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골 때리는 그녀들’, 여성 스포츠예능의 색다른 진화

 

최근 들어 <골 때리는 그녀들>이 화제다. 연예인들이 팀을 꾸려 여자 축구에 도전한다는 소재 자체도 흥미롭지만, 특히 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건 여기 출연하는 이들이 보이는 진심 때문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축구에 빠져들게 만들었을까. 

골 때리는 그녀들

<골 때리는 그녀들>, 파일럿의 문제들을 단박에 날린 건

지난 설 연휴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등장했던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최고 시청률 10.2%(닐슨 코리아)를 기록할 정도로 독보적인 성공을 그려낸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이 정규행을 일찌감치 예고한 건 아니었다. 몇 가지 심각한 논란의 요소들이 등장했고, 무엇보다 10%가 넘는 시청률에는 명절이라는 특수한 시점과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스포츠예능이라는 소재가 맞아 떨어진 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 6월 정규로 돌아온 <골 때리는 그녀들>은 평균 6%대로 낮지 않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높지도 않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중요한 건 시청률보다는 논란의 요소들을 어떻게 지워내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논란의 요소는 엉뚱하게도 ‘여성 예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했지만, 오히려 여성출연자들을 소외시키는 프로그램의 감수성 부족한 상황들에서 비롯됐다. 축구에 도전하는 출연자들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데, 이들을 중계하는 이들의 말들에는 ‘성차별적’ 요소들이 담겨 있었다. 칭찬처럼 한 것이지만 “남자축구 못지않다” 같은 부적절한 멘트들이 해설에 들어갔고, 무엇보다 전직 국가대표나 국가대표 가족으로 구성된 ‘국대패밀리팀’은 ○○○의 며느리, ○○○의 아내로 소개됐다. 심지어 운동복에도 그런 식의 표기가 들어가면서 출연자 자신으로 오롯이 소개하지 않은 방송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전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의 여성 출연자 성비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여성 연예인들이 팀을 꾸려 벌이는 여자축구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도전으로 여겨졌지만 정작 ‘질적인’ 면모를 보이지 못하면서 생긴 한계였다. 

 

하지만 이러한 파일럿의 문제를 단박에 날린 건 다름 아닌 출연자들이었다. 파일럿에서 그저 새로운 체험 정도로 참여했던 출연자들은 당시 경기를 하면서 점차 축구 자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내고, 여러 명이 팀을 이뤄 패스를 주고받으며 결국 골을 이뤄내는 그 과정은 이들의 심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파일럿에서 발톱이 빠진 한혜진은 곧바로 “저희 정규 언제 할 건데요?”라고 물을 정도로 열정을 보였고, 정규방송이 정해지자 파일럿에서 1승도 못하고 전패를 기록했던 모델팀 FC구척장신은 절치부심해 누가 시키지도 않은 훈련에 매진했다. 파일럿에서 승승장구하며 절대강자로 떠올랐던 FC불나방(<불타는 청춘> 멤버들로 구성)에 결승에서 일방적으로 진 FC개벤져스는 복수전을 꿈꾸며 열정을 불태웠다. 이런 열정들이 모여 진심을 만들었다. 정규 프로그램으로 돌아온 <골 때리는 그녀들>은 그래서 예능이라기보다는 이들의 진심이 담긴 축구 한 판의 묘미를 제대로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었다. 

 

이게 뭐라고... 목숨 걸고 뛰는 출연자들

얼굴에 웃음기 하나 없이 “집중!”을 서로 외치고, 날아오는 축구공을 머리로 받고, 가슴으로 트래핑하며 패스하고 슈팅을 날리는 그 모습들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었다. FC개벤져스, FC불나방, FC국대패밀리, FC월드클라쓰, FC구척장신, FC액셔니스타의 감독을 각각 맡은 황선홍, 이천수, 김병지, 최진철, 최용수, 이영표 역시 자세가 달라졌다. 처음에는 예능을 한다 생각했지만, 차츰 감독들 간에도 승부욕이 피어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팀원들이 너무나 승리를 갈망하는 모습이 절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패배한 후 그 아쉬움에 쏟아내는 팀원들의 눈물은 감독들의 각오로 이어졌고 그래서 더 열정적으로 축구를 가르쳐주면서 진짜 팀으로서의 끈끈함과 공동의 목표 같은 게 세워졌다. 

