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시대극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워낙 무거운 왕관을 쓰고 있어서일까.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역사적인 고증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그 첫 번째였다. 구한말 의병운동 연구가인 연세대 오영섭 연구교수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스터 션샤인>이 다룬 신미양요 당시 미국인 조선 땅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묘사된 상황들과, 극중 고애신(김태리)이 화승총이 아닌 연발총을 사용한 것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또 오영섭 교수는 고애신이 미국인을 암살에 엮이기도 하는데 “그 당시에는 의병이 미국인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고증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오영섭 교수는 이 드라마가 다루는 ‘구한말이라는 역사적인 상황’에서 의병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벌인 노력들을 눈여겨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당시 일본에 저항하면서도 근대로 접어들고 있는 당대의 ‘새로운 시대적 변화’를 이 드라마가 어떻게 나타내고 있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즉 오영섭 교수는 역사고증 잘못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미스터 션샤인>이 드라마라는 점을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극 중 구동매(유연석) 캐릭터에 ‘친일 미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결국 제작진은 캐릭터를 수정하며 사과문을 올렸다. “구동매 캐릭터와 관련하여 공식 홈페이지와 제작발표회에서 소개되었던 극중 구동매란 캐릭터가 친일 미화의 소지가 있고, 역사적 사건 속 실제 단체를 배경으로 삼은 점이 옳지 않음을 지적받아 제작진은 가상의 단체로 극을 수정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불편함과 혼란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친일 미화의 의도는 결단코 없었으며, 격변의 시대에 백정으로 태어난 설움으로 첫발을 잘못 디딘 한 사내가 의병들로 인해 변모해 가는 과정과, 그 잘못 디딘 첫발로 결국 바꿀 수 없는 운명에 놓임을 그리려는 의도였습니다.”

본래 구동매가 소속된 조직으로 그려진 ‘흑룡회’는 그래서 ‘무신회’라는 가상 조직으로 바뀌었다. 흑룡회의 상부조직인 겐요사는 일본 보수극우단체로서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그런 점에서 구동매 캐릭터가 가진 ‘친일 미화’ 논란은 오영섭 교수가 지적한 내용들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칫 흑룡회라는 단체가 구동매가 말하는 ‘조선이 버린 백정’이라는 포장으로 미화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러한 역사왜곡 문제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그 국민청원의 내용은 골자를 보면 이 드라마에서 “피해국과 가해국 입장이 묘하게 전복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물 개개인에게 부여된 서사가 조선이라는 나라를 피해국이 아닌 그것을 ‘자초한 쪽’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식민사관’이 담긴 이 드라마를 강력히 규탄하고 경고 조치 해달라는 청원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해석의 문제일 수 있다. 즉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의 태동을 단지 일본의 침략이 이유였다는 것만으로 보는 건 너무 사태를 ‘외부 요인’으로만 치부하는 것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늘 주창하던 ‘친일파 청산’ 같은 이야기는 담지 못하게 된다. 일본 같은 외세의 침략이 만든 아픈 역사는 분명하지만 그 속에서 친일파들의 공조는 더 아픈 면이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감안하고 본다고 해도 이 드라마가 이토록 지속적인 논란들이 나오는 것은 그만한 사전 준비가 미흡했다는 걸 말해준다. 사실 어떤 면으로 보면 오영섭 교수의 고증 지적은 이 드라마의 뼈아픈 사전 준비 부족을 드러낸다. 만일 전문가가 이 드라마의 고증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다면 이런 문제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또한 이 드라마가 그 엄청난 세트와 당대를 고스란히 재연해내려 한 미술 등에 들어간 비용의 아주 적은 일부조차 역사 고증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최근 들어 역사 왜곡 논란은 여러 사극들이 퓨전화되면서 조금 희미해진 면이 없잖아 있었다. 이제는 사극을 ‘역사’라기보다는 ‘드라마’로 더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제강점기는 여전히 뜨거울 수밖에 없는 시대다. 현대로까지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역사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로 연타석 홈런을 친 김은숙 작가가 <미스터 션샤인>으로 시대극에 도전한 건 분명 의미 있는 도전임에는 틀림없다. 멜로 장인으로만 불리던 김은숙 작가는 사실상 그 멜로를 기반으로 블록버스터 액션 장르나 판타지 장르 같은 새로운 분야로의 확장을 계속 꿈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극의 무게는 김은숙 작가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무겁다. 드라마만 잘 쓴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뚜렷한 자기만의 역사의식이 필요한 영역이라 그렇다. 

