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가능성 있지만 보완해야할 것들

 

MBC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것은 정작 이 프로그램이 국내에서는 고개를 숙였지만 중국에서 그네들 버전으로 만들어져 계속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같은 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면 여전히 생각나는 무대와 가수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첫 무대에 올랐던 이소라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 조용히 바람이 분다를 불렀을 때의 그 감동, 백지영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 절절한 목소리, 김건모의 애절하면서도 엉뚱하고 그러면서도 파워풀 했던 무대. 돌아온 임재범이 마치 짐승처럼 불러댄 남진의 빈 잔은 물론이고 비주얼 가수로 자리매김한 김범수의 님과 함께’, <나는 가수다>의 요정으로 등극했던 박정현이 부른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등등. 우리는 여전히 한때 <나는 가수다>가 만들어냈던 그 무대들을 하나의 추억처럼 얘기한다.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에서 시청자들이 기대한 것도 바로 그런 무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감도 큰 법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는 별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무대도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다. 그나마 효린이 애절하게 불러낸 박선주의 귀로<나는 가수다> 무대에 최적화된 더 원이 부른 백지영의 잊지말아요가 약간의 감흥을 만들었을 뿐, 다른 무대들은 그다지 임팩트가 보이지 않았다.

 

혹자들은 이렇게 된 이유를 가수에서 찾는다. <나는 가수다>를 부활시키려면 임재범, 김범수, 박정현, 이소라 같은 가수들을 섭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분명 이 프로그램의 당장의 가능성은 보여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임시처방이 될 것이다. <나는 가수다>가 특정 가수들의 전유물이 된다는 건 특정한 무대에 묶인다는 뜻이다. 이것은 좀 더 많은 가수들이 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바람과는 어긋나는 일이다.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가 예전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연출 구성이 너무 밋밋했던 탓이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갖는 가수들의 긴장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그들의 이야기 또한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무대 역시 그만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저 무대에 올라가 노래하고 내려오는 것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여타의 추석특집 음악방송과 다를 것이 없다.

 

이렇게 된 것은 편성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데다 보여주려는 무대는 너무 많았던 것에서 비롯된 일이다. 7명의 가수가 한 곡씩 부르는 시간도 빡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는 먼저 자신들의 곡을 부르고 그 순위에 따라 메인 무대의 순서를 정하는 것으로 경연방식을 구성했다. 이렇게 되자 두 곡씩 그 짧은 시간에 담아내느라 보다 압축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즉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앞부분은 마치 사족처럼 보였고 오히려 긴장감을 흩트리는 시간이 되었던 것.

 

또한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경연은 노래에 대한 집중력을 그만큼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라이브 무대의 공연은 현장에서 봤을 때 훨씬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집에서 TV로 볼 때는 그 감흥이 그만큼 느껴지기가 어렵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내리는 야외에서 리액션이 중요한 <나는 가수다>의 무대가 살아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실내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면 좀 더 음 하나하나의 묘미를 더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는 정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회적인 이벤트다. 그러니 그저 추석에 하는 쇼의 하나거니 하면서 넘겨도 될 문제다. 하지만 아쉬움이 더 깊게 남게 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은 분명히 다시 정규화해도 될 만한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번 MBC 추석특집 <나는 가수다>8.2%(닐슨 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타 방송사 프로그램들을 압도하는 수치다. 그만큼 대중들에게는 그 기대감이 남아있다는 반증이다.

 

최근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는 다양성 영화로 100만 관객을 넘기는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 기적이 가능했던 건 거기 음악이 있었고 그 음악의 묘미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는 그렇게 음악이 빛나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다변화할 수는 없는 일일까.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이 프로그램은 정규화해도 충분히 <비긴 어게인>이 보여준 음악의 기적을 다시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송승헌의 전쟁 같은 사랑, 연우진의 시 같은 사랑

 

남자의 사랑, 뭐가 달라서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제목을 붙인 걸까. 임재범은 ‘너를 위해’라는 곡에서 남자의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 거야. 널 위해- 떠날 거야.’ 아마도 송승헌이 연기하는 한태성이라는 남자의 사랑이 이럴 것이다. 남자의 사랑은 팩을 하고 인증샷을 찍어 보내달라는 여자 친구 앞에서 당황하는 것만큼 어색하고 면구스러운 그런 것이 아닐까.

 

'남자가 사랑할 때'(사진출처:MBC)

남자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그래서 여자들이 사랑을 통해 받고 싶은 표현과는 동떨어질 때가 많다. 한태성에게 짐짓 다가와 자신의 딸 미도(신세경)가 피아노 치는 남자를 멋있어한다며 슬쩍 귀띔을 해주듯이 여성들이 원하는 사랑의 표현방식은 현실적이기보다는 로맨틱한 어떤 것일 게다. 따라서 여성들을 주 타깃으로 삼는 멜로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남자의 사랑이란 현실적이기보다는 여성들의 판타지가 묻어난 것일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남자가 사랑할 때>는 이 판타지와는 조금 결이 다른 남자의 사랑을 전면에 내보인다. 한태성의 사랑은 첫눈에 반한 미도에게 달려가 사랑고백을 하는 그런 식이 아니다. 그는 미도의 뒷바라지를 하고 그 집안을 돕고 가끔은 현실에 찌든 삶을 털어낼 여유를 제공하며 앞으로의 미래와 꿈을 돕는다. 물론 가끔 얼굴에 진짜 팩을 붙이고 인증샷을 보내거나, 시집의 한 문구를 그녀의 집 앞 칠판에 적어놓기도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그녀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지 그의 사랑의 진짜 얼굴은 아니다.

