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블로거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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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사나이', 스릴러가 공포물이 된 이유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10. 7. 2. 14:12
아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들이 거의 매일 뉴스로 방영되는 요즘, '파괴된 사나이'는 스릴러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공포물에 가까운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어느 날 다섯 살 짜리 혜린이가 유괴되고 그 후로 신실한 목사였던 영수(김명민)는 믿음을 버리고 파괴된 삶을 살아갑니다. 아내인 민경(박주미)은 희망을 놓지 못하고 계속 딸을 찾아다니다가 사고를 당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 한 통화가 걸려오고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유괴범 병철(엄기준)은 8년 간을 감금해놓고 키워온 영수의 딸을 놓고 거래를 제안합니다. 영화는 저 스릴러의 한 장을 세웠던 '추격자'와 '그 놈 목소리'를 이어붙인 느낌이 나지만, 디테일은 상당히 다릅니다. 일찌감치 범인을 드러내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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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꿈', 영화보다가 박수치는 영화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10. 7. 1. 16:52
영화 보다가 박수치기? 어린 시절에는 그런 경험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영화가 여전히 마술적인 어떤 것으로 여겨졌던 탓이겠지요. 영화 속 장면이 마치 실제라도 되는 듯 박수를 쳤던 기억은 생생합니다. 나이들어서 그런 경험은 별로 없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객관적인 가상놀이가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스포츠는 '각본없는 리얼 드라마'라는 점에서 놀이를 바라보면서도 박수를 치는 몇 안되는 종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아니면 월드컵 시즌이라는 특수한 시기였기 때문이었을까요. '맨발의 꿈'을 보고 있는데, 이제는 잊혀져 가는 그 박수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와- 하는 함성소리와 함께 말입니다.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서로 반목하던 두 친구가 합심해 골을 넣는 장면에서입니다. 우리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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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의 숙종, 깨방정이어도 되는 이유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10. 5. 28. 10:39
사실 명실공히 한국방송사극의 개척자인 신봉승 작가에 대한 저의 기억은 좀 엉뚱합니다. 오래 전 잡지사에서 일할 때, "조선의 임금들은 왜 단명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한 적이 있어서죠. 그 글을 읽으면서 저는 이 작가의 임금에 대한 새로운 식견에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조선의 임금들은 왜 단명했을까요? 지나친 격무 때문에? 매일 반복되는 신하들과의 줄다리기 때문에? 글쎄요. 의외로 답은 간단했습니다. 첫째. 운동을 안한다. : 운동할 일이 별로 없었겠죠. 행동반경도 궁이 전부였으니. 둘째. 섹스가 잦다. : 왕은 무치라고 해서 아무 데서나 원하면 성관계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셋째. 고단백의 음식을 많이 먹는다. : 산해진미를 원하는 대로. '대장금'이 증명해주죠. 새로 시작한 사극, '동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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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가 우스운가? 슬프다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10. 5. 23. 10:38
사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를 본 지 시간이 조금 흘렀습니다. 제목이 '하하하'이고 그래서 여름처럼 밝은 웃음을 연상시키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저도 꽤 유쾌하게 웃었더랬습니다. 홍상수 특유의 냉소적 시선이 거둬지고 어떤 세상에 도통한 듯한 허허로움이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유쾌함은 영화를 보고 일주일 정도가 흐르면서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웃었던 그 순간적인 유쾌함이 조금씩 기억에서 상쇄되어갈 즈음, 그 웃음 뒤편에 숨겨져 있던 허무가 조금씩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영화감독 문경(김상경)과 영화평론가 중식(유준상)이 만나 막걸리를 마시면서 지난 여름 다녀온 통영에서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 현재의 장면들은 영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