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찼던 <그녀는 예뻤다>, 왜 아쉬움이 남을까

 

아마도 <그녀는 예뻤다>는 올해 MBC가 남긴 최고의 드라마가 아닐까. 시청률면에서도 화제성면에서도 이 드라마는 놀라운 기록들을 남겼다. 첫 방 시청률 4.8%(닐슨 코리아)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매회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13회에서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18%를 찍었다. 어디 그뿐인가. 콘텐츠 파워지수 3주 연속 1(CJ E&M/닐슨 코리아), 프로그램 몰입도 1(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이런 시청률의 급상승이 가능했던 건 이 드라마의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물이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없는 청춘의 자화상을 담아내는 현실적 요소들이 들어 있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즉 처음 이 드라마를 제목만으로 접한 시청자들은 그것이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회가 거듭되면서 그 로맨틱 코미디에 부여된 사회적 현실에 공감대가 점점 커질 수 있었다.

 

이게 가능했던 건 주근깨투성이의 김혜진(황정음)이라는 이 양자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캐릭터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즉 김혜진은 자라면서 주근깨가 생겨 외모가 역변한 인물인데다, 동시에 집의 몰락으로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스펙도 별로 좋지 않은 인물이다. 이 캐릭터는 따라서 로맨스로 풀면 첫사랑 앞에도 못나서는 안타까운 사랑의 주인공이 되지만,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배경인 진성매거진이라는 회사의 인턴이라는 입장으로 풀면 늘 구박받고 오해받는 전형적인 을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이 두 가지 관점에서 김혜진이라는 인물의 성장을 바라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서 지성준(박서준)이나 김신혁(최시원) 같은 멋진 남자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라고, 그러면서도 진성매거진이라는 일터에서 그녀가 진가를 보여지길 원하게 된다. 따라서 이 그녀의 진가라는 건 외모와 상관없는 품성, 스펙과 상관없는 실력을 말해준다. 이러니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대중들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이처럼 괜찮은 캐릭터와 잘 짜여진 이야기로 완성도 높게 그려지던 이 드라마는 후반부에 이르러 어떤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김혜진이 화장으로 주근깨를 지우고 영 모스트스럽지 못한 스타일을 버린 채 잘 꾸미고 회사에 다시 나타나던 시점부터다. 그것은 마치 이 드라마가 지금껏 해왔던 사람의 진가에 대한 좋은 관점을 덮어버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시청자들은 주근깨라도 당당하고 스펙 없어도 일 잘하는 김혜진에게 매료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급물살을 탄 멜로와 너무 빨리 밝혀져 버린 정체는 그래서 일찍 터트린 샴페인처럼 뒷맛을 밍밍하게 만들었다. 16부작이지만 일찌감치 11부에 해소되어버린 갈등요소는 나머지 5회를 그저 질질 끌려가는 드라마로 만들었다.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그 5회 분량은 마지막회 한 회면 충분할 소재의 이야기들이었다. 결국 이야기의 부재는 드라마를 온전히 멜로에만 할애하게 했다. 초반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청춘의 자화상으로서의 김혜진 캐릭터는 이 후반부에 과도하게 질질 끌려간 멜로에 의해 희석되어버렸다.

 

꽤 좋은 성적과 가능성들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만일 초반의 흐름처럼 후반까지 쉬지 않고 흘러갈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야심찼던 시도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녀는 예뻤다>는 좋은 작품이었지만 그래서인지 그만큼의 큰 아쉬움을 남기는 작품이 되었다



<그녀는 예뻤다>, 최시원이라는 청춘들의 판타지

 

어쩌면 MBC <그녀는 예뻤다>의 최대 수혜자는 최시원이 아닐까. 사실 그저 큰 역할을 하지 않는 조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극중 성준(박서준)과 신혁(최시원) 사이에서 혜진(황정음)이 누구와 이뤄졌으면 좋겠냐는 인터넷 투표 결과는 놀랍게도 신혁의 손을 들어주었다. 주인공도 아니고 주연들 옆자리에 선 인물이 신혁이 아닌가. 그런데도 주연급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는 거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이렇게 된 데는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 판타지의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 <그녀는 예뻤다>의 판타지란 사실상 스펙 없고 외모도 역변해버려 사회에서조차 소외되어온 주인공 혜진이 우리네 청춘들을 표징하는 인물처럼 그려진데서 나온다. 그렇게 소외되어 인턴으로 더 모스트에 들어와 잡지 만드는 허드렛일을 하지만 차츰 그녀의 진가를 알게된다는 이야기.

