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중국 열풍을 바라보는 양면성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니다?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현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별에서 온 그대> 특별기획전 때문이다. 이 기획전은 지난 10일 오픈해 하루 평균 1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별그대 특별기획전(사진출처:SBS)'

관람객 외국인 비율이 무려 85%에 달하는데, 그 중 중화권 관람객들이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열풍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도민준과 천송이의 집이 촬영된 세트를 재연해 놓은 이 기획전은 그간 드라마의 부가사업이 거의 콘텐츠에만 머물러 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드라마와 연계한 테마파크 같은 사업의 시도는 향후 한류 콘텐츠 사업의 다각화를 향한 의미 있는 행보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김수현, 전지현의 생수 광고를 둘러싼 동북공정 논란은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열풍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다. 이미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으로 중국에서 초대박을 터트린 김수현과 전지현에 대한 환호 섞인 찬사가 이어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와 질시 또한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의 인접국으로서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크고 작은 불씨들이 잠재해 있다. 어느 순간 어떤 방식으로 그 불씨가 불꽃이 되어 타버릴지 늘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일제의 만행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변명과 거짓을 늘어놓을 때마다 한류는 휘청거린다. 한류가 그나마 열어 놓은 문화적인 물꼬를 민감한 국가 관계의 불씨가 막아버리는 것.

 

이러한 흐름이 이제는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오고 있다. 중국의 한류열풍이 점점 거세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해져 있다. <별에서 온 그대> 같은 한류 드라마가 자본주의로 촉발된 개인적인 욕망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로 남아있는 중국이 왜 한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가를 잘 말해준다.

 

이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우리는 물론이고 일본, 베트남과도 지역적인 분쟁을 거듭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 관계를 맺어온 인접국들은 모두 민감하게 중국의 움직임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최근 벌어진 베트남과의 분쟁에서는 베트남 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긴급하게 본토로 돌아갔을 만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언제든 동북공정의 문제는 인접국에게 잠재된 위험으로 감지된다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특별기획전을 열고 연일 찾아오는 중국 관광객들을 통해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생수에 표기된 지명만으로도 민감하게 동북공정논란이 터져 나오는 것이 지금 중국의 한류 열풍이 가진 양면성이다. 물론 분쟁을 그나마 대화로 끌고 갈 수 있는 물꼬를 만드는 건 문화지만, 문화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어떤 한계가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중요한 건 이 사안들을 국가 대 국가의 대결구도로 끌고 가기보다는 각각의 사안으로 분리해 접근하는 것일 게다. 그것이 중국의 한류 열풍을 이어가면서도 그 위험스런 동북공정의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전지현 효과, 박신혜 효과보다 컸다

 

<별그대>노믹스.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의 경제효과를 지칭하는 말이다. 전문가들이 <별그대>의 경제효과를 추산하는 건 무려 3조원. 이 드라마 한 편으로 중국인들은 김수현과 전지현의 일거수일투족을 구매하게 되었다. 이들이 입는 의류와 화장품은 물론이고, 전지현이 드라마 속에서 했던 치맥(치킨과 맥주) 문화에 빠져든다. 성지가 되어버린 <별그대> 촬영지는 중국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물론 중국에 진출했거나 관련 사업을 하는 이들도 <별그대> 특수를 누리기 마련이다.

 

'별에서 온 그대(사진출처:SBS)'

도대체 무엇이 다른 드라마와 달리 <별그대>의 경제효과를 이토록 크게 만들어냈던 걸까. 지난 23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는 이색적인 컨퍼런스가 열렸다. ‘<별에서 온 그대> 열풍으로 본 중국사회의 이해.’ 이 거창한 제목의 컨퍼런스에는 중국 전매대학 연극영상학부의 리셩리 교수, 북경방송국 드라마센터 마케팅부 샤오제 주간 그리고 CJ E&M China 드라마부문 책임 프로듀서인 정태상 PD가 발표자로 나왔다.

 

사뭇 진지하게 진행된 이 컨퍼런스는 <별그대> 열풍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중국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였다. <별그대>의 중국 성공에 대해 리셩리 교수는 이미 한국 트렌디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형성되어 있었고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는 점과 인터넷의 힘을 강조했다. 중국의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생겨난 경제적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 불균형은 지금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양극화와 유사한 정서를 만든다는 것. 그것이 나라는 달라도 <별그대>라는 작품 하나가 양국에서 동시간대에 열광을 만든 이유라는 것이다.

 

동시간대에 한국과 중국에서 비슷한 열풍이 불었다는 점은 중요한 지점이다. 즉 과거 <겨울연가>로 인한 욘사마 열풍이나, <미남이시네요>로 촉발된 장근석 열풍은 국내와 해외의 온도차가 컸다는 점이다. 그래서 거꾸로 해외에서 먼저 터지고 그 다음에 국내에서도 관심을 갖는 순서로 한류바람이 불었다는 것. 하지만 <별그대>는 다르다. 국내와 해외가 동시적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리셩리 교수가 얘기하는 양국이 비슷하게 겪는 양극화와 그 정서가 바탕이 됐다는 얘기다.

