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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캡틴', 제대로 된 드라마 좀 부탁해요 '부탁해요 캡틴', 억지와 우연의 남발 이런 관계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부탁해요 캡틴'의 김윤성(지진희)과 한다진(구혜선)은 같은 비행기를 타는 기장과 부조종사다. 그런데 이 둘의 관계는 너무나 우연적이다. 한다진의 아버지가 기장이었을 때 김윤성이 부조종사로 비행기를 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은 이게 다가 아니다. 마침 한다진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녀의 어머니가 임신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탄 비행기가 하필이면 한다진의 아버지와 김윤성이 조종하는 비행기였고, 하필이면 그 날 또 처음으로 조종관을 잡은 김윤성이 실수를 저질러 비행기가 몹시 흔들리게 된다. 그런데 또 마침 그 때 한다진의 어머니가 화장실에 있다가 배를 부딪쳐 하혈을 하게 되고 그래서 비행기에서 아이를 낳고는 죽게 된다. 이 정도면.. 더보기
'빛과 그림자' 특정인물과 상관없음, 진짜? '빛과 그림자'와 역사 속 실제인물 '이 드라마는 특정인물이나 사건과 관련이 없으며 당시 시대상을 배경으로 창작되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시작 전에 이런 자막을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 '빛과 그림자'도 그런 드라마 중 하나다. 특정 시대를 다루기 때문에 그 시대의 인물들이 드라마 속 인물과 겹쳐져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이런 자막을 내보내도 드라마 속 인물들이 역사 속 실제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그래서 자막을 굳이 붙이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빛과 그림자' 같은 시대극은 이 가상의 캐릭터와 실제인물을 맞춰보는 재미 역시 쏠쏠한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빛과 그림자'는 현대사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했던(물론 실제로는 암울한 역사였지만) 박정희 군부독재 시절을.. 더보기
정은궐, 이정명, 이들에 주목하는 이유 '뿌나'에서 '해품달'까지, 팩션 사극을 연 대표작가들 '해를 품은 달'이 방영 시작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데는 정은궐 작가라는 원작자의 작품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성균관 스캔들'의 원작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쓴 작가다. '성균관 스캔들'은 사극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역사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적 배경을 과거로 돌린 채, 그 안에서 지극히 현대적인 청춘멜로를 담아냄으로써 사극의 외연을 확장시켰다. 청춘멜로나 사극 이 두 장르는 모두 어떤 침체기에 접어 들어있었지만, 이 두 이질적인 두 장르가 합쳐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겨났다. 청춘멜로가 갖는 어딘지 지나치게 가벼운 비현실적 느낌은 사극을 만나 그 무게감을 확보하게 되었다. 사극 특유의 강한 극성은.. 더보기
여진구와 김유정, 이건 아역이 아냐 '해품달', 아역만으로 25%, 성인역은? 세자빈으로 간택 받았으나 저주를 받아 원인 모를 병에 걸려버린 연우(김유정)는 결국 궁 밖으로 쫓겨나고, 그걸 바라보는 세자 이훤(여진구)은 오열한다. 간택되기 위한 수많은 궁궐 내의 암투와 그로 인해 사가로 내쫓겨지는 설정은 사극의 오래된 소재다. 하지만 이 닳고 닳은 소재가 이토록 절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그것이 어른이 아닌 아이이기 때문일 게다. 겉모습은 세자와 세자빈이지만, 그 껍질을 벗겨내면 결국 아이들일뿐인 그 어린 상처를 바라보게 만드는 절절함. 그런데 이 아역들이 보통내기들이 아니다. 연우를 연기하는 김유정의 눈빛은 어린 나이에도 연정에 설레는 여인의 태가 제법 느껴진다. 안정감 있는 목소리에서는 그 단정한 기품마저 전해지고, 그런 아이가 .. 더보기
'브레인', 우리를 열광하게 한 것들 '브레인', 심지어 컬트적인 문제작 "이건 우리의 마음이거든요. 사람이 마음을 만질 수 있다는 게, 신경외과 의사가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이토록 경이로운 뇌를 만져온 인생을 바친 저는 여한이 없습니다. 뇌를 통해서 사람을 이해했고 연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브레인'의 뇌의학자 김상철(정진영) 교수의 이 진술은 마치 작가의 진술처럼 들린다. '브레인'의 작가는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뇌를 들여다보고 만짐으로써 그들을 이해하고 연민하는 지금까지 어떤 드라마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 드라마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브레인'은 확실히 지금까지의 어떤 드라마와도 다르고, 특히 그 어떤 의학드라마와도 차별화되어 있다. 환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드라마는 그러나 흥미롭게도 그 의사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