 

물론 축구 자체가 낯설었던 이들이 이런 단기간의 훈련으로 엄청난 기량을 보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기량과 상관없이 보이는 이들의 승부욕과 골이 들어갔을 때의 환희와 골을 먹었을 때의 아쉬움은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게다가 절대강자인 FC불나방과 이 팀을 이끄는 ‘절대자’ 박선영의 존재는, 다른 팀들과의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면서 경기를 더욱 쫀쫀하게 해줬다. 또한 파일럿 당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FC구척장신의 절치부심 1승을 향한 혼신의 경기나, FC개벤져스의 FC불나방에 대한 리벤지 매치 역시 특별한 관전 포인트를 만들어줬다. 매 회 경기 중심으로 대부분의 방송분량이 채워줬지만, 그것만으로도 몰입감이 생긴 이유였다. 

 

스포츠 예능의 각본 없는 드라마는 어떻게 가능한가

사실 스포츠 예능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 중 가장 큰 건 스포츠 자체가 더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흔히들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부르는 스포츠는 그 경기가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그 결말을 알 수 없는데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변수들이 계속 생겨난다는 점에서 강력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제 아무리 스포츠를 예능으로 가져와 재밌게 구성하려 해도 그 ‘각본 없는 드라마’의 극성을 이겨내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포츠 예능들은 확실히 달라졌다. 먼저 예능보다는 스포츠에 더 방점을 찍기 시작했다. KBS <씨름의 희열>은 물론 씨름 경기에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을 차용했지만, 그 목적은 예능적 재미가 아니라 씨름의 묘미를 좀 더 깊이 담아내기 위함이었다. 선수들의 장기를 먼저 알고 경기를 보고, 거기 들어간 기술을 여러 차례 슬로우모션으로 보여주며 설명을 더해주자 씨름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시청자들에게 희열을 주는 스포츠로 다가왔다. JTBC <뭉쳐야 찬다>는 처음에는 전직 스포츠 레전드들이 모여 하는 조기축구라는 예능적 설정으로 시작했지만, 뒤로 갈수록 경기 하나를 통째로 중계해 보여주는 스포츠 자체를 보여줬다. <골 때리는 그녀들>도 마찬가지다. 파일럿에서는 여자축구에 도전하는 출연자들의 예능적인 상황들을 보여줬지만 정규방송에서는 오롯이 축구 자체의 묘미와 여기에 진심인 출연자들에만 집중했다. 이러니 스포츠의 ‘각본 없는 드라마’는 예능이어서 가능한 다양한 편집들을 통해 훨씬 강화된 힘을 발휘하게 됐다. 전후반 각각 10분씩 뛰는 경기지만 <골 때리는 그녀들>의 축구가 박진감 있게 느껴지는 건 이런 예능적인 편집들을 통해 가능해졌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축구를 잘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고, 그걸 보다보면 축구의 진짜 묘미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으로도 자리했다. 혼신을 불사른 경기에서 지고는 쓰러져 눈물 흘리는 선수들을 찾아와 감독이 “이게 바로 축구야”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래서 시청자들을 공감하게 만든다. 심지어 경기 룰조차 잘 몰라도 지는 건 싫고 이기고픈 욕망이 큰 선수들이 그 경험들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은 우리가 스포츠 중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스포츠의 진짜 맛이 아니던가. 

 

물론 여전히 부지불식간에 습관적으로 나오는 성차별적 멘트들이 눈에 거슬리는 면이 있지만, 이것 역시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던 이들에게서 의도치 않게 생기는 실수들일 게다. 그런 실수들을 조금씩 바꿔나가면서 여성과 스포츠를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장 또한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여자 축구라는 스포츠 자체에 진심인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만들어낸 변화의 파괴력은 그래서 결코 작다 말할 수 없다. (글:매일신문, 사진:SBS)

'어쩌다 사장' 모든 게 진심인 차태현, 진짜 슈퍼해도 될 듯

 

아기가 보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차태현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가 말을 걸고 은근슬쩍 아기를 안아 식사할 동안이라도 아기를 봐주려 한다. 척 봐도 아이 아빠의 경력이 묻어나는 모습이다.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손을 다치셨다는 어르신이 식사가 끝난 후 나가실 때 차태현은 슬쩍 다가가 어르신의 손을 잡아준다. 그 손길에 진심이 묻어난다. 마치 어머니의 손을 잡아주는 듯한.

