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신'들이 장악한 트로트 오디션 심사, 이대로 괜찮을까

 

TV조선이 최근 자사 트로트 예능 포맷을 MBN이 표절했다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 예능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너도 나도 그 형식과 소재를 가져와 따라하는 것이 국내 예능이 지금까지 마치 관행이나 되는 것처럼 해왔던 일들이어서, 이번 소송은 이례적인 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지난해 내내 트로트 트렌드를 이끌었던 TV조선이 이번 소송을 낸 이유는 "단순한 시청률 경쟁을 위한 원조 전쟁이 아니라, 방송가에서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경계심 없는 마구잡이 포맷 베끼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라고 했다. 대중들도 이러한 예능가의 '쏠림 현상'과 '베끼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현재, 소송의 명분으로서는 충분하다 여겨진다.

 

물론 MBN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베꼈다는 <보이스퀸>, <보이스트롯>또 <사랑의 콜센타>를 도용했다는 <트롯파이터>가 그들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다며 그 차별점을 내놓았고, 오히려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자사의 성공 프로그램과 유사한 <자연애(愛) 산다>로 TV조선이 제작해 피해를 줬다고 맞불을 놨다. 즉 TV조선이 내놓은 '마구잡이 포맷 베기기 경종'이라는 내용에 스스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역공인 셈이다.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베끼기 특히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의 홍수로 어딜 틀어도 트로트가 흘러나오는 현 상황의 피로감은 대중들도 공감하는 바다.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트로트에 쏠려 있는 프로그램들과 그러다 보니 출연자들도 종종 겹치고 심사위원들은 그 나물에 그 밥처럼 거의 똑같은 상황들이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방송사 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이미 전초전처럼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와 SBS <트롯신이 떴다>가 출연자들의 겹치기(심지어 동시간대) 출연으로 야기된 갈등이 그것이었다. 그 후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지만, 남진, 장윤정, 진성, 설운도, 주현미, 김연자 그리고 붐까지 <트롯신이 떴다>의 출연자들은 쏟아져 나온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 여기저기에 출연하는 상황이 생겼다.

 

진성은 <미스트롯2>, <미스터트롯>은 물론이고 <보이스트롯>, <트로트의 민족>,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했고, 장윤정은 <미스트롯>1,2는 물론이고 <노래가 좋아>, <최애 엔터테인먼트>, <2020트롯어워즈>,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했다. 남진은 <트롯 전국체전>, <2020 트롯 어워즈>, <보이스트롯>, <트롯신이 떴다>, <미스트롯>에 출연했고, 설운도 역시 <트롯 전국체전>, <2020 트롯 어워즈>,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했다.

 

세상에 트로트 오디션의 심사위원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이렇게 없는가 생각될 정도로, '트롯신'들이 여기저기 심사에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는 상황은 현재 방송사 간 소송 분쟁까지 등장할 정도로 쏟아져 나온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형식은 물론이고 소재 심지어 심사위원까지 같다면 도대체 이들 프로그램들의 차별성은 어디에 있을까.

 

방송 제작자들이 너도 나도 트렌드에 편승해 베끼기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흐름 속에서 여기저기 겹치기 출연을 하는 출연자들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식상함은 트로트라는 트렌드의 소비를 가속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벌써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한 트로트 오디션에는 무분별한 섭외와 더불어 당장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는 출연자들의 근시안적인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만에 가치를 다시금 보게 만든 트로트 트렌드가 방송사간 소송까지 비화되고 있는 건 이런 위기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사진:TV조선)

트로트 늪에 빠진 추석, 이 정도면 트로트 광풍이다

 

이 정도면 트로트 광풍이다. 이번 추석 특집은 트로트로 시작해서 트로트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방송의 편향을 보여줬다. 그 시작은 아무래도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열었다고 볼 수 있다. 무려 시청률 29%(닐슨 코리아)를 낸 이 성공적인 기획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그 내용들이 계속 인구에 회자될 정도로 큰 화제를 낳았다.

