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이점만큼 리스크도 커져버린 까닭

 

JTBC는 결국 이영돈 PD가 출연하는 두 프로그램을 모두 내려버렸다. <에브리바디>는 본래 종영을 준비 중이었던 걸로 알려졌지만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영돈 PD가 간다>2월에 시작해 3월에 폐지된 비운의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이영돈 PD가 간다(사진출처:JTBC)'

프로그램의 폐지 발표는 사안이 터지고 조금 지난 후에 이뤄졌지만, 사실 이 결단은 이영돈 PD가 식음료 광고를 찍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바로 그 때 이미 JTBC의 긴급회의를 통해 정해진 사안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신뢰에 금이 가게 한 행위이기 때문에 더 이상 방송을 한다는 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영돈 PD의 이번 논란과 방송 폐지결정은 지금 현재 방송가가 갖고 있는 스타 리스크에 대한 단면을 보여준다. 방송사가 이영돈 PD 같은 스타를 영입하는 이유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 스타가 가진 이미지나 신뢰를 방송사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JTBC는 손석희 앵커를 영입해 시사 보도 분야에 대한 대중적인 신뢰를 가져온 바 있다. 이미 예능과 드라마에서 어느 정도 대중적 지지를 갖고 있는 JTBC는 이영돈 PD를 통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교양에 대한 인지도 제고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스타를 데려와 어떤 성과를 가져가려면 그 스타가 지속적인 이미지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영돈 PD는 그릭 요거트를 탐사보도의 아이템으로 하면서 타 업체의 식음료 광고를 찍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다. 무엇 때문인지 그는 그런 행위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프로그램 폐지가 결정된 후 이영돈 PD는 다시는 광고를 찍지 않겠다며 자숙하겠다고 했다.

 

최근 대중들이 스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깐깐해졌다. 이태임과 예원 사태가 보여주듯 사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일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이 사태로 인해 이태임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예원 역시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하차하라는 대중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런 사안은 스타 개인에 머물지 않고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으로도 이어진다. 스타 리스크는 이제 껴안았다가는 프로그램마저 날아가는 후폭풍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병헌을 두고 벌어진 50억 협박사건은 고스란히 그가 출연한 영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협녀><내부자들>은 일찌감치 제작이 끝났지만 이병헌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개봉 시기가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이 사건은 일단락된 분위기지만 그것이 남겨놓은 여파는 아직도 남아있다. 이 여파가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벌어진 김태우와 길건의 계약문제를 두고 벌어진 진실공방으로 인해 김태우가 출연하고 있는 <오 마이 베이비> 역시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 사이에 벌어지는 분쟁은 사실 보는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달리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대중들의 시선은 을의 위치에 있는 소속 연예인쪽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김태우가 눈물을 쏟아내며 이 문제를 길건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하게 된 건 이런 정서적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다. 역시 문제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과연 이런 일을 겪은 김태우가 <오 마이 베이비>에서 예전 같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이영돈 PD의 사례처럼 스타 의존도가 거의 100%인 프로그램은 문제가 생기면 접을 수밖에 없다. 스타 의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거기에 따르는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스타와 상관없이 프로그램이 안정적이고 탄탄하다면 이런 문제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세금문제가 논란이 되어 장근석이 통편집됐지만 승승장구했던 <삼시세끼> 어촌편은 단적인 예다. <삼시세끼>는 그 프로그램의 단단한 힘으로 오히려 더 승승장구했다. 스타에 대한 의존보다는 프로그램 포맷 자체가 가진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진 시점이다.