 

중국은 하나의 나라라기보다는 하나의 대륙에 가깝다는 정태상 PD의 이야기는 리셩리 교수가 남방과 북방이 드라마를 받아들이는 정서가 다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남방의 정서가 따뜻한 멜로의 분위기를 가진 우리네 한류 드라마에 더 열광적인데 반해 북방의 정서는 정치 같은 딱딱한 이야기에 더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적인 정서의 남방과 남성적인 정서의 북방으로 설명될 수도 있었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별그대>의 열풍이 드라마에 머물지 않고 산업적으로 더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로 여주인공 천송이의 캐릭터가 주효했다는 지적이었다. <상속자들>에 비해 <별그대>가 더 마케팅적으로 효과를 발휘했던 이유는 여주인공이 화려한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상속자들>의 여주인공은 가난한 신분이기 때문에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에도 그다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인들은 한류 드라마의 힘을 여전히 장르적으로는 멜로의 힘으로 보고 있었다. <상속자들>의 이민호 열풍이나 <별그대>의 김수현 열풍 등 멋진 남자 주인공에 대한 주목은 한류 드라마가 중국의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이번 <별그대>가 특이했던 점은 전지현이라는 여자 주인공에 대한 열풍도 이어졌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수동적인 존재로서의 여주인공에서 벗어나 이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워너비가 됐던 점이 작용했다.

 

<별그대>는 종영했지만 여전히 <별그대>를 얘기하는 것은 중국에서 새롭게 촉발된 한류드라마의 열기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장태유 감독은 지금껏 드라마를 갖고 이런 진지한 자리는 처음이라며 하지만 대단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종영했지만 <별그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여운은 또다른 한류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별그대> 열풍에 엿보이는 중국인들의 변화

 

“<별그대(별에서 온 그대)>가 불러온 한국 드라마 열풍은 하나의 문화적 충격이며, 이런 현상의 출현은 우리에게 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의 정치권에서조차 한류를 언급한 것은 실로 이례적인 일이다. 어째서 이 정치행사에서는 올해 <별그대>를 가장 뜨거운 주제로 거론했을까.

 

'별에서 온 그대(사진출처:SBS)'

양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면, “한국 드라마의 상업화 능력을 본받아야 한다”, “한국드라마가 인기 있는 것은 현실적이고 온화한데다 낭만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가 각광받는 이유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확실히 좋기 때문이다등이다.

 

또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왕치산 중국 기율위 서기는 한국드라마가 왜 중국을 점령하고 바다 넘어 미국, 유럽에서까지 유행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고 텅거얼 중앙민족가무단 부단장은 중국인들이 <별그대>와 같은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며 외부 문화의 영향을 우려한다면 자기 문화를 더 잘 만들어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갑자기 정치권 행사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는 최근 중국에서 생겨난 <별그대> 현상에 대한 우려와 향후의 대처가 동시에 들어가 있다. 한류 콘텐츠가 인기가 있었던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극중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눈오는 날에는 치맥인데라는 대사 하나로 중국에는 없던 치맥 문화가 만들어지는 일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가 콘텐츠에 머물지 않고 사회에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이어졌던 것에 중국의 지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대처가 과거처럼 그저 규제쪽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국 내의 문화에 자극을 주는 방향으로 제시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텅거얼 부단장의 말처럼 이제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걸 이미 인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상속자들>이나 <별그대>처럼 중국 내에서 열풍을 일으키는 한류 드라마들은 중국의 위성방송국이 아니라 인터넷 업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인터넷 업체에 판권을 팔고 거의 실시간으로 자막을 붙여 인터넷에서 방영되기 때문에 그 확산속도가 너무나 빠르고 화제성도 TV를 압도한다는 점이다. 사실 인터넷을 통한 한류 경험은 이미 이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그 불법적인 경로들이 이제는 합법적인 경로로 우회하면서 보다 공공연해지고 있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다. 결국 막는다고 해도 인터넷을 통한 한류 경험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된 것.

 

결국 이런 인식 속에서 규제가 아닌 자사 문화의 분발을 촉구하게 된 것이다. 특히 <별그대> 열풍 속에는 현재 변화해가고 있는 중국인들의 욕망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중국 정치계에서조차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별그대>가 그리고 있는 도민준(김수현)이라는 영웅이 중국 내에서 주창되던 영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전히 마오쩌뚱 같은 정치 지도자에 대한 영웅화가 존재하는 나라다. 하지만 점점 자본주의의 물결이 거세게 들어가고 있는 중국 역시 국가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영웅의 탄생을 조금씩 꿈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모든 능력을 가졌지만 그 능력을 온전히 한 여성에게만 사용하는 도민준은 어쩌면 그 지극히 개인적인 영웅의 한 전형처럼 보였을 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개인적인 영웅이 중국 문화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건 <별그대>가 갖고 있는 판타지이면서도 너무 황당하지 않은 스토리텔링의 힘이 만들어내는 현실성이다. 결국 <별그대> 열풍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중국 사회의 변화다. 그들의 욕망이 점점 개인화되어 가고 있지만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낼 만한 중국 대중문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발언들이 나온 이유가 아닐까. 어쨌든 <별그대> 열풍으로 중국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로 드러났다.

