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연예인에게 섹시 콘셉트는 양 날의 칼

 

또 섹시 콘셉트인가. JYP측은 걸 그룹 미스에이의 정규 2집 ‘허쉬(Hush)’를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콘셉트 중에 가장 파격적이다. '섹시 수지'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고 한다. 왜 미스에이라는 걸 그룹의 신보를 소개하면서 굳이 ‘섹시 수지’를 전면에 내세웠을까. 당연하게도 미스에이의 신보에서 수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게다.

 

사진출처:건축학개론

영화 한 편으로 순식간에 국민첫사랑의 이미지를 꿰찬 수지가 아닌가. 이 첫사랑의 이미지와 섹시 이미지는 사뭇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러니 JYP측은 오히려 이 부분을 강조해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의도에서 ‘섹시 수지’를 강조했을 게다. 사실 미스에이의 섹시 콘셉트는 이미 ‘터치’의 붕대 의상에서부터 선보여졌고 심지어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기까지 했었다. 그러니 미스에이의 섹시 콘셉트가 새로운 건 아닐 것이다. 다만 수지가 가진 국민첫사랑의 이미지를 오히려 섹시 코드로 반전시킴으로써 발생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결국 섹시 코드를 내세워 국민첫사랑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시키는 셈이다.

 

하지만 여가수의 섹시 콘셉트는 확실한 음악적 성취가 따라주지 않을 때 득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물론 확실히 ‘섹시 수지’라는 이미지는 대중들의 이목을 주목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수지의 청순 이미지는 상당 부분 희석되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까지 불리던 청순 이미지가 수지가 가진 가장 큰 에너지라는 점이다.

 

알다시피 수지의 영향력은 가수로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드림하이>와 <건축학개론>이라는 두 작품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입지를 세웠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그녀의 연기력 때문은 아니다. 작품의 캐릭터와 그녀의 이미지가 맞아 떨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구가의 서>에서 수지가 보여준 연기를 생각해보라. 팬덤이 없었다면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게다.

 

결국 수지가 갖고 있는 힘은 이미지다. 청순한 외모와 순수한 느낌으로 <건축학개론>의 서연 같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 그런데 그 이미지를 ‘섹시’로 바꾸겠다는 거다. 물론 가수나 연기자나 다양한 이미지에 도전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을게다. 하지만 수지의 경우는 자꾸만 새로운 이미지를 덧대기보다는 노래든 연기든 어느 쪽에 좀 더 자신의 공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런 저런 이미지를 쓰는 것은 자칫 스스로를 알맹이 없는 껍질로 만들 수 있다.

 

알다시피 대중문화에서 섹시 이미지란 여성들에게는 거의 마지막에 쓰는 카드나 다름없다. 물론 적당한 섹스어필은 여자 연예인들에게 어느 정도 요구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서는 것은 오히려 해당 연예인의 이미지 소비만 빠르게 할 뿐이다. 과거 박진영에 의해 본인 스스로도 별로 원하지 않은 과감한 섹시 콘셉트를 선보였던 박지윤의 사례를 떠올려보라. 결국 그녀는 다시 가요계로 돌아오는데 상당한 세월이 걸리게 되었다.

 

최근 ‘24시간이 모자라’로 과감한 섹시 콘셉트을 선보인 JYP의 선미도 마찬가지다. 무릎을 꿇고 골반을 튕기는 춤은 잠시간 화제가 되었지만 노래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다. 결국 섹시 콘셉트로 화제가 되고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노래가 대중들의 귀를 자극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가수의 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여가수의 섹시콘셉트는 물론 수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대부분의 여가수들은 ‘섹시’가 무슨 필수품인 양 달고 노래를 발표한다. 심지어 국민여동생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아이유도 새 앨범의 포장을 ‘섹시’로 했고, 김예림 같은 독특한 음색의 가수 역시 팬티를 노출하는 티저로 섹시 이미지를 포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과 수지는 다르다. 아이유나 김예림이나 음악적으로 이미 충분한 성취를 갖고 있는 가수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본격 활동에 들어가면서 처음 이목을 끌기 위해 내놓았던 ‘섹시’ 이미지를 슬그머니 지워버렸다. 영민한 전략이다.

 

최근 현아와 현승의 트러블메이커가 새롭게 발표한 ‘내일은 없어’의 뮤직비디오에 대해 무수한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판도 있고 뮤직비디오의 구성이 해외 뮤지션의 것을 그대로 베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편에는 공개 3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5백만 뷰를 넘어섰다는 식으로 ‘19금 열풍’의 성공을 예고한다. 물론 이 정도의 수위를 보여주면서 이런 반응이 안 나타날 리는 없다. 하지만 현아의 노출과 섹시 이미지는 어쩌면 그녀에게는 갈수록 부담이 될 가능성도 높다.