 

15년만의 방송출연인데다, 그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비대면 공연이고 무엇보다 코로나19로 힘겨워하는 대중들을 위로하겠다는 취지와 추석이라는 시점이 겹쳐지면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그가 신곡으로 내놓은 '테스형'은 소크라테스를 형으로 부른 노래로 숱한 해석들을 끄집어냈다. 아전인수격의 정치적 해석들도 나오긴 했지만 역시 나훈아라는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준 곡이었고, 무엇보다 이렇게 여전한 예인의 모습을 끄집어낸 이 프로그램의 기획이 빛을 발한 증거가 아니었을까. 이 프로그램은 스페셜로 공연 비하인드를 담아 다시 방송될 예정이다.

 

TV조선은 <2020 트롯어워즈>를 추석 특집으로 방영했다. 트로트의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 특집에서 이미자가 대상을 차지했고 공로상에 남진, 심사위원특별상에 장윤정 그리고 임영웅은 신인상과 인기상을 포함해 무려 6관왕에 올랐다. 너무 많은 상을 받은 임영웅이 그래서 죄송하다 사과까지 한 이 방송은 18.5%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 <트롯신이 떴다>는 추석 특집은 아니지만 일찌감치 트로트 열풍에 가세한 프로그램으로 이번 명절을 맞았고, JTBC <히든싱어6>는 추석을 맞아 설운도를 원조 가수로 내세워 역시 트로트 열풍에 발을 얹었다. 특히 <히든싱어6>는 김연자가 그 첫 회를 열고, 진성, 설운도가 출연할 정도로 트로트의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연예인 판정단에도 장민호나 이찬원은 물론이고 홍잠언 같은 이들이 자리할 정도로 트로트 가수들의 입지는 도드라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MBC는 오는 23일 정규편성에 앞서 <트로트의 민족 특별판>을 추석에 맞춰 방영한다. <트로트의 민족>은 국내 최초 K트로트 지역 대항전을 담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무려 5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올라온 80팀이 트로트 대결을 벌인다고 한다.

 

사실 명절마다 특집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없던 것이 음악 프로그램이다. 명절의 특성상 온 가족이 모이고, 그래서 각별히 집중하기보다는 틀어 놓고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이 훨씬 시청자들을 잡아끌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트로트 열풍이 여기에 얹어진 모양새다. 추석 특집 음악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트로트 가수들로 채워지고 있어서다.

 

그런데 추석 이후에도 트로트의 열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가 오는 11월에 <트롯전국체전>을 시작할 예정이고 TV조선은 <미스트롯2>를 내년 1월 방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초 <미스터트롯> 이후 내내 이어진 트로트 열풍이 추석을 지나 하반기에도 계속 지속될 거라는 것.

 

물론 그간 소외된 장르로서 주목받지 못했던 트로트가 이제 제대로 된 평가와 관심을 받게 된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로써 우리네 방송의 병폐 중 하나인 모든 방송들이 트로트라는 한 소재의 늪에 빠져드는 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추석을 가득 메운 트로트 소재 특집 프로그램은 그래서 반가우면서도 남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렇게 쏠리다가는 그 소비도 빨라질 수밖에 없으니.(사진:TV조선)

트로트 가수들만 나오는 예능, 겹치기에 유사 프로그램까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것일까. TV조선 <미스터트롯>이 불 지핀 트로트 열풍은 뜨겁지만 그만큼 드리워지는 그림자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쏠림 현상'이다. 트로트가 된다 싶어지니 여기 저기 트로트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을 쏟아내고 있고, <미스터트롯>이 배출한 트롯맨들은 물론이고 거기 출연했던 심사위원들을 예능 프로그램들이 서로 캐스팅하다보니 방송을 틀기만 하면 트로트 가수들만 나오는 상황이다.

 

<미스터트롯>을 성공시킨 TV조선은 코로나19로 인해 야외로 나가기가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사랑의 콜센타>라는 전화연결을 통한 신청곡 들려주기로 역발상의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거기서 머물지 않고 신규 예능 프로그램 <뽕숭아학당>을 런칭했다. <미스터트롯>이 탄생시킨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가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가수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는 콘셉트로 MC붐이 담임교사를 맡았고 김연자, 주현미, 설운도 등의 트로트 레전드들이 선생님으로 출연한다.