 

그런데 이 손을 다치신 어르신이 가게 옆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끌고 가려 하자, 차태현은 그를 따라 나선다. 집까지 자전거를 가져다주겠다는 차태현에게 미안해하며 그럴 필요 없다고 어르신이 만류하자, 차태현은 "할 일도 없다"며 끝내 자전거를 끌고 나선다. 어르신의 댁으로 가는 길, 면사무소에 갈 일이 있다는 어르신의 말을 들은 차태현은 자신이 댁에다 자전거를 갖다 놓을 테니 면사무소 들러서 가시라고 한다. 어르신의 집까지 자전거를 가져다 세워 놓은 차태현은 슈퍼 반려견 검둥이와 함께 슈퍼로 돌아온다.

 

tvN 예능 <어쩌다 사장>에서 제일 먼저 주목을 끈 건 조인성이었다. 예능 출연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먼저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어서다. 아마도 이건 이곳 슈퍼가 있는 원천리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그가 던지는 미소 하나, 말 한 마디에도 슈퍼 분위기가 훈훈해졌던 게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뒤로 갈수록 조인성만큼 차태현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차태현이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에 진심이 점점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한 번 찾아왔던 손님들은 기막히게 기억해내며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차태현이다. 식사를 하러 오신 손님들에게 마치 그 슈퍼에서 오래도록 일했던 사람처럼 그는 편안하게 말을 건다. 시간 날 때마다 동네를 산책하며 길가에서 만나는 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8일차 정도가 되니 슈퍼 일도 이제 매일의 루틴처럼 척척 돌아간다. 눈을 뜨고 가게에 빈 상품들을 채워 넣고, 동네 사람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제공하는 자판기에 물을 채우고 동전까지 챙겨 놓는다. 새로 찾아온 알바생들에게 일처리 방식을 알려주는 것도 이젠 능숙하다. 그래서 알바생들에게 슈퍼를 맡겨두고 차태현과 조인성은 행동반경은 조금씩 넓어진다. 나무 공예를 하시는 분의 공방에 들러 차를 마시고, 근처 터널 공사 현장의 식당을 찾아 슈퍼에서 친해진 어머님이 차려주신 밥을 맛있게 챙겨먹는다.

 

또 가게를 찾은 아이가 다래끼가 난 지 좀 됐지만 아버지가 시간이 통 나지 않아 춘천까지 가지 못해 째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차태현은 그냥 넘기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지난 후 그래서 차태현과 조인성은 아이와 병원에 다녀온다며 드라이브를 나간다. 잘 모르는 동네 어르신이 무거운 걸 들고 오는 걸 보고는 대뜸 달려가 도와주는 아이를 보며 흐뭇해하는 차태현은 그 아이와 함께 춘천까지 다녀오는 길이 마냥 즐겁다.

 

슈퍼를 찾는 마을 사람들도 이제 차태현과 조인성을 이웃처럼 대한다. 맛난 음식을 가져다 주고 식사를 하면서도 두런두런 수다를 나눈다. 아주머니들은 차태현이 이제 너무나 편안해졌다. "차태현씨는 완전 본토사람 같아"라고 말할 정도다. 잡화를 정기적으로 가져다주는 아저씨와도 이제 살가운 사이가 됐다. 이틀 후 떠난다는 소식에 아쉬워하는 아저씨에게 차태현은 내일 눈이 온다며 쉬시라 하고 운전 조심하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어쩌다 사장>이 특별한 프로그램인 건, 시골 슈퍼라는 공간에서 어쩌다 사장을 하게 된 그 경험의 과정을 담고 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10일 간의 슈퍼 운영을 해가며, 그 곳을 찾는 분들과 점점 알아가는 과정이 더욱 특별하다. 그래서 슈퍼를 기점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차츰 원천리 전체로 확장되어 나간다. 그곳을 찾았던 보건소 직원들, 학교 선생님들, 공사장 사람들, 예술가분들, 공기관 직원들 등등. 슈퍼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원천리라는 마을 전체를 가늠하게 만들어줄 정도로 점점 풍부해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빛나는 것이 차태현의 진심이다.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다가가 말을 걸어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며 도울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선다.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 놓고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들이대는 건 아니다.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친근해질 수 있게 그저 '슬쩍' 다가가는 모습, 거기에 차태현의 진심이 묻어난다. 그래서 이런 시골 슈퍼를 실제로 차태현이 해도 잘 할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시골 슈퍼는 물건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정도 마음도 나누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처음 조인성에 눈멀고 이제는 차태현에 마음이 멀게 되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비긴어게인', 마스크·거리두기.. 그래도 마음을 이어주는 음악

