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5>, 박시환의 부활을 기대하는 이유

 

‘탈락’이 적힌 편지를 받은 박시환은 진짜 탈락할 것인가. 박시환은 이번 <슈퍼스타K5>에서 상당히 주목받는 후보자다. ‘제2의 허각’이라는 닉네임이 나올 정도의 사연을 가진 인물. 매년 <슈퍼스타K>에 도전했던 이력. 정비공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일하며 노래를 놓지 않았던 그다. 첫 출연에 볼트를 쥐고 노래하는 모습은 그래서 대단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슈퍼스타K5(사진출처:mnet)'

하지만 그는 노래에 있어서 기초가 없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기본기가 부족해 고음에서는 약간 불안한 느낌을 주었고 디테일들이 잘 살아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몇 차례 탈락의 위기에 몰렸다가 다시 구제되는 걸 반복했다. 특이한 것은 그런 탈락과 구제의 과정 들을 박시환은 꽤 담담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번 탑10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아일랜드 미션에서도 김광진의 ‘편지’를 부르고 결국 탈락이 적힌 편지를 받게 되었던 그였지만 그는 약간의 아쉬움을 표현했을 뿐 담담한 얼굴이었다. 그런 담담함 혹은 체념(?)은 박시환이 그간 살아온 힘겨웠던 삶을 잘 말해준다. “그동안의 인생은 그냥 사는 거였어요. 지금은 제 의욕을 갖고 살아 보려는 거 같아요. 사는 거 같아요.” 그는 이렇게 지금 현재를 즐거워하면서도 “자격도 없는데...”라며 자신을 낮추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것은 변방에서 잉여처럼 치부되며 살아온 이들의 자기 보호본능에서 비롯된 습관 같은 것일 게다. 무수한 상처에 익숙해지면서도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받아들이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찾아내는 것. 하지만 이 약간은 쓸쓸하고 슬픈 정조가 박시환에게 특별한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족한 디테일들이 묻힐 만큼 그의 떨림 속에는 사람의 마음을 처연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김광진의 ‘편지’는 그래서 온전히 박시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기나긴 그대 침묵은 이별로 받아두겠오.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사랑하는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오. 이맘만 가져가오.’ 여기서 ‘그대’는 심사위원 혹은 <슈퍼스타K5>를 지칭하고 있는 게 아닐까.

 

너무나 함께 하고 싶지만 늘 떠나는 것(탈락)을 준비하고 있는 박시환은 결국 탈락이 적힌 편지를 받았다. 역시 그는 담담했다. 하지만 곧 이것이 완전한 끝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알게 되었다. 이번 <슈퍼스타K5>는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와의 줄다리기가 치열했던 오디션이었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 적응된 시청자들에게 반전을 선사하기 위해서, “패자부활전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고, ‘블랙위크’ 같은 새로운 제도를 신설했으며, 아일랜드 미션에서는 미리 합격과 탈락을 적어놓은 편지를 통해 막판에 운명을 뒤집는 오디션을 수행하기도 했다.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왔고, 그 흐름을 이제는 완전히 꿰뚫어보고 있는 시청자들. 그래서 <슈퍼스타K5>가 선택한 것은 마지막 한 자리를 온전히 시청자의 투표로 남겨놓는 것이었다. 과연 박시환은 이 마지막 관문까지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제2의 허각’이라는 닉네임처럼 그는 이 시대에 잉여로 치부되는 많은 젊은이들의 희망이 될 지도 모르겠다. 어딘지 체념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그 얼굴이 다시 꿈을 노래할 수 있다면.

로이킴 논란, 무엇이 불씨를 키웠을까

 

<슈퍼스타K>의 최고 전성기는 허각이 배출됐던 시즌2다. 당시 친숙한(?) 외모에 환풍기 수리공으로 생활하며 노래를 부른 허각은 <슈퍼스타K>, 아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이콘이 되었다. 단지 오디션 우승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

 

'로이킴(사진출처:CJE&M)'

그로부터 2년 후 <슈퍼스타K> 시즌4가 배출한 로이킴은 여러모로 허각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잘 생긴 외모에 모 주류업체 대표 아들이라는 배경, 유학파에 누가 봐도 매너있어 보이는 신사 이미지 그리고 심지어 노래까지. 게다가 로이킴은 작사 작곡 능력까지 선보이며 작년 오디션 프로그램의 화두라고도 할 수 있었던 아티스트 이미지까지 갖고 있었다. 허각이 서민들의 동일시 대상이었다면 로이킴은 로망이었던 셈.

 

실제로 로이킴은 ‘봄봄봄’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이 곡은 컨트리풍에 ‘-소’로 끝나는 옛 어투를 구사하는 것으로 그가 갖고 있는 폭넓은 세대에 걸친 팬덤을 겨냥하고 있었다. ‘봄봄봄’은 싸이와 조용필이 본격 활동을 벌이던 시기에 음원차트와 각종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발표와 동시에 표절 논란의 불씨가 생겨났던 것도 사실이다. 도입 부분은 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후렴구는 노르웨이 밴드 아하의 ‘테이크 온 미’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로이킴측은 ‘고 김광석을 가장 좋아했던 로이킴이 그분 음악을 베낄 수 있겠느냐’며 ‘공식대응이랄 것도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사실 이 초창기 불씨에 대해서 로이킴측이 조금 더 신중하게 대처를 했다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까지 불거지지는 않았을 수 있다. 너무 쉽고 단순한 일로 치부했던 것. 하지만 이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로이킴이 콘서트에서 언급한 장범준 코멘트로 인해 다시 불이 붙었다.