 

문제는 <뽕숭아학당>이 편성된 수요일 밤에 SBS가 이미 <트롯신이 떴다>를 방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하는 김연자, 주현미, 설운도 그리고 MC 붐 같은 인물들이 본인들이 의도한 게 전혀 아닌데도 겹치기 출연을 하게 된 상황이 됐다. 비판의 화살은 <뽕숭아학당>을 수요일에 편성한 TV조선에 맞춰졌다. 그 편성 자체를 몰랐던 출연자들만 괴로워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뽕숭아학당> 측은 나름의 변을 내놓았다. 즉 "<뽕숭아학당>에 출연 예정인 주현미, 설운도, 김연자, 장윤정 등 레전드들의 출연 분량이 <트롯신이 떴다>와 동시간대 송출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붐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트롯신이 떴다> 해외 촬영 일정이 변경, 지연되면서 기존의 녹화분이 남아있을 뿐, 현재 <트롯신이 떴다> 녹화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트롯신이 떴다> 측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주현미, 설운도, 김연자, 장윤정 등은 사전에 <뽕숭아학당>이 동시간대 편성되지 않는다고 전해 듣고 촬영을 마쳤다는 것이다. 또 붐의 경우도 <트롯신이 떴다>의 5월 5일 녹화에도 참여해 6월까지 <뽕숭아학당>과 겹치기 출연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사태는 당장 잘 된다 싶은 것에 쏠려 버리는 우리네 방송가의 민낯을 씁쓸하게도 드러낸다. 물론 <뽕숭아학당>의 무리한 편성이 문제를 야기한 것이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트롯신이 떴다>도 <미스터트롯>의 대박으로 인해 그 연장선에서 기획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붐과 트로트 레전드들이 <미스터트롯>에서 고스란히 <트롯신이 떴다>로 옮겨간 건 팩트이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스터트롯>이 배출한 이른바 트롯맨들은 최근 틀면 나올 정도로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가 되었다. MBC <라디오스타>, JTBC <뭉쳐야 찬다>, <아는 형님>, 올리브채널 <밥블레스유>,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등등 어디에서든 출연만 해주면 고마워할 지경이 되었다. 물론 이들이 출연하면 곧바로 시청률이 오르는 효과가 발휘되긴 하지만 너무 이들에게만 쏠려 있는 예능가의 흐름은 그만큼 소외된 그림자로 낳기 마련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트로트 오디션들도 우후죽순 생겨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KBS가 송가인 소속사와 함께 트로트 오디션 <트롯전국체전>을 제작한다고 밝혔고, MBC 역시 트로트 서바이벌 <트로트의 민족>을 하반기에 방영하겠다고 밝혔다. MBN은 오는 7월 200억 초대형 프로젝트 <보이스트롯>을 런칭한다. 과연 이런 트로트 열풍에 불고 있는 쏠림현상은 괜찮은 걸까. 어쩌면 소비만 빨리 가져와 트로트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닐까.(사진:TV조선)

젊은 ‘사랑의 콜센타’와 젊고 싶은 ‘트롯신’의 차이

 

홍진영이 부산에서 거는 전화인 양 숨겨 게스트로 출연한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에는 시청자들의 불만 섞인 원성이 쏟아졌다. 이유는 명백했다. 시청자들이 원한 건 <미스터트롯> 톱7과 함께 하는 시간이자 무대이지 뜬금없이 몰카 설정으로 게스트를 출연시키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한 번이라도 더 톱7의 무대를 보고 싶어 한다. 물론 다음 주 예고된 것처럼 레인보우 같은 <미스터트롯>이 배출한 또 다른 트로트 스타들을 보는 일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렇듯 <사랑의 콜센타>는 온전히 <미스터트롯>이 이끌어낸 팬덤을 위한 시간으로 자리했다. 스튜디오 예능으로서 시청률이 평균적으로 20%(닐슨 코리아)를 웃돈다는 사실은 놀라울 정도지만, <미스터트롯>이 해낸 신드롬을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여겨질 정도다. 임영웅은 애초 예고된 대로 <미스트롯>의 송가인 열풍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지 않은가. 특유의 차분한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안과 위로를 얻고 있으니.

 

<미스터트롯>이 만든 트로트 열풍은 때 아닌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들의 특수를 가져왔다. <사랑의 콜센타>는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건 단지 <미스터트롯>의 후광효과 때문만은 아니다. 마침 코로나19로 인해 방콕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을 ‘전화 연결’이라는 다소 예스러운 방식으로 끌어안은 점이 주효했다.

