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영화', 끝이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삶, 작품

 

우리 영화

 

SBS 금토드라마 '우리영화'는 '하얀사랑'이라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하얀사랑'은 시한부 규원과 현상의 사랑과 이별을 담았고, 그 규원 역할을 실제 시한부인 이다음(전여빈)이 맡았다.

그 작품을 찍는 감독 이제하(남궁민)는 영화를 찍으며 이다음을 사랑하게 되고, 그 작품 속 시한부 규원의 마음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영화'의 엔딩신은 이제하와 이다음에 의해 원작과는 달라진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찍은 엔딩신에서

규원 역할을 빌어 이다음이 극중 남주인공인 현상에게 건네는 말은

이제하에게 그대로 와 닿는다. 

 

"현상씨 들려요? 끝도 없이 부서지는 소리."

"응. 들려."

우리 영화

"이제하는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어요."

"어, 알아. 나는 행복해질 수 있어. 다음씨가 알려줬잖아."

우리 영화

"제하씨는 제하씨의 시간을 살아줘. 아주 행복하고 충실하게. 나는 여기에 머물러 있을게. 제하씨 마음에 그리고 이 바다에도."

우리 영화

"응. 다음씨는 여기 있는 거야." 

"응. 나는 이렇게 부서지고 다시 생기고 부서지고 다시 생길 거니까."

 

부서지지만 다시 생겨나는 포말처럼

이다음은 계속 그 곳에 있을 거라고 한다. 

그건 이제하의 기억 속에, 그가 이다음과 함께 찍은 '하얀사랑'이라는 영화 속에 있겠다는 거다.

 

앞으로 이제하는 이다음 없는 세상에 남겨지겠지만

어느 파도 앞에서

또 언제든 다시 틀어 볼 수 있는 영화 속에서

이다음이 다시 생겨나고 부서지고 또 생겨나는 걸 볼 것이다. 

 

계절이 그렇고, 그 계절 맞아 피었다 금세 떨어지는 꽃잎이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그 지는 꽃잎을 애써 주머니에 한웅큼 집어 넣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떨어진 꽃잎도

계절이 오면 다시 피어나고 또 떨어진다.

 

우리 삶이 그렇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을 애써 만들려는 마음도 그 삶을 애써 반복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우리 영화. 우리 삶.

사라져도 영원히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반복될...

 

우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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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이네2’, 이제 외국인들은 한식 문화까지 즐기려 한다

서진이네2

“닭갈비.” 한 외국인 손님이 그렇게 메뉴를 주문하자 그걸 받아적던 최우식이 “완벽한 발음이네요.”라고 말해준다. 실제로 그렇다. 이 외국인은 어디서 보고 들었는지 이 음식을 발음하는 게 낯설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음식이 나오자 마침 함께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 그 날 처음 만난 다른 손님에게 먹어보고 싶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닭갈비와 더불어 함께 나온 비빔면도 나눠준다. 

 

tvN ‘서진이네2’의 이 광경은 어딘가 익숙하다. 그건 함께 둘러 앉아 나눠 먹는 한식의 풍경이기 때문이다. 주로 각자의 음식을 따로 먹는 외국인들의 음식 문화와는 사뭇 달라 때론 이상하게 여겨지기도 하던 그 풍경을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서진뚝배기’라는 음식점 이름에 걸맞게 뚝배기에 나온 음식을 함께 자리에 앉은 친구나 가족이 맛을 보겠다며 숟가락으로 음식을 가져가 먹는 광경도 익숙하게 등장한다. 

 

그 닭갈비를 나눠 준 외국인은 함께 앉은 다른 손님들에게 자신이 한국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들려준다. 코로나 기간에 알게 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들 덕분에 한국드라마와 문화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또 친구들과 한국드라마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그런데 음식이 계속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먹어보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이번에 처음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먹어 봤어요. 맛있었어요.” 

 

이건 어쩌면 외국인들이 이제는 한국음식에 점점 익숙해지게 된 중요한 이유일 게다. 영화나 드라마가 먼저 알려지고 그래서 그 콘텐츠들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거기 등장하는 한식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한식을 음식만이 아닌 그걸 먹는 방식, 즉 음식 문화에 대한 것 또한 이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진이네2’에 서진뚝배기를 찾은 손님 중에는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도 있었는데 콘텐츠를 통해 배운 것이라고 했다.  

 

나눠 먹는 일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점점 한국의 음식문화가 가진 ‘정’으로 느껴지고 자꾸만 다 먹고 나서는 “감사합니다” 같은 한국말로 고마움을 표현하려 한다. 뜨끈한 국물과 더불어 소주를 찾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흥미롭다. 건배를 한 후 한 번에 쭉 마시는 모습은 영락없이 드라마 같은 데서 봤던 걸 따라하는 것일 게다. 어떤 손님은 다 마시고 나서 빈 잔을 머리 위에 터는 모습까지 보인다. 