 

여기서 아무도 몰랐고 심지어 과거 첫사랑이었던 성준도 몰랐던 그녀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채는 인물이 바로 신혁이다. 그는 주근깨투성이 얼굴에 비 맞으면 폭탄머리를 하고 있는 혜진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또 명랑한 모습에서 이미 예쁘다고 말해버린 인물이다. ‘더 모스트사무실의 직원들이 그녀의 진가를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알게 된 것과는 사뭇 달랐던 신혁의 시선이었다는 것.

 

밤이면 편의점 컵라면을 먹고 심지어 노숙자 같은 운동복차림에 얼굴 한 가득 덥수룩한 수염을 방치하며 살아가는 신혁은 그토록 털털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사실은 재벌2세다. 그러니 이건 또 다른 판타지를 자극한다. 제 아무리 2세지만 갑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을도 아니고 병 정도 되는 인턴의 가치를 알아보는 존재. 그리고 심지어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인물이니 판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여느 신데렐라 드라마들이 보여주듯 백화점에서 여자 주인공의 스타일을 쫙 뽑아주는 돈 자랑을 하는 인물이 아니다. 대신 그녀가 힘들 때 슬쩍 다가가 소주 한 잔을 같이 기울여주고 좋아하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걸 알고는 남자 사람 친구처럼 그녀를 편하게 해줄 줄 아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우울한 상심에 빠져있는 인물도 아니고 오히려 농담을 툭툭 던지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

 

신혁은 한 마디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판타지로서의 거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는 사랑의 상대인 왕자님이 아니라 저 뒤에서 사랑을 바라봐주고 지지해주는 키다리 아저씨다. 그러니 어찌 지금의 청춘들이 빠져들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신혁의 사랑은 혜진의 가치 증명이 아닌가. 그녀가 스펙도 외모도 아닌 그 심성과 열정 그 자체로서 여전히 예쁘다는 걸 신혁은 증거해주는 인물이다.

 

많은 작품에 얼굴을 내밀었지만 아마도 최시원에게 <그녀는 예뻤다>의 신혁은 최고의 캐릭터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마치 최시원 그대로의 모습이 투영된 듯한 그 유쾌함이 이 캐릭터의 판타지와 맞물려 상승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식스맨에서 봤던 그 포춘쿠키의 최시원은 그래서 <그녀는 예뻤다>의 똘기자로 들어와 훨씬 확장된 매력을 갖게 됐다. 물론 그것이 배우로서의 위치를 만들었다 평가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확실한 캐릭터 하나가 생겼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녀는 예뻤다>, 황정음은 왜 주근깨 가면을 쓰고 나왔나

 

MBC 주말예능 <복면가왕>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리 이상하게까지 여겨지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 나이든 세대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기괴하게 다가온다. 가수가 얼굴을 가리고 노래를 부른다니. 그것도 기괴한 모습의 가면을 쓰고.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가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기성세대들이 <복면가왕>에서 느끼는 기괴함은 과거 이 세대들이 봐왔던 많은 가요제와 쇼들을 떠올려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 때 방영되었던 국제가요제에서는 마치 우리나라의 대표선수처럼 무대에 올라 여러분을 열창해 관객들을 압도하던 윤복희가 있었고, 대학생들을 위한 대학가요제강변가요제에서 너무나 촌스러운 스타일이었지만 놀라운 가창력으로 주목받은 심수봉이나 이선희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을 드러내고 뽐내기 위해 무대에 섰다. 조금 부족해도 그들을 위해 마련된 무대가 있었고 대학생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리긴 했지만 그래도 실력을 선보이면 발탁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그러니 이 시절의 가수들을 생각한다면 <복면가왕>의 복면 쓴 가수들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게 당연하다. 당시 무대에 오르고 노래를 부른다는 건 자기 얼굴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복면 쓰게 만들었을까. 흔히 복면의 기능은 실체를 가리는 것이다. 그런데 <복면가왕>에서 가수들이 복면을 쓰고 나오는 목적은 정반대다. 실체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고 오히려 진짜 실체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아이돌이라는 얼굴에 복면을 씌우자 숨겨진 가창력이라는 실체가 드러난다. 그저 센 힙합 가수인 줄 알았는데 복면을 씌우자 의외의 깊은 감성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제 한 물 간 가수인 줄 알았는데 복면을 쓰고 나와 여전히 감동을 준다.

