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져도 되니까 최선만 다해주세요.” <무한도전>의 장기 프로젝트가 되어버린 하하vs홍철의 세기의 대결에서 홍철이 이길 것이라 선택한 한 팬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몇 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 최종까지 남게 되면 승용차를 한 대 얻을 수 있는 기회지만 그 팬이 던진 이 말은 지금껏 보여 왔던 <무한도전>의 정신을 그대로 전한 것이었다. 최고는 아니어도 좋다.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거제도에 사는 나이 47세의 김병중씨는 아들이랑 같이 이 ‘세기의 대결’에 참가하려고 전날 9시 반차를 타고 올라왔다고 했다. 그런데 아들은 벌써 예전에 떨어졌다는 것. 그래서 빨리 지고 아들이랑 같이 내려가려고 닭싸움할 때 하하를 선택했는데 의외로 하하가 이겨서 그때까지 남게 되었다고 했다. 그가 책을 펴서 사람 수를 세는 대결에서 노홍철을 선택한 이유도 그가 질 것 같아서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대결에 들어가자 김병중씨는 노홍철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결 도중에 보여준 김병중씨의 유쾌한 모습도 모습이지만, 아들과 함께 <무한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거제도에서부터 올라왔다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폭넓은 세대의 지지를 잘 보여주었다. 사실 동전 줍기나 간지럼 참기, 닭싸움 같은 대결에 무려 3천4백여 명이 일찍부터 모였다는 것 자체가 <무한도전>이 가진 팬덤의 힘을 잘 말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무한도전>이란 대결의 경중을 떠나 진지하게 도전하는 그 모습에 열광하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6대1로 하하의 압승이 결정되었을 때, 노홍철은 자신을 응원한 6명의 탈락자들을 미안함에 차마 돌아보지 못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안타깝게 보던 탈락자들이 “미안해하지 마세요. 진짜 괜찮아요.”라며 오히려 노홍철을 위로하고 나섰다. 탈락자들이 다가와 노홍철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모습에 하하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팬들의 승패와 상관없는 <무한도전> 사랑은 계속 이어졌다. 8번째 알까기 경기에서 노홍철은 이기고도 탈락하는 사람들을 보며 울컥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탈락자들이 노홍철을 위로하며 “노긍정, 노긍정”을 외쳐주었다. 결국 대결은 하하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그 끝나는 순간에도 하하와 노홍철은 서로를 생각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즉 하하는 자신의 승리가 아니라 노홍철이 가졌을 심적 부담감을 고스란히 공감하고 있었고, 노홍철은 힘들었던 시절 자신에게 힘을 주었던 친구 하하를 떠올리며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하와 홍철의 대결은 어찌 보면 너무나 장난스러운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결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대결에 임하는 이들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무한도전>은 보여주었다. 또 대결하고 있는 이들만큼 그 대결의 의미를 더 만들어주는 존재가 바로 그 대결을 보는 팬들이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바야흐로 올림픽 시즌이다. 우리는 선수들의 일희일비를 함께 하며 그들을 응원한다. 어떤 이는 금메달을 따지만 어떤 이는 아쉽게도 탈락한다. 하지만 탈락한다고 하더라도 4년 간의 노력이 어찌 단 몇 분 간의 대결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팬들은 “져도 되니까 최선만 다해주세요”라고 외치고, 결과에 대해 팬들이 오히려 선수를 위로해주며, 대결한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고는 서로를 부둥켜 안아주는 풍경은 그래서 <무한도전>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한도전>정신과 올림픽 정신은 만나는 지점이 있다. 그리고 이 정신은 그 경기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에서 비롯된다.

