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격’, 도전 버라이어티의 새 진화 보여줄까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해버린 이른바 버라이어티쇼들의 키워드를 나열해보면, 도전, 여행, 결혼(혹은 연애 감정) 정도가 되지 않을까. ‘무한도전’은 도전과 여행의 아이템을 리얼 버라이어티란 형식으로 처음 시도했던 프로그램이고, ‘1박2일’은 이것을 계승해 독자적인 여행 특화 버라이어티로 자리잡았다. ‘우리 결혼했어요’와 ‘골드미스가 간다’가 결혼이라는 아이템을 바탕에 깐 프로그램들이라면, ‘패밀리가 떴다’는 여행에 결혼은 아니지만 연애 감정을 접목했다.

새롭게 시작한 ‘남자의 자격’이 주목되는 것은 이 모든 아이템들이 적절하게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남자들의 도전(매 번 달라지는 과제)이 있고, 함께 외지에서 보내는 하룻밤이 있으며, 결혼생활과 관련된(부부와 관련된 것들)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도전 과제는 소설가 이외수가 지정해주며, 촬영도 그의 사택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이루어지는데, 첫 번째 도전은 ‘두 번 결혼하기(같은 부인과 다시 하는 결혼식)’였고 두 번째 도전은 ‘금연’이었다.

‘1박2일’의 여행이 날 것 그대로의 야생 체험인 무전여행을 닮았고 ‘패밀리가 떴다’가 가족 단합에 집중하는 MT를 닮았다면, ‘남자의 자격’은 수련회를 닮았다. 남자들은 이 합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죽기 전에 해야할 101가지’ 도전을 통해 새로운 남자(?)로 거듭나야 한다. 거듭난다는 것은 어딘지 부실함이 있다는 의미. 출연자들은 저마다의 개성적인 약점(?)들을 갖고 있다. 작년부터 이빨 빠진 호랑이 취급을 받아온 이경규, 이혼의 경험이 아킬레스건인 김국진, 꽤 오랫동안 침묵하다 최근 예능으로 주목받는 김태원, 부실한 몸의 대명사 이윤석 등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 도전에 있어서도 그 결은 ‘무한도전’의 그것과는 다르다. ‘무한도전’은 말 그대로 도전을 아이템화 한 것이기 때문에 그 도전 상황도 여러 가지로 나뉘어 있다. 출연진들의 특정직업에 대한 도전(예를 들면 런웨이 도전 같은)이 하나가 될 것이고, 말 그대로 실험 자체(대체에너지 같은)가 도전이 되기도 하며, 또 한 편으로는 PD의 형식실험 자체도 하나의 도전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남자의 자격’의 도전은 ‘죽기 전에 해야할 101가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인생의 도전’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삶의 멘토 같은 이외수가 도전과제를 제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결혼이라는 아이템은 남자들끼리의 체험이라는 조금은 딱딱한 부분을 허무는 역할로 끼여든다. 첫 회에서 김태원 부부가 다시 하는 결혼식을 보여준 것은, 이 프로그램이 ‘남자의 자격’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자격이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서 여성(아내)을 상정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금연’도전에는 언뜻 보였지만 이윤석의 아내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자격’이 이 모든 아이템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것은 한 마디로 이 프로그램이 ‘중년의 도전’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 결혼하기’는 중년에 부부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고, ‘금연’은 중년에 즈음해 건강을 다시 생각하는 작업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출연진들이 그 나이에 의미 있는 도전을 해나가는 버라이어티가 이제 가능해진 것은 그만큼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중년 시청층의 지지가 점점 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남자의 자격’이 비슷한 아이템을 가지고도 ‘무한도전’과도 ‘1박2일’과도 또 ‘패밀리가 떴다’와도 차별화 되는 건 바로 이 다른 연령대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년의 도전에는 한참을 웃다가도 무언가 뒤통수를 잡아채며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특별함이 있다.