 

클라라가 시구 한 방으로 드라마와 예능의 핫한 아이콘이 되는 과정은 지금의 섹시 과열 경쟁의 맨얼굴을 보여준다. 어떻게든 시선을 끄는 데 있어서 여자 연예인에게 섹시 이미지만큼 강력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라라의 경우에서 드러나듯이 거기에 걸맞는 연기력이나 예능감 혹은 음악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성공가능성은 오히려 더 희박해진다.

 

수지는 아직 어리다. 이제 겨우 19살이다. 연기든 노래든 부족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능성이 더 많은 연예인이다. 당장의 수익을 위해 소모되기보다는 좀 더 큰 가능성을 내다보고 부족한 면을 먼저 채워나갈 수는 없는 일일까. 섹시 수지를 기대하라고 하지만 사실 우려가 더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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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배우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배우를 배우로 만드는 것은 도대체 뭘까. <배우는 배우다>는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고 어찌 보면 너무나 모호한 이 질문을 도발적으로 던지는 영화다. 배우의 존재 근거를 질문하는 영화에 이준이라는 아이돌 스타를 세웠다는 것이 그 도발의 증거다. 왜 하필 이준이었을까.

 

사진출처: 영화 '배우는 배우다'

물론 이준은 <닌자 어쌔신> 같은 영화를 통해 액션 연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준의 연기에서 장점으로 보이는 것은 단순히 말로 전달하는 장면에서조차 그것을 액션처럼 몸으로 보여주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국은 몸의 언어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연기에 있어서 그가 가진 굉장한 자산이다.

 

하지만 이렇게 연기에 대한 타고난 자산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이준은 연기자로서는 여전히 초보에 가깝다. 배우라고 부르기보다는 아이돌 스타라고 하는 편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그가 배우를 연기한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바로 이 부분에 이 영화가 가진 묘미가 들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배우나 연기 같은 조금은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 자신이거나 혹은 우리네 일상일 수 있다는 것.

 

<배우는 배우다>에서 이준이 연기하는 오영이라는 인물은 연기의 기술은 잘 모르지만 몰입이 뛰어난 친구다. 그래서 서툴게도 연극을 하면서 타인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에만 너무 지나치게 빠져들어 극을 망치기 일쑤다. 즉 연극을 하면서 그것이 마치 실제인 것처럼 연기한다는 점이다. 물론 작품을 망치는 위험성이 있지만 연기자로서 이보다 중요한 덕목은 없을게다. 최고의 연기란 연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그런 오영이란 인물에게 마치 메피스토펠레스 같은 매니저가 달라붙으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영화의 단역 캐릭터를 조역까지 바꿔놓아 말 그대로 일약 스타를 만들어버리자 오영은 진정한 연기가 아니라 마치 스타를 연기하는 인물처럼 바뀌어버린다. 그토록 자신을 밟았던 여배우를 마치 정복하고 복수하듯 정사를 치른 후 그래서 그가 무심코 내뱉는 말은 이렇다. “여배우라고 별거 아니잖아.”

 

정점에 올라 스타가 되자 그는 작품의 캐릭터에 몰두하기보다는 스타가 된 자신에 더 몰입한다.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감독이 바라보는 연기라는 세계가 단지 스크린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시점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상황에 맞는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며 살아간다. ‘페르소나’라고도 흔히 표현되는 이 가면은 그래서 어쩌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너무 가면을 오래 쓰다보면 자신의 맨얼굴을 잊게 된다는 점이다.

 

오영은 스타라는 가면을 쓰면서 배우라는 자신의 본래 얼굴을 잊어버린다. 영화를 찍으면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스스로 컷을 외치는 건 그가 전혀 배역에 몰입되어 있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결국 그는 그렇게 추락한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와서야 비로소 자신의 맨얼굴을 찾아낸다. 중요한 것은 이 일련의 성공과 추락의 과정을 통해서 그가 배우라는 직업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됐다는 점이다. 어디서 어떤 역할을 하든 ‘배우는 배우다’라고 편안히 말할 수 있다는 것. 마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두 시퀀스가 있다. 그 하나는 오영이 어느 날 우연히 룸싸롱에서 알게 된 조폭 같은 깡다구(마동석)에게 이끌려 억지로 형 동생하는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스타를 연기하며 살아가던 오영은 갑자기 조폭 영화(이를테면 <영화는 영화다> 같은)의 한 인물을 연기하게 된다. 험악한 분위기에서 굴욕적인 일을 당하면서 그가 하는 행동은 전혀 다른 상황에서는 다른 연기를 하게 되는 우리네 삶을 잘 보여준다.