‘무한도전’, 팀원 집착 버리고 유연해져라

예능 프로그램의 지존이었던 ‘무한도전’의 시청률 하락을 갖고 요즘 말들이 많다.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제 ‘무한도전’이 한계에 봉착했다느니, 군 복무로 빠져버린 하하의 빈자리가 크다느니 하면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태호 PD는 “시청률 하락에 신경 쓰지 않는다”며 “시청률 보다 중요한 건 실험성”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시청률 하락에 대해 스스로 ‘나들이가 많아지는 봄철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을 하는 걸 보면 그 역시 시청률에 신경이 쓰이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김태호 PD가 가진 지금의 문제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대박 났던 아이템을 반복하기보다는 실험성에 중점을 둔 아이템들을 계속 발굴할 것이며, 이 점이 ‘무한도전’만의 차별성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이것은 지금의 ‘무한도전’을 있게 해준 힘이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상황 속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시청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청률 하락은 김태호 PD가 말하듯 봄철 한 때의 소소한 현상에 불과할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것은 ‘무한도전’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작동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은 특별한 프로그램 형식이 없는 자칭 ‘무형식’ 프로그램이다. 물론 ‘무한도전’이라는 틀이 존재하지만, 그 안에는 기존 프로그램들이 갖던 특별한 진행방식 같은 정해진 형식이 없다고 해서 이렇게 불리는 것이다. 바로 이 ‘무형식’은 그간 짜고 치는 고스톱 같던 대본에 맞춰 진행되던 프로그램에 식상한 시청자들을 끌어 모은 강력한 힘이다. 하지만 이 ‘무형식’은 과연 장점만 있는 것일까.

시청자들의 요구를 잘 살펴보면 이율배반적인 구석이 있다. 시청자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 진짜 리얼한 상황을 보고 싶어하면서도,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한다. 리얼한 상황이야 무형식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편안함’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일관된 형식, 즉 프로그램의 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바로 그 일관된 형식을 찾기가 쉽지 않다. 팀원들은 어떤 때는 무도장에 갔다가, 어떤 때는 하하의 집에 간다. 이 두 형식 간의 일관성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이것은 물론 저 김태호 PD가 말하는 ‘실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일관된 형식이 부재하다는 점은 또한 ‘무한도전’의 아킬레스건이 되기도 한다. 어떤 특정한 상황 속에서의 리얼리티가 좋았다고 하더라도, ‘무한도전’처럼 그것이 일관된 형식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다음 번을 기약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댄스스포츠를 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던 ‘무한도전’이 인도를 간다고 해서 똑같이 박수를 받지 못하는 것은 그 일관된 형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 아이템에 따라 시청자들의 호응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무한도전’이 형식을 버리고 대신 취한 것은 캐릭터다. ‘무한도전’은 프로그램의 일관성을 형식이 아닌 등장하는 캐릭터로 유지해나간다. 즉 ‘무한도전’은 매 회마다 계속 상황이 바뀌고, 상황에 따른 형식 또한 바뀌는데, 여기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캐릭터다. 이것이 유난히 ‘무한도전’의 캐릭터 의존도가 높은 이유이다. 캐릭터 의존도로 치면 여타의 리얼버라이어티쇼들도 마찬가지로 높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무한도전’만큼은 아니다.

예를 들어 ‘1박2일’은 지상렬이나 김종민, 노홍철 같은 캐릭터가 빠져나가도 새로운 멤버가 들어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반면, ‘무한도전’은 하하 한 명이 빠져나가는 것에 엄청난 집착을 보인다. 이것을 가지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그만큼 결속력이 강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다. 그것은 ‘무한도전’의 캐릭터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1박2일’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한도전’에는 없는 그 무엇이 ‘1박2일’의 캐릭터 의존도를 낮춘 것일까.

그것은 ‘1박2일’이 적어도 ‘여행’이라는 편안한 일관된 형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독도를 가거나 가거도를 가고, 제주도를 가거나, 혹은 서울 한강 둔치를 간다고 해도 그것은 모두 여행이라는 틀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시청자들이 ‘1박2일’에 기대하는 것은 그것이 어디가 됐든(여기서 어디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아이템이다), 여행 그 자체다. 이것은 무슨 무슨 특집이라고 매번 홍보해야 하는 ‘무한도전’이나 ‘라인업’이 갖지 못한 ‘1박2일’만의 장점이다. 이 ‘1박2일’이 가진 ‘일정한 틀(여행) 안에서의 무형식(리얼리티)’은 저 이율배반적인 대중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는 해결책이 된다.

‘무한도전’의 도전상황은 바로 그 ‘무한도전’만의 장점이었던 무형식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무형식은 리얼리티를 요구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켰지만, 동시에 어떤 편안한 틀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 자체이기도 하다. 도전이란 고정된 틀이 아닌 늘 새로운 상황을 예고하는 것이니까.