 

마치 라디오 방송을 TV 버전으로 옮겨놓은 듯 보이는 <사랑의 콜센타>는 톱7이라는 트로트 신예들의 무대로 꾸며지지만, 그렇다고 트로트에만 국한하는 건 아니다. 임영웅과 홍진영이 ‘그대 안의 블루’를 듀엣으로 부르는 것처럼 트로트는 아니어도 1980~90년대의 감성을 공유하는 이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곡들도 노래한다. 물론 ‘Despacito’ 같은 최신 팝송도 임영웅이 부르면 색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

 

즉 <사랑의 콜센타>는 지금의 시청자들이 장르적으로도 열려 있고 옛 노래건 최신곡이건 상관없이 좋으면 함께 즐기는 그 폭넓은 공감대를 톱7이라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그래서 <사랑의 콜센타>는 대놓고 옛 감성의 틀과 형식을 가져오고 또 주요 레퍼터리로 트로트를 소화하면서도 젊은 느낌을 준다. 이 지점은 시청자들이 트로트를 들으면서도 자신은 아직 젊다는 걸 확인하게 해주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반면 트로트 열풍을 타고 만들어진 SBS <트롯신이 떴다>는 해외 트로트 버스킹이라는 콘셉트로 화제를 모으며 한 때 15.9%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갈수록 힘이 빠지더니 최근에는 9%대로 추락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악재가 됐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 콘셉트인 해외 트로트 버스킹이라는 걸 시도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튜디오에서 전 세계를 모니터로 연결하고 진행하는 랜선 버스킹을 시도했지만, 생각보다 그만한 감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버스킹이 주는 묘미란 노래하는 이들과 이를 듣는 낯선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공감이라고 볼 수 있는데, 랜선 버스킹은 그런 감흥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랜선 버스킹 같은 시도가 가진 약점보다 더 큰 문제는 여기 등장하는 이른바 ‘트롯신’들의 무대가 별다른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일 버스킹이었다면 현장에서의 긴장감이나 돌발상황들이 같은 노래라도 다른 느낌으로 전해질 수 있었을 게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했던 무대들을 보면 첫 무대만 버스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었지 나머지는 해외 순회공연에 가까웠다. 현지인들과 출연자들은 무대와 객석으로 분명히 나눠져 있었다. 이러니 버스킹의 묘미가 살아날 수가 없었다.

 

랜선 버스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랜선으로 연결해 놓았다고는 하지만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했고 그저 무수한 모니터들 속에서 관객들이 무대를 바라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를 연결해주는 고리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랜선 무대라는 게 새로운 도전으로 여겨지지만, 그건 이제 중견가수들인 출연자들에게 그리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주기가 어렵다. 이 정도의 아우라를 가진 트롯신들이 젊게 소통하려는 그 자세는 좋아 보이지만, 너무 과한 느낌은 시청자들에게도 어색하게 다가온다.

 

<사랑의 콜센타>는 굳이 나이 들어 보이려 옛 감성을 가진 무대를 가져왔지만 그것은 그저 레트로라기보다는 뉴트로로 보인다. 젊은 가수들이 옛 노래를 향수하는 게 아니라 옛 감성을 힙한 느낌으로 끌어왔다고나 할까. 반면 <트롯신이 떴다>는 젊어 보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뉴트로라기보다는 레트로로 보인다. 렌선 콘서트까지 시도하고 있지만 그 무대가 너무 앞서 나가 있어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면이 있어서다.

 

<트롯신이 떴다>에서 원로급인 남진이 나와 무대에서 노래를 하면 후배 가수들은 끝없이 상찬을 쏟아놓는다. 하지만 그런 저들 스스로 하는 상찬보다 <사랑의 콜센타>에서 임영웅이 차분히 노래를 부를 때 전화 저편에서 들려오는 팬의 감동이 더 마음에 닿는 건 왜일까. 나이 들어 보이려 하는데도 젊어 보이고 젊어 보이려 애쓰는 데도 나이 들어 보이는 아이러니. <사랑의 콜센타>와 <트롯신이 떴다>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 이유가 아닐까.(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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