 

그래서 신사의 모습으로 사랑 앞에 어린아이처럼 쑥스러워하는 한태성이 그에게 도발하는 구용갑(이창훈)에게 야수성을 목격했을 때 미도는 놀랄 수밖에 없다. 그녀 앞에서는 한없이 어린아이 같지만 그것은 사랑 앞에 모든 것이 무장해제 된 남자의 모습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저 전쟁터 같은 세상에 나가면 또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다. 가족을 위해서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것이 남자들의 사랑 방식인 셈이다.

 

하지만 <남자가 사랑할 때>에는 전쟁 같은 사랑을 하는 한태성이라는 인물과 대척점으로서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이재희(연우진)라는 인물도 있다. 한태성이 보내준 해외출장에서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게 해준 인물. 본래 인생에서의 판타지란 이처럼 현실적인 공간에서 몇 시간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짧지만(어쩌면 짧기 때문에) 더 강렬한 한 때의 추억은 어쩌면 여자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일 것이다.

 

이재희는 그래서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시 같은 사랑을 하는 캐릭터다. 칠판에 ‘이 봄이 좋아. 네가 있어서’라고 적어 놓은 그에게 미도의 아버지가 “그게 끝이냐?”고 묻자 그는 “내가 봄을 불렀어. 너를 주려고.”하고 그 시의 뒤를 말해준다. 젊은 시절 문학을 했다는 미도의 아버지는 “유치하니 좋구만.”하며 이재희에 대한 호감을 드러낸다. 이재희는 퀸의 앨범이나 대학의 티셔츠 하나로 마음을 전하는 그런 사랑을 하는 존재다.

 

한태성과 이재희의 사랑은 이렇게 극과 극으로 갈린다. 한태성이 남자의 사랑을 보여준다면, 이재희는 여자들이 갖는 판타지의 하나로서의 남자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재희가 이러한 판타지적인 사랑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한태성과 이재희의 형인 이창희(김성오)의 전쟁 같은 삶을 통해 그에게 주어진 여유 덕분이다.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심지어 판타지에 빠진 것처럼 사랑할 때 그 밑에는 누군가의 현실적인 희생이 있기 마련이다. 미도에게 그래서 한태성의 사랑은 연인보다는 아버지 같은 느낌일 때가 많다.

 

그렇다면 남자의 이 전쟁 같은 사랑은 결실을 보게 될 것인가. 어쩌면 한태성은 저 임재범이 부른 ‘너를 위해’의 노래가사처럼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떠나주는 사랑을 할 지도 모르겠다. 미도의 행복을 위해 그녀의 판타지를 깨지 않고 든든히 지켜주는 현실적인 테두리로 남을 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남자가 사랑할 때>의 진짜 모습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저 뒷전에서 남모르게 해왔던 것처럼. 어딘지 옛사랑의 느낌이 묻어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서 <남자가 사랑할 때>의 사랑은 천편일률적인 판타지 멜로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완규의 '고해', 피 흘리는 짐승의 고백

노래는 물론 작곡가와 작사가가 있고 가수가 있지만, 그래서 저작권 같은 돈의 문제로 들어가면 그 소유자가 정해지지만, 그저 불려지고 들려지는 그 과정에 특별한 소유자란 있을 수 없다. 노래는 그 자체로 공유되어지는 것으로 그 존재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곡을 만들고 가사를 붙였으며 누군가 그 노래를 불렀다고 해도 그것은 또한 듣는 사람의 것일 수 있고, 또 그 노래를 또 다른 사람이 부른다면 그 부른 사람의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가수다'에서 박완규가 부르기로 한 '고해'를 두고 임재범이 한 일련의 얘기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다. 그것은 임재범이 부르는 '고해'일 뿐이고, 박완규는 자신의 '고해'를 불러야 듣는 이에게도 다가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노래가 10분 만에 만들어졌건, 아니면 송재준의 문제제기처럼 1년 가까이 준비해서 나온 곡이든 그런 것도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박완규가 '고해'를 부를 때는 말이다. 박완규는 '고해'에 자신만의 성격을 부여했고, 청중들은 그것에 전율을 느꼈다.

따라서 임재범이 "어찌합니까-"하는 첫 구절을 죽기 직전의 절망과 체념으로 불렀다고 박완규도 그럴 필요는 없다. 박완규는 특유의 투정하듯 마치 "어쩌란 말이냐"고 반항하듯 '고해'를 불렀다. 강한 인상을 갖고 있고 또 록에 있어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 꼿꼿하게 자존심을 드러내는 그지만 사실 박완규는 선글라스를 벗으면 보이는 순박함과 투박함이 진면목인 가수다.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에서 어르신들의 오디션을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의 모습은 이 짐승 같은 야성 밑에 감춰진 심지어 가녀리게 느껴지는 감성이 묻어나지 않았던가.

신 앞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고해'라는 곡을 통해 박완규는 바로 이 겉면의 야성과 그 속에 숨겨진 부드러운 감성을 드러냈다. 이 노래에서 '그녀'란 참으로 많은 의미로 읽힐 수 있는 상징이다. 말 그대로 한 사랑하는 여성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소중한 가치가 될 수도 있다. 박완규에게 그것은 어쩌면 노래가 될 지도 모르겠다. 생계에 지쳐 혹사하던 목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는 이렇게 외치지 않았을까. "노래만은 허락해주세요."하고.