이런 분석을 하는 것은 ‘무한도전’이 그간 우리네 예능 프로그램에 끼친 영향력을 깎아 내리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지금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하나의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한도전’ 역시 변화해야할 시기에 와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위함이다. ‘무한도전’은 지금의 ‘도전에 대한 강박’을 벗어버리고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어떤 ‘도전의 형식’이라도 갖추어 그 안으로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편안한 리얼리티’를 마련해야 한다. 요즘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캐릭터가 이끌어 가는 게 분명하지만, 그것보다 앞서는 것은 캐릭터로부터 계속되는 애드립을 끄집어내게 만드는 일관된 상황, 즉 프로그램 형식이다.

이렇게 한다면 ‘무한도전’은 캐릭터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양한 외부의 캐릭터들이 이 열려진 형식 속으로 마음껏 들어와 제 기량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러한 틀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특정 방송사가 특정 개그맨을 붙들어맬 수 없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무한도전’이 발굴한 캐릭터들은 ‘해피투게더’ 같은 어느 정도 형식이 갖추어진 쇼에서 그 힘을 발휘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될 수 있다. ‘무한도전’은 지금 바로 그 만만찮은 도전 상황에 서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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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무한도전’ VS 배고픈 ‘1박2일’

바야흐로 리얼 버라이어티쇼 전성시대. 소위 말해 캐릭터가 잡히면 프로그램은 뜬다. 이것은 진행형 스토리를 갖춘 리얼리티쇼에서 이제는 드라마나 시트콤만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캐릭터가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중 ‘캐릭터가 잡힌’ 프로그램은 그 캐릭터라이즈드 쇼(Characterized Show)의 선구자인 ‘무한도전’이 될 것이며, 후발주자로서 급속히 ‘캐릭터가 잡혀가고 있는’ 프로그램은 ‘1박2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캐릭터들은 어떤 특징들을 갖고 있을까.

마이너리티 캐릭터들의 집합, ‘무한도전’
‘무한도전’을 이끄는 수장인 유반장(유재석)은 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들이대는 캐릭터들을 배려하고 조절하는 캐릭터다. 올 들어 새로 한 반장선거에서 거성 박명수가 반장에 당선됐어도 여전히 유반장의 실질적인 반장 역할을 기대하게 되는 것은 이 팀에서 유반장이 가진 이 캐릭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유반장이 ‘무한도전’ 외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이른바 리얼리티쇼 시대에 그 균형과 수위를 조절하는 유반장 캐릭터는 어디서든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가되는 유재석만의 장점은 반장 역할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팀원들과 동등한 눈높이에서 놀아준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자칫 방관자 혹은 외부자 역할이 될 수 있는 그를 프로그램 속으로 안착시키는 힘이 된다.

그런 유반장이 이끌어가는 팀원들은 전체적으로 마이너리티 캐릭터들이다. 정형돈은 웃기지 못하는 개그맨 캐릭터이며, 뚱뚱보 정준하는 식신에서 점점 ‘노브레인 서바이벌’의 바보 캐릭터로 변신해가고 있다. 꼬마 하하는 키가 작은 신체적 결함을 극대화한 캐릭터이며, 퀵 마우스 노홍철은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소심한 수다쟁이에 저질댄스로 일관하는 캐릭터이다. 거성 박명수 역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지만 사실상 힘은 없는 아버지 캐릭터이다. 무언가 사회적으로 보면 이들 캐릭터들은 나사 하나씩이 풀려 있거나 비하되는 입장에 서 있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거성 박명수 캐릭터다. 박명수는 자칫 이 ‘하향평준화된’ 쇼의 팀원들 속에서 자칫 당연한 것으로 매몰될 수 있는 바보스러움이나 마이너리티한 부분들을 다시 끄집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야 그것밖에 못해!”하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은 상대방의 마이너리티를 부각시키는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시킨다. 이러한 박명수 캐릭터의 효용성은 리얼리티쇼 시대에 유재석이 그러한 것처럼 타 프로그램 속에서 자연스럽게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캐릭터가 버럭 댈 때 그 자칫 싸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유화시키는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유재석과 박명수 캐릭터가 특유의 콤비를 이루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해피투게더’의 인기에는 이 명콤비의 역할이 그만큼 큰 자리를 차지한다.

