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정은 (20)
주간 정덕현
‘운수 오진 날’이 담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의미 “저, 고통을 못 느껴요.” 금혁수(유연석)는 사고로 편도체에 문제가 생겨 공포도 고통도 못느끼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금혁수(유연석)는 그걸 ‘신기한 능력’이라며, 운전을 하고 있는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에게 굳이 손바닥을 칼로 긋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며 오택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마치 제 손을 긋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금혁수는 무표정하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 이 살벌한 논스톱 스릴러를 통해 담고 있는 게 무엇인가를 정확히 드러낸다. 그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한 평범한 택시기사가 연쇄살인범을 손님으로 태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스릴러의 근간은 바로 금혁수라..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추앙한 제주의 삼춘들 옴니버스 구성으로 여러 인물들이 갈등하고 화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는 유독 노동하는 모습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침 일찍부터 바다로 나가는 해녀들이 계속 해서 물밑으로 뛰어들고, 새벽부터 열리는 경매장에는 생선을 사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붐빈다. 어시장에는 억척스럽게 생선 대가리를 치는 이와 배고픈 이들의 시장을 달래주는 순댓국을 끓이는 이, 생선에 뿌려줄 얼음을 나르는 이, 한편에서 야채 등을 파는 이와 커피를 파는 이들이 뒤엉켜 소란하다. 어시장 바깥에는 좌판을 늘어놓고 작업복 같은 옷들을 파는 이가 지나는 이들을 유혹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겉보기엔 없어보여도 알짜배기 시장 상인들의 돈을 유치하려 일일이 인사를 다니는 은..
이정은과 차승원으로 연 ‘우리들의 블루스’, 무슨 이야기를 건네고 있나 “성질 그 때 터프하고 어쩌다 웃을 때는 따뜻하고 밝고 뽀송뽀송 예뻤지개. 패기도 있고. 그 때 우리 다 그랬지개.” 깔깔 웃으며 바닷가에서 뛰놀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그 때 난 어떤 모습이었냐고 묻는 한수(차승원)에게 은희(이정은)는 그렇게 말한다. 은희의 그 말을 들으며 한수도 그 때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묻어난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본다. “그치? 가끔 너무 가난히 싫어서 괜히 울컥하긴 했어도 그 때 나 니들하고 놀 때 곧잘 웃기도 했어 그치? 지금처럼 재미없고 퍽퍽한 모습은 아니었어. 그치?” 하지만 이제 40대 후반, 오십 줄을 앞두고 있는 한수는 삶이 재미없고 퍽퍽하다. 빚에 허덕인다. 아내와 딸을 골프 유학을 보낸..
'한다다', 막장 없는 착한 가족드라마의 훈훈함이라니 어쩌면 이렇게 악역 하나 없는 착한 가족드라마일까. KBS 주말드라마 을 보면 작가가 보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는 어딘지 부족한 인물은 있어도 악한 인물은 없다. 그 부족함이 때론 서로에게 아픔을 주기도 하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적어도 악해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그 부족함조차 인간미로 웃음 짓게 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새삼 주목받고 있는 송다희(이초희)는 지나칠 정도로 착하고 그래서 누군가의 부탁을 외면할 줄 모르는 인물이다. 요즘처럼 톡톡 쏘는 세상에 그런 성격이 무슨 매력일까 싶지만 사돈인 윤재석(이상이)은 바로 거기서 송다희의 매력을 알아본다. 그래서 좋아한..
‘놀면 뭐하니’, 이 시국에 ‘빨래’의 감동 더 커진 까닭 “참 예뻐요. 내 맘 가져간 사람-” 솔롱고가 나영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곡 ‘참 예뻐요’를 부르는 정문성의 목소리는 마치 속삭이듯 듣는 이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뮤지컬 하면 이제 누구나 떠올리는 곡, ‘참 예뻐요’. MBC 예능 가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요즘, 얼어붙은 공연계와 집콕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마련한 방구석 콘서트에 울려 퍼지는 이 곡은 축축한 우리네 마음을 보송하게 만들어줬다. 연출가 추민주, 작곡가 민찬홍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작품으로 2005년 초연 후 국내에서 15년 간 5천 회 이상 공연하고 해외진출까지 했으며 중고등교과서에 대본이 실린 작품. 는 몽골 출신 이주 노동자 솔롱고와 비정규직 나영을 중..
사는 게 벌 같았지만... ‘동백꽃’ 이정은이 준 큰 위로 “못해준 밥이나 실컷 해먹이면서 내가 너를 다독이려고 갔는데 니가 나를 품더라. 내가 네 옆에서 참 따뜻했다. 이제야 이런 이야기를 네가 다 하는 이유는 용서받자고가 아니라 알려주고 싶어서야. 동백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어. 버림받은 일곱 살로 남아 있지 마. 허기지지 말고 불안해 말고 훨훨 살어. 훨훨. 7년 3개월이 아니라 지난 34년 내내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 KBS 수목드라마 에서 정숙(이정은)이 딸 동백(공효진)에게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일곱 살 딸을 버리고 간 그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까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편지에 담긴 정숙의 삶은 불행과 불운의 연속이었다. 술..
‘동백꽃’이 담는 이별의 대물림과 연대하는 이웃들의 가치 연쇄살인범 까불이는 잡혔지만, 동백(공효진)은 용식(강하늘)에게 눈물의 이별을 고한다. 이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애초 용식이 까불이를 그렇게 잡으려 했던 이유가 동백이 떠나는 걸 막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 또 필구(김강훈)의 안전을 걱정해 친부인 강종렬(김지석)에게 아이를 떠나보낸 동백이 힘들어하는 걸 보고는 더더욱 빨리 까불이를 잡아 필구를 동백의 품으로 돌려보내려 했던 용식이었다. 그런데 이별이라니. KBS 수목드라마 이 보여주는 절절한 이별의 대물림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동백이 “이제 그만 헤어지고 싶다”고 하는 말에는 그간 그가 겪어온 삶의 고통이 묻어난다. 어려서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엄마와의 이별, 사랑했지만 점..
‘동백꽃’, 한 송이가 피어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나를 잊지 말아요’ 라는 꽃말 하나를 남기고 향미(손담비)는 떠났다. 박복한 삶에도 그 마지막 순간까지 새 삶을 꿈꿨던 그지만, 연쇄살인범 까불이에 의해 속절없이 그 삶은 꺾였다. 하지만 그 꺾인 삶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었다. 동백(공효진)은 까불이가 남긴 쪽지를 통해 향미가 자기 대신 죽음을 맞이했다는 걸 알고는 돌변했다. 참지 않겠다는 것. 용식(강하늘)은 호수에서 떠오른 사체 앞에서 넋을 잃었다. 향미에게 협박을 받아왔던 노규태(오정세), 또 죽여 버리겠다고 향미에게 차를 몰았던 제시카(지이수)마저 자신이 그를 죽인 건 아닌가 죄책감에 빠졌다. 한 사람의 삶은 그렇게 쉽게 잊히는 게 아니었다. 물망초의 기원처럼 향미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