 

어쩌면 대구는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가 기획된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모여 달라는 간절한 목소리만으로 대구로 간 공무원, 소방관, 간호사, 의사들. 어찌 보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그 일을, 또 평소보다 2,30배는 힘든 그 일을 자청해서 간 사람들을 위해 <비긴어게인>은 할 수 있는 일이 음악으로라도 잠시나마 힐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을 게다.

 

코로나 최전선 병원이었던 대구 동산병원. 거점병원으로 내줌으로서 지금까지 이 병원을 다녀간 환자 수가 1천명이 넘는단다. 10분만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보호용 작업복을 입은 채, 두 시간을 못버틸 정도로 힘든 그 일을 해온 분들. 심지어 그 곳에 함께 왔다는 간호사 모녀는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굳이 그 곳에 오겠다 고집했던 딸 이야기를 하며 어머니가 울었고, "마스크 단디 하고 다녀라"라고 했던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딸이 울었다.

 

"이게 언젠가는 끝나는데.. 마스크 없이 대화하고 밖에서 활동하고 근무하는 그 날이 와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대구를. 지금의 우리를." 눈물을 닦고 그렇게 말하는 간호사의 모습에서, 이런 분들이 있어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막이 새삼스럽다. 그건 <비긴어게인>에 부여된 새로운 의미다. 본래 이 제목은 가수들이 버스킹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지만, 여기서는 우리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분들을 위해 노래한다는 것이고, 또 음악은 그런 힘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동산병원 안에 있는 의료진들을 위한 휴식공간인 청라언덕에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러쉬의 '원하고 원망하죠'가 절절한 사랑의 마음을 전했고, 이소라와 크러쉬가 부른 '잊어버리지 마'는 연인 간의 이야기를 넘어서 마치 간호사가 말했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부네요' 역시 우리의 삶이 누군가가 옆에서 전하는 온기에 의해 버텨내질 수 있고 살아질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곡이었다.

 

대학가를 찾은 헨리, 정승환, 수현, 적재는 텅 빈 대학 교정이 말해주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실감했지만, 막상 버스킹이 시작되자 모여 호응해주는 대학생들과 함께 오랜만에 캠퍼스에 활력을 만들어 주었다. 정승환이 첫 곡으로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를 불러 상큼한 대학의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유쾌한 헨리와 수현이 듀엣으로 부르는 Anne Marie의 '2002'는 젊은 설렘이 느껴지는 곡으로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게 했다. 트와이스의 'Dance the night away'를 이들만의 색깔로 들려주고, 즉석에서 무반주로 부른 <알라딘>의 주제가 'Speechless'는 수현의 엄청난 가창력을 확인시켜줬다.

 

그리고 밤에 수성못에서 달을 올려다 보며 열린 버스킹은 오랜만에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음악은 어쩌면 이런 시기에 더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엮어주었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채 이뤄진 공연이었지만 음악이 이어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 이소라가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들려주러 왔다가 본인들이 위로를 받고 간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리를 일으켜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을 음악이 주는 지도.(사진:JTBC)

'삼시세끼'의 진짜 반찬, 유해진과 차승원의 농담과 진심

 

섬 생활 며칠 째지만 물고기는 구경도 못했다. 배를 타고 바다를 나갔지만 갑자기 번개가 치고 비가 오는 통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워도 미끼만 채간다. 유해진의 마지막 보루, 통발은 '텅발'이 되어버렸다. 한 마리도 잡히지 않고 그나마 잡힌 건 치어들이라 바다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5는 그래서 마치 보릿고개 같다. 첫 날은 운 좋게 전복을 채취해 회로 내놓아 고급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를 냈지만, 다음 날은 잡아 온 게 없는데다 비까지 내려 한 마디로 춥고 배고픈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유해진과 차승원의 유쾌한 농담은 고구마, 감자뿐인 저녁을 먹으면서도 기분 좋은 레스토랑 상황극을 연출했다.