 

‘윤식당’ 때부터 ‘윤스테이’를 거쳐 ‘서진이네’까지 나영석 사단은 지금까지 약 7년 동안 외국에서 한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을 보여줬다. 세계 각지를 다니며 한식을 만들어 외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를 들여다 봐온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 봤던 외국인들이 한식을 접하는 모습과 현재에는 차이가 느껴진다. 처음에는 숟가락을 쓰는 것도 낯설어 굳이 젓가락으로 힘들게 먹던(그것이 마치 예의라고 생각했던 듯 하다) 그들이 지금은 숟가락으로 밥을 퍼서 뚝배기불고기의 국물에 살짝 담갔다 빼서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닭갈비를 비빔면에 싸서 먹거나, 육전과 비빔국수를 함께 해서 먹는 모습도 익숙하다. 그렇게 먹어야 음식이 더 맛있다는 걸 알려주기도 해서지만, 그렇게 함께 먹는 방식이 한식문화에는 익숙하다는 걸 이들도 알고 있는 눈치다. 맥주에 소주를 넣어 소맥을 만들어 마시기도 하는 이들 중에는 이렇게 콘텐츠를 통해 알게 된 음식 문화 때문에 한국에 직접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K콘텐츠의 저력이 느껴지는 ‘서진이네2’의 색다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사진:tvN)

8부작 드라마인데 한 편의 영화 같은 ‘킬러들의 쇼핑몰’

킬러들의 쇼핑몰

무려 8부작 드라마인데 한 편의 영화 같다.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은 정지안(김해준)이 있는 집을 공격하는 일단의 무리들의 장면들로 시작한다. 군부대가 인근에 있어 사격연습을 한다는 고지가 들려오지만 그건 사실 이 무리들이 갖가지 무기로 무장한 채 벌일 공격을 감추기 위한 위장이다. 작은 움직임에도 스나이퍼의 총알이 날아들고, 드론 공격이 이어진다. 그리고 척 봐도 만만찮은 훈련과 실전 경험이 있는 용병들이 집을 공격한다. 

 

그 1회의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8회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즉 이 8부작은 집을 공격해 오는 용병들과 사투를 벌이는 정지안의 하루(아마도 그 정도의 짧은 시간) 정도를 담고 있다. 하지만 매 번 공격과 방어가 이어지는 순간들 속에서 정지안은 먼저 사망한 삼촌 정진만(이동욱)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잘들어 정지안.” 습관적으로 그렇게 말한 후 이런 일들이 벌어질 거라는 걸 예견이라도 한 듯 했던 말들이 떠오르고 정지안은 이를 통해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면서 삼촌 정진만의 목소리를 따라 어린 시절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집을 난입한 용병들과 그를 구하러 왔던 정진만의 동료가 끔찍한 대결을 벌이는 장면을 보는 등 충격적인 일들을 겪은 후 말도 기억도 잃었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리고 정진만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말을 되찾았던 순간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새총 대신 총 쏘는 법도 배웠던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정지안의 집을 무차별 공격하는 용병들과 맞서는 하나의 이야기로 묶여져 있지만, <킬러들의 쇼핑몰>은 그래서 순간 순간 정진만의 목소리를 따라 플래시백되는 다채로운 에피소드들로 채워진다. 그러면서 정진만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고 과거 용병이었으며, 바빌론이라는 조직의 일원이었다가 나오게 되어 이 집에 쇼핑몰(총기)을 꾸리고 고객(용병들)을 상대하게 됐던 사연들이 하나하나 풀어져 나온다. 

 

그 서사 하나하나가 밀도 있게 그려져 있어, 한 편의 영화를 8부작으로 늘려 놓은 느낌은 전혀 없다. 대신 8부작짜리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구성만으로도 흥미롭다.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서서히 그 경계가 흐려져 간 드라마와 영화가 탄생시킨 작품처럼 보여서다. 

 

그 촘촘한 8부작을 채워놓은 건 물론 다양한 무기들을 활용한 공격들과 이에 맞서는 액션들이다. 특급 킬러 소민혜(금해나)가 불꺼진 창고에서 수십 명의 용병들을 무너뜨리는 신출귀몰한 액션을 펼친다거나, 마치 개의 형상을 한 듯한 로봇의 무차별 공격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들, 그리고 파신(김민) 같은 진짜 태국 사람처럼 보이며 무에타이 액션을 보여주는 그런 장면들이 드라마를 꽉꽉 채워놓는다. 

 

그러면서 정지안이라는 인물의 성장담을 통해 이 무차별 액션이 그저 볼거리의 전시가 아니라 하나의 삶에 대한 은유라는 걸 담아내는 일도 빠지지 않는다. 정진만이라는 보호자가 없는 세상에서 시시각각 물어 뜯으려 달려드는 하이에나 같은 용병들 속에서 정지안이 스스로 행동을 선택하고 저들과 맞서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은 생존경쟁 속에 내던져진 현재의 청춘들에게 던지는 드라마의 질문 같다. 