 

“버스커 버스커 장범준이 곡 중간에 '빰바바밤'이라는 결혼식 축가 멜로디를 넣어 부른 걸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했는데 비난을 많이 받았다. '축가'는 내가 작곡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장범준을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 코멘트는 아마도 표절이 아니라는 자신감의 표명이었을 것이지만 과한 발언이었고 결국 도화선이 되어버렸다.

 

어쿠스틱레인의 ‘Love is cannon’ 표절 논란으로까지 확산된 건 분명 이 장범준 코멘트가 만들어낸 후폭풍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에 어쿠스틱레인이 블로그에 적은 글이 안티 팬들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 하지만 일련의 논란에 대한 로이킴측의 대응도 적절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싱어 송 라이터로 로이킴을 이미지 메이킹하던 차에 표절 논란이 나오자 공동작곡가 배영경씨가 언급되는 대목이 그렇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로이킴측의 대응이 지나치게 논리적인 주장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즉 누가 먼저 발표했느냐는 선후관계를 따지거나 전문가 의견을 덧붙여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식은, 이 문제의 핵심인 ‘대중들의 정서적인 부분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이다. 마치 표절이냐 아니냐가 핵심인 것 같지만 이 문제는 이미 그 진위공방의 사안을 넘어서 로이킴에 대한 정서적 반감의 문제로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만일 허각 같은 서민들과 동일시되는 인물이었다면 설혹 표절 논란이 나왔다고 해도 이 정도로 문제가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엄친아 이미지의 로이킴은 그것이 잘 유지될 때는 반짝반짝 빛나지만 어떤 작은 틈이라도 보일 때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것을 타블로의 사례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의 화려한 스펙이 모두 사실이지만 대중들이 믿지 않게 된 건, 정서의 문제를 팩트의 문제로 풀려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표절 논란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로이킴측은 아마도 이 문제가 거기에서 그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로이킴은 이 대중들의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표절 논란이 해결된다고 해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허각과는 정반대 이미지의 소유자, 로이킴에게 벌어지는 논란은 그래서 타블로의 경우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

<불후>, 열린 자세가 최후의 승자를 만든다

 

<불후의 명곡>은 이제 굳이 ‘시즌2’를 꼬리표로 달지 않는다. 달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성장했고 진화했다. 이제 지금의 <불후의 명곡>을 보며 과거 컨추리꼬꼬가 전설(?)을 모셔놓고도 장난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 때의 <불후의 명곡>을 떠올릴 이는 없을 게다. 어떻게 <불후의 명곡>은 이렇게 엄청난 변신을 통해 그 위상을 지금에 이르게 할 수 있었을까.

 

'불후의 명곡'(사진출처:KBS)

기적 같은 일이지만 처음 <불후의 명곡2>를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대중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나는 가수다>의 짝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나는 가수다>의 파괴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가수다>는 어떤 성역 같은 것이 만들어져 이른바 ‘나가수급 가수’는 다르다는 것이 대중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나가수급’이라는 성역은 거기 오르는 가수층을 얇게 만들어버린 한계로 작용했다. 유독 가수 선정 문제로 논란을 많이 겪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가수들의 팽팽한 경쟁 구조는 초반 대단한 긴장감을 끌고 와 무대에 대한 화제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 일종의 ‘나가수형 무대’의 리메이크 방식이나 노래 구성 심지어 가창 방식까지 비슷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초반 소소하게만 느껴졌던 <불후의 명곡>은 그러나 <나는 가수다>의 그늘에 가려져 있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힘은 뭐든 필요하면 끌어안는다는 열린 자세에서 나왔다. 초반 아이돌들로 구성되었던 가수진은 차츰 중간급(?) 보컬리스트들이 투입되면서 무게감을 높여나갔다. 그 결과 지금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가수진들을 한 자리에 볼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는 허각이나 울랄라세션 같은 <슈퍼스타K>가 낳은 오디션 가수들도 있고, 영지 같은 보컬 트레이너 출신 가수도 있으며, JK김동욱이나 정인 같은 이른바 <나가수>급 가수들도 있고, 킹스턴 루디스카나 장미여관 같은 인디밴드에서 박재범 같은 아이돌까지 포진해 있다. 물론 케이윌이나 이정 같은 중간급 보컬리스트들이 보여주는 절정의 무대나, 임태경, 소냐 같은 뮤지컬 가수, 또 문명진 같은 숨은 고수들이 보여주는 감동도 빼놓을 수 없다.