‘1박2일’, ‘리얼’을 ‘실패’가 입증하다

누구나 소풍 전 날, “내일은 꼭 비가 오지 않게 해주세요”하고 빌었던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여행은 날씨에 민감하다. 또 변수도 많다. 갑작스런 폭설로 발이 묶이기도 하고, 우연한 사고(?)에 일정이 모두 바뀌기도 한다. 길에서 만난 사람과 생각지도 않은 경험을 하기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뜻밖의 재미를 얻기도 한다. 그것이 진짜 여행의 참 맛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여행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훌륭한 소재가 되었다. 특별한 설정 없이도 그 낯선 장소로 떠나는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든 벌이지게 마련이다. 그걸 촘촘히 발견해내고 때론 캐릭터가 그 발견된 상황을 강화하면서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자연스럽게 그 리얼이 주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

야생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1박2일’이 빛을 발하는 것은 야생과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엮일 때다. 박찬호와 강호동이 대결하듯 한겨울 계곡 물에 들어가는 장면은 인물들 간에 형성된 미묘한 신경전과 함께, 마침 그 장소, 그 시간에 존재하는 얼음장같은 계곡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여기에도 인위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본질적으로 ‘1박2일’은 버라이어티쇼라는 의식은 어떤 식으로든 웃음의 포인트를 현장에서 찾아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강호동은 출연진들을 때론 윽박지르고 때론 다독이면서 지나치는 연못에 뛰어들게 만들어, 그 연못을 승기 연못으로 만들어버린다.

제주도로 가기로 되어있던 상황에서 비행기 결항으로 계획이 무산되어 대신 가게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그들은 웃음을 주기 위해 바닷물에 뒹구는 몸 개그를 위한(?) 게임을 해야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인위적인 부분은 그것이 여행 속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수긍하게 된다. 여행이라는 일탈 속에서는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제 거의 모든 프로그램들이 리얼을 표방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러한 리얼의 요소들은 묻혀져 버렸다. ‘무한도전’의 끝없는 도전은 이제 굳이 리얼이라고 붙이거나 붙이지 않거나 상관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것은 ‘무한도전’이기 때문에 주목되는 것이지, 이제 더 이상 리얼 버라이어티이기 때문에 주목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무한도전’에서 시도했던 좀비 특집, ‘28년 후’는 그 실패를 통해 오히려 ‘무한도전’의 리얼 상황을 드러내주었다. 김태호 PD는 실패에 대해 연거푸 사과하며 시말서를 쓰고 있다는 얘기를 했지만, 바로 그 상황이 ‘무한도전’이 가진 실험정신과 리얼리티를 상기시켜 주었던 것.

이것은 ‘1박2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제주도에 촬영팀들을 전부 보내고, 자신들은 영종도에 발이 묶여 을왕리로 발길을 돌릴 때, 이 애초의 목적 실패는 이 프로그램이 진짜 리얼이라는 것을 거꾸로 드러내주었다. 이제 모두가 리얼이라 주장하는 시대에, 오히려 리얼이 드러나는 대목은 버라이어티쇼가 어떤 목적의 실패를 했을 때가 되었다.

이제 리얼은 기본, 그 이상이 요구되는 버라이어티의 세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무한도전’의 정형돈과 하하가 어색한 관계를 일상적으로 보여주거나, 유재석이 실제 결혼할 상대를 프로그램에서 얘기하는 것만 해도 쇼킹한 일이었다. ‘1박2일’이 우연히 들른 학교에서 하게된 게릴라 콘서트는 실로 “일이 커졌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이천희가 천데렐라로 구박을 받고 박예진이 닭을 잡는 모습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되었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상부부가 된 알렉스가 신애와 헤어지게 되자 스튜디오에 초청해 ‘화분’을 불러주는 장면은 그 자체로 마음을 끄는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것과 똑같은 장면이 TV로 송출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시청자들은 심드렁한 얼굴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명칭 자체가 구태의연한 것이 되어버렸으니까. 심지어 토크쇼조차 리얼 토크를 지향하는 지금, 사실상 모든 버라이어티쇼에 리얼은 기본이 되어버렸다. 과거 리얼함 하나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나고 이제 버라이어티쇼는 리얼 그 이상이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미 정착된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은 이 변화된 상황을 어떻게 적응해냈을까.