 

또 한 시퀀스는 마치 오영에게 구원처럼 등장하는 여자 서영희와 길거리에서 만나 즉석에서 벌이는 연기 장면이다. 이 장면은 마치 남녀가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그 애증의 갈등을 그저 평범하게 일상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와 그녀가 함께 연극에서 했던 연기를 재연하는 것이다. 즉 연기와 일상이 겹쳐지는 지점이다. 이 장면에서는 도대체 어떤 게 연기이고 어떤 게 실제인지 모호하기 이를 데 없다.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연기적인 행동들이 대부분 이럴 것이다.

 

<배우는 배우다>는 이처럼 연기가 연기자들의 것만이 아니라 누구나 하고 있는 일상적인 것이란 걸 보여준다. 물론 여기서 연기자와 일반인을 가르는 것은 오영이 경험했던 것처럼 실제 연기생활을 통해 자신을 조절할 줄 아는, 그래서 어디서 연기해도 ‘배우는 배우다’라고 얘기할 줄 아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경험한 이준은 어떨까. 그는 과연 이 영화를 통해 ‘배우는 배우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연기자의 세계로 들어왔을까.

 

영화를 통해서 보면 분명 이준은 신연식 감독이 그려낸 이 치밀한 연기의 세계 속에서 진짜 연기자를 경험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투박한 면이 보여도 그는 분명 꽤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전라 정사 신을 찍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누구나 영화를 보고 나오면 이렇게 말하게 되는 것. “이준, 역시 배우는 배우네.” 이것만큼 배우에게 좋은 찬사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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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장혁의 영화 찍기와 그 역효과

 

<진짜사나이> 수방사편에서 특임대에 들어간 장혁은 매번 모의 훈련 때마다 거의 한 편의 영화를 찍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절권도로 무장한 장혁은 버스에서의 대테러진압훈련에서도 총을 내려놓고 맨손으로 테러범을 제압하는 모습을 연출해 보여주었고, 인질을 구출하는 훈련에서도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창밖에서 진압 도중 생겨날 만일의 사태를 위해 적을 조준하는 자세를 진짜 영화처럼 보여주었다.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훈련 과정에서 장혁의 모습은 조금 과한 느낌을 주었다. 맨손으로 적을 제압하는 훈련에서도 장혁의 동작은 다른 병사들과는 달리 한 편의 영화였다. 그 때마다 훈련교관들은 당황하는 모습으로 연출되었다. 한 마디로 ‘너무 잘 해서’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통해 예능적인 연출을 보여준 것. 하지만 장혁의 조금은 과한 동작들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너무 영화나 드라마 같은 느낌을 준 것도 사실이다. <진짜사나이>를 보면서 <아이리스>를 떠올리게 된 것.

 

이것은 영화만큼 장혁이 잘 한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영화처럼 너무 짜여진 각본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들 일어나는 것조차 천근만근인 상황이지만 장혁은 그 와중에 스트레칭과 운동을 한다. 그의 모습에 일반병사들은 뜨악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군 생활에 잘 적응하는 건 알겠는데 너무 실제 병사들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은 연예인과 군인들이 뒤바뀐 느낌을 준다.

 

물론 이것은 부대의 성격 탓이기도 하다. 청룡대대나 이기자 부대처럼 체력적 부담을 느낄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곳에서 장혁의 모습은 FM병사의 그것처럼 보이면서도 어떤 인간적인 허술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뭐든 말로는 최고처럼 얘기하지만 실제 경기에 나가 한 방에 모래판에 꽂혀버리는 모습은 장혁의 액션(?)에 실감을 만들어주었다. 즉 폼은 멋있고 또 체력적으로도 대단하지만 실전은 역시 실전이라는 것.

 