그것은 또한 어쩌면 박완규에게는 임재범 같은 선배들의 노래가 될 지도 모른다. '나는 가수다'에 나오면서 그가 던진 출사표처럼, 그는 자기를 일으켜주었던 많은 선배들의 노래를 더 많은 청중들에게 알리고픈 마음을 이 노래에 담았을 지도. 그래서 '고해'는 마치 박완규가 '나는 가수다'에 나온 후 오르게 된 갖가지 구설수들(이를테면 건방지다는)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노래하는 그 마음을 절절하게 담아낸 인상이다. "벌하신다면 저 받을게요. 허나 그녀만은 제게 그녀 하나만 허락해 주소서."라는 가사가 진정성을 얻게 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박완규는 이 노래를 부르며 여러 모로 임재범을 의식했다.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에서 '여러분'을 불렀을 때, 그 절절한 마음을 청중들에게 전하며 마지막 한쪽 무릎을 꿇고 '여러분'이라고 외쳤듯이, 박완규 역시 말미에 청중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것은 '고해'를 통한 박완규 식의 '여러분'이다. 힘겨울 때 위로해주는 '여러분'이 있어 노래 부른다던 임재범이었다면, "세상의 비난도 미쳐 보일 모습도" 모두 다 알고, "그게 두렵지만" 그래도 허락해달라며 "피 흘리는 가엾은 사랑"을 드러낸 것이 박완규였다.

그 절절함은 고스란히 청중들의 마음에 닿았다. 벌을 주신다고 해도 노래를 부르겠다는 그 마음은 마치 해일처럼 듣는 이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이 즈음에서 떠오르는 건 그가 '나는 가수다'의 인터뷰를 통해 짐짓 거친 듯 던진 "다 쓸어버리겠다"는 발언이다. 그는 실로 다 쓸어버렸다. '고해'라는 피 흘리는 짐승의 고백을 통한 진심이 주는 감동으로.


'나가수'의 성공방정식, 생존과는 무관하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정엽과 김연우는 모두 단 두 곡씩을 부르고 탈락했다. 김건모는 재도전의 여파로 역시 두 곡을 부르고 무대를 떠났고, JK김동욱은 노래를 부르다 멈추고 다시 부른 것 때문에 자진 하차를 선택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김으로써 이른바 '나가수' 효과를 톡톡히 입었다. 이들은 '나가수' 출연 이후 콘서트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방송이 짧았던 만큼 큰 아쉬움이 콘서트 수익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것만이 아니다. '나가수'를 통해 확실한 자기 색깔을 드러낸 정엽은 윤도현과 함께 두 편의 광고를 찍었고, 김연우는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를 통해 숨겨둔 예능감을 선보이며 이른바 '연우신'으로 불리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렇게 가장 짧은 출연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수혜를 입은 가수는 임재범이다. ‘너를 위해’, 남진의 ‘빈 잔’ 그리고 윤복희의 ‘여러분’ 이렇게 단 세 곡을 부르고 맹장수술 때문에 자진 하차했지만, 이 세 곡이 남긴 임팩트는 컸다. 이 세 곡의 음원수익이 '나가수'의 명예졸업자들인 박정현이나 김범수와 비교될 정도다.

게다가 그는 예당과 전속계약을 맺었고 예당측은 임재범의 경제적 가치가 100억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몸값은 광고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그는 광고계에서도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 같은 특A급 광고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명예졸업을 한 박정현이나 김범수, 그리고 마지막까지 버텨낸 YB가 거둬간 성공 수익(?)은 엄청나다. 하지만 단 두 곡을 부르고 하차했다고 해서 그 '나가수 효과'가 적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여러 라운드를 오래 버텼다는 게 아니라 한 번을 해도 확실하게 인상을 남기는 그 임팩트다.

김범수나 박정현, YB가 그만한 '나가수 효과'를 가져간 것은 버틴 횟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무대를 통해 보여준 자신들만의 확실한 개성과 경쟁력 때문이다. 이소라는 세 차례의 경연 후에 탈락했지만, 그녀가 남긴 인상은 깊었다. 그녀가 이 무대 첫 문을 열며 부른 '바람이 분다'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음원 차트를 장식했고, 보아의 'No.1'을 재해석해 부른 파격은 여전히 대중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일등도 차지하지 못한 채, 무려 다섯 차례의 경연을 버텨냈던 조관우는 탈락 후 다른 이들과 비교해 반향이 적은 편이다.

이것은 이제 마지막 명예졸업을 남기고 있는 장혜진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녀는 매번 '나가수'라는 무대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연을 잘 버텨왔다. 하지만 명예졸업에 즈음해 확실하게 뇌리에 남겨지는 임팩트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결국은 자기만의 개성을 얼마나 잘 드러내느냐의 문제다. 즉 '나가수'가 이른바 '지르는 창법'이나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무대라고 해서 생존하기 위해 본래의 색깔을 억누르는 것은 당장 살아남을 수는 있어도 그 가수만의 정체성을 강하게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끊임없이 감정 과잉으로 치닫는 윤민수의 무대와 '나가수' 무대의 특성을 파악하고 단번에 정점에 올랐지만 좀 더 자기만의 색깔로 돌아온 자우림의 무대는 확실히 비교되는 지점이 있다. 차라리 조규찬처럼 짧고 굵게 자신의 무대를 고집한 가수는 떨어진 후에도 대중들의 지지를 얻는다. 조규찬 탈락 후, '나가수'에 대해 이른바 '목청 대결' 논란이 벌어진 건, 그만큼 조규찬 탈락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는 반증이다. 결국 '나가수'의 본질이 경연이라고 해도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나는 가수다'라는 그 제목이 지칭하듯, 자신만의 가수로서의 색깔을 드러내는 일. 그것이 당장 탈락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가수에게 이득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역대 '나가수' 출신 가수들의 행보가 보여주고 있다.


