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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어게인', 마스크·거리두기.. 그래도 마음을 이어주는 음악

 

어쩌면 대구는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가 기획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모여 달라는 간절한 목소리만으로 대구로 간 공무원, 소방관, 간호사, 의사들. 어찌 보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그 일을, 또 평소보다 2,30배는 힘든 그 일을 자청해서 간 사람들을 위해 <비긴어게인>은 할 수 있는 일이 음악으로라도 잠시나마 힐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을 게다.

 

코로나 최전선 병원이었던 대구 동산병원. 거점병원으로 내줌으로서 지금까지 이 병원을 다녀간 환자 수가 1천명이 넘는단다. 10분만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보호용 작업복을 입은 채, 두 시간을 못버틸 정도로 힘든 그 일을 해온 분들. 심지어 그 곳에 함께 왔다는 간호사 모녀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굳이 그 곳에 오겠다 고집했던 딸 이야기를 하며 어머니가 울었고, "마스크 단디 하고 다녀라"라고 했던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딸이 울었다.

 

"이게 언젠가는 끝나는데.. 마스크 없이 대화하고 밖에서 활동하고 근무하는 그 날이 와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대구를. 지금의 우리를." 눈물을 닦고 그렇게 말하는 간호사의 모습에서, 이런 분들이 있어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막이 새삼스럽다. 그건 <비긴어게인>에 부여된 새로운 의미다. 본래 이 제목은 가수들이 버스킹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지만, 여기서는 우리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분들을 위해 노래한다는 것이고, 또 음악은 그런 힘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동산병원 안에 있는 의료진들을 위한 휴식공간인 청라언덕에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러쉬의 '원하고 원망하죠'가 절절한 사랑의 마음을 전했고, 이소라와 크러쉬가 부른 '잊어버리지 마'는 연인 간의 이야기를 넘어서 마치 간호사가 말했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부네요' 역시 우리의 삶이 누군가가 옆에서 전하는 온기에 의해 버텨내질 수 있고 살아질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곡이었다.

 

대학가를 찾은 헨리, 정승환, 수현, 적재는 텅 빈 대학 교정이 말해주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실감했지만, 막상 버스킹이 시작되자 모여 호응해주는 대학생들과 함께 오랜만에 캠퍼스에 활력을 만들어 주었다. 정승환이 첫 곡으로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를 불러 상큼한 대학의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유쾌한 헨리와 수현이 듀엣으로 부르는 Anne Marie의 '2002'는 젊은 설렘이 느껴지는 곡으로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게 했다. 트와이스의 'Dance the night away'를 이들만의 색깔로 들려주고, 즉석에서 무반주로 부른 <알라딘>의 주제가 'Speechless'는 수현의 엄청난 가창력을 확인시켜줬다.

 

그리고 밤에 수성못에서 달을 올려다 보며 열린 버스킹은 오랜만에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음악은 어쩌면 이런 시기에 더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엮어주었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채 이뤄진 공연이었지만 음악이 이어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이소라가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들려주러 왔다가 본인들이 위로를 받고 간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를 일으켜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을 음악이 주는 지도.(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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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의 진짜 반찬, 유해진과 차승원의 농담과 진심

 

섬 생활 며칠 째지만 물고기는 구경도 못했다. 배를 타고 바다를 나갔지만 갑자기 번개가 치고 비가 오는 통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워도 미끼만 채간다. 유해진의 마지막 보루, 통발은 '텅발'이 되어버렸다. 한 마리도 잡히지 않고 그나마 잡힌 건 치어들이라 바다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5는 그래서 마치 보릿고개 같다. 첫 날은 운 좋게 전복을 채취해 회로 내놓아 고급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를 냈지만, 다음 날은 잡아 온 게 없는데다 비까지 내려 한 마디로 춥고 배고픈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유해진과 차승원의 유쾌한 농담은 고구마, 감자뿐인 저녁을 먹으면서도 기분 좋은 레스토랑 상황극을 연출했다.

 

다음 날 공효진이 게스트로 오면서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은 전과는 달리 마음이 초조해졌다. 자기들끼리 삼시 세 끼를 해먹을 때는 그냥 농담과 유머를 반찬삼아 대충 해먹어도 된다 싶었지만, 손님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한 끼를 대접 못한다는 건 안 될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승원은 없는 살림(?)에도 군침 도는 음식들을 내놨다. 첫 날 땄던 거북손을 넣은 파전과 밭에서 딴 상추와 깻잎을 넣은 새콤달콤한 비빔국수를 내놓은 것. 뭔가 조촐한 점심이지만 차승원은 공효진을 위해 예쁜 접시에 손수 파전을 썰어 담아주고 유해진은 끊임없이 유쾌한 아재개그를 더해준다. 그러니 이 조촐한 식사시간이 풍성하게 느껴진다.

