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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현지에서’, 이런 직원들이라면 안 될 턱이 있나짜장면에 이어 탕수육도 대박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가 대학가에 연 ‘현지반점’ 푸드트럭에서 탕수육은 현지 대학생들에게 ‘찍먹’이나 ‘부먹’이냐를 고민하게 만들만큼 화제가 되었다. 그 남다른 바삭함을 맛보려면 찍먹이 제격이지만, 손님에 따라서는 소스의 맛을 더 느끼고 싶어 부먹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찍먹이든 부먹이든 한결같은 이야기는 “맛있다”는 것. 물론 요리의 맛이야 이미 검증된 이연복 셰프가 손수 현지에서 그 때 그 때 신선한 재료를 사서 바로바로 요리를 해 내놓는 것이니 정답이 아닐 수 없다. 이틀째에 나간 짬뽕이 너무 매워 중국인들에게 큰 호응은 없었지만, 그 순간에도 짬뽕에 들어갈 해물로 즉석에서 메뉴를 바꿔 백짬뽕을 내놓는 이연..
감각이 드라마에 미치는 영향 '제빵왕 김탁구'에서 주인공 김탁구(윤시윤)는 천재적인 후각을 갖고 있다. 너무나 미세해 구분이 어려운 냄새도 구별해내고, 뭐든 한 번 맡은 빵 냄새는 잊지 않아 그 빵을 다시 재현내는 데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어린 시절 탁구가 맛보았던 팔봉 선생의 봉빵을 재현해내는 에피소드는 바로 이 김탁구의 남다른 후각에 기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다른 감각도 아닌 후각일까. 그것은 음식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감각이 후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각이라는 감각이 드라마에 미치는 특별함 때문이기도 하다. 김탁구가 오븐에서 빵을 꺼내면 제일 먼저 우리의 눈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빵이다. 그리고 탁구가 거의 습관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은 그 빵의 냄..
‘식객’과 ‘타짜’, 드라마와 영화 그 엇갈린 반응 왜? 왜 같은 허영만 화백의 만화이면서 드라마 ‘식객’은 되고 ‘타짜’는 잘 안 되는 걸까. 또 아이러니 하게도 이 상황은 왜 영화에서는 거꾸로, 즉 ‘타짜’는 되고 ‘식객’은 안된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두 작품은 그 소재에 있어서 각각 적합한 매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즉 ‘식객’은 드라마가 더 적합했고, ‘타짜’는 영화가 더 적합했다. ‘식객’과 ‘타짜’, 그 다른 이야기 구조 ‘식객’이 드라마에 더 적합했던 첫 번째 이유는 그 원작의 특징이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병렬적으로 이어놓았다는 데 있다. 따라서 시리즈로 방영되는 드라마가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담기에 더 유리했고, 상대적으로 영화는 두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 안에 그것을 소화해내기가 부담..
매체에 따라 달라지는 ‘식객’의 맛, 그 이유 원작 만화 ‘식객’이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 많은 에피소드들을 과연 영화라는 한정된 시간 내에 제대로 배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였다. 원작 만화 ‘식객’의 묘미는 편편이 음식 하나하나로 끊어지는 그 독자적인 에피소드들의 상찬에 있다. 거기에는 고구마, 부대찌개, 김치 하나에도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따라서 만화로 ‘식객’을 볼 때 우리는 마치 뷔페식당에 온 듯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당신이 고기류를 좋아한다면 ‘쇠고기 전쟁’을 골라보면 되고, 토속적인 맛을 즐긴다면 ‘청국장’이나 ‘메생이’같은 음식편을 찾아 읽으면 된다. ‘식객’의 영화화는 왜 실패했나 하지만 이 만화라는 매체만이 갖는 찾아보고, 다시 보고..
SBS 드라마 전성시대, 그 인기의 비결 SBS의 연초 드라마 시청률 성적표는 좋지 않다. 월화에는 MBC의 ‘이산’이 굳건히 버티고 있었고, 수목에는 ‘뉴하트’가 포진해 30%가 넘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뉴하트’가 종영하는 시점에 맞춰 시작한 SBS의 ‘온에어’가 수목의 밤을 장악한 후, 그 바통을 ‘일지매’로 넘겨주었고, ‘이산’이 종영한 월화의 자리는 SBS의 ‘식객’이 차지했다. MBC는 ‘스포트라이트’와 ‘밤이면 밤마다’같은 전문직 장르 드라마로 승부했지만 시청률 10% 전후를 전전하면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KBS는 작년에 이어 일일드라마를 빼놓고는 주중드라마에서 그다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SBS는 주중드라마 모두를 장악했고 최근에는..
음식이 가진 메시지, 그 소통의 기억 SBS 월화드라마 ‘식객’에 등장하는 세계적인 음식 칼럼니스트 테드 오가 꿈꾸는 맛은 어린 시절 어머님이 해주셨던 부대찌개다. 온갖 산해진미를 다 맛보았을 그가 서민적인 부대찌개의 맛을 애타게 찾았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테드 오의 에피소드가 말해주는 것은 음식과 맛이 그저 감각적인 기호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테드 오가 찾는 것은 부대찌개에 담겨진 그만의 기억이다. 그에게 부대찌개는 어린 시절 배고픈 자식들을 위하는 어머니의 마음이며, 부족해도 그것을 함께 나눠먹던 형제들의 마음이다. 그 맛의 기억이 녹아든 부대찌개가 그에게 인생 최고의 맛이 되는 것은 음식이 때로는 언어처럼 그 담겨진 의미가 소통되고 전달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음식, 만드는 자와 ..
드라마, 예능에 가득한 경합, 그것이 말해주는 것 ‘식객’의 초반부 긴장감을 탄탄히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단연 운암정 후계자 자리를 놓고 벌이는 성찬(김래원)과 봉주(권오중)의 요리 경합이다.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이미 앵커 자리를 놓고 한 차례 경합을 벌였던 서우진(손예진)과 채명은(조윤희)이 이제 심층리포트의 진행자 자리를 놓고 또 경합을 벌이고 있다. ‘대왕 세종’에서도 드라마 초반에는 충녕대군과 양녕대군이 국본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정치적 경합을 벌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드라마 속의 경합, 공정하지 못한 사회 드라마들이 이렇듯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이야기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드라마는 갈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바로 이 대결구도를 가장 쉽게 가시화시킬 수 있는..
‘식객’의 기본기, 물리지 않는 담담한 맛 누군가 정성 들여 만들어놓은 음식을 처음으로 맛보는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 새로이 월화의 밥상에 올려진 ‘식객’이란 요리의 첫 맛은 담담하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극적 구성은 연출되지 않았지만, 또 그렇다고 흥미진진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이것은 허영만 화백의 원작 ‘식객’이 가진 특징이기도 하다. 똑같은 음식을 소재로 하지만, 우리네 ‘식객’은 중국의 ‘식신’같은 영화와는 차별화 된다. ‘식객’이란 원작만화의 첫 시작으로 제시되는 요리가 밥이라는 사실은, ‘식신’의 화려한 요리들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한 서민적인 요리에 손을 들어주는 ‘식객’의 맛의 철학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드라마 ‘식객’이 담담한 첫 맛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성찬(김래원)은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