'정글의 법칙'과 '바람에 실려', 이 예능이 보여주는 것

'정글의 법칙'(사진출처:SBS)

본래 리얼리티쇼는 일반인들이 출연해 그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일반인의 사생활 노출에 대해 갖는 우리 대중들의 정서는 예민한 편이다. 따라서 서구에서 한창 리얼리티쇼가 붐을 이룰 때조차 우리네 방송은 쉽게 그것을 시도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안처럼 등장한 것이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다. 일반인을 연예인으로 대체했고, 연예인의 사적이 부분들이 노출되지만 거기에 캐릭터쇼라는 안전한 가면을 씌웠다. '무한도전'이 성공한 것은 이 서구적인 리얼리티쇼의 형식을 우리네 정서에 맞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코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대중정서가 변한 것일까.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익숙해진 대중들이 이제는 좀 더 강한 리얼리티를 원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최근 들어 리얼리티쇼가 심심찮게 방송을 타고 있다. '짝'이나 종영한 '도전자' 같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 리얼리티쇼들에 대해서 대중들의 시선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적응되어 있던 대중들이 리얼리티쇼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리얼리티쇼와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보여주는 것도 다르고 보여주는 방식도 다르다. 즉 리얼리티쇼는 실제로 벌어진 상황 그대로를 보여주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특정 가상 상황 속에서의 반응을 보여준다. 리얼리티쇼가 조금은 어두운 현실의 이면까지 적나라하게 끄집어낸다면,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상황극이라는 설정 속에서 하나의 우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현실 자체보다는 판타지에 가깝다. '무한도전'이 그 안에 아무리 적나라한 얘기들을 꺼내도 그것은 결국 '도전'이라는 판타지로 귀결되는 안전함이 있다. 하지만 '짝' 같은 프로그램은 '결국 짝을 결정하는 건 스펙'이라는 식의 현실 그대로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건 최근 이 리얼리티쇼가 일반인만이 아닌 연예인으로까지 넓혀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임재범의 '바람에 실려'와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다. 물론 이 두 프로그램은 리얼리티의 강도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바람에 실려'는 그래도 예능의 틀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반면, '정글의 법칙'은 심지어 다큐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리얼리티에 더 천착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이 두 프로그램에서 임재범과 김병만은 우리가 음악 프로그램이나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봐왔던 모습과는 다른 실제의 모습을 포착해낸다는 점에서 리얼리티쇼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바람에 실려'에서 미국에 도착한 임재범이 즉석 공연 도중 음이탈을 한 후 갑자기 잠적해버리는 상황은 연출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실제상황으로 임재범이라는 가수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기존의 규범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진짜 '바람' 같은 성정이 보여졌고, 이것 때문에 당황해하고 화를 내는 다른 멤버들의 모습도 그대로 보여졌다. 하지만 그래도 예능의 유지하기 위해 임재범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연출해 넣은 것은 이 프로그램이 완전한 리얼리티쇼라기보다는 하나의 예능임을 고집한다는 뜻이다.

임재범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지점에서 어쨌든 이 프로그램은 확실히 리얼 버라이어티쇼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대중들의 이 실제 모습으로서의 임재범에 대한 호불호는 엇갈린다. 이것은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로도 이어진다. 당연한 일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이 리얼리티쇼 같은 부분이 불편했을 것이고, 리얼리티쇼를 기대했다면 어색한 예능적인 연출이 어딘지 맞지 않는다 여겨졌을 테니까.

새로 시작한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좀 더 리얼리티쇼에 가깝다. 김병만은 '달인'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가 아니라 김병만 자신의 얼굴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주었다. 리키 김과의 팽팽한 갈등과 대립이 그대로 드러났고, 그 속에서 김병만이라는 인물이 가진 고집스러움도 동시에 보여졌다. 역시 대중들의 마음은 갈릴 수밖에 없다. 그 모습은 상황극이나 콩트 속에서 대중들이 친숙하게 봐왔던 그런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극도 강하고 물론 역으로 리얼리티가 주는 감동도 커질 수 있다. 이것이 리얼리티쇼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연예인 리얼리티쇼는 물론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효리가 출연했던 '오프 더 레코드' 같은 프로그램도 셀러브리티 다큐적 속성을 갖는 리얼리티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홍보적 성격이 강한 프로그램과 지금 현재 방영되고 있는 '정글의 법칙' 같은 리얼리티쇼는 확연히 다르다. 한 때 신비화되기까지 했던 연예인들은 차츰 리얼리티의 시대를 맞아 지상으로 내려왔고 그 맨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습조차 장점으로 부각된 캐릭터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들은 이제 캐릭터가 아닌 진짜 얼굴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대중들은 그 진면목을 확인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여전히 판타지로서 연예인을 보고 싶어할까, 아니면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할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강호동에 이어 임재범 수컷호랑이로 자리한 까닭

'바람에 실려'(사진출처:MBC)

요즘 예능에는 야생 수컷호랑이가 출몰한다? '일밤'의 새로운 코너 '바람에 실려'는 마치 '동물의 왕국' 같은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붉은 조명 아래 음영이 잡힌 임재범의 날카로운 눈빛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등장한 뒤, 자막은 그를 '예능 밀림에 뛰어든 야생호랑이'로 설명했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출정식에서도 임재범의 느낌은 야생 그 자체였다.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온 그와, 이어 소개된 선 굵은 배우 김영호의 등장은 묘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지상렬은 "느낌 자체가 사자와 호랑이예요"라고 이 분위기를 설명했다.

흥미로운 건 이 야생의 팽팽한 느낌이 웃음으로 바뀌는 과정이다. 그들을 사자와 호랑이로 비유한 지상렬에게 임재범이 "그렇다면 그대는?"하고 묻자 "형님의 먹잇감?"이라고 답하는 식으로 긴장을 살짝 살짝 무너뜨리는데서 웃음이 생겨난다. 대장이라 불러야 될지 형님이라 불러야 될지 고민이라는 지상렬에게 임재범이 "대장은 건강해요"라고 답하고, "오늘 컨디션은 어떠세요?"라는 질문에 제품 광고하듯 "컨디션!"하고 엉뚱한 답변을 던지는 식이다. 또 임재범의 야생의 느낌을 세워 주변인물들이 꼬리를 내리는 모습도 웃음으로 만들어낸다. 지상렬이 "재범이 형님과 촬영할 때는 기저귀차고 나와야 돼요"라는 말은 그런 야생의 긴장관계에서 나오는 유머다.

