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드라마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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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그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7. 17. 07:29
'인생은 아름다워'의 부성애가 보여주는 것 '인생은 아름다워'의 이른바 '꽈당 엔딩'은 드라마에 어떤 역할을 할까. 제작진이 밝힌 대로 이 특별한 엔딩은 일단 재미있다. 이번엔 누가 넘어질 것인가 은근히 기대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엔딩 장면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이른바 드라마들이 늘 엔딩에 보여주곤 하는 '낚시 장면'이 없다는 것이 신선하다. 즉 뭔가 벌어질 것처럼 해놓고 다음 회를 낚는 방식이 아니라, 드라마의 스토리 자체가 보여주는 매력으로 다음 회를 보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하지만 이 엔딩에는 이런 재미나 자신감 그 이상의 의미도 숨겨져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는 점이다. 인생은 이 엔딩처럼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일로 넘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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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구는 왜 생활의 달인이 되었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7. 14. 07:27
'제빵왕 김탁구'와 생활의 달인 "제가요. 5년 전쯤에 반죽가게에서 일한 적이 있었거든요. 밀가루 반죽이 바로 제 담당이었는데요, 거기서 일하는 2년 내내 주구장창 반죽만 해대서 말입니다. 이제 반죽에 손만 대면 반죽이 어떤 상태인지 알게 된 거죠."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가 팔봉선생(장항선) 앞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는 이 장면에서 떠오르는 프로그램 하나. 바로 '생활의 달인'이다. 아버지에게 배웠던 우아한 빵 동작(?)으로 손가락 끝에 닿는 공기 중의 습기를 체크한다거나, 허공에 스프레이를 뿌리며, "실내가 건조해서요. 이러면 반죽이 금방 마르거든요."하는 김탁구에게서는 저 '생활의 달인'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달인들의 기가 느껴진다. 김탁구의 달인 포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밀가루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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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서 전쟁까지... 이게 다 가족 때문이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7. 13. 07:12
드라마 속 가족애, 집착인가, 보편적 정서인가 "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너희들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 맘이나 니들 맘이나 다 같을 테니까. 근데 저 산을 넘어야 고향으로 돌아갈 수가 있다. 너희들도 알잖아. 여기서 목숨이나 부지하면서 벌벌 떨고 있어야 보고 싶은 가족, 만나고 싶은 사람 못 만난다는 거. 난 만나고 싶다. 보고 싶다. 그래서 가는 거다." '로드 넘버 원'에서 이장우(소지섭)가 고지 점령을 위한 자원 특공대를 조직하는 이유는 적을 섬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 곳으로 돌아가야 보고 싶은 가족,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60년 전 한국전쟁이라는 소재가 2010년 시청자를 만나는 지점이다. 거기에는 그 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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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킥'의 배우들, 그 연기변신이 주목되는 이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7. 8. 08:51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출신(?) 배우들의 정극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먼저 윤시윤은 '지붕킥'에서의 순수한 준혁 학생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제빵왕 김탁구'에서 탁구 역할로 한층 강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사라진 엄마를 찾기 위해 부평초처럼 세상을 떠돌던 김탁구가 유일한 단서인 바람개비 문신의 사나이 진구(박성웅)를 만나 오열하는 장면은 보는 이를 뭉클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윤시윤의 연기는 아직까지는 섬세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악에 받친 모습으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연기만으로는 김탁구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단순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열정만큼은 높게 사야할 것 같다. 무엇보다 시트콤에서의 가벼움을 벗어던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