 

스스로 얼굴을 가림으로써 실체를 드러내는 인물을 우리는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도 발견한다. 여기 등장하는 과거 예뻤으나 역변한 김혜진(황정음)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부스스한 머리 게다가 옷 스타일도 꽝인데다, 스펙도 보잘 것 없는 인턴 나부랭이. 그런데 그녀가 예쁘다. 감춰져 있는 능력도 있다.

 

만일 김혜진이 예쁜 얼굴로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캐릭터였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그런 미모의 캐릭터라면 연애도 잘하고 일에 있어서도 능력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 드라마에서 그녀의 절친인 민하리(고준희)가 그렇다. 예쁜 얼굴에 잘 빠진 몸매 게다가 스타일도 좋고 좋은 집안까지 갖춘 그녀에게서 우리는 숨겨진 다른 능력이나 매력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마치 당연히 능력도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김혜진이라는 인물은 주근깨 가면을 씀으로써 오히려 그녀의 진가를 드러내는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그녀는 예뻤다>가 제목에서부터 드러내고 있듯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사실은 예뻤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장치다. <복면가왕>에 가수들이 복면을 쓰고 무대에 올랐듯이,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도 주근깨 가면을 쓰고 이 드라마의 무대에 올라서 있다. 목적은 같다. 진가를 드러내는 것이다.

 

<복면가왕>의 가면 쓴 가수들을 보면서,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지금 우리네 청춘들을 떠올리게 되는 건 그 공통분모로서의 가면이라는 장치 때문이다. 이들은 왜 이토록 가면까지 쓰면서 자신의 진가를 발견해주길 바라게 된 것일까. 그 반대편에 거대한 스펙사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물론 좋은 스펙을 가진 이들이라면 그걸 내보임으로써 어떤 이득을 가져가려 하겠지만, 대부분의 그렇지 못한 이들은 스스로 복면을 꺼내 쓴다. 제발 스펙을 가리고 실체를 봐달라는 간절한 호소. 그것이 이들 가면 세대들에게서 느껴지는 절절함이다.



<그녀는 예뻤다>가 재조명한 빼꼼녀 황정음의 진가

 

MBC <그녀는 예뻤다>에 등장하는 르누아르의 작품 시골의 무도회는 이 드라마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무도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춤을 추고 있는 남녀. 남자에게 이끌려 한껏 행복에 가득 찬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무언가 시선으로 말을 건네는 듯한 그림. 그런데 <그녀는 예뻤다>가 주목하는 건 이 여자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발코니 밑에서 춤을 추고 있는 그들을 슬쩍 훔쳐보고 있는 이른바 빼꼼녀에 주목한다.

 


'그녀는 예뻤다(사진출처:MBC)'

주역이 되지 못하고 그걸 쳐다보고 있는 조연. 그녀는 어쩌다 자기 인생에서 주역이 아닌 조연 역할을 맡게 되었을까. <그녀는 예뻤다>의 혜진(황정음)은 역변한 외모와 보잘 것 없는 스펙과 처지 때문에 어린 시절 첫 사랑이었던 성준(박서준) 앞에 나서지 못한다. 평범한 얼굴이거나 못생긴 얼굴의 여 주인공이 미남에 능력 있는 남자와 어쩌다가 로맨스를 갖게 되는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그것만일까. 그 이면에는 이른바 스펙사회로 대변되는 번지르르한 이력서 뒤로 제 진면목을 제대로 드러낼 기회조차 갖지 못하며 심지어는 그 자체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의 고충이 깔려 있다.