 

<불후의 명곡> 들국화 편에서 JK김동욱이 부른 ‘그것만이 내 세상’이나 더원의 ‘이별이란 없는 거야’가 <나는 가수다>의 무대를 떠올리게 했다면, 이번 이승철 편에서 허각과 울랄라세션이 보여준 무대는 <슈퍼스타K>의 감동을 떠올리게 했다. <슈퍼스타K>에서 울랄라세션이 불렀던 ‘서쪽하늘’을 허각이 불렀을 때 그 노래를 듣던 울랄라세션이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나, 울랄라세션이 ‘방황’을 불렀을 때 거기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고 임윤택의 잔상에 찡했다는 허각의 이야기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무대가 얼마나 다채로워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본래 진화라는 것은 끝까지 살아남는 이가 모든 요소들을 가져가기 마련이다. 관객이 보여주는 눈물의 리액션이나 시작 전 잠깐 무음으로 멈춰서는 연출은 <나는 가수다>를 떠올리게 하고, 또 전설을 앞에 세워두고 불러야 하는 부담감은 <슈퍼스타K>의 오디션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인디에서 아이돌, 중견 가수들까지 격과 급을 따지지 않는 <불후의 명곡>만의 무대는 즐기면서도 긴장감이 가능한 독특한 자기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경쟁만이 아니라 함께 모여 소통하는 모습, 그것이 음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이라는 것을 이 프로그램은 말해준다.

 

시작은 미미해도 그 끝은 창대하게 된 <불후의 명곡>은 이제 그 특유의 열린 자세로 <나는 가수다>든 <슈퍼스타K>든 뭐든 끌어안으려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결국 그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불후의 명곡>의 끝없는 진화와 성장은 명곡이 가진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음악이 주는 즐거움에만 천착하면서 열린 자세로 천천히 제 갈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지금의 <불후의 명곡>을 만들었다.

점점 어려지고, 빨라지는 스타탄생

 

저스틴 비버의 'Baby'로 직접 짠 안무와 랩을 새롭게 시도한 방예담의 오디션 영상은 방송 직후 15시간만에 100만뷰를 돌파했다. 방예담과 같은 조에서 경쟁했던 악동뮤지션은 안타깝게도 조 2위에 머물러 생방송 진출을 단번에 이루지 못했지만, 이것은 역시 과정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오디션 무대에서 발표(?)한 음원들이 모두 차트 상위에 오른 악동뮤지션은 이미 오디션 참가자라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음악적 세계와 스타일을 갖춘 악동뮤지션에게 혹평이 나온 것은 그 기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그 기대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K팝스타2'(사진출처:SBS)

사실 지금까지 탈락하지 않고 올라온 <K팝스타>의 참가자들은 이미 어느 정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만들어진 상태다. 이 오디션을 통해 새롭게 결성된 라쿤보이즈,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으로 꾸밈없는 목소리로 화제가 되었던 신지훈, 독특한 감성과 필로 심사위원들을 그 매력에 빠뜨린 최예근 같은 참가자들 역시 그 영상이 100만뷰를 돌파한 바 있다. <K팝스타>라는 방송이 가진 힘과 거기에 얹어진 어린 참가자들의 놀라운 음악적 가능성, 그리고 여기에 기획사 3사의 트레이닝이 삼박자를 이루어 만들어낸 사건이다.

 

어쩌면 이 삼박자란 기존 기획사들이 가수들을 발굴하고 스타를 만들어내는 그 익숙한 방식인지도 모른다. 독특한 음악적 가능성을 갖춘 예비 가수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게 트레이닝을 시킨 후 데뷔와 함께 방송의 힘을 덧붙이는 것. 하지만 이건 엄연히 <K팝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지 신인가수의 데뷔무대가 아니지 않은가. 이제는 웬만한 신인가수들보다 더 빨리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오디션 무대는 그 자체로 신인들의 데뷔무대가 되고 있는 인상이다.

 

과거 <슈퍼스타K>가 처음으로 서인국을 우승자로 뽑아놓고도 그가 가수로서 대중들에게 인지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것은 <슈퍼스타K2>에서 그 어느 때보다 대중들을 열광시켰던 허각과 존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그 후 음악활동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획사에 소속되고 트레이닝 받고 음반을 내고... <슈퍼스타K2>에서 화제가 되었지만 지금껏 이렇다 할 음악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강승윤은 오디션과 실제 가요데뷔 사이에 놓여진 간극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박명수가 <무한도전>에서 작곡한 ‘강북멋쟁이’가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현재 방송의 힘을 극대화하기 마련인 오디션 프로그램 그 자체가 데뷔무대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오디션의 과정 그 자체가 신곡 발표의 장이 되고 있는 악동뮤지션은 이미 그 가능성을 보여줬고, 오디션을 통해 그 짧은 기간에도 놀라운 음악적 성장을 보여준 방예담 역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로운 변화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은 가능성을 발굴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 자체가 가수인 무대가 연출되고 있다는 것.

