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예능의 새 강자, '밤이면 밤마다'의 재미요소는?

'야심만만'이 시즌2를 시작하면서 SBS의 월요 예능은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야심만만'이 폐지되고 '긴급출동 SOS24'가 편성됐고, 그 후로 월요 예능은 MBC '놀러와'의 독주 체제로 이어졌다. 이 독주를 막은 건 SBS에서 신설된 '밤이면 밤마다'. 청문회 형식을 들고 온 이 토크쇼는 이제 2회 만에 11.2%(AGB닐슨)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놀러와(11.5%)'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해피버스데이'가 폐지되고 신설된 KBS의 월요예능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4% 대의 시청률로 추락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 '놀러와'의 대항마로 자리한 '밤이면 밤마다'의 재미 포인트는 무엇일까.

먼저 '놀러와'와 차별화되는 것은 청문회라는 형식이다. '놀러와'는 말 그대로 게스트 지상주의를 내세우는 토크쇼. 따라서 게스트들을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게 포인트다. 하지만 이 형식은 자칫 토크쇼 분위기 자체가 느슨하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나치게 게스트 띄워주기 논란이 종종 등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반면 '밤이면 밤마다'는 청문회라는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MC들과 게스트 사이에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게스트는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MC들은 '위원'으로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렇지만 만일 이런 구도만으로 이 토크쇼가 이어졌다면 지나친 사생활 캐내기 토크쇼로 전락했을 지도 모른다. '밤이면 밤마다'는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안전장치를 집어넣었다. 즉 게스트를 두 명 세우고 질문을 하는 위원들도 두 편으로 나누어 대결구도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렇게 되자 자기 편에 있는 게스트에 상대편이 민감한 질문을 던졌을 때 청문회 위원은 이를 방어해주는 역할이 가능해진다. 게스트로 출연한 조영남에게 탁재훈이 "얘기하기 곤란하신 게 있으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청문회 형식에 대결구도를 집어넣음으로써 토크쇼는 팽팽한 긴장감과 동시에 어떤 균형감각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여기서 질문을 던지는 MC들은 게스트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것만큼 자기 자신의 예능감을 선보이려 노력한다. 전성기 때의 토크감을 살려내고 있는 탁재훈은 그다지 중요하다싶지 않은 질문들을 엉뚱하게 던짐으로써 의외의 웃음을 선사하고, 박명수는 특유의 호통과 어눌함을 넘나드는 면모로 웃음을 준다. 대성과 정용화는 같은 아이돌이지만 서로 다른 이미지로 묘한 대결구도의 재미를 주고, 유이는 분위기를 젊고 부드럽게 만들어낸다. 김제동이 가진 어록 토크의 진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즉 MC들의 목적 속에는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는 것이 우선적으로 들어있기 때문에 자칫 게스트에게서만 사적인 이야기를 빼먹는 자극적인 접근을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자세히 뜯어보면 알아차릴 수 있듯이, '밤이면 밤마다'는 여러모로 원조 '야심만만'을 닮았다. 형식이 설문에서 청문회로 바뀐 것뿐이다. 즉 게스트와 MC간의 대결구도는 청문회 형식 속으로 들어가면서 상황극이 주는 편안함을 제공하고, 그 속에서 게스트의 개인사들이 줄줄이 뽑아져 나온다. 타인의 설문 속에 게스트가 자신의 경험담을 끄집어내던 방식처럼, 이 청문회 형식 역시 좀 더 자연스럽게 개인사를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야심만만'을 연출했던 최영인PD의 성향으로 보인다. 게스트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한 뾰족한 면이 있지만 그것을 최대한 부드럽게 해주는 형식을 도입하는 것. 이것이 '밤이면 밤마다'가 독주하던 '놀러와'를 긴장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예능의 자격, 몸 개그 말 개그보다 더 필요한 공감

'남자의 자격'의 '남자, 새로운 생명을 만나다'편이 우리에게 준 감동의 실체는 무엇일까. 먼저 이번 소재가 다름 아닌 생명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여기 등장한 개들은 인간에게 한 번씩 버림을 받았던 존재들이다. 그러니 그들을 거두어 그 상처 입은 생명을 보듬고 마음을 여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어찌 감동이 없을까. 이 감동은 제작진이 이 소재를 101가지 아이템 중 하나로 선정하는 순간부터 예고되어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일까. 아무리 학대를 받아온 덕구가 가진 이야기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해도, 그 덕구를 진심으로 쓰다듬어주고 아낌없이 사랑을 줌으로써 그 마음을 열게 하는 김국진이 있지 않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이 예능이 준 감동의 다른 반쪽은 다름 아닌 멤버들의 진정성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 소재에서 진정성이란 꾸며지기조차 어렵다. 그 상대가 해주는 대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인 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개들은 마음을 닫고 있다).