 

공효진은 그 화기애애한 식사에 기분 좋아지는 일화를 들려준다. 드라마 함께 할 때 차승원에게 "친구 없으시죠?"하고 물었더니 "하나 있어. 유해진이라고."라고 했다는 거였다. 가만히 듣던 손호준이 "되게 감동"이라고 하자 멋쩍은 듯한 유해진이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에이 그게 뭐 감동이야. 한 명 있어 그래야 감동이지. 내가 하나야?" 웃음이 빵빵 터지며 식사시간은 한 없이 즐거워진다.

 

다 같이 낚시에 나섰지만 역시 아무 수확도 없는 저녁. 빈손으로 온 유해진은 괜스레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차승원은 없는 재료로 마늘종 볶음에 무 조림 그리고 뭇국을 끓여 풍성한 저녁상을 차려 내놓는다. 그러면서 손님으로 온 공효진에게 제대로 된 밥상을 못 차려 준 게 영 마음에 남는 유해진이 미안해하자 차승원은 "먹고 싶다고 해서 해주는 거야. 무 조림."이라고 말해준다. 그러자 유해진이 다시 농담을 더한다. "그냥 무 조림 먹고 싶다 그랬어? 생선 조림이라고 그랬으면 생선을 잡아 왔지-"

 

저녁을 먹으면서도 이들의 농담은 밥상을 채워주는 또 다른 반찬이 된다. 무 조림에 뭇국을 내놓은 차승눠에게 유해진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네?"하고 아재개그를 던지자, 차승원은 "몸에 해로운 청바지가 뭔 줄 아냐"며 "유해진"이라고 한다. 그러자 다시 유해진 얼토당토 않은 아재개그를 던진다. "없는데 효성이 지극한 진이 뭐냐"며 "공효진"이라고.

 

마음 한 구석의 부채감 때문일까. 다음 날 일찍 바다로 낚시를 나간 유해진은 아침 식사도 거른 채 낚시를 하겠다고 하고, 그러자 차승원은 굳이 밥과 반찬을 챙겨 배로 보내준다. 감동한 유해진은 밥을 다 먹고 사과에 '고마워'라고 새겨 찍은 사진을 전송해주고, 그걸 본 차승원은 무심한 듯 손가락 하트를 찍어 답장을 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섬에서 물고기 구경 한 번 못해 봤지만 그래도 여유롭고 풍성하게 느껴지는 건 이를 대하는 이들의 마음이 긍정적이고 여유 있어서다. 늘 유머가 넘치고 그 속에는 무심한 듯 상대방을 생각하는 따뜻한 진심이 묻어난다. <삼시세끼>는 물론 그 현지에서 나는 식재료를 갖고 만들어 먹는 밥상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게 없어도 여유와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건 <삼시세끼>의 진짜 반찬이 이들의 여유로운 농담과 시크한 척 다른 이를 챙기는 진심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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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코로나19에 맞서는 유재석과 김태호PD의 진심

 

이 시국에 예능 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 본분인 예능 프로그램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관객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의 경우 감염을 피하기 위해 ‘무관중’ 방송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KBS <뮤직뱅크>, <유희열의 스케치북>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나 <개그콘서트>, <스탠드업>, tvN <코미디 빅리그> 같은 프로그램은 무관객으로 녹화를 하는 중이고, 꽤 괜찮은 성과를 냈던 KBS <씨름의 희열>이나 TV조선 <미스터 트롯> 같은 경우, 하이라이트인 결승을 무관중으로 치를 수밖에 없었다.

 

MBC <놀면 뭐하니?>가 고민한 건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이들을 어떻게 하면 위로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잠든 새벽에도 일을 하는 이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을 준비했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에 손을 내밀었다.

 

특히 주목된 건 공연계와 함께 준비하는 ‘방구석 콘서트’. 코로나19로 잠정 연기되거나 취소된 공연들을 외출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을 위해 집에서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코로나19로 위기감을 느끼는 가수들이나 뮤지컬업계 같은 공연계 전체에도 내미는 도움의 손길이기도 했다.

 

유재석이 방구석콘서트를 위해 가장 먼저 찾아간 인물은 지난 번 유재석의 하프 도전 때 방송에 나와서 엉뚱한 면모로 큰 웃음을 줬던 김광민. 피아노 연주 같은 클래식에서부터 크로스오버 뉴에이지 대중가요까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재석과 함께 이 콘서트를 이끌 또 한 인물로 적격인 인물이다.

