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빌레라', 칠순의 알츠하이머 박인환도 꿈을 꾸는데

 

"날이 이렇게 좋은데, 이렇게나 화창한데, 내가 왜, 도대체 왜, 엄마 아버지 나 어떡해요." 칠순의 어르신의 입에서 나오는 '엄마, 아버지'라는 말은 그 자체로 짠하다. 그건 순간 이 어르신의 70년 인생이 가진 무게가, 저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목소리를 통해 느껴지기 때문이다. 버티지 못할 정도로 힘겨울 때 우리는 모두 저도 모르게 어린아이가 되어 부모님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의 덕출(박인환)처럼.

 

칠순의 나이에 발레복을 입고 춤을 추는 덕출을 보는 주변의 시선은 '주책'이다. 나이 들어 '춤바람' 났다는 소문까지 들려온다. 발레연습실에서 채록(송강)이 그 아름다운 동작으로 새처럼 가볍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덕출은 순간 자신을 초라하게 느낀다. 늙고 볼품없는 자신이 꿈이라며 하고 있는 발레가 실로 '주책'은 아닐까 싶어진다. 덕출이 발레라는 꿈을 꾸는 일은 그래서 청춘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겨운 일이다.

 

게다가 덕출은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됐다. 그건 주책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꿈을 향해 나가는 그에게는 더욱 더 큰 좌절감을 주는 판결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꿈을 지워내고 살았던 삶이 그의 한 평생이었고, 이제야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알츠하이머라니. 그건 꿈이 아닌 자신이 지워지는 병이 아닌가. 이보다 큰 절망이 있을까.

 

하지만 덕출은 기승주(김태훈)가 데리고 간 김흥식 발레단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휠체어를 탄 무용수의 아름다운 발레를 보면서, 발레가 육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들 앞에서 서툰 동작이지만 정성껏 배운 대로 자기 느낌을 담아 발레를 선보인 덕출은 무용수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건강한 몸이 아니어도 발레를 좋아하는 그 마음이야말로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발레가 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기승주가 덕출에게 말하는 '자기만의 발레'라는 표현은, 이 드라마가 단지 발레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걸 드러낸다. 젊건 나이 들었건, 건강하건 병이 들었건, 누구나 어떤 꿈을 꾸는데 있어서 '자기만의 발레'를 하는 것이고, 그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덕출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칠순의 알츠하이머 어르신도 '자기만의 발레'를 할 수 있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나빌레라>에서 덕출이 하는 말 한 마디, 동작 하나가 감동적인 건, 툭 던져져 나온 말 한 마디와 눈앞에서 보이는 어설픈 동작 하나에도 이 어르신의 칠순의 삶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것은, 이 '자기만의 발레'는 덕출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연기자 박인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칠순의 이 연기자가 발레복을 입고 발레를 배우는 역할에 도전한다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나. 이제는 가족드라마의 평범한 아버지 역할로 자리하고 있는 노배우의 발레 연기라는 새로운 도전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다.

 

그래서 무용수들 앞에서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발레 동작들을 하나하나 선보이는 이 노배우의 연기는 덕출이라는 인물의 도전을 그 누구보다 절절하게 전해준다. 굉장히 고난도의 점핑이나 회전 같은 게 전혀 없는, 작은 손 동작 하나만으로도 이토록 아름다운 발레를 표현할 수 있다니. 박인환의 연기에서는 그의 인생의 무게가 느껴진다. 덕출이 발레 동작 하나에 자신의 삶을 담아내듯.(사진:tvN)

'나빌레라', 발레에 담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진정한 소통

 

미안하다. 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의 덕출(박인환)이 채록(송강)에게 하는 말과 행동은 이상하게도 기성세대가 청춘들에게 던지는 사과처럼 보인다. 채록의 아버지 이무영(조성하)이 체벌로 감옥에 가고 그로 인해 채록의 동창이었던 호범(김권)은 자신의 꿈이었던 축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서 호범은 채록이 알바로 일하는 곳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당구장으로 배달을 시켜놓고는 돈을 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늘 이 말을 던진다. "야. 이채록. 네가 잘 살면 안되지 않냐?"

