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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이런 좋은 점은 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진주 PD의 진심 JTBC X 웨이브 ‘연애남매’의 이진주 PD를 만났다. 인터뷰는 아니었다(그래서 사실 현장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없다). 그저 차 한 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누고 싶었다. 도대체 이토록 따뜻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연달아 내놓는 이 인물이 궁금했다. 이 사람의 어떤 태도와 시선이 그걸 가능하게 하는가가. ‘환승연애’라는 공전의 히트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이진주 PD를 처음 만났던 건 꽤 오래 전 일이다. 아마도 나영석 사단에서 ‘꽃보다’ 시리즈를 경험하며 조연출로서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시절이었다. 기억하기론 당시 이진주 PD는 엉뚱하게도 프로그램 이야기보다는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눈물의 여왕’으로 돌아온, 별에서 온 그대 “나 그때 왜 그랬지? 왜 귀여웠지? 왜 막 귀엽고 필살기 쓰고 홍해인 설레게 만들고 그래 가지고 내 팔자를 내가... 꼬았지? 안 귀여웠으면 이런 결혼도 안 했을 텐데, 내가.”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김수현이 술에 취해 울면서 던지는 그 대사는 이 배우가 그간 쌓아온 연기 공력을 실감케 한다. 그건 울면서 하는 자기 자랑이고 그래서 그 얘기를 들어주는 친구의 어이없어하는 표정과 합을 이뤄 시청자들에게는 빵빵 터지는 웃음을 만들어야 하는 장면이다. 울면서 웃겨야 하고, 찌질하게 보이면서 귀엽게 느껴지게 해야 한다. 그것도 술에 취한 상태로 진지하게. 그 장면 하나에 상당히 많은 감정표현들이 겹쳐져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장면은 김수현이 만들..
‘원더풀 월드’, 선의와 악의, 인연과 악연 그리고 복수와 정의 사이 “그 여자한테 소중한 걸 전부 뺏고 싶으니까. 그러려면 나도 소중한 존재가 되어야지.” MBC 금토드라마 ‘원더풀 월드’에서 권선율(차은우)이 드디어 정체를 드러냈다. 그는 은수현(김남주)이 차로 치어 살해한 권지웅(오만석)의 아들이었다. 은수현의 아들을 차로 치어 죽게 만드는 죄를 지었음에도 제대로된 처벌을 받지 않은 권지웅에 대한 은수현의 사적 복수는 그렇게 부메랑처럼 악연의 악연으로 이어져 권선율의 복수극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애초 은수현의 수감 시절 동료였던 장형자(강애심)가 병으로 사망하며 자신의 방화로 부모를 잃은 아들에게 전해달라 했던 일기장이 가야할 곳은 권선율이 아니라 권민혁(임지섭)이었다. 권선율은 의도적으로 교도소에..
‘피라미드 게임’, 이 가상의 게임이 은유한 계급 폭력의 세상 “그래도 그 때 같이 놀자고 말 못해서 미안해. 너무 쉽게 잊어버려서 미안해. 진짜 진짜 너무너무 미안해.”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에서 명자은(류다인)은 백하린(장다아)에게 끝까지 사과한다. 백하린이 만든 피라미드 게임에서 F가 되어 집단적인 폭력을 당하면서도 명자은이 그걸 감수하려 했던 건, 어린 시절 자신이 실수로 내뱉었던 한 마디로 백하린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 후로 명자은은 계속 백하린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지우지 않고 있었고, 온몸으로 사과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학교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라는 사실 때문에 백하린은 다른 선택을 했다. 거기서 벗어나려 하기 보다는 자신이 당한 만큼 누군가를 당하게 하..
다시 달리기 시작한 ‘피지컬:100’ 시즌2, 기대감 키운 피지컬들 어두운 복도를 걸어 나오는 참가자들. 그들은 무엇을 봤는지 저마다 감탄사를 토해낸다. “피지컬:100 미쳤다. 진짜, 와!” “살명서 이렇게 된 걸 본 적이 처음인데..” “와 근데 진짜 대단하다 이렇게 준비를 했네, 이거를...” “이거 다 어디서 구했을까?” 도대체 이들이 본 게 무엇일까 궁금증이 한껏 커진 순간, 그 정체가 공개된다. 거대한 스튜디오를 가득 메운 100개의 무동력 트레드밀. 그 사이를 날아가는 카메라가 그 압도적인 광경들을 포착해낸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100’ 시즌2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걸 알리는 신호탄이다. 시즌1에서도 시작과 함께 시선을 잡아끈 건 천장에 매달린 100명의 참가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파묘’의 풍수사로 돌아온 연기 장인 최민식 “땅이야 땅. 우리 손주들이 밟고 살아가야 할 땅이라고!”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에서 김상덕(최민식)은 그렇게 말한다. 9백만 관객을 넘기고(20일 현재) 1천만 관객 돌파가 거의 기정사실이 된 이 영화는, 상덕의 이 말에 담긴 뉘앙스처럼 공포 가득한 오컬트 영화에서 무언가 가슴을 웅장하게 만드는 영화로의 확장을 꾀했다. 묘를 파낸다는 ‘파묘’의 의미는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집안에 생긴 우환의 원인으로 묫자리를 잘못 썼기 때문에 이를 파내서 이장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관객들 입장에서 보면 그저 땅을 파는 게 아니라 묘를 파낸다는 그 상황이 주는 공포감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사적인 차원에서 우환을 없애기 위한 파묘일 때 생기는 공포감이다. ..
‘닭강정’, 명작과 괴작을 가를 이 황당한 드라마의 분수령은? 어느 날 갑자기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던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이 펼쳐놓는 상상의 세계는 이토록 황당하다. 치킨집을 소재로 해 무려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초대박 영화 에 이어 이병헌 감독이 또다시 닭을 소재로 한다는 점을 은 강조한다. 그래서 작품 소개도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시청자들이 ‘신계(鷄)념’ 추적극으로 보게 될지 아니면 ‘황당무계(鷄) 추적극’으로 볼 지는 아직 미지수다. 포스터만 봐도 느껴지듯이 은 B급 병맛 코미디다. 이상한 노래를 중얼거리며 춤을 추며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으로 첫 등장하는 백중(안재홍)만 봐도 딱 알아차릴 수 있다. 이건 평범한 이야기가 아..
‘눈물의 여왕’, 김지원은 ‘행복한 왕자’ 같은 변화를 보여줄까 “내가 어렸을 때 보고 느낀 건 딱 하나였어. ‘하여튼,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아니, 왕자 입장에서도 이런 데 살 때가 좋았겠지. 괜히 밖에 나갔다가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어? 보석이며 눈알이며 다 남 퍼주고 에휴, 쯧쯧쯧.” tvN 토일드라마 에서 해인(김지원)은 오스카 와일드가 쓴 동화 에 대해 현우(김수현)에게 그렇게 말한다. 3년 전 너무나 사이가 좋았던 두 사람이 독일 포츠담 상수시 궁전을 찾았을 때의 모습이다. 그 궁전이 바로 그 행복한 왕자가 살던 곳이었다는 현우의 이야기에 해인이 보인 반응이었다. 알다시피 라는 동화는 생전 부유하게 살 때는 몰랐지만 마을 광장 높은 탑 위에 금과 보석으로 치장한 채 서있는 동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