 

두 번째로 찾은 인물은 혁오밴드. 혁오밴드는 월드투어를 준비 중에 코로나19로 공연이 전면 취소되었다. 그들의 사무실에는 월드투어를 위해 준비해놨던 의상들이 쓸쓸히 걸려 있었다. 남다른 의상을 입어보고 웃음으로 아쉬움을 달래보며 이들은 방구석 콘서트가 “노래를 들려드릴 소중한 기회”라고 했다.

 

다음에 유재석이 찾은 곳은 <맘마미아>팀. 신영숙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을 보며 공연할 때 마음이 짠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들 역시 기꺼이 방구석 콘서트에 참여해 흥 넘치는 무대를 선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기획이 특별하게 느껴진 건,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보러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관객들과, 공연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공연자들을 매개해줬다는 점이다. 이로써 시청자들은 가요는 물론이고 뮤지컬 같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TV로 보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됐다. 또 준비해왔지만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공연 레퍼토리를 보여줄 무대를 얻었다는 점에서 공연자들 또한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국이 아닐 수 없다.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심지어 꺼려지는 시기.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마음만은 함께 하는 것이 절실해진 시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공연계와 대중들을 프로그램을 통해 매개해주고 공감시키려는 방구석 콘서트의 기획은 시의적절했다 여겨진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 맞서는 유재석과 김태호 PD의 진심이 느껴지는.(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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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아무 때나 찍던 사진 앞에 엄숙해진 건

 

김용명은 사진관을 찾는 처음 보는 어르신들에게 “아버지”라고 불렀다. “내가 무슨 아버지야?”하고 아직 나이가 젊다는 분에게는 곧바로 “형님”이라고 고쳐 불렀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새롭게 합류한 김용명은 이날 릴레이 콘셉트로 진행된 전국의 사진관을 찾아가는 이야기에서 50년 된 인천의 한 사진관을 찾았다. KBS <6시 내 고향>에서 리포터로 맹활약하던 김용명이었다. 그러니 그가 보는 이들에게 살갑게 다가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모습은 너무나 익숙했다.

 

그런데 그렇게 아무에게나 살갑게 부르던 그 ‘아버지’라는 호칭은 어느 영정사진을 찍으러 온 아버님 앞에서 새삼 엄숙해졌다. 홀로 영정사진을 찍겠다고 온 아버님에게 김용명이 놀라며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데...”라고 묻자, 이제 “82세”란다. 그 말에 김용명이 “이렇게 정정하신데” 왜 영정사진이냐고 묻자 아버님이 머쓱하게 “철이 없어서 그렇다”며 허허 웃으신다.

 

머리 정리까지 깔끔하게 하고 오신 아버님에게 사진관 사장님이 마실 걸 대접하며 땀을 잠시 식히는 사이 김용명은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는지 왜 갑자기 영정사진을 찍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소식이 안 좋은 것 같다”며 “기침이 멈춰지지 않고 목소리도 이제 찢어지고 뭐만 하면 어지럽고 그러고 있어서 이제 죽을 준비 해야지”라고 말씀하셨다.

 

화들짝 놀라며 “100세 인생”이라 말하는 김용명에게 아버님은 “젊은 사람은 100세 인생인데 나는 옛날 원시시대에 태어났으니까 어림없다”고 말씀하신다. 안타까운 김용명이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얘기하려던 참에 아버님이 갑자기 속사정을 털어놓으신다. “사실은 전립선암이래요. 소변을 못눠서 그랬더니 수술한다길래 수술 못하게 했거든. 죽으면 식구들 고생 안시키려고 관도 짜놓고 묫자리도 파서 준비 해놓고 좀... 서글퍼.”

 

아버님은 죽어서 새끼들한테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 하셨다. 그러자 김용명도 갑자기 자신의 사연을 털어놨다. 자신의 아버님도 간경화로 오래 고생하셨는데 그래도 끝까지 싸우고 버티면서 오래 사셨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버님은 그게 자식들에게 못할 짓이라며, “이 나이까지 외상도 안 먹어보고 빌려 보도 안하고 남한테 신세 안지고 살다 갈거야..” 김용명은 더 이상 <놀면 뭐하니?>를 찍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눈물을 슥 훔치고는 아버님에게 그게 신세가 아니라고 설득하려 했다.

