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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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올 여름 최종병기 된 이유

D.H.Jung 2011. 8. 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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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 '퀵'보다 빠르고 '7광구'보다 팽팽한 이유

'최종병기 활'(사진출처:(주)다세포클럽)

이것은 활 그 자체다. 시위가 당겨진 화살이 목표물을 향해 곧장 날아가듯, '최종병기 활'은 군더더기 없이 시작에서 끝까지 정직하게 날아간다. 활의 바람 가르는 소리가 경쾌하면서도 섬뜩한 것처럼, 영화는 시종일관 그 활의 팽팽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첫 시퀀스의 강렬함으로 잔뜩 시위가 당겨진 화살은 그 힘 그대로를 유지하며 끝까지 날아가고, 관객은 그것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끝을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정도의 몰입과 집중력이라면 할리우드에서 내놓는 그 어떤 블록버스터와도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단기간에 3백만을 넘어 5백만을 향해 달려가는 그 흥행의 속도 또한 영화의 속도감을 그대로 빼닮았다.

막상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최종병기 활'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다. 사전 홍보를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퀵'이나 '7광구'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짧은 광고에 담겨진 예고편은 건물 옥상을 날아다니는 오토바이와 어딘지 한국판 에일리언을 떠올리게 하는 괴물로 대중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막상 영화는 기대에 못 미쳤다. '퀵'은 장르의 균형이 어긋났다. 오토바이는 액션으로 달려가려하는데 그 때마다 김인권의 코미디가 그 속도를 잡아챘다. '7광구'는 오밀조밀한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볼거리에만 치중하면서 긴장감이 사라졌다.

하지만 '최종병기 활'은 달랐다. 사극이라는 장르 속에서도 역사에 묻히지 않았고 활이라는 소재에 천착하면서도 스케일과 스토리를 놓치지 않았다. 병자호란이라는 역사 속에서 쫒고 쫓기는 추격전을 마치 사냥의 풍경으로 그려낸 점은 이 영화의 백미다. 처음에는 청나라 정예부대를 이끄는 쥬신타(류승룡)에 의해 말 그대로의 '사냥(그들은 무고한 민간인 약탈을 이렇게 부른다)'이 벌어지고, 잡아간 누이 자인(문채원)을 구출하기 위해 남이(박해일)의 반격이 이어진다. 남이와 쥬신타의 대결은 쫓고 쫓기는 관계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실제 맹수들 간의 사냥을 연상케 만든다.

물론 '최종병기 활'은 영화적 메시지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오락영화로서 장르적 재미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블록버스터로서 '최종병기 활'은 활이라는 소재가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재미요소들을 보여준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그 느낌과 바람을 가르고 날아가는 그 속도감은 음향효과에 의해 극대화되고 그것은 영화를 촉각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마치 '원티드'의 활 버전을 보는 것 같은 바람을 타고 휘어지는 활의 모습 역시 대단히 흥미로운 시각적 자극이다.

여타의 작품들과 달리, '최종병기 활'이 올 여름 블록버스터의 최종병기가 된 이유는 이 작품이 장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병기 활'은 사극이라는 장르에 추격전이라는 스토리의 긴장감을 활이라는 소재로 절묘하게 이어 붙였다. 장르란 하나의 흐름이다. 그 흐름을 관객들은 어느 정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그 기대에 부응하는 흐름이 들어있어야 관객들은 만족한다. '최종병기 활'은 그 흐름에 제대로 부응하는 영화다. 속도감과 팽팽함으로 무장한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활 같다고 연상하게 되는 것은 이 영화의 장르적 완성도를 잘 말해주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