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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네모난 세상

이정명 작가가 말하는 ‘바람의 화원’ “‘바람의 화원’은 바람 같은 작품”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다. 아니 이건 인터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강남의 한 찻집에서 그를 만났고 차를 마시며 ‘바람의 화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인적인 사생활을 중시해 인터뷰를 극도로 꺼린다는 ‘바람의 화원’의 이정명 작가를 만나기 위해 필자는 사진기와 녹음기, 심지어는 노트까지 포기했다. 대신 이야기를 들을 작정이었다. 그러니 이 글은 애초부터 인터뷰 형식에 앉혀질 운명이 아니었다. 다만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바람처럼 떠다니는 이정명 작가의 이야기, 그 단편들을 적어놓은 것일 뿐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이 막연함 속에서 이정명 작가가 신윤복의 그림을 앞에 두고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며 느꼈을 막막함과 또 그 속의 어떤 설렘을 고스란히 느낄.. 더보기
HD로 보니 자연다큐가 사네 MBC 스페셜, ‘순천만 도둑게’ 어쩌면 자연이 이다지도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HD 방송을 HDTV로 보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색의 감동이다. 그 선명한 색들 속에서 자연의 생명들은 진짜 살아서 꿈틀꿈틀 화면 밖으로 기어 나올 것만 같다. 국제 환경회의인 람사르 총회를 맞아 특집으로 방송된 MBC 스페셜, ‘순천만 도둑게’에서는 순천만 갯벌에 사는 도둑게를 비롯해, 짱뚱어, 망둥어, 낙지 같은 갯벌생명들을 멀리 떨어진 이 TV 앞까지 생생히 전해주었다. 도둑게는 갯벌에서 뚝방을 넘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들어와 음식을 훔쳐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HD 영상은 도둑게가 거의 직각에 가까운 뚝방을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기어오르는 장면과, 닫혀진 부엌문을 넘지 못해 닭똥, 심지어 개 사료까지 훔쳐먹는 장.. 더보기
드라마 위기 예능으로 넘기, 문제는 없나 결국은 상업적인 선택 다른 선택은 할 수 없나 드라마 시대는 가고 예능 시대가 오나. 한 때 드라마는 방송사의 얼굴이었다. 어떤 드라마가 방영되고 얼마만큼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느냐는 그 자체로 방송사에 수익을 올려주면서 동시에 방송사의 이미지를 제고시켜주었다. 하지만 경제상황 악화로 광고시장이 위축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으로 드라마는 상업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떨어져 가는 수익성은 방송사에 이득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부담이 되었다. 드라마는 더 이상 수익도 이미지도 올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가 빠진 자리에 채워질 것이 예능 프로그램이란다. MBC는 주말 특별 기획 드라마를 폐지하는 대신 그 자리에 ‘명랑히어로’를 전진 배치.. 더보기
한 TV비평 웹진의 휴간이 말해주는 것 ‘드라마틱’에 이은 ‘매거진T’의 휴간, TV비평은 어디로? TV가 가진 엄청난 힘에도 불구하고 TV비평은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국내 유일의 드라마 전문 비평 오프라인 잡지였던 ‘드라마틱’이 2008년 2월호를 마지막으로 무기한 휴간을 결정한 데 있어, 온라인 TV비평웹진인 ‘매거진T’ 역시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잠정적인 휴간을 결정해 많은 애독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편집장, 백은하씨가 27일 남긴 글에 의하면 ‘매거진T’가 재정적자에 이른 이유로, ‘충분한 재화로 보상받기에 턱없이 부족한 웹 기사의 가치’그리고 수금체계 자체가 없는 ‘공짜정보’로서의 웹진이 가진 한계를 들었다. 백은하 편집장은 “지난 2년 5개월은 단 한 걸음도 쉬웠던 적이 없었다”며 그 힘겨움을 토로했다. ‘매거진.. 더보기
강마에에 이어 신윤복 신드롬까지, 왜? 신드롬 만드는 수목 드라마들, 그 힘의 원천은? 거침없는 독설 사이 언뜻언뜻 보이는 따뜻한 면모로 순식간에 전국에 강마에 바이러스를 퍼뜨린 MBC ‘베토벤 바이러스’. 그리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시대의 천재 화원 신윤복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SBS ‘바람의 화원’. 이 두 수목드라마는 지금 단순한 드라마 그 이상의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그 신드롬을 촉발시킨 것일까. 고급예술이라고? 서민들거야! 이 두 드라마가 다루고 있는 것은 공교롭게도 그동안 고급예술로 치부되어 왔던 클래식과 고미술이다. 드라마는커녕 TV라는 대중매체 속에서도 그리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이 두 소재는 그러나 이들 드라마로 들어오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들이 클래식과 고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