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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사회극을 꿈꾼 공포극, 그 미완의 이유 ‘혼’을 담은 문제작, 왜 마침표를 못찍었나 “사람들은 작은 것에는 분노하지만 큰 것에는 분노하지 않아. 왜? 허락되어 있지 않으니까.” 백도식(김갑수)은 진정 분노해야할 대상에는 분노하지 않고 엉뚱한 것에 분노함으로써 스스로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인간들을 비웃는다. 그러면서 불쑥 정치 이야기를 꺼내든다. “그래서 정치를 좀 해보려구 해.” ‘혼’에서 악역을 맡고 있는 백도식이란 인물의 대사를 들여다보면 이 드라마가 그저 공포극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정의는 법을 이길 수 없거든.” 법과 정의에 대한 그의 대사는 아프게도 현실이다. 그러니 법을 이길 수 없는 피해자들은 법 외부의 힘으로 가해자들을 응징하려 한다. ‘혼’이라는 공포물의 탄생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한다. 가해자.. 더보기
어디서 본 듯, 2% 부족한 드라마들 ‘아가씨를 부탁해’, ‘태양을 삼켜라’, ‘천만번 사랑해’ 어딘지 2% 부족한 드라마들이 있다. 그저 보고는 있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설정과 장면들이 나올 때면 왜 이걸 보고 있어야 하는 생각이 드는 드라마들. 시청률은 그다지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더 좋아질 것 같지도 않은 드라마들. 어째서 이런 어정쩡한 드라마들이 나오는 것일까. ‘꽃보다 남자’의 아류작(?), ‘아가씨를 부탁해’ ‘꽃보다 남자’의 아류작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아가씨를 부탁해’. 실제로 이 드라마는 ‘꽃보다 남자’가 갖고 있는 소구점들을 거의 똑같이 활용하고 있다. 먼저 판타지에서나 볼 법한 초부유층의 환상을 드라마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 똑같다. 하인들과 집사들, 거의 성을 연상시키는 집, 잘 빠진 스포츠카에 패션쇼를 연상.. 더보기
임주은, 그 '혼'을 살린 연기의 비결 임주은, 빙의연기가 끄집어낸 그녀의 스펙트럼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여고생 같은 이미지였다. '메리대구 공방전'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되바라진 중학생 역할을 했던 임주은이었기에 그것은 더욱 그랬다. 그 지나치게 평범해 보이는 얼굴은 임주은이라는 연기자를 그저 지나치게 만들었다. '여고괴담'류의 이제는 트렌디해 보이는 여고생 원혼의 연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귀신에 빙의되는 윤하나라는 연기를 해야 하는 임주은은, 평범한 여고생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분노로 일그러진 원혼들의 얼굴로 변모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신은 임주은이라는 평범해 보이는 연기자의 속에 꽤 많이 내재된 연기의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혼'은 표현이 자극적일지는 몰라도, 완성도로 보면 명품이라고 할 .. 더보기
남성 드라마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 '드림', '친구', '태삼', 그들은 도대체 왜 싸우는 걸까 그만큼 키워줬는데 내 뒤통수를 치려 해? 드라마 '드림'에서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 에이전트 회사인 슈퍼스타코프 사장인 강경탁(박상원)이 남제일(주진모)에게 갖는 불만이다. 한편 남제일은 입장이 다르다. 충성해서 이만큼 회사를 키워냈는데 고작 나를 이렇게 취급해? 그는 개처럼 충성하며 회사를 키워온 자신을 바닥으로 내친 강경탁과 맞선다. 그런데 여기에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이들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 서 있고, 분명 남제일이 선이고 강경탁이 악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결과정에서 보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측면도 있다는 점이다. "내가 사람 하나는 제대로 가르쳤군", 하고 강경탁은 자신의 뒤통수를 치는 남제일을 인정하고 남제일 역시 그.. 더보기
‘선덕여왕’ 시청률 50%, 꿈이 아닌 이유 사극의 힘, 여성 시청층의 힘, 스토리텔링의 힘 26회 만에 40%에 도달한 ‘선덕여왕’의 시청률 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이제 반환점을 돈 상태로 드라마의 스토리구조를 기승전결로 봤을 때, 이제 겨우 승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시점의 시청률이기 때문에, 한층 고조될 극의 정황상 50%를 예감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닐 것이다. 보통 드라마라면 꿈도 꾸지 못할 시청률 50%를 쉽게 얘기하게 만드는 ‘선덕여왕’만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극의 힘 - 2000년 들어 50% 넘긴 드라마, 사극이 100% 그 첫 번째 이유는 기존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통계적으로 말해준다. 2000년대 이전, 드라마 전성시대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던 50% 시청률의 드라마는 2000년을 넘기면서 사실상 찾기가 어려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