 

8부작으로 끝을 맺지만, 드라마는 말미에 시즌2에 대한 여지를 다시 활짝 열어 놓았다. 일단의 용병들과의 사투가 끝이 났지만 그것이 단 하루 정도의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펼쳐질 수 있는 이야기도 무궁무진할 수 있다는 것. 오랜만에 시즌2가 기다려지는 한 편의 영화 같은 8부작 드라마다. (사진:디즈니+)

'범바너3', 서사예능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 가능했던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범인은 바로 너>가 시즌3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은 지난 2018년 시즌1이 공개된 후, 지금껏 달려온 대장정의 마무리다. 사실 이 대장정의 시작점은 SBS <런닝맨>이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끝에서 되새겨보면 <런닝맨>과는 다른 지점에 서 있는 <범인은 바로 너>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이른바 '서사예능'이라는 색다른 지점이다. 

 

이번 시즌3의 부제는 '잠재적 범죄자 리스트'다. 그래서 매 회 각각의 사건들이 펼쳐지면서도 그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이야기 구성을 갖고 있다. 법으로 심판하지 못하는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는 사건 배후의 조직이 존재한다는 점이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것은 시즌3 이야기의 구성이면서, 각각의 사건들이 갖는 구성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넣어뒀던 간장게장이 사라지고 그걸 가져간 범인(?)을 찾는 소소한 사건을 추리해가다가 갑자기 한 인물이 살해되면서 살인사건으로 이야기가 커져나가고, 그 사건은 그 후 벌어진 비밀도박장에서 손목이 잘린 채 죽은 사체와 사택 옥상에서 굵어죽은 사체에게 벌어진 사건들과 다시 연결되면서 그것이 각각이 아닌 하나의 사건이었다는 게 밝혀지는 식이다. 

 

물론 8회에 걸쳐 구성된 많은 사건들이 완벽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건 이 시리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좋은 방법도 아니다. 대신 매회 매 사건 속에 던져진 추리의 미션들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출연자들에 몰입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8회에 구성된 사건들을 보면, 물론 살인사건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액션이 가미된 부분도 있고, 공포나 미스터리, 멜로가 가미된 부분도 존재한다. 

 

이처럼 완벽한 유기적 연결이 이뤄지지 않는 건 <범인은 바로 너>가 보여주고 있는 리얼 예능의 캐릭터쇼와 드라마의 극적 요소의 연결 자체가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 예능이 신박한 건 캐릭터들이 들어가서 게임처럼 사건을 추리하고 풀어나가는 예능적 요소가 갖는 돌발적인 흐름과, 드라마가 하나의 메시지나 스토리를 제시하기 위해 그려나가는 인위적 상황을 연결해 놨다는 점이다. 

 

<범인은 바로 너>는 제작진이 전체 판을 그림으로써 던져놓은 드라마틱한 상황에,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출연자들이 들어가 경험하며 추리해나가면서 돌발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제작진이 완성된 어떤 흐름을 그려나가려는 방향과, 그 안에서 움직이며 그 흐름을 따라가거나 혹은 엇나가는 방향은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8회에 걸쳐 각각의 사건들이 진행되고, 그것이 거대한 한 사건으로 귀결되는 제작진의 의도가 100% 구현되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여기서 제시되고 있는 드라마틱한 상황은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 팔이 잘리고 사체가 사라지는 연쇄 살인사건으로 등장하는 스릴러다. 이 부분은 이 프로그램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런닝맨>과는 다른 선택에서 만들어진 결과다. 즉 <런닝맨>은 초창기에 다양한 드라마틱한 장르들의 스토리텔링을 시도했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통한 게임 예능화의 경향을 보인 바 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보다는 예능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범인은 바로 너>는 예능적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추리적 재미에 예능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대신 드라마틱한 상황의 스토리를 구사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스릴러가 주는 긴장감과 예능이 추구하는 이완적인 웃음을 동시에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

 

<범인은 바로 너>는 그래서 <런닝맨>에서 시작했지만 캐릭터쇼의 웃음보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추구함으로써 '서사예능'이라는 색다른 지점에 도착하게 됐다. 그리고 이 선택은 예능도 매회 그저 웃음으로 휘발되는 어떤 장르가 아니라, 하나의 일관된 흐름의 스토리텔링으로 작품처럼 기억되는 장르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런닝맨>식의 웃음을 기대한다면 어딘지 모자란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예능도 하나의 서사를 그려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이야기와 추리의 재미에 빠져본다면 <범인은 바로 너>는 색다른 예능의 맛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이 부분은 어쩌면 시즌3까지 뚝심 있게 걸어온 <범인은 바로 너>의 가치와 의미가 아닐 수 없다.(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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