그런데 이 '야생 호랑이'라는 표현이 낯설지가 않다. 이것은 바로 '1박2일'에서 강호동이 스스로를 표현하던 것이다. "시베리아 야생 수컷 호랑이!" 이 선언은 '1박2일'의 야생을 위해서 한 몸 기꺼이 던지겠다는 선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강렬한 야생의 느낌을 세워두고 그것을 통해 예능의 웃음을 뽑아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집단에서의 강력한 카리스마(그것도 야생의)는 그 자체로 위계질서를 만들고, 이것은 예능의 이른바 '서열 놀이'의 전제가 된다. 군대 개그가 재밌는 것은 바로 이 위계를 깨는 지점에서, 혹은 그 과장된 위계 그 자체가 웃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생 호랑이'의 이 같은 예능 출몰(?)은 그런 웃음의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야생의, 즉 '날 것의' 프로그램을 보여주겠다는 얘기기도 하다. '1박2일'이 때로는 꾸며지지 않은 날 것의 '다큐' 같은 느낌을 주는 것처럼, '바람이 실려' 또한 그런 장면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감. 물론 그 중심에는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야생 호랑이 임재범이 있다. 이미 많은 관계자들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바람이 실려'의 미국 촬영은 변수와 의외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실로 제작진에게는 고역이었겠지만 그만큼 임재범의 돌발 행동 그 자체가 이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스토리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야생의 프로그램을 통해 '바람이 실려'는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려는 걸까. 임재범의 존재감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미 이 프로그램은 시작과 함께 그 의도를 자막으로 보여준 적이 있다. 그것은 '음악과 생존의 공존' 그리고 '대자연 속에서 만들어가는 새로운 노래'다. 즉 '일밤'의 '나는 가수다'가, 만들어진 음악의 퍼포먼스를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면, '바람이 실려'는 그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추적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술의 탄생은 우리가 무대에서 봤던 퍼포먼스처럼 그렇게 깔끔하지는 않다. 오히려 일상의 틀을 깨는 그 무언가가 예술을 아름답게 만든다. 그것을 위해 낯선 곳을 기웃거리고 체험하면서 그 속에서 느껴지는 그 무언가를 예술로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람이 실려'가 보려주려는 것이다.

예능에 야생 수컷 호랑이가 출몰하는 것은 거꾸로 작금의 예능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이제 예능은 야생 그 자체를 지향하게 되었고, 거기서 생겨나는 돌발적인 경험들을 재미의 차원으로 담아내게 되었다. 그 야생이 음악과 기묘하게 공존하는 건 그 창작의 과정이 지극히 영감에 의한 돌발적인 순간에 벌어진다는 점에서 야생을 닮았기 때문이다. 마치 아기가 태어날 때의 그 야생적인 느낌 그대로, 우리는 어쩌면 '바람이 실려'를 통해 음악이 태어나는 그 날것의 장면을 목격하게 될 지도 모른다.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가수들에게 무슨 일이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가 시작된 지 채 1년도 안된 상황이지만, 이제 어디서든 우리는 이 괴물 같은 프로그램의 힘을 느낄 수 있다. 그 힘은 이 무대에 섰던 가수들을 통해 드러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 틀어주는 광고 속에서도 우리는 이들을 발견하고, TV는 물론이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인 광고에도 등장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대학생이라면 축제 무대에서, 직장인이라면 행사 무대에서, 혹 지역민이라면 인산인해를 이룬 콘서트장이나 지역 축제에서 이들을 발견했을 것이다. 심지어 여행길 우연히 들른 휴게소의 불법복제 음반 가판대에서도 우리는 이들을 발견한다. 가수들. 그것도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까지 대중들에게 그처럼 익숙하지만은 않았던 그들이 이제는 방송프로그램, 광고, 콘서트, 음원차트, 행사 등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상황. 도대체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출연 이후 이 가수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임재범, 김범수, 박정현, 윤도현 등 ‘나는 가수다’ 출신 가수들의 방송 출연 이후 성적표를 들여다봤다.

임재범, 단 세 곡으로 100억 원대 가치를 만들다
임재범은 우리네 록의 역사에서 한 지점을 차지하는 록커지만,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기 전까지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 록이라는 장르는 대중들에게서 점점 멀어졌지만, 록커라는 자존심이 그로 하여금 대중들과의 야합(?)을 허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달랐다. 가수의 정체성을 묻는 이 예능 프로그램은 임재범의 록커로서의 날개를 다시 달아주었다. 그는 이 무대에서 ‘너를 위해’, 남진의 ‘빈 잔’ 그리고 윤복희의 ‘여러분’ 단 세 곡을 부르고 맹장수술 때문에 자진 하차했다. 하지만 이 세 곡이 가진 임팩트는 컸다. 단 세 곡만으로도, ‘나는 가수다’에서 9개의 음원을 내놓고 최대의 음원수익을 가져간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와 비교될 정도다. 평균적으로 4,5억 원의 음원수익을 올렸다고 평가되는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만큼 임재범도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수익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그는 국내 최대 음반 매니지먼트사인 예당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는데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계약금만 10억 원이 넘었을 거라고 한다. 이것은 예당 측에서 밝힌 임재범 개인의 경제효과가 무려 1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통해서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미 광고계에서 특 A급 대우를 받고 있는데 통상적으로 A급대우가 연간 출연료 5억 원 정도를 받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의 출연료는 6,7억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박지성, 박태환, 김연아 같은 특A급 스포츠스타들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이런 광고 제안이 현재 7,8군데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 액수는 5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콘서트 수익과 행사 수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100만 원대의 암표가 논란이 됐을 정도로 폭발적인 임재범의 콘서트는 연말까지 콘서트가 잡혀진 상태이고, 그의 행사비는 한 회 출연에 5,6천만 원까지 치솟아 올랐다. 전속계약을 맺은 예당 측이 8,9개월이면 계약금 이상을 간단히 벌어들일 수 있으리라 판단하는 건 속단이 아닌 셈이다.

