 광희랑 차를 타고 오며 세상 다정하고 편안했던 제주댁은 다음 날 유재석과 비를 만나로 나온 자리에서는 완전히 다른 린다G의 면면을 드러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당당하게 풀어내는 린다G는 심지어 광고에 대한 욕심까지 털어놨다. 유재석이 제주댁으로서의 이효리가 광고 출연을 하지 않겠다 선언했던 걸 짚어내자, 린다G는 "돈이면 뭐든 다 한다"고 말했던 것.

 

사실 이런 멘트는 무소유의 삶을 이야기했던 제주댁 이효리로서는 부캐를 활용한 것이라고는 해도 다소 이율배반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효리는 과거 SNS를 통해 자신의 삶을 '모순덩어리'라고 고백했던 것처럼, 그런 무소유의 삶을 지향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버리지 못하는 욕망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를 숨기기보다는(숨기는 건 자칫 위선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솔직히 드러내는 이효리가 훨씬 더 건강해 보인다.

 

곡 선정을 하면서 걸 그룹이 부르면 괜찮을 법한 노래를 자신이 갖겠다고 나서면서 이효리가 '센 언니 걸 그룹'을 거론한 점은 그래서 그저 멘트가 아닌 실제가 됐으면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제시, 엄정화, 화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과 함께 걸 그룹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낸 것.

 

만일 <놀면 뭐하니?>가 린다G의 부캐 활동 또한 담아내며 그 한 가지로서 센 언니 걸 그룹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한다면 어떨까. 그것은 어쩌면 <놀면 뭐하니?>의 또 다른 확장의 진화가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자신의 욕망을 애써 꾹꾹 눌러 놓은 채 하나의 이미지로만 고정되어 살아가는 억압된 삶을 부캐라는 장치를 통해 깨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대중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사진:MBC)

 

'놀면' 유재석·이효리·비,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건

 

사실 유재석과 이효리 그리고 비가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게임 끝이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혼성 그룹 프로젝트는 그래서 그 구성 자체가 이미 성공이다. 이런 제안을 무심한 듯 유재석에게 툭 던져놓고는 대세 스타들인 이효리와 비를 끌어 모은 김태호 PD의 놀라운 선구안이 만든 대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아직 노래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벌써부터 시청률이 10.4%(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박명수와 함께 했던 '닭터유' 프로젝트에서 시청률이 7%대까지 떨어진 상황을 이번 혼성 그룹 프로젝트는 단번에 뒤집어버렸다. 물론 <무한도전>의 시즌2를 기대하는 분들이 적지 않지만 <놀면 뭐하니?>는 지금껏 해왔던 그 방식대로 풀어나가는 게 효과적이라는 게 수치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흥미로운 건 혼성 그룹으로 모인 유재석과 이효리 그리고 비가 완벽한 조합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이들이 어딘지 조금씩 부족함을 갖고 있고, 그것을 숨기기보다는 아예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태호 PD가 괜스레 유재석을 따로 불러 이효리와 비에 비교해 자기 소속 연예인(?)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주영훈에게 보내 단기 속성 과외를 시키는 대목은 다소 의도적이다. 그런 상황을 통해 유재석은 실력은 조금 부족해도 있는 그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어필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이효리도 또 비도 조금씩 부족한 면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진다. 이효리는 스스로도 말하듯 고음이 어렵다는 걸 털어놓기도 했고, 랩을 하면서도 영어 가사가 익숙하지 않은 걸 드러내기도 했다. 비는 '깡 신드롬'에서도 나타난 것이지만 어딘지 트렌드에서 조금 빗겨난 듯한 모습을 보여 유재석과 이효리의 공격을 받는다.

 

유재석은 물론이고 이효리나 비에게서도 어떤 부족한 지점을 솔직히 드러내고 그것을 서로 물고 뜯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준다. 그것은 이들이 최정상의 가수(그것도 시대를 풍미한)였다는 사실과 너무나 다른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 주는 웃음이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훨씬 더 그들과 눈높이를 맞춰가며 이 혼성 그룹이 되어가는 과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놀면 뭐하니?>가 유재석을 유고스타로 또 유산슬로 유르페우스로 캐릭터를 확장시키온 과정이기도 하다. 즉 이번 혼선 그룹 프로젝트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이런 어딘지 부족한 캐릭터가 세 배로 모인 셈이다. 그들은 물론 부족한 면들을 대놓고 드러내지만, 저마다 갖고 있는 독보적인 자기들만의 영역 또한 분명하다. 시대의 트렌드 세터로서 이효리의 앞서가는 아이디어들과 그만이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아우라 넘치는 춤이 그렇고, 음악만 나오면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춤꾼에 이제 꾸럭미까지 갖춘 막내의 귀여움이 더해진 비가 그렇다. 뭐든 막상 시키면 다 해내는 유재석이야 두말이 필요 없고.

 

그래서 이번 혼성 그룹 프로젝트에서는 <놀면 뭐하니?>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 MBTI 검사를 통해 본 궁합이 '파국'이듯이 전혀 안될 것 같은 이 조합이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대한민국 여름 시장을 싹쓸이하는 노래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모든 게 완벽하다면 전혀 기대할 수 없었을 것들을, 부족하기 때문에 더 기대하게 되고 긴장감 넘치게 바라보게 되는 것.

 

부족해도 "그게 뭐?"하고 말하는 이효리의 당당함과 누가 뭐라고 해도 그걸 선선히 받아들이는 비의 대범함 그리고 안될 것 같지만 막상 시작하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들어 놀라운 결과를 만드는 유재석의 비상함. 마치 프로그램이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당신은 당신 자신으로 이미 충분하다고.(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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