혹자는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드라마는 현실과 떼놓을 수 없고, 그 중에서도 시대극은 그 어느 장르보다 현실에 더 민감하다. 게다가 시작 전부터 430억 대작이라는 기대감은 이러한 민감함을 증폭시켰다. 김은숙 작가가 <상속자들>을 통해 말했던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그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과연 김은숙 작가는 이 무겁디무거운 시대극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버텨낼 수 있을까.(사진:tvN)

'미스터 션샤인' 진구·이시아·김지원·윤경호 죽음에 담긴 의미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드디어 대장정의 깃발을 올렸다. 신미양요 때 미국으로 넘어갔던 유진 초이(이병헌)는 스페인 전쟁에서 공을 쌓은 후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게 됐다. 미국인의 신분으로. 의병 부모를 잃고 홀로 할아버지댁에 맡겨진 고애신(김태리)은 부모를 그대로 빼닮아 사냥꾼인 장승구(최무성)로부터 총포술을 배우며 요인 암살자가 되었다. 낮에는 명망 높은 사대부가의 딸이었지만.

같은 요인을 암살을 하는 자리에서 유진 초이와 고애신은 복면 쓴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됐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치며 풍겨 나오는 화약 냄새에 서로에게 정체를 들켰다. 미국인의 신분으로 저격사건을 수사하는 척 하면서 유진 초이는 고애신과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서로의 얼굴 하관을 손바닥으로 가리면서 그 정체를 확인한다. 긴장관계와 함께 미묘한 멜로의 향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제 대장정의 깃발을 올렸고, 순항을 예고하고 있지만 그 전에 잊지 말아야할 조연들이 있다. 그들은 이 드라마의 첫 회에 전사한 인물들이다. 자식을 살리기 위해 제 한 목숨 우물에 던진 한 맺힌 유진의 엄마(이시아)와 의병활동을 하다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 애신의 부모(진구, 김지원) 그리고 신미양요 때 빗발치는 미군의 총탄에도 도망치지 않고 싸우다 전사한 장승구(최무성)의 아버지(윤경호)가 그들이다. 

이들의 죽음은 이 시대가 가진 아픈 공기를 드라마 전편에 깔아주었다. 열강들이 몰려오는 시기였고, 나라는 있으나 나라 걱정하는 이들은 별로 없는 조정과, 신분사회 속에서 사람 취급받지 못하며 살아가던 민초들이 사실상 나라를 지키기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지던 이 시대의 공기. 어쩌면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환기시키는 그 시대의 이야기를 이들은 죽음으로써 담아냈다.

기획의도에 담겨져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뜨겁고 의로운 이름, 의병’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무명의 의병들.’ 그래서 첫 회에 장렬히 죽음을 맞이한 그들은 바로 이 ‘무명’의 존재들이 사실상 그 역사의 주인공들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누군가는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제 목숨을 걸었고, 누군가는 나라를 위해 죽음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핍박하기만 했던 나라지만 그 곳에서 살아갈 아이들, 동료들을 위해 목숨을 던졌다. 

이들의 죽음은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이끌어갈 후대들의 피에 각인된 삶의 동기가 된다. 의병으로 죽음을 맞이한 부모를 둔 애신이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차라리 죽겠습니다”라고 말하고, 글로도 싸우는 방법이 있는데 왜 총을 드느냐는 사부 장승구에게 “한 나라의 왕후가 시해 당했습니다. 나랏님은 남의 나라 공사관으로 도망을 쳐 이 나라 저 나라 황제에게 글로 손을 벌립니다. 그 덕에 서양 대국들이 줄을 지어 조선에 간섭합니다. 글은 힘이 없습니다. 저는 총포로 할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애신도 장승구도 모두 그 부모가 갔던 길을 따라간다.

노비로 태어나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부모를 본 유진은 그 때문에 조선인이 아닌 미국인으로의 삶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차갑게 식어버린 조국에 대한 마음은 과연 뜨겁디뜨거운 애신의 마음 앞에 과연 방관만 할 수 있을까. 먼저 간 그들이 심어놓은 마음의 씨앗들은 이 격변기 구한말에 어떤 선택 앞에 놓인 주인공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드라마의 추동력을 만들어낸 인물이면서도, 사실상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인, 첫 회에 죽음을 맞이한 ‘이름 모를’ 그들이 더 빛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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