 

<K팝스타>가 스웨그(Swag)를 외칠 때부터 이런 변화는 감지되었다. 독특한 개성과 끼라는 것은 이제 다듬어지지 않았다 하더라고 그 자체가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대중들이 ‘만들어진 스타’보다는 본래 그가 가진 것으로 ‘이미 스타’인 이들을 더 발견하고 싶은 욕망이 들어 있다. <K팝스타>는 만들기보다는 발견하려고 했고, 그 발견은 이제 그 자체로 가수 데뷔와 동의어가 되어가고 있다. 오디션은 따라서 그 자체로 데뷔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유리해진 건 기성 가요계에 ‘손이 타지 않은’ 끼와 개성의 소유자들이다. 따라서 악동뮤지션이나 방예담처럼 주목받는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것은 바로 그 트레이닝이라는 인위적 손길을 거의 거치지 않은 개성 덩어리들을 거기서 만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만이 갖고 있는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주고 기획사 3사는 그 개성을 어떤 틀에 넣기보다는 그 자체로 극대화시키고 살려내는 작업을 해주며 방송사는 그것을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의 영상으로 보여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점점 더 어려지고, 또 그들의 데뷔 과정이 점점 더 빨라지는 건 이제 오디션이라는 형식이 대중들에게 이미 익숙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들은 이제 결과의 우승자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승자가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과정에서 자신들의 감성을 건드린 누군가를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노래가 좋다면 기꺼이 음원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버스커버스커는 작년 한 해 가요계의 파란을 일으킨 인물들이지만, 정작 <슈퍼스타K3>에서는 톱10에도 들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다(물론 그는 2위를 차지했지만).

 

결과가 아닌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변화시키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하나의 데뷔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방송이 만들어내는 서바이벌 경쟁의 강한 스토리텔링 위에 꾸며지지 않았지만 그 자체가 매력인 친구들이 매 회 등장해 노래를 발표한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만들어낸 변화지만 <K팝스타2>는 그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이제 기획사들이 발굴해 트레이닝시켜 방송에 내보내는 과정은 너무 구식이 되어버렸다. 이제 오디션은 기획사가 방송사와 함께 그 과정을 통해 트레이닝하고 방송에 데뷔시키는 새로운 장이 되고 있다.

<마의>에서 허각이 떠오르는 이유

 

"나 인의라는 것 해보고 싶습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얼마나 잘난 일인지 정말 나 같은 놈은 꿈도 꿀 수 없는 건지. 나 그거 한 번 해볼 겁니다." 여기서 ‘나 같은 놈’이란 마의인 백광현(조승우)의 신분을 뜻한다. 요즘 사회를 태생부터 미래가 결정되는 스펙사회라고 하지만 조선시대 만큼일까. <마의>가 현재에 던지는 판타지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마의'(사진출처:MBC)

사극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그린다고 했던가. 사람을 살리고도 마의라는 신분 때문에 장 30대를 맞는 <마의>가 그리는 세상은 작금의 스펙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그 손이 그 손일진대 “짐승이나 만지는 천한 손으로 사람의 몸에 침을 놓는 건 맞아죽어도 싼 죄”로 치부되는 곳이 바로 <마의>의 세상이다.

 

백광현은 다름 아닌 성장의 사다리가 끊겨버린 청춘이다. 그런데 그런 그를 신분이 아닌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봐주는 인물들이 있다. 그가 의과시험을 치르게 도와주는 강지녕(이요원)이 그렇고, “자네가 실력만 있으면 되지 출신성분이 뭔 상관인가”라고 말하는 고주만(이순재)이 그렇다. 숙휘공주(김소은)가 저도 모르게 백광현의 매력에 끌려 볼에 입맞춤을 하는 장면도 그렇다. 그녀는 강지녕의 말대로 백광현의 “신분이 아닌 사람을 본 것”이다.

 

<마의>가 절묘한 지점은 바로 조선시대라고 하더라도 이 신분이 무화되는 공간들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드라마 초반에 등장했던 이타촌(외국인들이 사는 마을)이 그렇고, 무교탕반이라는 왕에서부터 서민들까지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그렇다. 고주만 영감이 의과시험을 누구나 실력이 있으면 응시할 수 있는 시험으로 만드는 것도 그렇다. 바로 그 공간이 있어 백광현은 낮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실력으로 1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 백광현은 저 <슈퍼스타K2>의 허각이 만들어낸 신드롬을 사극으로 재현하는 인물이다.

 

그가 응시하는 의과시험의 풍경들은 며칠 전 끝난 수능시험을 떠올리게 한다. 시험 전날 자꾸 까먹는 자신을 한탄하며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고 있을 때 강지녕이 건네주는 요약본은 지금으로 치면 ‘족집게 과외’ 같은 것. 백광현은 그 요약본에서 절반 이상이 시험에 나왔다며 기뻐한다. 우리네 스펙사회에서 그 첫 발이 대학입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마의>의 백광현이 첫 발을 내딛는 의과시험은 꽤 의미심장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의>가 현재적 의미를 드러내는 건 동물의 병을 돌보고 고치는 마의라는 존재 자체일 것이다. 생명을 고치는 손에 마의가 따로 있고 인의가 따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중요한 건 생명을 살린다는 것 그 자체가 아닌가. 조선이라는 신분 사회 속에서도 결국 하나의 인간으로 공유되는 지점은 결국 의술이 다루는 몸이다. 양반이건 노비건 몸은 똑같이 병들고 죽게 마련이니까.

 

<마의>를 보면서 그것이 저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현재의 이야기로 느꼈다면 그것은 이 사극이 얼마나 현재의 대중들의 정서를 들여다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신분과 빈부의 경계를 무화시키는 공간과 상황들 속에서 그렇게 백광현이 성장하는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강력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사극은 그렇게 과거를 다루지만 과거가 아닌 현재를 이야기하는 장르다.