 

괜스레 아버님에게서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님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아들 같은 사람”이라며 갑자기 함께 사진을 찍자는 아버님의 제안에 김용명은 눈물이 터져버렸다. “사실 저도 고향다니면 아버님들이 되게 좋아해주시거든요. 근데...” 김용명의 눈물에 아버님도 눈물이 터졌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두 사람은 마치 진짜 부자지간처럼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놀면 뭐하니?>가 굳이 전국의 사진관을 찾아간 건 남다른 이유가 있어서였을 게다. 사진이란 것이 ‘서민들의 호사’라, 특별한 날 특별한 자신 혹은 가족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찍던 것이 아니던가. 삶은 늘 지치고 힘들지만, 그래도 좋은 모습으로 살았다는 걸 보이기 위해 애써 우리는 카메라 앞에서 웃음 짓곤 했었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 서게 되면 어딘지 엄숙한 기분이 들게 된다. 늘 아무렇게나 찍어대던 사진이 아니라, 언젠가 자신은 떠나도 남겨지고 기억될 사진이라는 의미에서.

 

김용명이 다시 보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살갑게 다가가 “아버지”라고 말하던 그 모습이 그저 투철한 직업정신의 발로만이 아니었다는 것이 영정사진을 찍으러 온 아버님을 통해 느껴졌다. 김용명은 길거리에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아버지들에게서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느꼈던 것이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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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쇼’ 이 드라마의 방점, 쇼에서 시작해 위대한으로

 

과연 정치는 쇼에 불과할까.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는 그렇게 믿고 그렇게 행동하는 위대한 의원(송승헌)이 주인공이다. 그는 화려한 언변과 진심 없는 정치 쇼로 2016년 총선에 지역구를 출마해 경쟁후보인 강경훈(손병호)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보인다. 그렇게 승기를 잡을 듯싶었던 위대한은 그러나 하루아침에 ‘국민 패륜아’가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어려서 이혼한 후로 본 적도 없는 아버지의 부고. 유세장에 찾아온 아버지를 외면했던 영상이 돌면서 위대한 의원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위대한은 포기하지 않고 정치 쇼를 이어간다.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고인이 된 아버지의 납골당까지 3보1배를 하는 퍼포먼스를 한 것. 처음에는 쇼라 비판하던 대중들도 며칠씩 계속 이어지는 그의 3보1배를 보며 동정하기 시작하고 지지율도 오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그는 선거에서 결국 강경훈 후보에게 고배를 마시고 하루아침에 대리운전기사가 되어 살아간다. 물론 그것 역시 차기를 노리는 정치 쇼처럼 하는 일이지만.

 

<위대한 쇼>는 진심 없는 정치인에 대한 신랄한 풍자 코미디로 문을 연다. 앞에서는 부패한 정치를 일소하겠다며 대중들 앞에 서지만, 뒤에서는 금배지에 대한 욕망만 가득한 정치인에 대한 풍자.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오지도 않은 아버지의 부고가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위대한은 선거를 위해 3보1배를 하며 아버지에 대한 사죄를 외치는 인물이다. ‘위대한 쇼’라는 제목은 그래서 이 정치판의 선거를 위해 뭐든 하는 쇼를 말하는 것이면서, 위대한이라는 인물이 벌이는 쇼를 중의적으로 담아낸다.

 

하지만 <위대한 쇼>가 궁극적으로 그리려는 이야기는 단지 쇼판이 되어버린 정치에 대한 신랄한 풍자만이 아니다. 선거에서 패배하고 대리운전기사로 살아가던 차에 갑자기 자신이 딸이라는 한다정(노정의)이 찾아온다. 그런데 한다정 한 명이 아니다. 한다정의 배다른 동생 한탁(정준원)과 한태풍(김준), 한송이(박예나)까지 모두 사남매가 갑자기 그를 찾아와 가족을 이루게 된다.

 

여전히 정치판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위대한은 갑자기 생긴 사남매에 당황하지만, 그것이 ‘국민 패륜아’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기회라는 걸 알아차린다. 사남매를 통해 가족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대중들을 향한 위대한의 정치 쇼가 다시 시작된다. 사남매를 거둬 가족을 돌보는 위대한의 가식적인 정치 쇼.

 

<위대한 쇼>는 복잡한 두뇌싸움이 오가는 정치를 다루기보다는 정치와 엮어진 유쾌한 가족극을 다루고 있다. 정치를 하려면 가정부터 잘 지켜야 한다는 그 전제 하에, 쇼로 시작한 가족과의 삶이 향후 어떻게 변해갈 지가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그래서 지금 현재 <위대한 쇼>라는 제목에서 방점은 ‘쇼’에 찍혀져 있다. 위대한이 하는 모든 행동들이 진심이 1도 없는 가식적인 쇼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 쇼를 코믹하게 터치해낸 드라마에 웃다 보면 언젠가는 그 방점이 ‘위대한’으로 옮겨지는 뭉클한 지점에 도달하게 되지 않을까. 비록 시작은 쇼였지만, 점점 진심이 되어가고 진짜 가족이 되어가기 때문에 ‘위대한’. 요즘처럼 가족이야기가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에 <위대한 쇼>는 에둘러 코미디와 소동극으로 우리 시대의 가족을 그리려 하고 있다. 겉으론 웃으며 가식으로 가족이라 하기보다는, 지지고 볶지만 진심으로 가족이 되어가는 그런 이야기.(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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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클럽’, 이들의 캠핑여행에 우리도 동승하게 되는 이유