 

다음 날 공효진이 게스트로 오면서 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은 전과는 달리 마음이 초조해졌다. 자기들끼리 삼시 세 끼를 해먹을 때는 그냥 농담과 유머를 반찬삼아 대충 해먹어도 된다 싶었지만, 손님까지 왔는데 제대로 된 한 끼를 대접 못한다는 건 안 될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승원은 없는 살림(?)에도 군침 도는 음식들을 내놨다. 첫 날 땄던 거북손을 넣은 파전과 밭에서 딴 상추와 깻잎을 넣은 새콤달콤한 비빔국수를 내놓은 것. 뭔가 조촐한 점심이지만 차승원은 공효진을 위해 예쁜 접시에 손수 파전을 썰어 담아주고 유해진은 끊임없이 유쾌한 아재개그를 더해준다. 그러니 이 조촐한 식사시간이 풍성하게 느껴진다.

 

공효진은 그 화기애애한 식사에 기분 좋아지는 일화를 들려준다. 드라마 함께 할 때 차승원에게 "친구 없으시죠?"하고 물었더니 "하나 있어. 유해진이라고."라고 했다는 거였다. 가만히 듣던 손호준이 "되게 감동"이라고 하자 멋쩍은 듯한 유해진이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에이 그게 뭐 감동이야. 한 명 있어 그래야 감동이지. 내가 하나야?" 웃음이 빵빵 터지며 식사시간은 한 없이 즐거워진다.

 

다 같이 낚시에 나섰지만 역시 아무 수확도 없는 저녁. 빈손으로 온 유해진은 괜스레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차승원은 없는 재료로 마늘종 볶음에 무 조림 그리고 뭇국을 끓여 풍성한 저녁상을 차려 내놓는다. 그러면서 손님으로 온 공효진에게 제대로 된 밥상을 못 차려 준 게 영 마음에 남는 유해진이 미안해하자 차승원은 "먹고 싶다고 해서 해주는 거야. 무 조림."이라고 말해준다. 그러자 유해진이 다시 농담을 더한다. "그냥 무 조림 먹고 싶다 그랬어? 생선 조림이라고 그랬으면 생선을 잡아 왔지-"

 

저녁을 먹으면서도 이들의 농담은 밥상을 채워주는 또 다른 반찬이 된다. 무 조림에 뭇국을 내놓은 차승눠에게 유해진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네?"하고 아재개그를 던지자, 차승원은 "몸에 해로운 청바지가 뭔 줄 아냐"며 "유해진"이라고 한다. 그러자 다시 유해진 얼토당토 않은 아재개그를 던진다. "없는데 효성이 지극한 진이 뭐냐"며 "공효진"이라고.

 

마음 한 구석의 부채감 때문일까. 다음 날 일찍 바다로 낚시를 나간 유해진은 아침 식사도 거른 채 낚시를 하겠다고 하고, 그러자 차승원은 굳이 밥과 반찬을 챙겨 배로 보내준다. 감동한 유해진은 밥을 다 먹고 사과에 '고마워'라고 새겨 찍은 사진을 전송해주고, 그걸 본 차승원은 무심한 듯 손가락 하트를 찍어 답장을 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섬에서 물고기 구경 한 번 못해 봤지만 그래도 여유롭고 풍성하게 느껴지는 건 이를 대하는 이들의 마음이 긍정적이고 여유 있어서다. 늘 유머가 넘치고 그 속에는 무심한 듯 상대방을 생각하는 따뜻한 진심이 묻어난다. <삼시세끼>는 물론 그 현지에서 나는 식재료를 갖고 만들어 먹는 밥상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게 없어도 여유와 풍성함을 느낄 수 있는 건 <삼시세끼>의 진짜 반찬이 이들의 여유로운 농담과 시크한 척 다른 이를 챙기는 진심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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