<참 좋은 시절>, 그래도 김희선을 기대하는 까닭

 

연기력 논란이라는 단어가 먼저 튀어나왔다. KBS 주말극 <참 좋은 시절>에 출연하고 있는 김희선 얘기다. 경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경주가 아닌 부산 사투리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아마도 경주 쪽에 사시는 시청자들이라면 어색한 사투리가 드라마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드라마에서 특히 사투리가 갖는 정서가 중요하다고 여겼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다.

 

'참 좋은 시절(사진출처:KBS)'

하지만 사투리가 어색하다고 그녀의 이번 <참 좋은 시절>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평가 절하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어차피 현지인이 아닌 이상 완벽한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첫 회부터 돈을 받아내기 위해 길거리에서 뒹굴며 드잡이까지 하는 모습은 분명 김희선이라는 배우의 달라진 면을 보여준다. 그녀가 극 중에서 맡은 차해원이라는 인물처럼, 한때는 공주 역할이 어울렸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쫄딱 망해 길거리를 전전하는 생계형 대부업자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나오기만 하면 우선 연기력 논란부터 불거지는 여배우들을 보면 물론 본인들의 미숙함도 원인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 외적인 요소들도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김태희는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기력 논란이 불거져 나왔고 세간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작품에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되면 우선 여배우의 연기력으로 책임을 지우는 일이 종종 생겨난다. 그것도 늘상 연기력 논란이 나오던 여배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전지현은 <별에서 온 그대>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 훨훨 날았지만 <엽기적인 그녀> 이후에 꽤 오랫동안 연기보다는 CF로만 대중들을 접하면서 연기력에 대한 문제를 지적받기도 했다. 늘 비슷비슷한 엽기적인 그녀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별에서 온 그대> 역시 그 틀에서 그다지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워낙 화제가 된 작품에 그녀 스스로도 팔색조라 할 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천송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줬던 터라 만족스런 결과를 보여주었다.

 

<미스코리아>의 이연희 역시 늘 따라다니던 연기력 논란을 이번 작품을 통해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 엘리베이터걸의 애환을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몰래 삶은 계란을 먹는 장면 하나로도 표현해냈다. 그녀가 미스코리아 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신데렐라류의 예쁜 척 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과감할 정도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연기자로서의 진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그녀는 보여주었다.

 

고아라 또한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늘 덧씌워지던 연기력 논란을 벗어버렸다. 거의 일상에 가까운 모습들을 포착해내는 이 드라마는 그저 외모로만 부각되던 고아라의 의외로 털털한 모습과 때로는 엽기발랄한 모습까지를 잡아내면서 그녀의 새로운 이미지를 끄집어냈다. 그녀로서는 아마도 이 작품이 여배우로서의 길을 살짝 들여다보게 해준 잊지 못할 기회였을 게다.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는 여배우들을 보면 비슷한 특징들이 있다. 일단 외모가 눈에 띄게 미인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이 점은 질시의 시선을 만들기도 할 것이지만 사실상 눈에 띄는 외모는 연기에는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연기가 아니라 외모가 자꾸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CF 등에서 먼저 소비되기 시작하면 이미지가 고착되고 그것은 새로운 연기변신을 막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연기력 논란이 벌어지는 여배우들의 또 다른 특징은 목소리. 연기의 50% 이상은 목소리가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연기자에 대한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김태희, 전지현, 이연희, 고아라, 김희선까지 목소리를 들어보면 외모와는 달리 너무 가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우 로맨틱 코미디류의 가벼운 역할은 잘 어울릴지 몰라도 무거운 정극에는 어색한 면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목소리는 타고나는 것이지만 발성연습을 통해 일정 부분 극복할 수 있다.

 

그래도 전지현이나 김희선을 보면서 느껴지는 건 역시 배우는 경험을 통해 연기도 깊어지기 마련이라는 믿음이다. 결혼을 하고 나더니 이 두 여배우는 확실히 자신을 내던질 줄 아는 면모가 생겼다. 예쁘다는 이유로 발성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또 기존 이미지와 상충한다는 이유로 이들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는 여배우들은 특히 더 엄격한 대중들의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다른 배우들이라면 그냥 지나갔을만한 일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참 좋은 시절>의 김희선에게 불거져 나온 사투리 논란은 그래서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쨌든 연기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녀에게는 약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적어도 연기를 대하는 그녀의 눈빛과 태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김희선의 이번 작품이 그녀에게도 참 좋은 시절을 겪게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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