 

새벽 경주 화랑의 언덕에 해가 떠오른다. 너무 예쁜 모습에 이진은 한참 꿈나라에 있는 옥주현과 성유리도 그걸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번은 보라고 해야겠어.” 그러자 옆에 있던 이효리가 말한다. “애들도 때가 되면 보겠지. 다 때가 있는 거 아니겠어?”

 

JTBC 예능 <캠핑클럽> 캠핑 4일 차, 해돋이를 보며 이효리와 이진이 나누는 대화가 의미심장하다. 이효리는 아마도 이 캠핑여행을 오기 전부터 이들과 하고팠지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던 모양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먼저 꺼내 보인다. “너는 어떻게 잘 다 받아줘? 잘 이해하고?”

 

이효리가 불쑥 던지는 그 말은 이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는 그렇지 않다며 자신도 불편할 때가 많지만 고맙고 미안할 때가 더 많다고 한다. 말로 내놓지 않았지만 싫다는 내색을 늘 표정에 드러내며 했다는 것. 그걸 받아줬던 멤버들이 고마웠다며 그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이진은 조용히 눈을 훔친다. 왜 우냐고 웃다가 이효리도 전염된 듯 눈이 촉촉해진다.

 

이진은 갑자기 “어제도 미안했었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자신의 말투가 직선적이라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었다는 것. 그러자 이효리는 이제 그런 것들을 세심하게 생각하는 나이가 됐다며 이진과 함께 핑클 시절을 회고한다. 이진은 “유리는 챙겨주고 싶고 주현이한테는 기대고 싶다”며 이효리에게는 여기 오기 전에는 잘 몰랐다고 말한다. 자신과 이렇게 비슷한 성격일 거라고는. 21년 만에 알게 된 동질감에 공감하며 두 사람은 미소 짓는다.

 

이효리는 그간 말하지 못하고 풀리지 못했던 ‘응어리’가 있다며 그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너무 달랐던 그들. 이효리는 세 사람이 함께 어울리고 있는데 자신만 빠져 있는 상황을 느끼며 “내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닐 게다. 이효리는 자신이 “혼자 있는 게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

 

실제로 그는 캠핑에서도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고 요가를 하고 불을 피워 차를 마시고 혼자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한다. 다른 멤버들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달라진 점도 있다. 그것은 해돋이를 함께 보고 있는 것처럼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같이 일어나 준 이진이 있었고, 그와 함께 있어 좋았던 시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효리는 여기 오기 전까지 “너네가 날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아마도 자신이 잘못한 게 많아서 그런 생각을 했을 거라고 했다. 이진은 다만 함께 이렇게 만나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전날 낮에도 경주의 어느 피맥집에서 그들은 핑클 시절 각자 다른 것에 대해서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자신들을 이야기했었다. 성유리는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그런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캠핑클럽>은 어쩌면 한때 핑클로 지냈던 멤버 네 사람의 지극히 사적인 여행을 담아내는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째서 저들의 이야기에 우리가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그건 아마도 <캠핑클럽>이 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건네는 남다른 위로와 위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때 치열했고,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어느 새 나이 들어 “그때는 왜 그랬을까”하고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건 누구나 겪기 마련인 늘 미숙해서 미안하고 후회됐던 관계에 대한 위안이 아닐 수 없다. 그 때는 그것이 응어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풀어질.

 

어느 새벽 해돋이 앞에서 이효리와 이진이 나누는 진솔한 대화에 우리가 깊이 빠져드는 건, 저마다 개성이 강해 부딪치기도 했던 이들이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늘 갖고 있었다는 걸 확인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걸 발견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캠핑클럽>은 저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아픔도 오해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풀어지기 마련이라는 것. 해가 져도 다시 뜨는 것처럼.(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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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들’, 박무순 할머니의 사연에 담긴 이 프로그램의 진심

 

사실 이제 누구나 글을 쓰고 읽는 세대들에게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는 그다지 실감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게다. 읽고 쓰는 일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로 다가올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보면 그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을 못한다는 건 얼마나 답답한 일일까. MBC <가시나들>이 경남 함양군의 문해학교 할머니들을 통해 느껴지는 건 글을 몰라 힘겨웠던 그분들의 삶과, 지금이라도 글을 배우겠다는 절실함, 노력해도 쉽게 늘지 않는 공부의 어려움, 그럼에도 배워 조금씩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즐거움이다.

