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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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주병진, 현역 주병진이 되려면옛글들/명랑TV 2014. 4. 15. 08:17
주병진, 전설의 귀환을 가로막는 것들 “주병진씨는 제게 롤 모델이자 우상입니다.” SNL코리아에 호스트로 출연한 주병진에게 신동엽이 이런 말을 던졌다. “정말 모시기 어려웠는데 영광입니다.” “이 자리의 주인공이 원조가 사실 주병진씨입니다.” 피플 업데이트 코너에서 유희열 역시 주병진을 상찬하기 바빴다. 당연한 일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병진이다. 대선배인데다 라는 버라이어티쇼로 우리에게는 전설로 남아 있는 인물이 아닌가. 주병진은 몸 개그와 바보 캐릭터가 코미디의 주종이던 시절, 토크 버라이어티쇼라는 새로운 장을 연 장본인이다. ‘코미디계의 신사’라는 별칭에 걸맞게 게스트에게 매너 있는 모습과 때로는 그 매너를 살짝 벗어나거나 뒤트는 것으로 웃음을 만드는 게 그의 최대 강점이다. 신사라는 캐릭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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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서울편, 유호진 PD의 출사표옛글들/명랑TV 2014. 2. 12. 08:50
여행지 강박 버리자 이 얻은 것 ‘서울 이 거대한 도시가 기적처럼 잠드는 1년 중 단 하루 설날. 빌딩과 인파 속에 숨겨졌던 낯선 서울의 얼굴을 찾는 단 하루의 마법 같은 시간여행.’ 서울편은 이런 자막과 함께 지금껏 우리가 늘 봐왔던 차와 인파로 북적대는 서울이 아니라 텅 빈 낯선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익숙함에서 낯설음을 찾는 것. 서울편으로 보여주려 한 것은 여행이 가진 이 마법적인 힘이었다. 대학로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다방 학림다방, 장충동에 있는 가장 오래된 빵집 태극당, 연지동에 있는 가장 오래된 사무실 대호빌딩, 중랑천에 있는 가장 오래된 다리 살곶이 다리, 그리고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정동의 배재학당, 서울시립미술관, 중명전과 구러시아공사관. 이 오래된 공간들은 무심코 지나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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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고장 나고 있는 삶의 통찰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11. 10. 10:45
'천일', "나는 고장 나고 있어" 두 여자가 운다. 한 여자는 갑자기 생긴 존재의 허기를 채우겠다는 듯, 한 바구니 사온 꽈배기, 도넛을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 넣으며 울고, 한 여자는 무언가 자신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모두 뱉어내겠다는 듯이 끊임없이 토해내며 눈물을 흘린다. 한 여자는 채우면서 울고 한 여자는 비우면서 운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눈물 흘리게 하는 걸까.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그려내는 기막힌 풍경이다. 존재의 허기를 느끼는 여자는 이서연(수애)이다. 그녀는 알츠하이머다. 그녀의 사라져가는 기억은 점점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다. 그녀는 그 떠나가는 기억을 부여잡으려 작가들 이름을 줄줄이 외우고 수첩에 빼곡하게 기억해야 할 것들을 적어 넣는다. 그런 그녀지만 떠나 보내야할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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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일', 추억과 시간에 관한 슬픈 사랑이야기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10. 20. 09:17
'천 일', 얼마나 슬픈 얘길 하려는 걸까 "스토리는 신파지만 이 대목은 들을 때마다 내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아." 나비부인의 한 대목을 들으며 서연(수애)은 지형(김래원)에게 말한다. "신파 싫어하잖아." 지형의 물음에 서연은 스스럼없이 자신의 삶이 사실은 신파였다고 한다. 이 짧은 대화는 이 '천일의 약속'이라는 드라마를 말하는 듯하다. 신파? 신파면 어떤가. 그것이 우리네 인생의 비의를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다면. '천일의 약속'에는 자주 인물들이 드라마에 나오는 상투적인 설정들을 언급한다. 서연은 지형과 감히(?)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 드라마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빈부 격차에 의한 부모들의 결혼 반대 같은 걸 찍고 싶지 않아서라고 한다. 향기(정유미)와의 결혼날짜가 정해지자 지형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