 

이병헌 이야기에 대중들이 진저리를 치는 까닭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새해 벽두의 빅 이슈로 떠오른 건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병헌 이야기. 디스패치가 단독 보도한 내용은 진위여부를 떠나 이 사안이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양파 껍질 같다는 걸 잘 보여줬다. 하지만 새해 벽두에까지 이런 듣고 싶지도 않고 심지어는 대중들을 진저리치게 만드는 비상식적인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한밤의 TV연예(사진출처:SBS)'

디스패치가 문자 메시지를 재구성해서 보여준 이병헌 이야기는 굉장히 복잡해 보여도 사실 팩트로만 보면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다. 이미 이민정과 결혼해 유부남인 이병헌이 이지연을 여러 차례 만났고 그 집에도 갔으며 선물도 하는 등 마치 연애라도 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함께 만나기도 했던 김다희는 그의 성적인 농담을 촬영했고 이 동영상으로 이병헌에게 50억 협박을 했으나 그는 도리어 이를 경찰에 신고해 현재 공판이 진행 중이라는 것. 이병헌 측에서는 문자 메시지 공개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렇다할 반박은 내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피해자는 이병헌이고 피의자는 이지연과 김다희지만 그것은 협박에 관한 법적인 문제에 관한 것일 뿐, 그 과정에서 벌어진 관계들이 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일 이지연이나 김다희가 성적 농담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느껴 이를 성희롱으로 고소했다거나, 아내인 이민정이 이들의 관계를 부적절하다고 여겨 고소했다면 상황은 또 다른 국면을 맞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무엇 때문인지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 적어도 법적인 상황은 이병헌이 피해자로 남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이병헌 이야기가 불쾌감을 주는 건 여기 관계된 인물들 대부분이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먼저 첫째, 유부남이 스무 살 연하의 여자들과 그런 사적이고도 은밀한 자리를 계속 했다는 것이 그렇다. 이것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대중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둘째는 이런 유부남과 여러 차례 자리를 함께 한 여자들이 비상식적이고, 셋째는 그 여자들이 동영상을 찍고 50억을 요구하는 협박을 했다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런 상황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내 이민정도 상식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모두가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들을 보이고 있어서인지 이 사안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을 갖게 만든다. 이병헌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점점 증폭되고 있는데, 그가 아무런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로서 남게 된다는 것은 오히려 대중들의 공분을 만들어내고 있다. 차라리 합당한 벌이라도 받는다면 그런 분노가 어느 정도 삭혀질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는 여전히 할리우드를 오가며 심지어 아내와의 뜨거운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법적인 판단은 공판에 의해 결정되도록 놔두면 되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이병헌의 비상식적인 이야기들을 과연 대중들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법적으로 피해자임을 떠나서 이미 일부 대중들은 이병헌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진저리를 치며 손가락질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반복되어 터져 나오는 사안들은 이제 듣는 것조차 피곤한 공해 수준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병헌은 대중들의 지지기반으로 세워진 스타다. 그런데 그 기반이 자신의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런 그가 순애보의 주인공으로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몰입할 수 있을까. 대중문화는 상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상식은 과도한 걸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지켜야할 어떤 것일 뿐이다. 그 상식이 깨졌을 때 대중들이 등을 돌리는 건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최소한의 지켜야할 것을 지키지 않았다.

 

이병헌에 이어 김C까지 이미지의 역린

 

인스타그램에 살짝 올라온 김C의 사진 한 장과 거기에 덧붙여진 ‘I'm fine. And you?’라는 글 한 줄에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늘 피곤한 듯한 얼굴에 약간은 흐트러진 모습의 김C지만 그 모습이 호감으로 전해지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반응이다.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 거지꼴이라는 감정 섞인 반응도 나온다. 도대체 그 이미지 좋던 김C는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사진출처:김C인스타그램

문제는 지난 8월에 발표됐던 김C의 이혼 소식 때문이다. <12> 당시에도 살뜰히 가정을 챙기는 남편으로서의 자상한 모습을 봐왔던 대중들로서는 난데없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더 큰 충격은 바로 그 다음날 그가 재혼을 전제로 스타일리스트 박모씨와 열애를 한다는 소식이었다. 하루 터울로 나온 이혼과 재혼 소식. 말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마치 본처 버리고 새로운 여자를 만난 듯한 뉘앙스에 해명이 이어졌다. C와 전 부인이 이혼에 합의해 법적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 2013년이었지만 그들의 파경이 시작된 건 2010년부터였다는 것. 그래서 그가 독일유학을 다녀온 2011년부터는 별거를 했었다는 것이다. 즉 스타일리스트 박모씨와의 열애는 전 부인의 이혼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이 해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남는 불편함은 있다. 그 내용은 우리가 2010년도 <12>을 통해 봐왔던 김C의 이미지와 상충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 파경을 맞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힘겨운 시절을 버텨낸 조강지처를 버렸다는 불편한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물론 부부간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예인들에게는 사실과 무관하게 어떻게 그것이 대중들에게 비춰지는가도 중요하다.