 

하지만 그 광경을 보게 된 덕출이 호범에게 던진 말은 그들 가슴에 콕 박히는 '팩폭'이었다. 덕출에게 채록의 아버지가 사람 때려 감옥에 갔다고 호범이 하는 말에, 덕출은 이렇게 대꾸한다. "근데.. 채록이가 때렸어? 얘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채록이한테 이러는 건데? 안그래 학생?" 그건 사실이었다. 잘못은 채록의 아버지가 한 것이지 채록이 한 게 아니라는 것. 그런데 그로 인해 꿈을 접게 된 호범은 채록 탓을 하고 있었다.

 

이 장면이 감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건, 지금의 청춘들이 겪는 치열한 경쟁과 좌절이 그들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몰아세운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다는 점을 그 상황이 에둘러 그려내고 있어서다. 채록도 호범도 잘못이 없다. 하지만 호범은 그 좌절감을 채록에게 풀고 있었고, 채록은 그것조차 당연히 자신의 몫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덕출이라는 진짜 어른의 등장과, 그가 던지는 일갈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이 시대 청춘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담겨져 있다 여겨진다.

 

죄송해요. 덕출이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어려서 접었던 발레의 꿈을 다시 펼쳐나가고, 진짜 무대에 서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걸 아냐고 하면서도 가족들의 반대에 "정면돌파"를 이야기하는 채록의 모습에서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 하고픈 일 한 번 시도해보지 못한 진짜 어른에 대한 청춘의 사과가 느껴진다. 만만찮은 힘겨운 현실 때문에 그런 현실을 만든 기성세대들을 탓하지만, 그들 역시 삶 하나를 통째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이들이어서다.

 

하지만 이제 나이 들어 꿈꾸던 발레를 다시 하려는 덕출을 가족들은 "미쳤냐"며 반대한다. 아내조차 자식들에게 민폐 끼치지 말라며 발레복을 가위로 조각조각 잘라 버린다. 채록의 스승인 기승주(김태훈)는 채록에게 대놓고 덕출을 매니저로 붙인 이유가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할아버지가 발레하시는 게 진짜 중요해서? 나 그런 거 관심 없어. 그냥 너 위해서 이용하는 거야."

 

도대체 이 어른이 무슨 잘못을 해서 평생 하고픈 일을 단 한 번도 할 수 없게 됐을까. 그리고 이제 꿈을 향해 하려는 작은 날갯짓조차 허용하지 못할까. 그런데 이 덕출의 작은 날갯짓은 채록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아내의 반대에도 끝까지 숨어서라도 발레를 할 거라는 덕출은 채록에게 자신이 진짜 무서운 게 무엇인지를 들려준다. "채록아. 내가 살아보니까 삶은 딱 한 번이더라. 두 번은 아냐. 내가 아홉 살 때 아버님이 반대를 하셨고 지금은 집사람이 싫어하는데 솔직히 반대하는 건 별로 안 무서워. 내가 진짜 무서운 건 하고 싶었는데 못하는 상황이 오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게 기억도 나지 않는 상황인거지."

 

칠순의 나이에도 하고픈 발레의 꿈을 계속 이어가는 덕출의 모습은 과거사에 붙잡혀 늘 머뭇거리던 채록의 멈춰진 날갯짓을 움직이게 한다. 그는 기승주에게 콩쿨에 나가겠다고 말하면서, 슬쩍 할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꺼내놓는다. "쌤은 할아버지가 발레 배우는 거 관심없을 지 몰라도 전 관심 있어요."