하지만 수방사 특임대에서 장혁이 보여주는 액션은 심지어 교관들조차 압도되는 모습으로 연출되었다. 이것은 수방사 특임대가 다른 부대에 비해 훈련 강도가 약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장혁이 너무 잘 하고 있기 때문일까. 물론 실제야 어디 그리 쉽겠냐마는 방송으로 나오는 장면만을 두고 보면 장혁이 잘 하면 잘 할수록 특임대의 훈련이 너무 쉽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진짜사나이>의 존재이유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진짜사나이>의 주인공들은 힘들게 군복무를 하는 일반사병들이지 여기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의 역할은 사병들이 얼마나 열심히 군복무를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또 공감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수방사 편에서는 연예인 출연자들이 계급과 상관없이 일반병사들에게 마치 선배로서의 조언을 해주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장혁이 내무반에서 사병들에게 하는 이른바 ‘연애 특강’은 인생 선배로서는 이해되는 일이지만 진짜 군대 생활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수방사편의 훈련내용이 지금껏 나온 다른 부대들에 비해서 너무 약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방사편에서 일반사병 중 가장 많은 방송분량을 만들고 있는 ‘특별한 선임’ 손지민 일병은 연예인 구멍병사보다 더 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다. 심지어 손지민 일병이 받쳐주지 못해 서경석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빗속에서 땀에 범벅이 되어 치르는 유격훈련이나 잠을 자지 않고 훈련을 버텨내는 고강도 무박훈련을 봐왔던 시청자들로서는 수방사가 보여주는 테러진압 훈련이 너무 짜여져 있어 약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부대마다 특성이 있기 마련이고 또 훈련강도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어느 한 부대에 전입되면 거기에 맞춰 생활하는 군인들에게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것이 방송을 통해 나가게 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부대 간의 비교점이 생긴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이때 그 균형을 방송 제작진과 출연진이 잡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출연진은 이전에 다른 부대를 경험하고 온 터이기 때문에 새로운 부대와 부대원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주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열심히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시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수방사편은 특히 류수영 같은 <진짜사나이>에 걸맞는 ‘힘겨워도 긍정하는’ 인물이 스케줄 때문에 중도에 부대를 빠져나갔고, 목 부상을 당한 샘 해밍턴이 훈련의 중심에 들어오지 못함으로써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의 균형이 깨진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장혁의 영화 같은 액션은 너무 튀는 인상만 남기게 되었다. 연예인들이 일반인들과 사병들 사이에 어떤 소통의 고리를 만들어주는 것. 수방사편은 <진짜사나이>의 그 진면목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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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 어설픈 CG보다 급선무는

 

<전우치>가 첫 선을 보였다. 전우치라는 새로운 사극의 소재가 갖는 신선함과 차태현이라는 배우가 주는 기대감 때문인지 첫 방 시청률은 좋은 편이다. 단번에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청률과 다르게 반응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먼저 <전우치>라는 도술을 쓰는 존재를 그려내는데 있어 필수적인 CG가 기대 이하라는 평이다. ‘사극 버전 벡터맨’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전우치'(사진출처:KBS)

물론 CG의 완성도가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액션이 갖는 무게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CG가 아니라 촬영과 연출의 문제일 수 있고, 또 대본이 가진 장르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전우치가 도술을 부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놓고 판타지를 보여주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CG에 확실히 자신감이 있거나 그만한 투자가 이뤄졌다면 모르겠지만 영화도 아닌 드라마에서 그런 CG는 맞지도 않고 효과도 별로 없다.

 

드라마는 결국 볼거리보다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천착하는 장르다. 영화 <전우치>가 화려한 CG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신나는 한 판 놀이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해도, 그런 방식이 드라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눈보다는 마음이 움직이게 해야 된다. 게다가 <전우치>는 한 시대의 영웅을 그리는 서사가 아닌가. 그렇다면 대중들이 희구하는 영웅의 요소가 그 안에 들어 있어야 한다. 과연 이 사극의 전우치(차태현)는 우리를 가슴 떨리게 하고 마음 한 구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그런 영웅일까.

 

첫 회에서 보여준 이 영웅에게서는 그런 소명의식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탐관오리들이 학정을 펼친다거나 그래서 억울하게 죽어가는 민초들이 있다거나, 혹은 전쟁이 벌어져 외세가 쳐들어와 온 나라를 쑥대밭을 만들었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썩은 정치적 관료들 때문에 백성들이 피폐한 삶을 산다거나 하는 그런 현실을 끄집어낼 요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전우치의 개인사가 어설픈 CG와 함께 액션으로 보여졌을 뿐이다.

 

율도국에서 사랑했던 무연(유이)이 강림(이희준)에 의해 최면에 빠져버리고 전우치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건이 첫 회의 가장 큰 스토리다. 그리고 그렇게 죽어가는 전우치를 살려낸 스승이 조선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강림을 막으라는 말을 남기고 죽음으로써 앞으로 이 사극이 하려는 이야기의 대부분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전우치는 결국 조선을 넘보는 강림을 제압하고 무연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질문은 전우치라는 영웅의 존재의미이기도 하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포졸들에게 쫓기다가 숨기 위해 닭으로 변신함으로써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그런 틀에 박힌 도술 시퀀스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또 <매트릭스>와 <와호장룡>에서 나왔던 몇몇 액션 장면들을 따라하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전우치>라는 고전소설의 주인공에게 지금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이 현실의 갈증을 빗대어 풀어줄 영웅의 서사다.

 

이제 겨우 첫 발을 디딘 것에 불과하지만 CG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이 전우치라는 캐릭터가 어서 빨리 민초들을 구원하는 소명의식을 갖게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놀라운 볼거리로 승부할 것이 아니라면(이것은 전술했듯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지만) 좀 더 명쾌한 대립구도 속에 과거가 아닌 지금 현재 대중들이 갖고 있는 갈증을 사극의 형식으로 담아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전우치>는 자칫 B급 CG장르에 머물 위험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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