임재범의 ‘나는 가수다’ 임팩트가 특히 컸던 점은 그가 가진 거친 매력의 캐릭터와 그간 살아왔던 록커로서의 삶이 파괴적인 가창력을 가장 잘 돋보이게 해주는 이 프로그램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분’ 같은 곡은 임재범이 살아왔던 삶의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대중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기에 이른바 김건모 재도전 여파로 1달 간 방영되지 않으면서 그만큼 증폭되었던 기대감도 한 몫을 차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로 시작하는 자리에 임재범은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대세 김범수, 비주얼의 역습
임재범이 새로 시작한 ‘나는 가수다’의 수혜를 입었다면, 김범수는 재도전 여파로 잠정 중단된 프로그램의 수혜를 입은 가수다. 가온차트에 의하면 그가 잠정 중단 직전에 부른 이소라의 ‘제발’은 전체 디지털 종합 차트 1위를 기록했는데, 2월28일부터 6월25일까지 무려 다운로드 231만4723건, 스트리밍 2365만3211건으로 약 2600만 명이 온라인을 통해 들었다고 한다. 즉 국민의 절반이 이 노래를 들었다는 얘기다. 즉 이렇게 된 데는 ‘제발’이 1위를 기록한 후 한 달여 간 ‘나는 가수다’의 새로운 음원이 등장하지 않았던 효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범수의 노래에 대한 관심은 고스란히 최근 그가 발표한 정규 7집 앨범 파트2로 이어졌다. 타이틀곡인 ‘끝사랑’을 비롯해 수록된 7곡 모두가 음원차트 10위 권에 오른 것. 음반의 음원수익만으로도 수억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하지만 명예졸업을 하기까지 누적된 음원들로 인해 5억 원에 달하는 음원수익을 얻은 것보다 더 큰 것은 그가 ‘비주얼 가수’로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한때 심지어 ‘얼굴 없는 가수’로 생활했던 그가 이제 광고에서까지 ‘대세’가 된 것은 그의 가창력을 통해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꾼 ‘나는 가수다’의 무대 덕분이다. 그는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 캠페인 '버스 콘서트'의 모델로 발탁돼 데뷔 13년 만에 CF촬영을 했다. 또 가전제품과 금융업계 쪽과도 얘기가 진행 중이어서 최소 2,3개의 광고를 더 찍을 전망이라고 한다. 물론 처음 찍는 만큼 광고료는 1억 원 미만으로 책정되어 있지만 이것이 ‘비주얼 가수’에게 상징하는 바는 크다.

김범수의 대박 수익은 결국 그의 가장 큰 장기인 무대에서 나온다. 즉 콘서트와 행사 수입이다. 지난 8월 김범수의 전국 콘서트의 시작을 알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의 ‘겟올라잇!’ 콘서트는 총 1만 명의 객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성황리에 끝이 났고, 11월까지 총 11개 도시를 돌며 전국 투어가 이어질 예정이다. 보통 회당 수익으로 1억 원 정도를 받는 상황을 감안해보면 10억 이상의 수익을 낸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학축제나 기업행사 수익 또한 쏠쏠하다. 한 번에 3,4000만 원의 최고 대우 출연료도 출연료지만 부쩍 늘어난 행사횟수는 가희 제2의 전성기라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김범수에 대한 방송가의 입장이다. 그간 ‘얼굴 없는 가수’로 섭외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김범수는 최근 ‘승승장구’에 1인 게스트로 출연했고, ‘힐링캠프’에 초대되어 특유의 예능감을 뽐냈다. 진정한 비주얼 가수로 탈바꿈한 김범수의 창창한 앞날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박정현, 음악 요정의 탄생
임재범과 ‘너를 위해’를 불렀을 때부터 박정현의 가창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박정현의 이미지는 ‘노래 잘하는 가수’ 그 이상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 특유의 자유자재로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며 한 편으로는 속삭이듯 다른 한 편으로는 절규하듯 부르는 창법은 심지어 ‘가창력만 자랑하는 가수’로 여겨지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탓에 어색한 한국어는 대중들과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를 통해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을 뒤집었다. 그저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라 마치 연극을 하듯 노래를 잘 표현하는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무대 바깥에서의 여전히 소녀 같은 순수함을 보게 되었다. 왜소한 체구는 엄청난 가창력과 반전을 이루며 그녀의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크게 만들었고, 어색한 말투는 귀여움으로 바뀌었다.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그녀는 노래라는 아우라를 날개로 가진 요정이 된 것이다.

명예졸업을 하기까지 9곡 거의 모두를 음원차트에 올려놓은 박정현은 중간 중간 발표한 드라마 OST 등을 합쳐 5억 원 이상의 음원수익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계속 음반을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그간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이건 거의 벼락에 가깝다. 특히 콘서트와 행사에서 박정현의 존재감은 더더욱 빛나고 있다. 지난 5월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단독콘서트는 5회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또 그녀는 김범수, 윤도현과 함께 가을 대학 축제와 행사 섭외대상 1순위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부가수익으로 놀라운 점은 그녀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CF를 찍었다는 점이다. 음료브랜드 '아침에 주스'에 이어 친환경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인 '나트라케어', 보험, 제약광고까지 연이어 모델로 발탁된 그녀는 지금도 10여 개 업체로부터 모델 제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광고료는 1억 원 미만으로 알려져 있지만 박정현으로서는 이른바 요정으로 불릴 만큼의 가창력과 외모를 이미지로 가졌다는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이미지 변신이 가져온 효과는 방송출연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무릎팍 도사’에 게스트로 출연한 데 이어 ‘위대한 탄생2’의 멘토로서 자리하고 있다. 과거 방송 출연이 전무했던 그녀로서는 엄청난 변화인 셈이다.

