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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예능 장기 결방이 남긴 후유증들 천안함 사태로 인해 예능 프로그램이 거의 한 달째 결방되었다. 26일부터 29일까지 장례식이 치러질 예정이어서, 파업 중인 MBC를 제외하고 KBS나 SBS는 이번 주말부터 예능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방영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우리네 젊은이들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애도하는 마음을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과 연결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존재한다. 먼저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이 애도하는 마음 자체를 해칠 만큼 무의미하고 몰가치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힘겨운 현실에 예능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웃음은 그 자체로 공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억압을 웃음이라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웃음 속에..
대중문화 소비자 시대, 그 명과 암 혹자들은 '패밀리가 떴다2'와 '승승장구'의 낮은 시청률이 2PM 때문이라고 한다. 2PM의 재범 영구탈퇴 결정과 함께 팬들은 하루아침에 안티 팬으로 돌아섰고, 이로 인해 2PM에 대한 호감은 그만큼의 배신감으로 돌아섰다는 것. 그저 항간에 도는 소문이겠지만, 이러한 소문이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련의 2PM 사태와 그로인해 유포되는 다양한 루머들을 들여다보면 거기 이제 팬 문화에서 대중문화로 확대되어가는 징후들이 포착된다. 과거 기획사-아이돌그룹-팬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기획사가 주도하고 아이돌은 그걸 따라가며, 팬은 그런 아이돌에 열광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소비자시대에 들어서면서 소비자로서의 팬은 그 덩치를 키웠고 ..
알래스카 간 ‘무한도전’, 남극 도전하는 ‘1박2일’ ‘무한도전’이 알래스카로 날아갔다. ‘1박2일’의 남극행을 염두에 두었던 행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미션 자체는 지극히 ‘무한도전’다웠다. ‘알래스카에서 김상덕씨 찾기’라는 지극히 사소한 선택. 반면 ‘1박2일’이 남극에 가는 데는 그 프로그램 성격상 명분이라는 게 필요했다. ‘1박2일’의 취지 자체가 국내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을 구석구석 찾아가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박2일’이 남극에 가는 것은 물론 여행에 있어서 극점이라는 의미로서 어떤 로망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남극에 우리의 세종기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확장해서 바라보면 남극의 세종기지는 국내의 오지 섬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반면 ‘무한도전..
'패떴'의 창조적 해체가 바람직한 이유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가 1기의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새로운 '패떴'은 오는 25일 첫 촬영에 나선다고 한다. 지난 2008년 6월17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한때 30%가 넘는 시청률로 일요 버라이어티의 수위를 지켜왔으나 거듭된 악재와 패턴의 식상한 반복으로 내리막을 걷던 '패떴'은 이제 20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2기로 재정비되는 시점이다. 과연 '패떴1'의 해체와 '패떴2'의 시작은 바람직한 것일까. 먼저 왜 '패떴'이 이런 결과에 봉착했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패떴'에 쏟아졌던 많은 논란들과 그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제작진들, 그리고 캐릭터 운용의 실패 등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1박2일'과 비교해 '패떴'은 위기대처능..
버라이어티가 꾼 꿈, 어떻게 현실이 됐나 그 누가 쇼는 그저 쇼일 뿐이라고 했던가. ‘무한도전’이 말도 안 되는 포크레인과 삽질의 대결을 벌이던 시절에, 쇼는 그저 쇼일 뿐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아무런 맥락도 의미도 없이 그저 쇼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볼거리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몇 해가 지나면서 우리는 ‘무한도전’이라는 쇼 프로그램이 실제로 현실을 바꿔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봅슬레이를 빌려서 경기에 출전하던 국내 봅슬레이의 열악한 상황을 감동적인 도전을 통해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현재 올해 벤쿠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출전권까지 따놓은 한국 봅슬레이팀은 그 누구보다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 한 레스토랑에서 메뉴 런칭을 선보이기도 하고..
스토리를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든 변화들 "'1박2일'의 힘은 스토리텔링에서 나옵니다." '1박2일'의 이명한 PD는 그 힘을 스토리에서 찾았다. 파편적으로 뚝뚝 끊어지는 몇몇 재미들만으로는 '1박2일' 같은 파괴력은 나올 수 없다는 것. 이것은 2009년 들어와 소재적으로도 세대적으로도 폭이 넓어진 예능 프로그램의 한 특징이다. 이야기를 추구하는 버라이어티쇼들은 이제 전통적으로 웃음에만 천착하던 틀을 벗어나 이야기 자체가 주는 다양한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무한도전'의 '여드름 브레이크' 같은 경우, 만일 웃음이라는 포인트로만 본다면 그다지 재미있는 소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소재는 버라이어티쇼가 이제는 웃음을 넘어서 서스펜스 같은 새로운 영역의 재미를 끌..
예능의 새 판도, 땀은 웃음보다 진하다 21.0975km. 꼴찌로 다리를 절룩거리며 들어오는 이경규와 이윤석을 보던 김성민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 얼굴을 본 이경규 역시 눈물을 흘렸다. 애초에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대회 참가 자체가 무리라고 했던 이윤석은 수차례 멈추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승점을 넘어섰다. "뭐 하나 끝까지 한 게 없다"는 자책감에 "이번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고 이윤석은 말했다. 전편에 마라톤을 준비하며 큰 웃음을 주었던 '남자의 자격-마라톤 도전'편은 후편에 웃음에 대한 강박이 없었다. 그저 진정성이 깃든 값진 땀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쇼는 웃음 그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예능의 새로운 판도로서 땀이 주는 진실된 이야기가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1박2일..
예능 프로그램, 무엇이 공익일까 이른바 공익 예능프로그램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1박2일’은 애초 기획의도에서부터 일정부분 공익성을 담고 있었다. 바로 우리네 관광자원의 발굴과 오지에 대한 조명 등이 그것이다. ‘무한도전’은 초기 도전을 통한 성장 버라이어티로 시작해서 점점 성장의 정점에 이르자, 그 도전의 공익적 성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도전하는 국내 봅슬레이팀들을 위해 그 스포츠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이나,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뉴욕으로 달려가는 것, 혹은 각종 사회적 이슈들은 소재 속에 녹여내는 방식은 ‘무한도전’ 특유의 공익을 보여준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전형적인 스포츠 버라이어티지만 사회체육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야구라는 스포츠의 저변을 알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