허각, 버스커, 울랄라까지 대중문화 장악한 <슈퍼스타K>

 

<불후의 명곡2>의 첫무대에 오른 울랄라세션은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보여주었다. 박지윤이 불렀던 '성인식'을 흥겨운 퍼포먼스와 절정의 하모니로 보여준 무대에 선배 가수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홍경민은 '멘탈 붕괴'의 느낌을 받았다며 바로 다음 무대에 서지 않기를 기원하는 모습이었고, 이런 분위기는 거기 있는 모든 가수들의 공통된 느낌이었다.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슈퍼스타K3>의 우승자이지만 가요계로 보면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신인일 뿐인 이들을 보는 관객과 가수들의 시선은 남달랐다. 마치 슈퍼스타가 <불후의 명곡2>라는 무대에 드디어 입성한 것을 반기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울랄라세션의 지상파 첫무대는 그 어느 신인의 무대보다 파괴력이 넘치는 것이었다.

 

허각이 <불후의 명곡2>에 처음 등장했을 때도 반응은 비슷했다. 절정의 감성적인 목소리는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들었고, 선배 가수들 역시 그런 허각을 신인 그 이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한편 방송 출연은 거의 하지 않고 있지만, 음원 차트로 돌풍을 일으킨 버스커 버스커는 또 어떤가. 봄날 벚꽃 잎이 바람에 흩날릴 때면, 또는 혹 여수 밤바다를 거닐게 될 때면 아마도 이제 우리는 버스커 버스커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음악이 가요계 전체에 미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대중문화 전반에 <슈퍼스타K>가 배출한 가수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케이블 오디션 출신으로 어려웠던 지상파 방송 출연의 금기가 깨지면서 그동안 억눌려 있던 기운이 폭발했다고나 할까. 그들은 지금 가요 프로그램, 가요 차트,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맹활약 하고 있다.

 

<슈퍼스타K> 시즌1의 우승자인 서인국은 <사랑비>를 통해 연기자로서도 꽤 괜찮은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본래 4회 출연하고 빠질 예정이던 서인국은 감독의 권유에 의해 지금도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최근 <슈퍼스타K> 출신 가수 중 처음으로 MBC <라디오스타>에 허각과 함께 출연했다. 이것은 지금껏 KBS가 홀로 열어놓았던 이들의 무대에 MBC도 동참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실 이들의 문호를 제일 먼저 활짝 연 것은 KBS다. KBS는 <뮤직뱅크>에 허각과 존박, 장재인을 세웠고, <불후의 명곡2>에 허각에 이어 울랄라세션을 세웠다. 울랄라세션은 토요일 저녁 토크쇼인 <두드림>에도 출연해 그들의 독특한 음악세계는 물론이고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까지 드러냈다. 고정 출연 무대에서 토크쇼까지, 본격적인 지상파 활동을 선언한 셈이다.

 

그간 <슈퍼스타K>의 아킬레스건은 케이블 오디션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지상파 출연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편견은 이제 깨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의 지상파와 가요계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나오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사이익까지 얻고 있다. 대중들은 지상파에 나온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열광을 보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열광은 그저 지나가는 한 순간의 열기가 아니다.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만이 갖고 있는 그 헝그리하고 독특한 느낌은 기성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버스커 버스커와 울랄라세션 같은 아티스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가수들은 역시 <슈퍼스타K>가 오디션의 슈퍼 갑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지상파 출연을 본격화한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의 맹활약은 결국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이어진다.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 오디션 프로그램의 피로감 속에서도 진정한 슈퍼스타의 출연을 목도한 대중들에게 <슈퍼스타K>는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4>는 또 어떤 슈퍼스타들을 배출해낼 것인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라디오스타>, 차 떼고 포 떼도 괜찮은 이유

김구라의 빈 자리는 컸다. 하지만 그렇다고 <라디오스타>가 갖고 있는 특유의 색깔이나 스피드, 분위기가 달라진 건 없었다. 김국진은 여전히 <라디오스타>의 전체 분위기를 정리했고, 윤종신은 게스트들이 던지는 말을 잡아채서 제 멋대로 이리저리 부풀리고 덧붙이면서 재미를 만들었다. 김구라의 멘티(?)로 자리한 규현은 독한 질문을 천연덕스럽게 툭툭 던졌고 유세윤은 특유의 콩트 감각으로 대화 중에 나온 상황을 연기로 재현해내면서 웃음을 만들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빈 자리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껏 꽤 여러 차례 MC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겪은 터라 이런 상황에 대한 적응력도 남달랐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꽤 오래 호흡을 맞췄던 신정환이 하차하고 김희철이 군 입대 문제로 빠져나간 후, 규현과 유세윤이 들어와 적응단계에 접어들 때, 김구라가 하차하게 된 상황이었으니까. 무엇보다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의 스타일 그 자체였기 때문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규현의 말 대로 "너무 잘하면 서운할거다"라는 말은 그저 농담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김구라의 빈 자리를 놓고 남은 네 MC가 서로 헤게모니 싸움을 하듯 서로를 견제하고, 그러면서도 김구라가 해왔던 역할, 즉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을 서로 분담하듯 하는 모습은 <라디오스타>가 얼마나 형식적으로나 구성원들로나 견고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아마도 규현의 말 대로 김구라가 봤다면 서운했을 정도로, 이들은 빈 자리를 잘 메워나갔다.