‘무한도전’, 사회적 차원으로 웃음의 스펙트럼 확장
‘무한도전’은 그저 웃음을 주는 쇼 프로그램의 차원을 넘어섰다. 이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캐릭터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할 분야들을 조명해주는 마스코트가 되었다. ‘서울 디자인 올림픽 2008’, 에어로빅을 통한 ‘전국체전’출전,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등등. ‘무한도전’은 도전 분야와 그 도전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연결시키며 공익적 성격을 버라이어티쇼와 성공적으로 접목해냈다. ‘일자리가 미래다’편 역시 작금의 어려운 취업 상황을 각 출연진들의 일자리 체험으로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하나의 장르로 지칭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다양한 실험적 도전들을 하면서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웃음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 ‘쪽대본 드라마’특집 편 같은 패러디쇼를 통해 풍자가 갖는 신랄한 웃음을 만들었고, ‘봅슬레이편’같은 다큐적 성격까지 가진 리얼리티쇼를 통해 감동적인 웃음을 선사했다. 한편 ‘일자리가 미래다’편 같은 어려운 사회 속에서의 따뜻한 미소 또한 잊지 않았다. ‘무한도전’은 이제 웃음에 대한 강박의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적으로도 작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웃음에 도전하고 있다.

‘1박2일’, 게스트를 통한 새로운 여행형식 발굴
한 때 각종 비판에 휩싸이며 곤두박질치던 ‘1박2일’은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외부 출연진을 끌어들여 그 독특한 다큐적 버라이어티의 재미를 되살렸다. 박찬호가 함께 했던 ‘명사와 함께 하는 1박2일’은 자칫 단순한 구조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었던 ‘1박2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형식 자체도 가이드 역할을 하는 박찬호라는 컨셉트를 넣으면서 변화를 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출연진들의 복불복과 장기자랑에 집중되었던 카메라의 시선을 게스트인 박찬호에 집중시킴으로써 지금껏 보지 못했던 ‘1박2일’의 재미를 이끌어냈다.

최근 실험적인 시도로 호평을 받은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2일’ 역시 동일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80여 명의 시청자와 함께 떠나는 그 새로운 형식 속에서 딱밤 태후 윤영주, 국립국악고 소녀시대 같은 새로운 인물의 재미가 자연스럽게 연출될 수 있었고, 축하공연에서는 백지영과 한민관을 포함한 개콘 멤버들의 출연이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2일’과 ‘박찬호’특집의 성공이 말해주는 것은 이제 ‘1박2일’은 새로운 여행형식의 발굴과 함께 새로운 게스트들을 통한 변화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 새로운 관계의 발굴
‘패밀리가 떴다’는 독특한 관계 설정으로 짧은 기간 안에 버라이어티쇼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대본 유출과 함께 바로 그 반복된 관계의 변화 시점을 놓치게 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김종국 같은 새로운 멤버의 가세와 함께 초창기 인기를 끌었던 이천희와 박예진이 관계의 중심 축에서 멀어지게 되었고, 지나치게 패밀리 중심이 아닌 게스트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움직이며 본래 이 프로그램의 힘이었던 패밀리 간에 벌어지던 관계의 재미가 흐트러졌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이 쇼의 사실상 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유재석과 이효리가 보여준 발군의 노력 덕분이다. 이효리는 김종국과 어색한 관계를 통해 재빨리 그를 패밀리 구성원 속으로 끌어들였고, 유재석은 반복된 형식, 즉 게임과 밥해먹기의 반복 속에서 즉흥적인 상황극과 애드립으로 그 단조로움을 넘어서게 만들었다. 지금 현재 ‘패밀리가 떴다’는 박예진과 김종국의 조작스캔들, 김수로와 윤종신의 어색한 형 동생 관계 같은 새로운 관계들을 정립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 결혼했어요’, 젊어진 커플의 성장 스토리에 주목
‘우리 결혼했어요’는 1기가 보여주었던 그 연예인들의 가상결혼이라는 그 자체의 재미가 차츰 시들해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2기에서는 쌍추커플이나 개똥이네 커플 같은 새로운 인물들을 끼워 넣었지만 그 반복적인 상황은 재미를 반감시켰다. 3기로 넘어오면서 ‘우리 결혼했어요’가 시도하는 것은 가상부부 상황에 어떤 성장 스토리를 끼워 넣는 것이다. 강인-이윤지 커플은 신혼여행으로 떠난 일본 배낭여행을 통해 가난한 커플의 상황이 주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고, 태연-정형돈 커플은 초기 비판적 시선을 잠재우며 태연을 아내로 그리고 소녀시대 멤버를 처제로 둔 정형돈을 아저씨들의 동경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커플들의 이야기가 젊어진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강인-이윤지 커플은 마치 대학생 커플처럼 젊고 풋풋하지만 경제력으로 쪼들리는 모습을 통해 그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했다. 이것은 태연-정형돈 커플이 가진 나이 차이라는 벽에서도 마찬가지다. 태연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어떻게 나이든 아저씨 같은 정형돈의 캐릭터와 소통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처럼 인물들의 관계가 성장하고 발전해 가는 이야기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가진 새로운 재미를 끌어내며 1기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쇼도 그 리얼이라는 딱지를 떼내도 좋을 만큼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것은 이미 리얼은 모든 TV 프로그램의 바탕이 된 상황에서 그 자체로는 새로울 것이 없어져 버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 버라이어티쇼는 리얼을 바탕으로 삼아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얹어야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게 되었다. 리얼로 무장한 버라이어티쇼들의 새로운 진화들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예능 속에서 보이는 달라진 시대의 화법

