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 경철, 정형사 강편수, 치매할머니 그리고 꽃순이

‘식객’의 조연들이 중심에 온 이유
이것은 치매할머니의 경우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위암에 걸린 채, 교도소에 있는 아들을 위해 게장을 가져다주는 대장장이 경철(유순철)의 에피소드에서도 그렇고, 백정이라는 편견으로 가족들과 멀어지게 된 정형사 강편수(조상구)의 에피소드에서도 그러하며, 심지어 최고의 조연(?)이라 찬사를 받았던 꽃순이라는 소의 에피소드에서도 그렇다. 이들이 등장했을 때, 주연들은 아낌없이 자리를 비워주었고, 그 빈자리는 그들의 몫이 되었다.
이 한 순간씩 주연이 뒤로 물러나는 장면들은 ‘식객’이 가진 색다른 구조를 말해준다. 물론 ‘식객’에도 드라마라면 늘 등장하기 마련인 삼각관계(성찬-주희-봉주)와 대결구도(성찬-봉주)가 있어 이것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주된 힘인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에서 그쳤다면 ‘식객’은 그저 앙상한 드라마에서 끝났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클리쉐에 해당되는 기본구조가 ‘식객’의 뼈대를 만든다면, 그 뼈대 위에 붙어있는 먹음직스런 살들은 조연들이 만들어가는 철학적이고 감동적인 에피소드에 의해 구성된다.

‘식객’의 맛이 깊어질 수 있었던 이유, 그들
물론 이러한 이중구조(성찬과 봉주의 대결구도와 서민들의 이야기)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게 된 것은 이 두 요소를 성찬과 봉주라는 캐릭터 속에 구현함으로서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잘 묶어두었기 때문이다. 서민적인 맛 속에서의 위대함을 찾는 성찬은 자연스럽게 이들 서민들 속으로 들어가 에피소드들을 들으면서 성장하고, 동시에 맛의 세계화를 추구하는 봉주와 부딪치게 된다.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때, 성찬이 서민들의 삶 속에서 해답을 찾아내는 것은 이 이중구조의 정교한 접합지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식객’이라는 음식의 맛이 깊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소소해 보일 수 있는 서민들의 역할에 아낌없는 조명을 비출 수 있게 만든 드라마의 구조와 그 구조 위에서 깊은 연기의 맛을 펼친 이들 배우들의 몫이다. 어쩌면 이 부분은 이 드라마가 하고자하는 이야기의 진짜 핵심을 이루기 때문에, ‘식객’이 가진 맛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장장이 경철, 정형사 강편수, 꽃순이, 치매할머니 같은 ‘식객’의 숨은 주역은 단지 이 드라마의 양념이 아니다. 그들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진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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