 

게스트로 <슈퍼스타K>의 서인국과 허각, 그리고 <위대한 탄생>의 손진영과 구자명이 같이 출연한 것도 적절했다고 여겨진다. 아마도 MBC 출연이 처음이었을 서인국과 허각의 소회도 그렇지만, 이렇게 두 오디션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이색적인 조합이었다. 그들은 팽팽한 신경전을 보여줌으로써, 자칫 김구라의 공백이 가져올 수도 있는 <라디오스타>의 느슨함을 허용하지 않았다.

 

손진영은 탁월한 예능감으로 이 대결구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그는 나머지 세 명이 모두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한 이들이라는 사실과 대척점에 서서 '열등감' 운운하며 이들을 쏘아붙였다. 또 허각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고,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의 비교점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허각을 추종하는 구자명에게는 "너마저도..."하는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조금은 독할 수도 있는 이런 멘트들이 손진영이라는 캐릭터를 통하자 구수하고 순수한 느낌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손진영이라는 새로운 예능감의 발견은 그 동안 수없이 차 떼고 포 떼면서도 굴하지 않고 달려온 <라디오스타>가 여전히 그 동력을 잃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라디오스타>는 그 특유의 몰아붙이는 분위기 속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게스트의 예능감이 발견되는 지점에서 가장 빛나는 토크쇼가 아닌가.

 

김구라의 미니어처를 규현이 꺼내놓을 정도로 여전히 김구라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중간에 전화 연결로 김태원이 말한 '용서'의 의미가 짠하게 다가온 것도 그 때문일 게다. 하지만 이렇게 비어있는 자리가 있어도 여전히 팽팽 돌아가는 저력, 이것이 밟으면 밟을수록 더 잘 자라는 잡초 같은 예능, <라디오스타>만의 매력이 아닐까.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이런 노래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주인공들은 TV 속에 있었다. 그들은 우리와는 확실히 다른 종족이었고 주인공으로 살아갈 운명을 부여받은 인물들이었다. TV 바깥에서 그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는 그 주인공들을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추종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틱한 세계는 바로 거기 있었지만 그 세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정말 특별한 사람들의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 시대는 많이도 바뀌었다. 어제까지 나와 그다지 다른 생활을 했을 것처럼 보이지 않던 사람이 이제는 스타가 되는 시대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이제 TV 저편과 이편 사이에 그다지 큰 이물감이 없어진 작금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 곳은 연예인들이 주인공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주인공인 무대다. 그들은 당당하게 저마다 각자 자신이 가진 개성과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경쟁하며 그 과정을 통해 스타가 된다. 백청강이라는 연변 총각이 그 이국땅의 멀고 먼 거리를 돌아 ‘위대한 탄생’이라는 무대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누가 알 수 있었을까. 허각이라는 환풍기 수리공이 그 힘겨운 삶 속에서도 노래하며 살아갈 때, 그가 지금의 ‘슈퍼스타’가 될지 누가 알았을까. 5살 때 부모에게 버려져 거리에서 껌을 팔며 살아가다, 어느 날 우연히 듣게 된 음악에 빠져들어 검정고시로 중학교까지 나오고 결국 음악 고등학교에 진학해 성악을 배운 후, ‘코리아 갓 탤런트’라는 무대에 올라 저 영국의 폴 포츠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울려버린 최성봉씨 같은 스타는 또 어떻고. 지금 우리 눈앞에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스타들이 등장하고 있다. 변방에 놓여졌던 이들의 삶을 중심으로 옮겨 놓은 그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리얼 스토리의 시대, 달라진 주인공들
이 시대 문화의 핵심적인 키워드 두 개를 꼽으라면 ‘리얼리티’와 ‘스토리’라고 말할 수 있다. ‘리얼리티’란 물론 완전한 현실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그 진정성이 느껴지는 상황이나 소재를 말한다. 억지로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실의 한 부분을 대중들은 더 신뢰한다. ‘1박2일’ 같은 리얼 예능이 종종 다큐멘터리와 혼동되는 것은 바로 이 진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박2일’의 제작진은 리얼 예능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짜여진 대본에 의해 만들어진 웃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기다림에 의해 발견된 웃음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제 아무리 ‘리얼리티’가 있는 영상이라고 해도 거기에 아무런 맥락이 없다면 대중들에게 감흥을 줄 수가 없다. 그래서 중요해지는 게 ‘스토리’다. 흔히들 ‘스토리’라면 대본을 떠올리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스토리’는 ‘리얼리티’와 만나서 자연스럽게 발견된 ‘리얼 스토리’를 말한다. 가짜가 아닌 진짜 이야기. 이른바 각본 없는 드라마는 이 시대 문화의 키워드가 되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바로 이 리얼 스토리, 즉 각본 없는 드라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을 열광시킨다. 무대에 오르는 경쟁자들은 저마다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마치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백청강의 스토리, 밑바닥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정상을 향해 달리는 허각의 스토리. 그들이 대중들을 매료시키고 결국 그 꿈을 이루게 해준 것은 바로 그들이 가진 스토리의 힘이다. 노래 실력이나 스타성이라면 다른 후보들이 우승을 했을지 모르지만 이 무대는 대중들이 직접 투표해 그들의 스타를 뽑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 스토리의 위력은 발휘된다. 그 스토리에는 대중들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금 능력은 떨어져도 그래도 공감하고 함께 가고픈 스토리를 가진 자에 대한 지지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일상화된 매체로 인해, 더 이상 특별한 사람만이 특별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깨진 데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제 주인공은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자이다.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라
리얼 스토리의 시대를 잘 읽어보면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지가 드러난다.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하고 추종하는 삶이나, 외부에 의해 주어진 삶을 그저 수용하기만 하는 삶, 그 속에서 자기는 결국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패배감은 자기만의 성공 스토리를 결코 그려낼 수 없다. 또한 주어진 삶을 불행하다며 한탄하거나 좌절한다고 해서 그 스토리는 결코 나아질 수 없다. 즉 자기 삶의 스토리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 그는 온전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스토리의 시각으로 보면 현재의 어려운 삶은 극복한 후에 남겨질 영광스런 통과의례로 바라볼 수 있다. 즉 스토리는 현재 상황을 결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해준다. 꿈이나 목표를 버리지 않고 꿋꿋이 버텨낸다면 이 흐름의 끝에 해피엔딩이 기다릴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혼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삶을 타인들과 공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고 감동적인 스토리라고 해도 그것이 전해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허각과 백청강이 용기를 내서 무대에 오른 것처럼 우리들도 어느 시점에서는 자신만의 무대에 올라야 한다.