 

“나는 한글을 못배웠습니다.” 박무순 할머니가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보낸 사연은 첫 문장부터 듣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마을에 한글을 알려주는 분이 있어서 당신도 한글을 배우러 찾아갔는데 “가시나가 글은 배워서 뭐할라꼬”하며 쫓겨났단다. 그래도 자꾸 찾아가니 이름만 알려주더란다. 그래서 할머니가 알고 있는 한글은 ‘박무순’ 석자였다는 것.

 

하지만 글을 모른다는 건 생활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걸 박무순 할머니는 서울 지하철에서 헤맸던 사연을 통해 적었다. “영감님 만나 서울로 시집을 갔습니다. 처음 지하철이 생기고 탔는데 글을 모르니 못 내렸습니다. 몇 번을 타고 내리고 타고 내리고 했는지 모릅니다. 하루 종일 지하철만 타다가 파출소에 갔습니다. 많이 창피했습니다.”

 

또 글을 모른다는 건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속상한 일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해서 책가방 챙길 때도 글을 알면 챙겨줄 텐데 모르니까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어린 애들이 밤늦게까지 가방을 못 싸면 눈치로 어림잡아서 이거 아닌가 하고 골라줄 때 속상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제 그 나이에 배워서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고 하지만, 이분들에게 글을 배운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할머니 대신 글을 읽어주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향 마을로 돌아온 박무순 할머니가 한글을 알려준다는 문해학교를 일주일에 한 번씩 공부하러 찾는 이유다.

 

이제는 지하철도 잘 탄다는 할머니는 자신 같은 처지의 할머니가 주변에 많다는 걸 알고는 그 분들도 글을 배우기에 늦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만 힘들고 불행하게 살았다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 고생한 사람이 있습니다. 옆집 사는 웅양댁 이남순이입니다. 한번은 이남순이가 시계를 차고 있어서 시간을 물었는데 못 들은 척 안 알려줬습니다. 진짜 얄미웠습니다. 알고보니 이남순이가 시계를 볼 줄 몰랐다고 합니다. 한글을 나보다 몰라서 같이 학교도 다니자 했습니다.”

 

안 간다는 걸 3년 내 “꼬셔“ 지금은 자기 이름 ‘이남순’은 잘 쓴다는 할머니. 이름을 쓴다는 건 마치 자기 존재를 드디어 제대로 드러낸다는 의미가 아니겠나. 그것만으로도 이 할머니들이 즐거울 수 있는 이유다. 물론 이렇게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들리게 되는 건 더더욱 즐거운 일일 테고.

 

라디오의 사연을 양희은이 읽어주는 내내 박무순 할머니는 무엇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계셨다. 조금은 속상했던 때의 일들이 떠올랐는지 모른다. 할머니의 진심이 묻어나는 한 줄 한 줄이 읽혀질 때마다 할머니도 듣는 이들도 숙연해졌다. 부끄러워할 필요도 또 고개를 숙일 이유도 없어보였다. 이토록 담담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내고,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것. 이보다 좋은 글이 있을까. <가시나들>에 담긴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는 의미가 박무순 할머니의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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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청년들과 시장상인들의 소통이 시작됐다는 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낸 새로운 과제는 자신의 가게를 찾는 손님을 기억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 번 첫 번째 시식을 위해 찾아주셨던 주변 시장 상인 분들을 다시 초대해 마련한 자리에서 그 한 분 한 분이 어떤 메뉴를 시켰는가를 묻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실 쉽지는 않은 일일 게다. 하지만 찾아주신 시장 상인 분들 중 한 분은 10년 전 찾아주신 손님 중 특이한 분들은 지금도 기억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만큼 자신의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을 기억하는 건 ‘장사의 기본’이라는 걸 백종원은 오랜 장사경험이 있는 상인 분들을 통해 직접 알려주려 했던 것. 

찾아주는 손님 자체가 없고, 찾아와서도 한 번 먹어보면 다신 오고 싶지 않다는 손님들의 반응은 대전 중앙시장 청년구단 식당들이 겪고 있는 총체적 난국을 잘 보여준다. 게다가 심지어 자신들이 하는 음식에 대한 아집과 편견까지 갖고 있어 도무지 어디서부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종원이 가져온 솔루션은 결국 ‘손님’이었다. 그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이 어떤 분들이고, 그 분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은 무엇이며, 또 그 분들이 음식점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일. 그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이 총체적 난국을 넘어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식에서 드러난 것처럼 ‘김치스지카츠나베’ 같은 시장 상인분들에게 낯설 수밖에 없는 메뉴는 이미 외면 받겠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너무 짜거나 달거나 하는 맛의 문제보다 먼저 가장 가까운 고객인 시장 상인분들을 고려치 않은 메뉴 선정부터가 잘못이라는 것. 