윤도현, 가장 대중적인 록커의 탄생
윤도현은 록커이면서도 방송 출연에 있어 활발한 활동을 해온 이례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즉 록커이면서도 대중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갖춘 인물이라는 얘기다. 그런 그가 ‘나는 가수다’라는 제 물을 만났다. 노래에 방송에 익숙한 토크 능력까지 갖춘 그는 이소라 하차와 함께 ‘나는 가수다’의 MC 역할을 맡기도 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최고 주가를 올리다 프로그램이 바뀌면서 방송활동이 위축됐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나는 가수다’는 윤도현이 다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어준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역시 명예졸업은 아니지만 끝까지 노래를 불러 가장 많은 음원을 차트에 올림으로써 명예줄업을 한 박정현, 김범수만큼의 음원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음원 수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록커’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그 역시 광고계가 주목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는 정엽과 함께 해태 ‘부라보콘’을 또 정엽, 김건모와 함께 진로 ‘참이슬’ CF에 나란히 출연했다. 이밖에도 특유의 바른 이미지 덕분에 공익광고에도 등장하는 등, 그의 광고 이미지는 다양한 연령대를 포괄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윤도현의 광고료는 A급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역시 록커 윤도현의 자리는 무대다. 윤도현의 행사는 대학에서 특히 빛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록이 가진 젊음의 느낌이 어필하는 탓이다. 대학 축제 섭외에 있어 작년보다 두 배 이상이 들어왔다는 YB는 올해 5월 한 달 동안 매주 4,5회의 대학축제 무대에 섰다고 한다. 3,4000만 원의 가장 높은 수준의 행사료를 받는 YB의 경우 이 한 달 동안 약 5억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도현의 진가는 음악 프로그램이 날로 많아지는 현재의 방송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검증된 진행능력과 가수로서의 실력, 게다가 대중적인 호감도까지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인기는 록이라는 음악에 있어서의 비인기종목(?)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는 가치를 갖는다. 대중적인 록커, 윤도현. 그로 인해 이제 록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르로 다가오게 되었다.

재미 못 본 백지영, 재미 본 정엽, 김연우, JK김동욱
모두가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재미를 본 건 아니다. 대표적인 가수가 백지영이다. 백지영은 ‘나는 가수다’ 초반에 확실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였지만 재도전 여파로 한 달 간 방송이 중단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하차선언을 함으로써 이런 모든 부가수익을 얻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가 하차선언을 한 것은 물론 8집 앨범 발매를 위한 것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앨범은 ‘나는 가수다’의 경연곡에 밀려 음원차트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음반 활동 자체를 조기 중단하게 된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나는 가수다’ 하차를 후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첫 번째 탈락자가 됐던 정엽이나 노래 두 곡 부르고 탈락했던 김연우, 그리고 어이없게도 노래를 부르다 멈추고 다시 불러서 스스로 하차하게 된 JK김동욱은 짧은 출연이었지만 대중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김으로써 ‘나는 가수다’ 효과를 톡톡히 입은 가수들이다. 이들은 ‘나는 가수다’ 출연 이후 콘서트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방송이 짧았던 만큼 큰 아쉬움이 콘서트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나는 가수다’를 통해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낸 정엽은 윤도현과 함께 두 편의 광고를 찍었고, 김연우는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를 통해 숨겨둔 예능감을 선보이며 이른바 ‘연우신’으로 불리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본 원고는 <우먼센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나가수', 경쟁말고도 할 이야기는 많다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경연이다. 그 서바이벌이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생기고 최고의 무대가 생기며 최고의 가수들이 재발견된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경쟁에만 집중하게 되면 자칫 웃음을 잃어버릴 수 있다. 처음 '나는 가수다'라는 새로운 예능을 짤 때 가수만이 아니라 매니저로 개그맨들이 그들과 짝패를 이루게 한 것은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나는 가수다'의 카메라가 지금껏 지나치게 무대에만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이 특별한 예능의 첫인상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가수다'는 대중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물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수들은 긴장하고, 긴장한 만큼 최대치의 무대를 선보이며, 관객들은 호응을 넘어서 감동한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 오르는 가수들이 가진 이야기들은 노래와 어우러져 깊은 감흥을 선사한다.

이 '신들의 무대'에, 개그맨들이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자칫 나댔다가는 오히려 욕을 먹기 일쑤다. 대중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즐기고 있는 중인데, 개그맨들이 웃음을 주기 위해 툭 던지는 한 마디는 빵 터지지 않으면 긴장감만 뺏는 객쩍은 소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경연이 벌어질 때 재미를 위해 하는 개그맨들의 순위놀이가 논란이 된 것은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가 어떤 균형을 잃고 예능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는 전조이기도 하다.

임재범의 등장은 '나는 가수다'의 득이면서 독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효과는 경연의 야생성을 임재범이 확실하게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헝그리 록커 같은 이미지로 정글 같은 무대에 올라 마치 죽을 듯이 노래하는 그 모습은 우리는 물론 가수들마저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야생의 느낌은 '나는 가수다'의 무대를 피가 철철 흐르는 전쟁터처럼 인식하게 만들었다. 가수들은 지쳐갔고 무대를 씹어 먹을 듯 피를 토하며 부르는 모습들은 처음에는 전율이었으나 차츰 피로감으로 변하게 되었다.

다시 예능으로의 귀환이 필요해진 시점이었다. 마침 임재범이 맹장수술로 하차하게 된 것은 물론 신정수 PD의 말대로 어떤 존재감의 상실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나는 가수다'의 기회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물꼬를 누가 트느냐는 것이다. 개그맨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는 것은 대중들이 바라는 일이 아니다. '나는 가수다'의 주인공은 개그맨이 아니라 가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설 수 있는 건 가수들이다. 김범수는 고맙게도 그 총대를 기꺼이 멨다.