흔히들 허각과 백청강 같은 인물들의 스토리를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기적이라는 표현은 우연적인 사건을 이르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기적 같은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스토리가 대중들과 깊은 마음으로 공감하는 그 순간. 이것이 바로 기적이다. 이제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우리 역시 바로 이 기적의 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적의 스토리는 또 다른 사람들이 쓸 스토리의 전범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빈 원고지 하나씩을 갖고 태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원고지 위에 저마다 스토리를 써나간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스토리를 따라가지만 누군가는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이 시대가 주목하는 스토리는 후자다. 주인공이 되고 싶은가.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하고 노래하기 보다는 이제 스스로의 노래를 찾아 자신만의 원고지에 써보는 건 어떨까. 스토리의 시대는 당신만의 스토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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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 탭송'을 들고온 슈퍼스타K 4인방.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슈퍼스타K2'는 아마도 작년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이제 슈퍼스타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 대중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 의해 뽑혀지고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나간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죠. 그렇게 해서 뽑힌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지금도 그 감동적이었던 오디션 장면들이 여전히 기억에 생생한데요, 이들 슈퍼스타K 4인방이 '슈스케 탭송'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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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사회를 맡은 박지윤 아나운서. 해산한 지 얼마 안되었다는데 역시 한 미모 하시는...


'슈스케 탭송'은 물론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 브랜드 캠페인송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렇지만 이 노래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간 애니모션이나 햅틱미션, 아몰레드송 등의 노래들이 캠페인송에 머물지 않고 대중적인 사랑까지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효리나 손담비, 애프터스쿨 같은 톱 스타들이 그간의 주인공들이었죠. 그 연장선 위에 있는 '슈스케 탭송'은 '슈퍼스타K' 4인방을 끌어안으면서 좀더 진화된 형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먼저 의미가 새로운 것은 슈퍼스타K 4인방인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이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의 주모델로 선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껏, 그 자리는 이효리나 김연아 같은 늘 당대의 톱 셀러브리티들의 자리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대중들이 뽑은 대중들의 슈퍼스타들이 그 자리에 선다는 것은 꽤 의미심장한 일로 여겨집니다. 그것은 상품과 톱스타가 선망의 대상으로 이미지화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 좀더 대중 가까이 내려와 일상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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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보는 슈퍼스타K 허각과 존박. 진짜 형제같은 훈훈함이 여전하네.


'Life is Tab'. 이 슬로건이 모든 걸 말해줍니다. 탭과 일상을 같은 위치에 놓는다는 것이죠. 그러니 이 슬로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들로 슈퍼스타K 4인방만한 인물도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슈퍼스타K 4인방들은 일상적인 삶 속에서 노래를 하다가 꿈을 키웠고 그 꿈이 자라서 슈퍼스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슈스케 탭송'의 뮤직비디오가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은 일상과 꿈, 그리고 그 실현의 과정을 슈퍼미디어인 갤럭시 탭과 어떻게 함께 이뤄나가는가를 보여줍니다. 먼저 강승윤, 장재인, 허각, 존박의 평범한 일상이 보여지고, 그들에게 마치 '슈퍼스타K'가 다시 돌아온 듯한 미션이 떨어집니다. 허각은 노래를 만들고, 존박은 랩 가사를 붙이고, 장재인은 무대의상을 그리고 강승윤은 댄스를 덧붙이는 미션이 주어지고, 그것이 하나로 묶여지면서 무대 위에서의 '슈스케 탭송'으로 시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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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로 예뻐진다"는 말에 "다 화장빨이예요"하고 말해 빵 터트린 장재인. 늘 소년 같은 강승윤.