 

<나빌레라>가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건, 거기에 우리네 어른 세대와 청춘 세대가 서로에게 던지는 사과와 위로가 담겨 있어서다. 발레는 그걸 매개해주는 소통의 고리다. 그래서 덕출과 채록이 함께 서로를 다독이고 부축하며 발레를 해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크나 큰 힐링을 선사한다. 서로의 탓이 아니라, 오히려 내 탓이라 말하며 서로를 지지해주는 그 관계야말로 단절되어 갈등마저 일으키는 세대 간의 진정한 소통의 시작일 테니까.(사진:tvN)

'나빌레라', 무겁디 무거운 박인환과 송강은 가볍게 날 수 있을까

 

상가에서 친구의 죽음을 마주하는 덕출(박인환)의 얼굴은 꽤 담담하다. 그 곳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는 노년의 쓸쓸함이 담겨있다. 친구 하나가 문득 술 한 잔을 비우며 말한다. "근데 왜 눈물이 안 나냐?" 그러자 덕출이 말한다. "늙으면 이별도 익숙해지니까."

 

tvN 새 월화드라마 <나빌레라>는 덕출이라는 이제 칠순에 들어선 인물의 쓸쓸함으로 시작한다. 그는 정년퇴직을 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 긴 하루 때문에 뭘 해야 할 지 알 수 없다는 그는 정처 없이 시간을 보내며 지낸다. 자식들은 모두 성장해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평생을 뒷바라지하며 살아온 그를 그리 살갑게 대해주지는 않는다.

 

유일하게 그를 찾아주는 이는 요양원에 들어간 교석(이영석)이다. 가족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교석은 그래도 사탕봉지를 들고 찾아주는 덕출과 절친이다. 평생 선박을 팔았는데 정작 자기 배 한 척 갖지 못했다는 교석은 '전진호'라는 배를 꿈꾼다. 그 배를 타고 큰 바다를 항해하며 고래를 만나고픈 꿈.

 

하지만 그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의 현실은 무겁디 무거운 육신과 함께 요양원에 묶여 있으니 말이다. 결국 그는 어느 날 창밖으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전진호' 종이배를 만들어 마치 종이비행기처럼 날려 보낸다. 그러나 종이배는 훨훨 바다 위를 날아가지 못하고 땅바닥에 그 무거운 육신을 툭 떨어뜨린다. 그렇게 그는 날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어려서부터 발레리노의 마치 날아갈 듯 가벼운 몸짓을 동경하던 덕출이었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살기 위해서 "하고 싶은 건 해본 적이 없이" 살아온 그는 칠순의 나이에 다시 날고 싶어진다. 이제는 발레 공연 무대에도 자신 같은 관객은 없는 나잇대지만, 종이로 만든 전진호만을 남긴 채 떠난 친구의 죽음을 마주한 후 그는 절실해진다. 그는 찾아간 발레 스튜디오에서 채록(송강)이라는 이제 스물셋의 발레리노를 만난다.

 

<나빌레라>는 조지훈의 시 '승무'에 등장하는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 '나빌레라'는 '나비 같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훨훨 나는 듯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 드라마가 이 표현을 제목으로 가져온 건 '나비처럼 가볍게 훨훨 날아가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기 위함이었을 게다. 덕출의 무겁디 무거운 삶이 발레에 대한 꿈을 통해 나비처럼 훨훨 나는 가벼움으로 피어나길 바라며.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삶이 무거운 건 단지 칠순의 덕출만이 아니다. 이제 겨우 스물셋의 나이인 채록 역시 그 삶의 무게가 만만찮다. 아버지 무영(조성하)은 무슨 일 때문인지 감옥살이를 하다 출소하고, 그 과거는 고스란히 채록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들었다. 20대의 나이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육신을 가진 그지만 그 역시 발레리노로서 가볍게 훨훨 날지는 못하는 현실의 무게를 등에 짊어지고 있다.