메뉴가 이럴진대, 이 청년들이 시장 상인분들을 손님으로서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 리가 만무였다. 물론 몇몇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무슨 메뉴를 시켰는지 기억해내지 못했다. 얼굴을 익히고 서로 소통하면서, 그들도 시장 상인 중 하나라는 걸 인지시키는 것. 그것만큼 이 청년구단에 절실한 일이 있을까. 

하지만 놀라운 것은 시장 상인분들의 이 청년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었다. 가끔 찾아와 먹을 때마다 걱정이 되어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는 상인분들은 그 누구보다 이 청년들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계셨다. 그러니 바쁜 와중에도 찾아와 시식을 해주고, 음식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했던 것이었다. 

분식집을 운영하신다는 상인분은 어찌 보면 경쟁업체가 될 수 있는 이 청년구단 덮밥집의 신 메뉴를 먹어보고 날 계란보다는 계란 프라이를 해서 얹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조언까지 더해줬다. 따끔한 혹평을 하기도 했지만, 그 혹평 역시 그들을 그만큼 아끼기 때문에 해주는 말씀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을 찡하게 만든 건 손님 알아보기 과제를 냈을 때, 시장 상인분들이 자신이 먹었던 메뉴의 음식점 주인들에게 눈짓을 통해 힌트를 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 속에서는 마치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것 같은 시장 상인분들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 

결국 이 청년구단의 해법은 손님에게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시장 상인분들이 주고객이라는 걸 청년구단의 청년들은 드디어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 상인분들이 누구보다도 자신들을 걱정해주고 마음으로 도와주려 하고 있는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장사는 그냥 음식을 내놓고 파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라는 걸 이들은 백종원의 과제를 통해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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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뜯소’ 16살 농부 한태웅의 일상을 공유한다는 건

농촌은 꽤 오래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소재였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방영됐던 SBS <서세원의 좋은 세상만들기>는 시골에 내려가 그 곳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벌이는 즐거운 한 때를 보여준 바 있고, MBC <무한도전>은 농사를 도전미션으로 삼아 1년 간의 장기프로젝트를 선보인 바 있다. 또 KBS <청춘불패>는 예능 사상 처음으로 농촌 정착형 예능을 보여줬고, 최근에는 tvN <삼시세끼>가 농촌생활의 일부를 소재로 삼은 바 있다. 

그래서 tvN이 새로 선보인 <풀 뜯어먹는 소리>가 농촌을 소재로 한다는 것이 그리 특별하게 다가올 수는 없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어딘가 다른 느낌을 준다. 그것은 한태웅이라는 이제 16살 농부가 그 프로그램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미 농사경력 8년차인 한태웅은 경기도 안성에서 실제로 농사를 짓는 ‘마음대농’으로 이 프로그램이 그저 일회적인 농촌체험이나 농촌을 소재로 하는 웃음 정도에 머물지 않게 만든다. 한태웅이 매일 겪는 농촌생활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니 말이다.

농부의 길이라는 남다른 선택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일까. 한태웅은 그 말하는 모습이나 행동이 여느 또래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느릿느릿 툭툭 던지는 말에서는 심지어 ‘연륜’마저 느껴진다. 행복에 대해 묻는 송하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행복”이라는 한태웅의 말은 그것이 진심이고 또 그가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듣는 이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이제 겨우 16살이지만 그 적어보이는 나이 속에 꽉 채워 넣은 농촌살이의 진정성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앙기가 있어 천 평 넘는 논에 모를 심는 일도 하루에 뚝딱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결국 농사일은 사람 손이 닿아야 하는 일이다. 이앙기가 닿지 않는 곳에 직접 손으로 모를 심어본 출연자들은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일일이 손으로 모를 심었을까를 생각한다. 태웅이네 가족이 정성껏 준비해온 새참을 먹으며 친척 할아버지는 힘든 농사일에 막걸리 한 잔이 진통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그만큼 노동 강도가 높은 게 농사일이라는 것.

하지만 진짜 힘든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모내기를 끝낸 논에 예쁘게도 심어져 있는 모를 보며 한태웅은 농사의 진짜 어려움을 말한다. 그가 짓는 논의 크기는 여섯 마지기. 약 1천2백평인데, 인건비, 비료값, 모판값 등을 따지면 1년 동안 천 평이 넘어도 5,60만원 밖에 안 남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쌀 농민들이 쌀농사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래서 한태웅은 농사를 짓는단다. 