물론 '남자의 자격' 제작진은 이 소재가 줄 수 있는 감동 포인트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아무런 인위적인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 소재에서 주로 주목받는 짝은 덕구와 김국진, 그리고 제제와 김성민이다. 물론 이건 상대적이다. 모든 개들이 보여준 변화는 그 자체로 감동이지만, 어느 정도 각각의 짝들 간의 소통에는 차이가 느껴진다.

특히 김태원은 짝을 이룬 깜돌이에게 기타로 '넬라 판타지아'를 연주해주었지만 여전히 어색한 관계를 보여주었다. "나하고 안 맞는 것 같다"는 솔직한 얘기가 나오고, 거기에 대해 이경규가 모든 사람에게 애견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말을 자연스럽게 건네는 것은 덕구와 김국진이 기적 같이 서로를 공감하게 된 이야기만큼 중요하다. 진정성은 이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균형 감각에서 나오게 된다.

억지로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것처럼, '남자의 자격'은 또한 억지로 웃음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번 소재에서 '남자의 자격'이 주는 웃음 포인트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김국진의 재치있는 멘트들, 예를 들면 서로 애정을 확인한 후부터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는 진술이나, 이경규가 남순이에게 "네가 말만 하면 팔자를 고칠 수 있다"고 말하거나, 김성민을 그대로 빼닮은 개의 행동, 또 마지막에 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이는 김태원에게 개들이 서로 모여들고 영역표시(?)를 하는 장면 등 웃음 포인트 자체가 소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웃기기 위해서 어떤 인위적인 설정을 가미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 '남자의 자격'이 가진 웃음의 특징이다.

이렇다보니 '남자의 자격'은 말 개그나 몸 개그에 그다지 집착하는 모습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공감하는 재미'가 있다. 이런 점은 자극으로 치닫는 작금의 예능 프로그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작정한 듯 상황을 시끄럽게 몰고 간다. 심지어 시끄럽지 않으면 인기 없는 프로그램이 되는 것처럼.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개념 후배가 자신에게 굴욕을 주었다고 말한다거나, 한때 사귀었거나 사귈 뻔한 동료 연예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심지어 자연스러워 보일 지경이다.

이경규는 우스갯소리로 개에게 "말을 해. 고맙다고."라고 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자, 새로운 생명을 만나다'편이 우리의 마음을 울린 것은 거기에 말이 아닌 온 몸으로 전해지는 진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말이나 행동이 사라진 곳에서 우리는 공감을 발견한다. '남자의 자격'이 보여주는 이 '자연스러운 공감'은 작금의 예능이 가져야할 새로운 자격이 아닐까. 예능 하면 우리는 화려한 개인기나 포복절도의 몸 개그 아니면 현란한 토크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만이 예능의 자격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남자의 자격'은 지금 예능들에서 좀체 찾기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그 자격을 보여주고 있다.

한 남자를 가진 '두 여자', 서로를 이해하다

남편의 불륜녀, 만약 당신이라면 궁금한가. '두 여자'는 바로 이 모티브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래서 찾아낸 불륜녀와 조강지처가 드잡이를 하는 장면을 떠올리지는 말자. 이 영화는 그런 통속적인 치정극이 아니다. 오히려 이 두 여자가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한다.

흔한 치정극이었다면, 불륜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조합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결국 남편이 뒤늦게 뉘우치고 조강지처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아예 조강지처를 버리고 불륜녀에게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 3의 길을 선택한다. 조강지처와 불륜녀가 만나 여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 

산부인과 의사인 소영(신은경)은 남편 지석(정준호)의 제자이자 불륜녀인 수지(심이영)를 알게 되지만 분노하기는커녕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수지의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소영은 수지에게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라고 말하고, 그녀의 남편이 자신이 사랑하는 지석인 줄 모르는 수지는 "어떻게 이렇게 멋진 여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냐"고 말한다.

