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드라마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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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 구', 페이스메이커가 된 드라마의 꿈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6. 18. 12:01
짧은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준 '런닝 구' 길면 되고 짧으면 안되는 것. 바로 드라마다. 심지어 50회를 훌쩍 넘기는 장편 드라마들은 50%의 시청률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단 한 편으로 끝나는 단편 드라마의 경우, 5%에서 10% 사이의 시청률을 향해 달린다. 장편 드라마가 풀코스 마라톤이라면 단편 드라마는 단거리 혹은 중장거리 달리기에 해당한다. '런닝 구'는 4부작이다. 그러니 이 사이에 낀 하프 마라톤 코스 정도는 될까? 한편에선 같은 집에서 내놓고 불륜을 저지르고, 욕망을 위해 폭력이 자행되는 지독스런 막장이, 다른 한편에선 전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월드컵이 서 있는 스타트 라인 위에 선 지독해도 착한 드라마 '런닝 구'는 극중 주인공인 구대구(백성현)를 빼닮았다. 이 드라마는 다음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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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구'와 '자이언트', 막장의 시대를 추억하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6. 16. 09:16
막장의 시대를 그린 '김탁구'와 '자이언트', 막장이 아닌 이유 눈물 젖은 빵을 먹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라? 가난과 비뚤어진 욕망들이 꿈틀대던 막장의 시대는 오히려 극적인 상황을 요하는 드라마로서는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거기에는 빵 한 조각을 놓고 가족을 생각하는 눈물겨운 가족애가 있고, 살기 위해 길바닥에서 뭐든 해야 했던 그 처절함이 있다.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자본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벌어지는 여전한 신분의 차이가 주는 강력한 계급의식이 있다. '자이언트'와 '제빵왕 김탁구'는 그 막장의 시대를 추억하는 드라마다. 막장의 시대를 추억한다고 해서 드라마가 막장인 것은 아니다. '제빵왕 김탁구'는 초반 '하녀' 컨셉트의 치정극처럼 시작했다. 거성가의 회장인 구일중(전광렬)이 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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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에서 온 남자, 사극으로 간 여자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6. 15. 07:31
'나쁜 남자'의 김남길, '동이'의 한효주 사극과 현대극의 연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극을 연기하던 배우가 사극 속으로 들어갔을 때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반대로 사극 속에서 강력한 캐릭터 이미지를 만들어낸 배우가 현대극으로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부담감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런 변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찬란한 유산'에서 사극 '동이'로 간 한효주와 '선덕여왕'에서 '나쁜 남자'로 온 김남길이 그렇다. 어떻게 그들은 현대극과 사극을 그처럼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었던 것일까. 먼저 캐릭터를 들여다봐야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선덕여왕'의 비밀병기로 등장한 비담이란 캐릭터는 사극 속이지만 지극히 현대적인 캐릭터다. 그는 '선덕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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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 지지부진, 해결책은 없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6. 9. 07:16
'동이'만의 차별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시청률 23%. 그 전후에서 '동이'는 멈춰서 있다. 사극으로 보면 높은 시청률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낮은 시청률도 아니다. 그저 틀어놓고 시청하면 꽤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기대를 조금 갖고 보게 되면 조금 시시한 느낌도 든다. 주인공 동이(한효주)가 인현왕후(박하선)와 장희빈(이소연) 사이에서 사지로 내몰리며 그 누구도 풀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을 마치 '별순검'의 한 장면처럼(물론 아주 소프트하게) 풀어내는 과정은 꽤 긴박감이 넘친다. 그런데 하나의 미션이 끝나고 나면 어딘지 허전하다. 미션과 미션 해결 그리고 국면전환은 꽤 매끄럽게 진행되지만 뒤통수를 치는 기발함 같은 것은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23%에 멈춰서 있는 '동이'의 시청률은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