“그러면 점점 우리나라 쌀이 없어지고 나중에는 우리나라 농민들이 아예 없어지지 않을까... 돈을 떠나서 농사를 안지어서 풀밭도 되고 공장 같은 것도 들어오고 젊은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저는 그게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것 때문에 저는 땅 한 평이라도 더 짓고 가축 한 마리라도 더 키우려는 거예요.”

한태웅의 이 진심은 <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농촌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특별해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물론 한낮 뜨거운 땡볕을 피해 정자에서 아이스크림 내기 게임을 하는 출연자들의 한가로운 모습은 도시인들에게는 부러워지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과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어디선가 들리는 뻐꾸기 소리와 전면에 펼쳐진 한 폭의 그림 같은 푸른 산이 주는 편안함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험들이다. 

하지만 그런 풍경들보다 더 우리를 생각하게 만드는 건 한태웅이라는 한 젊은 농부의 남다른 삶의 방식이다. 심지어 007빵 게임도 모르고 한 때는 친구들과 친해지려 PC방에 가서 게임을 해보기도 했지만 어지러워서 포기했다는 이 농부가 느끼게 만드는 농촌살이의 각별함. 도시생활의 각박함과는 너무나 다른 그것이 <풀 뜯어먹는 소리>의 농촌을 너무나 다르게 다가오게 만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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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 로맨틱 코미디보다 궁금해진 미스터리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영준(박서준)에게 캬라멜 선물을 받은 김미소(박민영)는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 캬라멜은 이영준이 그날 회사에서 김미소에게 하나 남은 걸 빼앗아 먹은 것 때문에 그가 사온 선물이었다. 하지만 그건 김미소에게는 과거 자신이 유괴되었을 때 함께 있었던 오빠에게 받은 것과 같은 것이었다.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점점 김미소의 행동보다 이영준의 행동이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제목은 본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살짝 감춰두는 일종의 트릭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지금은 ‘이부회장이 왜 그럴까’라고 제목을 붙여도 될 법한 전개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영준과 김미소 그리고 이영준의 형인 이성연(이태환) 사이에 벌어졌던 어린 시절 유괴사건의 미스터리가 점점 전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유명 작가인 이성연이 그 때 유괴됐던 김미소를 챙겨줬던 오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어째 심증은 그 오빠가 이영준이라는 쪽으로 기운다. 이영준의 발목에 끈에 묶여 생긴 흉터가 중요한 증거다. 정작 당시 유괴되었다 주장하는 이성연의 발목은 아무런 상처 하나 없었다. 

하지만 주변인물들의 주장들은 이성연이 바로 그 때 유괴되었던 당사자라고 말하고 있다. 김미소가 기억하는 이름이 ‘성연’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 모친이 당시 실종된 아이가 이영준이 아닌 이성연이라는 걸 증언하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다른 증거들은 이영준이 그 때 김미소를 챙겨줬던 인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만 감으면 귀신같은 환영이 나타나 키스를 하지 못하는 이영준의 트라우마나, 거미를 두려워하는 트라우마를 그가 잘 알고 있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

아마도 이 심증은 맞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주인공인 이영준이 김미소와 이루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그 운명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이영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그 때 유괴 사건을 함께 겪은 인물이 이영준이었다면, 그가 김미소를 자신의 비서로 9년 간이나 곁에 두었다는 사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건 그저 우연적으로 생긴 일이 아니라 어쩌면 이영준이 김미소를 알아보고 했던 의도적인 행동이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김미소가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한 대목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영준이 그 때의 그 오빠라면 그저 비서로서만이 아니라 9년 간이나 그의 옆에서 남모르게 그를 챙기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이제 이 즈음에서는 이영준이라는 부회장이 왜 저렇게 김비서에게 목을 맬까 하는 질문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조금 이상하다 여겨졌고, 같이 동고동락해왔던 비서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불편함 정도일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오래도록 쌓여온 그의 사랑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기 시작한다. 

트라우마에 갇혀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오히려 깨고 들어오는 건 김미소다. 눈을 감지 못해 키스를 못하는 이영준에게 오히려 다가가 먼저 키스를 해주는 김미소는 결국 그의 트라우마를 깨준다. 그래서 이 키스는 멜로드라마에서 흔하디흔한 남녀 사이의 진전을 보여주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힘겨웠던 과거와 마주서게 해주는 계기이며 나아가 오래도록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진실과 진심을 드러내게 될 시작점이 될 것이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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