 

방송을 통해 얻게 된 좋은 이미지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것이 깨지게 될 때 그 좋았던 만큼의 역풍을 만들어낸다. MC몽이 고의 발치 군 기피 의혹으로 그토록 오랜 기간 동안 칩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비난이 여전한 건 그가 <12>을 통해 그간 쌓아온 좋은 이미지에 대한 배신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음담패설을 했다며 50억 협박을 받은 이병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 큰 것 역시 그가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보여 왔던 순애보의 이미지가 순식간에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이미지의 역린이다. 과거에 이미지란 단단한 껍질은 좀체 깨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미지로 실체를 숨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렇게 감춰졌던 실체는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것을 자발적으로 드러낸다면 적어도 이미지의 역린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김C나 이병헌처럼 어떤 사건을 통해 실체가 폭로되면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에 휘말리게 된다.

 

이병헌처럼 김C도 이제 좀체 과거 같은 이미지로의 회복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것은 그의 음악활동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의 음악은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다만 그의 <12>을 통해 보여줬던 친근하고 자상한 이미지가 있어 음악도 독특하게받아들여졌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그 이미지가 사라져버렸고 박수치던 대중들은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다.

 

이병헌에 대한 정서, 억눌렸던 무언가가 터진 듯

 

이병헌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는 실망감을 넘어 분노에 다다른 것 같다. ‘50억 협박으로 불거진 사안이 오히려 이병헌에게 이처럼 거센 역풍으로 돌아올 지는 아마 당사자도 잘 몰랐을 것이다. 이병헌을 광고에서 퇴출시키자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심지어 같은 소속사인 한효주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출처:BH엔터테인먼트

아내인 이민정은 아무 죄도 없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곤란을 겪고 있다. 그녀의 한 줄 글조차 사람들은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인다. 그녀에 대한 동정론이 점점 깊어갈수록 이병헌에 대한 질타는 더 커져간다. 음담패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던 이병헌은 피해자의 이미지에서 점점 가해자의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협박의 전제로서 성희롱의 혐의가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그를 영화나 드라마 속의 이미지로 기억하는 대중들로서는 말 그대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는 더 이상 여성을 위해 기꺼이 목숨 하나를 걸 정도의 순애보를 보여줬던 그런 남성이 아니다. 악역에서조차 멋있게 보이던 그가 아니던가. 그런 그는 이제 사랑을 배신하는 그냥 악역으로 내려앉고 있다. 이 이미지의 전복이 가져온 충격은 고스란히 대중들의 분노로 피어나고 있다. 사랑과 신뢰가 깊으면 그 배반감도 큰 법이다.

 

이병헌이 사과문이라고 쓴 손 편지는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한 장의 손 편지가 감당해내기에 이번 사안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그 내상이 깊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업계 사람들을 통해서도 쉽게 드러난다. 매니저든 방송 관계자든 심지어 연예인들마저 이병헌의 이번 사태에 대해 동정적 시각보다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항간에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이병헌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은 무수한 소문과 루머로 양산된 바 있지만 그 진위는 지금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결국 그건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나마 받아들여지고 넘어갈 수 있었던 건 그래도 그가 미혼 시절에 나온 소문들이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이처럼 멋지게 생긴 건장한 남자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또 헤어지는 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결혼을 했다. 그것도 뭇 남성들이 선망하던 여배우 이민정이 아닌가. 그런 멋진 여성을 배우자로 두고도 다른 여성들과 사적으로 만나 음담패설을 나눴다는 사실은 이제 대중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도대체 어쩌다 이병헌은 이렇게 미운 털이 박히게 된 것일까.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한류스타라는 필모그라피에 취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안이 이처럼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단지 이번 ‘50억 협박 사건하나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이전부터 조금씩 쌓여왔던 그에 대한 어떤 불편한 정서. 그것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꺼번에 터져버린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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