 

<나빌레라>가 첫 회만을 통해 보여준 건 마음은 그 누구보다 간절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을 것 같은 덕출과, 몸은 펄펄 날 것 같지만 마음이 그를 짓눌러 날지 못하는 채록이 만나 벌어지는 사건을 다룰 거라는 점이다. 칠순과 20대의 나이 차를 훌쩍 뛰어넘어, 꿈과 현실이라는 공통분모를 두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나빌레라>는 최근 19금 드라마가 늘고 있고 그만큼 자극적인 수위와 표현, 소재를 담은 드라마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이질적일 정도로 차분하고 잔잔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잔잔함이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그 힘은 결코 약하지 않다 여겨진다. 특히 요즘처럼 누구나 무거운 현실을 매일 같이 마주하고 있는 청춘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우리네 삶을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가 줄 위로와 감동이 더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사진:tvN)

<배우학교>를 통해 장수원도 이원종도 찾는 것은

 

배우니까 배우세요.’ tvN <배우학교> 첫 회에 등장한 문구다. 배우는 그냥 연기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배움으로써 더 잘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발연기 논란을 겪었던 남태현이나 연기하는 것마다 로봇이라고 비아냥을 받다 아예 그게 캐릭터가 되어버린 장수원. 이제 원로급 배우지만 연기하는 즐거움을 잃었다는 이원종이나 어떻게 하면 웃길까만을 고민하다 연기의 진지함을 간과해온 유병재 등등. 이 학교에 온 출연자들은 저마다 연기에 대한 고충들을 안고 있다.

 


'배우학교(사진출처:tvN)'

배우니까 배우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맞게 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산을 오르며 발성연습을 하고 운동장에 있는 사물들을 몸으로 표현해보기도 하며 때로는 돗자리라는 단어 하나로 대화를 나눠보기도 한다. 또 결국은 몸의 자연스러운 표현이 중요한 연기를 위해 발레리나 김주원이 찾아와 일러주는 발레 동작들을 연습하고 표현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적인 준비와 연습이 귀결되는 곳은 따로 있다. 그것은 처음 이 학교에 들어왔을 때 박신양이 던졌던 질문. 즉 연기란 무엇이며 나는 왜 연기를 하려는가 라는 그 화두다. 즉 나를 알고 그 껍질을 깨치지 않으면 연기는 그저 흉내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연기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사물을 몸으로 연기하라는 박신양의 숙제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장수원이었다. ‘로봇 연기라는 소리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그는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도 제대로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지 못했다. 마음 속의 무언가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막고 있었던 것. 노력해도 안되는 자신이 스스로도 답답했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무심코 학교 운동장 한 구석에 놓여진 쓰레기봉지에 마음이 갔고 그것을 몸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자신의 처지가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봉지 같았다는 것.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상의 속으로 쏙 들어간 장수원은 마치 그 껍질을 벗고 나오려 몸부림치는 듯한 모습을 연기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였다. 자신을 표현하려 하지만 무언가가 그걸 막고 있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 선생인 박신양은 장수원에게 그가 연기한 것이 쓰레기인지 쓰레기봉투인지를 물었다. 사실 그것들은 겉과 속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들이지만 장수원은 그것들을 하나로 혼동할 정도로 겉이 단단하게 속을 감싸고 있었던 것. 장수원은 아마도 이 연기수업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연기란 자신을 정확히 바라보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일이 아니던가.

 

이원종은 노틀담의 꼽추의 꽈지모도를 연기했다. 에스메랄다를 데려와 놓고 욕망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꽈지모도였다. 그 연기를 본 동료들은 진심어린 칭찬을 해주었지만 박신양은 여기서도 질문을 그치지 않았다. 그 연기가 너무 느리게 나왔다는 것. 또 에스메랄다라는 존재를 드러내는 연기가 아니라 꽈지모도 스스로를 드러내는 연기였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원종은 박신양의 질문에 수긍했다. 연기는 연기하는 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하는 대상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박신양의 지적에 이원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도록 연기를 하면서 자신에 대한 치장들이 드러내야 할 것들을 오히려 가리고 자신을 강조하고 있었던 걸 그는 명확히 깨달았다.

 

<배우학교>가 보여주는 이런 장면들은 과연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게나 중요한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어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배우가 아니라도 배울만한 것들이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들여다보고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방법. 소통과 공감의 시대에 이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까. <배우학교>가 배우가 아닌 보통의 시청자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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