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백종원의 쉴 틈이 되어준 김영만의 등장

 

만일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이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잠정 하차를 선언한 백종원의 입장은 얼마나 난감했을까. 부친의 캐디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백종원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 출연은 PD가 걱정할 만큼 난감한 사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네티즌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부친 문제에 대한 악플이 쏟아져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건 프로그램으로서도 또 백종원에게도 큰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사진출처:MBC)'

하지만 그렇다고 백종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아무 이유나 명분 없이 잠정 하차하는 것도 쉬운 선택은 될 수 없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이른바 인간계순위와 상관없이 천상계(?)의 왕좌에 군림해오던 그가 아니던가. 그러니 제아무리 상황이 어렵게 됐다고 해도 맘대로 하차를 선언한다는 건 시청자들에게 예의가 아닐 수 있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는 추억과 향수로 무장한 우리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 있었다. 그의 방송은 등장 자체가 감동이었다. 당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코딱지들(?)은 그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마치 사라져가고 잊혀져가던 자신들만의 문화를 지금껏 묵묵히 지켜내고 있었던 고마운 사람을 발견한 듯한 반가움과 먹먹함이었을 것이다.

 

중간 집계에서 인간계 1위를 차지한 김영만은 그것만으로도 촉촉해진 눈가를 숨길 수가 없었다. 그 현장에서 그의 방송을 바라보던 제작진들 역시 먹먹해진 마음을 참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최종 집계에서 그가 천상계 백종원의 왕좌까지 탈환했다는 점이다. 넘사벽으로만 여겨졌던 백종원이 김영만에 이어 2위가 되자 김구라는 친근해져서 보기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지만 김영만의 등장과 그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1위는 백종원에게도 잘된 일이 되었다. 2위 자리로 내려온 백종원의 잠정 하차는 그만큼 자연스러워질 수 있었다. 부친의 문제로 어쨌든 방송 강행은 무리한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잠시 방송을 벗어나 시간을 갖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러니 김영만의 1위는 어쩌면 백종원에게는 작은 휴식이자 명분이 되어주었다.

 

물론 이것은 영원한 하차가 아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가장 큰 장점은 출연자들의 드나듦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그것은 물론 제작진이나 출연자가 자의적으로만 결정하는 일은 아니다. 시청자들이 출연을 원했을 때 그 여론을 받아들여 출연시킨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암묵적인 룰이다. 과거 예정화가 다시 출연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제 잠정 하차를 선언한 백종원이 어느 정도의 휴지기를 갖다가 다시 복귀하는 일도 결국은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만일 시청자들이 백종원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진다면 자연스럽게 돌아올 수 있는 일이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백종원으로서는 초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수위에 올려놓은 천상계 인물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그 누구보다 방송에서 시청자들과 살뜰히 소통해온 백종원을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잠시 볼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잠시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김영만의 등장은 백종원으로서는 실로 절묘한 타이밍이 아니었나 싶다




'나가수', 노래자랑이 아닌 쇼인 이유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에서 막춤을 추면 1등이다? 그 첫 번째 물꼬를 연 가수는 김범수였다. '얼굴 없는 가수'였던 그는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르면서 박명수와 함께 춤을 추었다. 어딘지 막춤에 가까운 듯, 한편으로는 코믹하게 보이는 김범수의 춤은 관객을 열광시켰다. 청중평가단은 그에게 1위의 영광을 안겼다. 바비킴은 초반 부진한 성적을 내다가 신촌블루스의 '골목길'을 부르면서 1위를 차지했다. 이때 바비킴 역시 춤을 췄다. 그 후로 바비킴의 어딘지 술 한 잔 걸치고 덩실덩실 추는 듯한 그 막춤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춤의 바톤은 김경호가 물려받았다. 김경호는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부르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추는 예상치 못한 춤으로 관객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긴 머리를 찰랑찰랑 흔들고, 어딘지 수줍은 듯한 몸 동작은 폭발적인 가창력과 반전을 이루면서 그를 단박에 '국민언니(?)'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윤민수다. 조금은 과도한 감정이입의 창법으로 일관해오던 그는 ADD 4의 '빗속의 여인'을 부르며 마치 비장의 카드를 꺼내듯 춤을 꺼내들었다. 그의 개다리춤은 청중들을 열광케 만들었고 그는 꿈에도 그리던 1위를 처음으로 차지하게 되었다.

어찌 보면 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있다기보다는 웃음을 주는 이들의 막춤에 도대체 어떤 힘이 숨겨져 있어 추기만 하면 1등을 거머쥐게 만드는 걸까. 이것은 '나는 가수다'의 무대가 이제 어느 정도 대중들에게 익숙해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처음 이소라가 무대에 올라 '바람이 분다'를 조용히 불렀을 때, 눈물을 주르륵 흘리던 관객들은 진심이 담긴 노래가 가진 힘을 '나는 가수다'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나는 가수다' 무대에 이제 청중들은 적응이 된 상태다. 그들은 노래를 잘한다. 그 사실은 처음엔 놀라웠지만 지금은 당연한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렇게 노래만 잘 하는 줄 알았던 가수가 춤을 추면 어떨까. 물론 '얼굴 없는 가수'라고까지 불리던 그들이 추는 춤이니 거기서 프로페셔널한 멋진 춤을 기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딘지 어색하고 어눌하지만 춤을 통해 뭔가 다른 걸 보여준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그것은 단지 자신의 가창력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청중들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민수가 '빗속의 여인'의 첫 소절을 막 끝냈을 때 인순이가 한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드디어 쇼를 점점 알아가기 시작하는군요."

'나는 가수다'는 때론 성대대결이라고 부를 정도로 질러대는 고음과 소름끼치는 가창력의 대결 양상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인순이가 말하는 것처럼 '쇼'를 보여주려는 가수들이 있었다. '가창력 자랑(?)'에 지친 청중들에게 쇼는 흥겹고 즐거우면서도 그 자체가 가수들의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청중들에 대한 헌사라는 기분 좋은 인상을 만들었다. 물론 막춤과 순위가 어떤 하나의 법칙처럼 상관관계를 갖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가창력을 뽐내는 무대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 온전히 그 무대가 청중들을 위한 것이라는 '쇼'가 가진 인상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할 순 없을 것 같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지칭하듯, 가수의 또 다른 정체성은 못하거나 어울리지 않아도 청중을 위해 기꺼이 쇼를 할 수 있는 그 마음가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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