이렇게 ‘무한도전’ 팀의 캐릭터가 구축된 것은 그 프로그램의 성격이 크게 좌우한 것이 사실이다. 때론 과장된 느낌의 도전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웃음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모자란 캐릭터이다. 따라서 부족한 이들이 무언가에 도전을 하면서 실패하고 때론 이루기도 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재미를 준다. 그리고 이것은 캐릭터의 성장드라마를 만든다. 초반부 ‘무모한 도전’과 ‘무리한 도전’에서 말도 안 되는 도전을 하던 캐릭터들은 이제 스포츠댄스나 드라마 단역 같은 제대로 도전이 될 만한 일에 도전을 한다. 초반부 반 막노동 같은 몸 개그에서 시작한 쇼는 이제 점차 몸치에서 유발되는 몸 개그로 바뀌고 있으며, 이제는 구축된 캐릭터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으로 나가고 있다.

배고픈 캐릭터들의 야생, ‘1박2일’
유재석이 쇼의 구성원이면서도 조절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1박2일’의 강호동도 같은 역할을 한다. 다만 그 역할 수행에 있어서의 성격은 다르다. 유재석은 한껏 몸을 낮춰 구성원과 거의 같은 위치에서 진행을 하는 반면, 강호동은 맏형 같은 캐릭터로 철저하게 쇼를 이끌어간다. 이것은 강호동 특유의 뚝심과 순발력으로 가능한 것이지만 ‘1박2일’의 성격과도 관계가 있다. 여행이라는 야생의 도전 상황 속에서 수평적인 눈높이보다 때로는 보호해주고 때로는 재미있게 상황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요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복불복 게임 등을 통해 야생버라이어티의 재미를 부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그가 모든 것을 조절하는 것은 리얼리티쇼를 그르친다. 그렇기에 필요한 캐릭터가 아무리 강압적으로 밀어붙여도 안 되는 캐릭터다. 바로 초딩 은지원이다. 그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초딩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는 한 그의 어떠한 야생 속에서의 행동도 초딩이란 아이의 정서적 본능으로 인정된다. 여기에 합세한 캐릭터가 야생몽키 MC몽이다. 은지원이 아이의 본능을 앞세워 강호동을 무력화시킨다면 MC몽은 말 그대로 야생의 본능에 충실한 그 자체로 강호동을 무력화시킨다.

‘1박2일’의 캐릭터 조합이 재미있는 것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쇼의 부품처럼 잘 구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MC몽의 야생이 무적일 것 같지만 그에게 대항하는 자는 도시의 샌님 역할을 하는 허당 이승기다. 그는 야생 속에서도 늘 외모를 관리하고 좀 더 편안한 것을 찾으려는 본능적인 몸부림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두 번의 에피소드로 연결된 MC몽과 이승기의 탁구대회와 배드민턴 대회는 대결구도를 통해 두 캐릭터를 순식간에 강화시켰다.

여기에 나머지 두 캐릭터인 김C와 이수근의 역할도 구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다. 김C는 야생을 야생처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는 진짜로 늘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마치 고행을 하는 사람처럼. 여기에 이수근은 정반대다. 그 역시 힘든 것은 분명하지만 그는 너무나 야생에 적응을 잘한다. 시골생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 일꾼의 캐릭터가 되는 것은 이 여행이라는 컨셉트의 베이스를 형성한다. 이 둘은 상반되면서도 비슷하다. 둘다 야생에서 잘 버틴다는 점이다. 김C는 마치 삶은 고행이라는 것 같은 달관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이수근은 실제 생존능력을 갖춘 것으로.

이렇게 구성된 ‘1박2일’ 팀원들의 전체 캐릭터는 배고프고 고달픈 자의 본능으로 대변된다. ‘만성피로 프로젝트’라 강호동이 스스로 일컫는 것은 이런 본능적 캐릭터들을 강화시키기 위함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야생 속에서의 투쟁(?)이 아귀다툼으로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맏형 강호동이나 인생 다 산 것 같은 김C, 무언가 어려운 일이 있어도 다 해결해줄 것 같은 이수근 같은 캐릭터들이 아이들처럼 노는 다른 캐릭터들 간의 끈끈한 정을 늘 유지해준다는 데 있다.

캐릭터가 중요해진 리얼 버라이어티쇼 시대에 이제 쇼는 하나의 시트콤이나 드라마처럼 되고 있다. 따라서 캐릭터는 그냥 그 자체가 재미있어서 구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기능으로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이것은 시트콤이나 드라마 속에서 캐릭터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웃음과 유사하다.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점점 캐릭터들의 살아있는 드라마가 되어가고 있고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캐릭터들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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