1인 토크쇼의 부활을 알리며 화려한 게스트로 기대를 모았던 ‘박중훈쇼’는 기대만큼 쉽게 허물어져 버렸다. 1인 토크쇼가 일종의 복고주의 토크쇼라면, 그저 과거의 토크쇼를 답습하는 형태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중훈쇼’는 전형적인 1인 토크쇼의 예상 가능한 ‘친절한 질문들’과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짜여진 핑퐁식 대화로 장동건, 정우성, 김태희 같은 초특급 게스트를 모셔놓고도 지루한 시간만을 연출했다.

박중훈의 ‘친절한 질문들’에 게스트들도 정답에 가까운 얘기만을 반복했다. 그나마 정우성은 그 틀을 깨려고 꽤나 노력한 면이 있지만 다른 게스트들의 답변은 거의 예상 가능한 것들뿐이었다. 그 게스트들이 ‘박중훈쇼’에 출연한다는 것이 화제가 된 것은 바로 그들이 자의든 타의든 갖고 있는 신비주의의 속살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쇼는 평범한 그들의 모습을 비춰주려고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담화는 아침 토크쇼의 수준을 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그 신비주의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박중훈쇼’의 초특급 게스트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갑자기 언급된 프로그램이 있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 도사’다. ‘무릎팍 도사’가 그토록 섭외하려고 했으나 끝내 고사한 장동건이 ‘박중훈쇼’에 등장했다는 것이 그 표면적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이유는 이 초특급 게스트들이 ‘박중훈쇼’보다는 차라리 ‘무릎팍 도사’에 나와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깔려 있다.

가정이지만 만일 이들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다면 상황은 꽤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강호동의 탐문식 질문들 속에서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도 꽤 버거워하는 그 신비주의의 틀을 일부 깨뜨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박중훈쇼’에 출연한 이들은 모두 하나 같이 자신들도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신비주의의 껍질은 그런 강변 하나로 깨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좀더 본질적인 상황이나 그런 상황에 대한 질문들을 통해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박2일’에 출연해 강호동의 리드 하에 신비주의의 탈출에 성공한 박찬호의 경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박2일’박찬호 특집은 ‘무릎팍 도사’의 버라이어티쇼 버전과 같다. 강호동은 스포츠 선수로서의 선후배를 들먹이면서 조금씩 분위기를 잡아나갔고, 게임을 통해 때론 박찬호를 자극했다. 거기에 화답하듯 박찬호는 강호동을 업고 산을 오르기도 하고, 서슴없이 옷을 벗고 차가운 계곡 물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이 둘이 함께 계곡 물 속에서 자존심 대결을 하는 장면은 강호동과 박찬호의 성공적인 만남을 예시하는 것이었다. 박찬호는 ‘1박2일’을 만나 동네형 같은 이미지를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강호동 속에 꿈틀대는 ‘무릎팍 도사’의 근성이었다.

‘박중훈쇼’의 화법과 장동건 같은 게스트들의 화답에 대한 대중들의 냉담함은 거꾸로 ‘1박2일’과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의 화법과 박찬호 같은 게스트들의 화답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과 정확히 대조된다. 말로 아무리 자신이 보통사람임을 얘기한다고 해서 대중들이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이미지는 좀체 깨지지 않는다. 그것은 의도되지 않은 어떤 틈입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보여졌을 때 깨지는 것이다. 늘 그렇게 의외성을 갖고 있는 강호동의 화법이 왜 지금 시대에 통하는 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장동건-박중훈식의 토크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강호동-박찬호식의 토크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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