즉 불륜이라는 상황을 소영이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것인 양 객관화하자 두 여자는 서로의 처지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던 것. 두 여자가 여행을 떠나 벌거벗은 채 함께 목욕을 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웃고 울고 화내는 시퀀스는 그래서 이 영화를 가장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조강지처니 불륜녀로 규정되던 그녀들의 관계는 훌훌 벗겨지고 대신 같은 여성으로서의 존재가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이 영화는 한 남자와 두 여자가 함께 누워있는 포스터가 환기하는 것처럼 상당히 노출수위가 높고 파격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하다기보다는 슬프게 느껴지는 베드신은 영화가 표피적인 자극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몸짓 이면에 숨겨진 두 여성의 절절한 심리를 진지하게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은경은 분노와 공감이 교차하는 이 복잡한 심리를 온몸을 던져 표현해낸다. 어찌 보면 두 여자 사이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남자에 머무를 수도 있었던 지석이라는 캐릭터를 그저 피상적인 불륜남 이상으로 연기해낸 정준호의 존재감도 빛난다. 물론 수지라는 또 하나의 축을 제대로 연기해낸 심이영의 때론 풋풋하고 때론 요염한 면면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이들의 팽팽한 연기가 균형을 이루었기에, '두 여자'가 보여주는 독특한 공감이 가능해졌다.

이 영화가 바라보는 사랑에 대한 시선은 비관적이다. 소영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해지듯 사랑은 결국 부질없는 환상이고 결국 우리 모두는 혼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랑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 끝에 이 영화는 여성과 여성 사이에 어떤 동지의식 같은 것을 그려 넣는다. 소영과 수지가 긴 터널을 지나 어렵게 잡게 된 그 두 손이 억지스럽지 않고 오히려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 것은 이 영화의 공감이 적지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

'대물'에 대한 정계와 대중들의 온도차, 왜?

정치를 다뤄서일까. '대물'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대단히 민감하다. 초반 작가와 연출자가 교체된 것에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 물론 그건 하나의 루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그만큼 '대물'이 다루는 정치 소재들을 현실 정치가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대물'의 서혜림(고현정)을 박근혜 전 대표와 비교하기도 한다. 실제로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서혜림이 박근혜 전 대표와 닮았다며 '대물'의 인기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로 극 중에 서혜림이 선거 유세 중 테러를 당해 병원에 누워 있다가 의식을 회복하고는 "유세장은요?"하고 말하는 대사는 비슷한 일을 겪었던 박근혜 전 대표를 떠올리게 한다.

'대물'에서 부정부패의 상징처럼 그려지는 집권당 민우당의 이름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합쳐놓은 듯 하다는 의견 때문에 민주당측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처럼 지나치게 당리당략에만 빠져있는 모습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집권당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대물'의 하도야(권상우) 검사의 돈키호테 같은 행동이 인기를 끌자,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여야 의원 11명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검찰이 '대물' 때문에 그렇게 기가 살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선으로 정치권은 악으로 그려지는 '대물'의 대결구도 때문에 검찰의 수사에 대중들은 마치 하검사가 조배호 대표(박근형)를 수사하는 것 같은 통쾌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대물' 만큼 정계의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이 '슈퍼스타K2'라는 점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슈퍼스타K2'에서 최종 우승자가 된 허각씨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키도 작고 출신도 별 볼일 없는 허각씨에게 평범한 국민이 하나 둘씩 관심을 갖고 130만 표까지 모아 줬다"며 "이것이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또 측근들에게는 “허각씨 같은 사람이 우승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공정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한다.

'슈퍼스타K2'를 빗대 박근혜 위기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슈퍼스타K2'의 장재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 친박계 모임인 여의포럼 세미나에서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이택수가 대표가 최근 진보진형의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라며 한 얘기다. 즉 초반에 1위를 달리다가 결국 허각과 존박에게 1,2위를 넘겨주고 3위로 떨어진 장재인처럼 박근혜 전 대표도 차기대선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계가 이처럼 '대물'에 민감한 반면, 대중들의 반응은 사뭇 상반된다. '대물'이 그리고 있는 정치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서혜림이 하는 정치의 모습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공감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드라마 제작진들은 다시 이 약화된 서혜림 캐릭터를 다시 공감 있는 캐릭터로 세우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렇게 반응이 다를까. 정작 대중들은 '대물'을 보며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데, 왜 정계에서는 이 작품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이며 민감한 반응을 보일까. 대중들이 정치인들보다 훨씬 더 대중문화를 보는 식견이 높아서일까.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물'에서 조배호 대표가 실제 민생정치와는 상관없이 이미지 정치를 하는 것처럼, 작금의 정계가 그만큼 이미지 정치에 민감하다는 반증은 아닐까. 제 논에 물 대듯, 뜨고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정계의 반응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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