 

누구나 화보 속의 인물이 되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그 화보 속 인물을 흘낏 흘낏 훔쳐보며 살아가는 경우가 더 많고, 누구나 잡지 속의 멋진 인물을 꿈꾸지만 어쩌다 보니 험하디 험한 그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주인공은 저 편에 있고 우리는 늘 관객의 입장에 서 있다. 저 르누아르의 빼꼼녀처럼.

 

하지만 우리는 모두 누군가 주목하고 바라봐주지 않았을 때 누구나 저 빼꼼녀였다. 훈남이 되어 돌아온 성준도 혜진이 우산이 되어주지 않았다면 비오는 거리 한 구석에 앉아 과거의 고통 속에 떠는 빼꼼의 존재였을 것이다. 그가 유학 가는 날 시골의 무도회의 퍼즐에서 그 빼꼼녀부분을 떼어내 혜진에게 건네준 건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빼꼼의 존재였던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는.

 

시간이 흐른 뒤 돌아온 성준의 시골의 무도회퍼즐에는 그 빼꼼녀의 조각이 빠져있다. 드라마는 성준이 이제 빼꼼녀의 조각처럼 되어버린 혜진을 찾는 이야기다. 달라진 얼굴. 보잘 것 없는 스펙으로 인턴으로 들어와 마치 심부름센터 직원처럼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 토달지 않고 열심히 하는 그녀는 더 모스트라는 잡지를 만드는 사무실에서도 빼꼼녀. 그런데 과연 그녀의 진가가 빼꼼녀에 불과한 것일까.

 

사무실에서 그녀의 진가를 먼저 발견한 인물은 신혁(최시원)이다. 호텔 스위트룸 장기투숙객이면서 편의점 컵라면을 즐기는 이른바 스위트룸 노숙자라는 독특한 캐릭터인 그는 사무실 바닥에 떨어진 빼꼼녀퍼즐 조각을 주워 혜진에게 건넨다. 이 사무실에서 마치 빼꼼녀 퍼즐 조각 같은 혜진의 진가를 그가 먼저 발견한 것처럼. 혜진이 예전에는 자신이 예뻤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금도 그래하고 한 마디를 툭 던진다. 과거형으로 살아가는 혜진을 현재형으로 끌어낸 것.

 

<그녀는 예뻤다>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신분으로 태생으로 학벌 같은 스펙으로 또는 외모로 덮어놓고 있는 많은 진가들을 발견하고 상찬하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단지 혜진이라는 인물의 로맨스에만 마음이 심쿵한 것이 아니라, 늘 바닥으로 떨어져도 계속 해서 심기일전하는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저릿함을 느꼈다면 그것은 바로 이 드라마가 건드리고 있는 진짜를 느낀 것일 게다.

 

캐스팅의 최적 조건은 그 배우의 입장과 캐릭터가 딱 맞아 떨어질 때 만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혜진을 200% 생생하게 연기해내고 있는 황정음은 이 드라마에 안성맞춤이 아닐 수 없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주목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황정음이라는 배우는 말 그대로 빼꼼녀였다. 어딘지 과장된 연기 때문인지 그녀가 이 정도의 배우로 성장할 것이라고는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 빼꼼녀는 실로 긍정적으로 역변했다. <내 마음이 들리니>를 거쳐 <비밀>에서 연기의 영역을 확장한 그녀는 <킬미 힐미>로 확고한 배우의 위치로 올라섰다. 그리고 <그녀는 예뻤다>는 황정음의 확실히 깊어진 연기의 다채로운 결을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다. 그녀의 표정에서는 로맨틱 코미디가 가져야할 웃음은 물론이고 그 밑바닥에 깔린 슬픔까지도 느껴진다. <그녀는 예뻤다>. 이건 드라마의 제목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빼꼼녀의 가치를 끄집어낸 연기자로서의 황정음도 그렇다.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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