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네모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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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루저가 만나면 폭탄이 되는 사회옛글들/네모난 세상 2010. 1. 23. 08:18
불황이 만들어낸 마이너리티 감성 만일 당신이 사회의 정신적인 뇌관을 건드리는 테러리스트라면, 우리 사회만큼 간단한 테러 목표도 없을 것이다. 그저 남자라는 단어와 '루저'라는 단어를 붙여 넣기만 하면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테니까. '미녀들의 수다'의 한 여대생이 "남자 키 180cm 이하면 루저"라는 말 한 마디가 일으킨 대폭발(?)은 지금 우리 사회가 이 부분에 있어서 얼마나 민감해져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불황에 남녀 구분이 있을까마는 아마도 상대적인 박탈감은 남성들이 더 할 것이다. 본래 높은 위치에 계시던 분이 진창으로 나서야 그 힘겨움을 더 느끼게 되는 법 아닌가. 남성들은 가부장제적 사회 속에서 이제 조금씩 남녀평등의 사회로 이행해가고 있는 중이고, 차츰 자신들이 가졌던 이성적 능력보다,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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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와 '아마존의 눈물'옛글들/네모난 세상 2010. 1. 15. 00:14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들 2009년에 개봉한 영화 '2012'의 쓰나미는 온 지구를 삼켜버리지만 그 이유는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뭐 과학적인 이론이야 그럴싸하지만 과연 그런 지구 종말이, 그저 예언되어진 대로 벌어지는 것일 뿐, 인간과는 무관하다는 태도는 심지어 무책임하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하긴 할리우드에서 흥행을 위해 만들어진 재앙 블록버스터에서 윤리적인 측면까지 기대한다는 건 좀 지나쳐 보이기까지 한다. 재앙이 벌어졌으나 거기에 인간의 죄는 묻지 않는 태도, 끔찍한 지옥도가 펼쳐지지만 먼 거리에서만 바라봐 그 지옥도조차 스펙타클로 여겨지게 만드는 할리우드 CG의 놀라움 앞에서 환경 문제 같은 이야기는 쑥 들어가 버린다. 코맥 매카시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더 로드'는 이야기가 약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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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아마존의 생고생을 자처했을까옛글들/네모난 세상 2009. 12. 19. 08:29
'아마존의 눈물', 무엇이 문명이고 무엇이 야만인가 MBC창사특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프롤로그 '슬픈 열대 속으로'가 살짝 보여준 속살은 실로 시선을 뗄 수 없는 문화적 충격과 이국의 자연이 주는 경이의 연속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옷 한 가지 걸치지 않고 살아가는 자연 그대로의 원주민들의 모습이었다. 마치 에덴을 빠져나오기 전의 아담과 이브처럼 거리낌 없는 모습. 하지만 원시 그대로의 몸에 옷을 걸쳐 입고 활 대신 총을 들고 사냥에 나서는 문명의 바람을 쐰 흔적이 역력한 몇몇 원주민들의 모습은 작금의 아마존이 무엇으로 병들어가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레비-스트로스가 '슬픈 열대'라는 인류학의 기록을 통해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했듯이, '아마존의 눈물'은 문명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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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영웅들은 왜 서민적일까?옛글들/네모난 세상 2009. 11. 27. 07:30
대중은 지금 서민들의 영웅을 원한다 영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덕여왕'은 대부분의 사극이 그러하듯이 수많은 영웅들의 탄생과 성장을 그려냈다. 그 중 덕만(이요원)과 미실(고현정)은 난무하는 칼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세 치 혀만으로도 충분한 정치적 지도력을 선보이며 여성 영웅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여성성의 시대, 이 여성 영웅들의 리더십은 꿈꾸지 않는 작금의 현실 정치가 희구하는 것으로, 대중들은 그 강력한 판타지 속으로 빠져들었다. 덕만과 미실이 그 시대의 정점에 서서 그 통치를 통해 현실을 개척해나가는 영웅이라면, '아이리스'의 현준(이병헌)은 시대가 꺾어버린 개인의 삶을 복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래서 그것이 결국은 시대를 바꿔버리는 그런 영웅이다. 그 시대란 다름 아닌 남북분단의 상황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