고 앙드레 김의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고 비주얼에 집착하는 김범수의 변신은 그 신호탄이 되었고, 무대에서 쪼쪼댄스를 박명수와 함께 추려고 준비하는 김범수의 모습은 유쾌한 도발이었다. 한때 '얼굴 없는 가수'를 콘셉트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가 거꾸로 비주얼을 강조하고 춤을 추는 모습은 지금까지 경쟁의 긴장감으로 굳어진 '나는 가수다'의 어깨를 풀어주었다. 가수들은 웃었고, 조금 풀어진 분위기에서 개그맨들은 그간 참아왔던 애드립을 쏟아냈다.

애초에 이렇게 과도한 긴장감을 털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가수가 바로 김건모다. 김건모가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부르다 입술에 진짜 립스틱을 바르는 퍼포먼스를 보였던 건 그가 이 균형점(오디션의 긴장감과 예능의 이완)을 맞춰 보려한 시도였다. 물론 시기가 좋지 않았다. 그 시기는 '나는 가수다'의 무대가 대중들에게 오롯이 긴장감이 넘치는 경연장으로 받아들여지던 때였으니까. 즉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이 자신의 가창력을 완전히 대중들에게 인식시키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범수는 상황이 다르다. 그는 이미 이 무대에서 최고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소라의 '제발'을 재해석한 무대에서 경연 1위를 차지했고, 그 어려운 조관우의 '늪'을 가성이 아닌 진성으로 마치 헤비메탈을 하듯 불러 대중들을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그러니 김범수는 이제 가창력이 아니라 가수의 또 다른 면모들을 보여줘도 되는 상황이다. 무대를 즐기는 것이 가창력 자랑보다 관객들을 더욱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걸 그는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나는 가수다'의 무대가 가진 가창력은 이미 확고하게(어쩌면 지나치게) 대중들의 인식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것은 가수의 정체성에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제 가창력 자랑을 넘어서서 가수의 또 다른 정체성을 끄집어낼 시기다. '나는 가수다'는 바로 그 다양한 가수의 매력을 하나하나 뽑아내 정체성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닌가. 김범수의 댄스가 기대되는 건 '나는 가수다'가 지나친 경연의 피로감을 덜어내고, 이 다양한 가수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기대되기 때문이다.


가수, 무대, 음악의 조화가 불러온 진정성의 힘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임재범도 울고 동료가수도 울고 관객도 울고 시청자도 울었다. 이것은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의 힘이었을까, 임재범이라는 가수의 힘이었을까, 아니면 '여러분'이라는 노래의 힘이었을까. 아마도 이 세 요소 모두였을 것이다. 거기에는 가수들의 스토리를 담고 그들의 무대를 최고치로 끌어올려주는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가 있었고, 그 무대라는 정글에 거친 삶을 그대로 노래에 녹여내며 부르는 가수 임재범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가사 하나하나가 힘겨운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여러분'이라는 곡이 있었다. 이 진정성 덩어리의 무대를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강심장이 있을까.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에서 '여러분'을 부른다는 그 사실 자체가 기대감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것은 아마도 '여러분'이라는 곡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서울국제가요제에서 윤복희가 불러 대상을 탄 이 곡은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었다. 윤복희의 절절한 가창력에 가요제가 갖는 라이브 무대의 감동, 게다가 '여러분'이라는 곡이 전하는 가수의 진정성이 그걸 바라보는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다.

'여러분'이라는 곡은 노래가 주는 기쁨과 가수라는 직업이 가진 소명을 담은 자기 고백이다. 괴로울 때 위로해 주는 존재이고 서러울 때 눈물이 되는 존재이며 두려울 때 등불이 되고 쓸쓸할 때 벗이 되어주는 존재. 그것이 가수의 소명이고 노래의 힘이다. 그래서 가수는 '여러분의 영원한 노래'가 되고픈 것이다. 그리고 정작 자신이 힘들 때 자신을 위로해주는 건 그렇게 자신을 노래가 되게 해주는 '여러분'이라는 존재라는 것.

윤복희가 처음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대중들이 감동한 것은 그 놀라운 가창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 노래가 전하는 절절한 진정성이 그녀의 삶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분'이란 곡은 무대에서 살며 성장해온 윤복희라는 가수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각오까지.

임재범이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여러분'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가창력이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심의 무대였다. 경연이 끝난 후 임재범이 이 거대한 노래에 대한 부담감을 전하면서 이 노래를 "너무 완벽해 편곡 자체를 할 수가 없는 곡"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이 노래가 입으로 불러서는 대중들에게 온전한 감동을 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신 그는 온 몸으로, 자신의 삶을 온통 다 담아서 부름으로써 윤복희가 보여줬던 그 진정성의 힘을 되살려냈다. 임재범의 재해석은 노래가 아니라 그 노래에 담겨지는 자신만의 진정성을 넣는 것이었던 것.

이 진정성이 감동으로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의 힘이기도 하다. '나는 가수다'라는 무대에서의 '여러분'이라는 곡은 여러 모로 우리에게 잊혀졌던 한 시대의 라이브 무대들을 떠올리게 한다. 해외에서 돌아와 첫 무대에서 대중들을 울렸던 조용필의 무대, 국제가요제에서 감동을 주었던 윤복희의 무대... 그 무대들은 음악이 리듬과 멜로디와 가사의 조합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감동이라는 것을 보여주곤 했다. 언제부턴가 이 사라져버린 무대의 감동을 '나는 가수다'가 되살려 놓은 것이다. 임재범의 '여러분'은 바로 그 무대의 감동을 가장 최고점으로 끌어올려 보여주었다. 이것이 가수이고, 이것이 음악이며, 이것이 진정한 노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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