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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드라마 곱씹기

'선덕여왕'에 뜬 달인, 죽방고도 감초 연기의 대가 이문식, '선덕여왕'이 재발견한 감초, 류담 "니들 위장이란 거 해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말어." '개그콘서트' 달인 코너의 대사가 아니다. '선덕여왕'에서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죽방(이문식)과 고도(류담)가 나누는 대화 중 하나다. 덕만(이요원)이 미실에게 접근하기 위해 용화향도들까지 속인 것에 대해 마치 죽방이 그것이 위장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너스레를 떠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고도 역할의 류담이 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아휴 지겨워. 맨날 말을 말래." 이것은 '개그콘서트' 달인의 패러디다. 달인 김병만이 늘 하는 말, "안 해봤으면 말을 말라"는 그 말을 '선덕여왕'의 죽방고도가 나누는 웃음의 코드로 끌어들인 것이다. '선덕여왕'의 죽방고도 콤비만.. 더보기
'찬란한 유산', 우리가 그녀에게 한 짓들 '찬란한 유산', 핏줄의식에 대한 애증을 넘어서 '찬란한 유산'이 40% 시청률을 넘었다. 이런 드라마를 우리는 국민드라마라고 부른다. 도대체 무엇이 '찬란한 유산'을 국민드라마로 만들었을까.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극중 주인공인 고은성(한효주)이라는 캐릭터다. 고은성이라는 캐릭터가 국민들을 때론 울리고 때론 기쁘게 했던 것은 그녀가 가진 두 가지 측면, 즉 그녀의 추락과 상승 때문이다. 그녀가 추락할 때 우리는 그녀를 한없는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가 상승할 때 그 승리의 기쁨을 함께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 추락과 상승에 한 가지 모티브가 얽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핏줄의식이다. 고은성을 추락시키는 것은 백성희(김미숙)의 친딸인 승미(문채원)에 대.. 더보기
'트리플'에 대한 비난은 어디서 오나 대중의 기대와 작품 사이, 소통의 실패가 가져온 결과 결혼과 연애 사이, 오빠와 연인 사이, 우정과 사랑 사이. 이처럼 중간에 서 있는 것은 그만큼 오인 받을 소지가 많다. 결혼과 연애 사이에 서 있는 것은 문란한 방탕으로 보이기 쉽고, 오빠와 연인 사이에 서 있는 것은 근친상간을 연상케 하며, 우정과 사랑 사이에 서 있는 것은 불륜으로 보이기 쉽다. 특히 우리처럼 이쪽 아니면 저쪽이어야 하는 것이 마치 당위처럼 강요되는 사회 속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양쪽으로부터 공격받는. 그러니 '트리플'은 한 가지도 오인 받고 비난받기 쉬운 어려운 난이도의 소재들을 무려 세 가지나 동시에 돌아야 하는 드라마다. '트리플'이 가진 화법의 문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알 수 없는 초반부의 .. 더보기
'결혼 못하는 남자', 왜 더 매력적일까 결혼 권하는 사회에 대한 도발, '결못남' '결혼 못하는 남자'는 언뜻 보기에는 이 결혼적령기를 지나 혼자 살아가는 남자, 조재희(지진희)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의 드라마처럼 보인다. 다들 하는 것을 '못하고' 있는 이상한 성격의 남자, 조재희의 행동에 주변사람들은 "재수 없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 먹는 저녁에 정성껏 스테이크를 굽고 와인까지 챙겨먹는 모습은 자신의 고독감을 속이려는 행동으로 보인다. 심지어 고깃집에 혼자 앉아 고기 맛을 음미하며 먹는 모습은 측은하게까지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결혼 못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측은한 생각과는 달리, 보면 볼수록 마음 한 편으로 이 남자가 꽤 매력이 있고, 또 심지어 이 남자의 생활이 부럽기까지 한 것은 왜일까. 아마도 그 첫.. 더보기
'찬란한 유산'이 깬 대박 공식 세 가지 대작, 캐스팅, 막장을 넘어선 '찬란한 유산' 시청률 40%를 돌파한 '찬란한 유산'의 성공은 신드롬에 가깝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이승기, 한효주, 배수빈 같은 출연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가히 신드롬급이다. 그런데 '찬란한 유산'의 성공 요인들을 들여다보면 지금껏 통상적으로 우리가 생각해왔던 공식들에서 빗겨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찬란한 유산'은 흔히 말하는 대작드라마가 아니다. 어찌 보면 지나칠 정도로 평범한 가족드라마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로케이션이라고 해봐야 멀리 간 곳이 동해안 정도일 정도로 소박한 드라마다. 이것은 툭하면 해외 로케이션이 범람하는 작금의 드라마 공식 속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찬란한 유산'은 그 소박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40% 시청률을 넘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