즉 꿈을 향해 달려가는 슈퍼스타K 4인방과 그것을 도와주는 슈퍼미디어로서의 갤럭시 탭을 같은 선 상에 놓은 것이죠. 그렇게 해서 하나로 묶여진 '슈스케 탭송'은 4인방의 완벽한 하모니를 그려내며 노래를 만들어냅니다. 흥미로운 것은 경쾌하고 신나는 '슈스케 탭송'이 4인방의 음색에 맞춰 네 가지 버전으로 편곡되었다는 점입니다. 속시원하게 질러주는 창법의 허각은 록 버전을, 감미로운 선율로 녹여내는 존박은 R&B 버전으로, 상큼하고 발랄한 목소리의 장재인은 경쾌한 스윙 재즈 버전으로, 톡톡 튀는 강승윤은 일렉트로닉 댄스 버전으로. 그리고 이 네 버전은 온라인상(http://www.lifeistab.com)에서 투표 이벤트를 통해 최고를 가리게 됩니다. '슈퍼스타K'의 또다른 버전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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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케 탭송'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장재혁 감독.


'슈스케 탭송'으로 만나게 된 '슈퍼스타K' 4인방과 슈퍼미디어를 꿈꾸는 갤럭시 탭은 이 이벤트처럼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과연 '슈퍼스타K' 4인방은 '슈스케 탭송'으로 세간의 뜨거운 반응을 다시 얻게 될까요. 갤럭시 탭은 이 노래를 통해 대중들의 꿈을 이뤄주는 슈퍼미디어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4인방이든 탭이든, 이들의 '슈퍼스타K'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중심에서 주변으로, '만들어진'에서 '만들어가는'

올해의 드라마로 손꼽히는 '추노'. 이 작품하면 떠오르는 배우는 주연급인 장혁, 오지호보다 성동일이다. 조연인데다, 그것도 악역인 성동일이 "나 천지호야!"라고 외쳤을 때 그 존재감은 주연급 이상이었다. 그래서 대중들은 그에게 기꺼이 '미친 존재감'이라는 칭호를 수여했다.

'무한도전'의 정형돈. 그는 존재감 없는 개그맨으로 캐릭터화 되어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뭐든 열심히는 하지만 웃기지는 못하는 그를 멤버들은 '웃기는 거 빼놓고는 뭐든 잘 하는' 존재로 불렀다. 그러던 정형돈의 예능 부적응 캐릭터는 그러나 올해 들어 뭐든 하기만 하면 빵빵 터지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친 존재감'은 이제 그의 새로운 캐릭터가 되었다.

'춘향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패러디한 영화 '방자전'에서 변학도 역할을 한 송새벽은 전혀 기대 밖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작품 자체가 방자와 이몽룡, 춘향을 중심으로 되어있는데다가 송새벽이라는 배우 역시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얘기할 때면 송새벽을 먼저 얘기할 정도로 그는 '미친 존재감'이 되었다.

성동일이나 정형돈, 그리고 송새벽 같은 배우나 개그맨은 물론 드라마나 예능에서 중심은 아니었지만 늘 변방에서 실력으로 주목을 끌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미친 존재감'이라는 칭호는 너무나 잘 어울린다. 즉 중심 바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니 '미친'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이다.

하지만 '동이'의 티벳궁녀 최나경이나 1초 유재석은 다르다. 잠깐 얼굴을 보였을 뿐인데 이들은 '미친 존재감'이라 불렸다. 그들은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냈다기보다는 대중들이 그 존재감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 휙 지나가는 순간 속에 지나치는 엑스트라의 얼굴을 포착하고는 대중들이 '티벳궁녀' 같은 의미를 부여한 것. 즉 '미친 존재감'이란 신조어에는 '변방'이라는 의미와 동시에, 대중들이 '만들어낸(혹은 찾아낸)' 존재라는 의미가 덧붙여진다.

그래서 이렇게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대중들이 '발견한' 존재들에게 붙는 일반명사가 되어간다. 주연과 조연은 작품의 제작자들이 구분해 부여하는 것이지만, '미친 존재감'은 그러한 구분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린다. '자이언트'의 정보석, '대물'의 차인표, 다수의 드라마에 등장하지만 늘 죽어버리는(하지만 존재감은 죽지 않는) 배우 김갑수, '닥터 챔프'의 1초 박지선 차경아, 늘 조역이지만 확실한 존재감으로 자리한 유해진.... 게다가 이제는 주연들마저 주연이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로 재편된다. '자이언트'의 이범수, '즐거운 나의 집'의 김혜수 등등.

즉 '미친 존재감'은 작품 내에 늘 존재하던 기존의 서열 구조를 깨뜨린다. 주연 조연 혹은 엑스트라로 구분되던 서열은 모두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로 들어오면서 '존재감이 있는' 캐릭터와 '존재감이 없는' 캐릭터로 양분된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은 제작자가 아니라 전적으로 대중들의 몫이 된다.

일종의 놀이처럼 보이지만 이 '미친 존재감'에는 올 한 해 대중들의 정서가 담겨져 있다. 올해 특히 민감했던 부분은 이른바 '루저'와 '위너'로 나뉘는 세상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이다. '루저녀'가 사회적 파장을 만들어내고, '슈퍼스타K2'가 변방에 있던 허각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은 이런 대중정서의 반영으로 보인다. 누군가에 의해 '루저'와 '위너'로 구분되는 세상에서 대중들은 그들만의 수평적인 구분 체계로서 '미친 존재감'이라는 그들만의 왕관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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