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가 보내는 어른들에 대한 준엄한 경고

 

“이제껏 내가 본 박시온은 로봇이었어. 무조건 환자를 고쳐야 함. 이 프로그램이 입력된 로봇.” <굿닥터>의 소아외과 부교수 김도한(주상욱)은 서번트 증후군으로 천재적인 의학적 지식과 진단 능력을 소유한 박시온(주원)을 로봇이라고 말한다. 즉 박시온이 오직 환자를 고쳐야겠다는 생각만을 가진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나 확신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니라 “훈련으로 나오는 기계적인 반응일 뿐”이라는 것.

 

'굿닥터(사진출처:KBS)'

이런 김도한의 생각은 병원이라는 곳이 뛰어난 의술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공간이라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즉 부교수로서 레지던트들의 책임을 져야 하는 김도한에게 박시온처럼 앞뒤 안 가리고 환자만을 고치겠다는 순수한 영혼은 위험 그 자체다. 병원은 나름의 위계질서 시스템으로 인해 굴러가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소아 외과장 고충만(조희봉)이 접대 골프를 받으러 간 사이, 담당 소아환자가 죽을 위기에 몰려도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곳이 바로 병원이라는 곳이다.

 

물론 박시온에게 이런 시스템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껍데기일 뿐이다. 병원이라는 곳이 시스템 지키려고 환자를 죽이는 곳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더 냉혹하다. 환자를 고치는 것은 때로는 환자를 위한 일이 아니라 담당 의사의 실적이기도 하고, 반대로 과실은 피해와 고통을 입은 환자보다 해당 의사의 책임회피에 더 몰두하게 만들기도 한다. 병원은 저 <하얀거탑>이 이미 보여준 바 있는 권력 투쟁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럴 때 환자는 자칫 의사들의 권력 투쟁을 위한 소모품이 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그러니 최고의 의술을 가진 의사지만 김도한에게 박시온은 위험한 존재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박시온을 이사회에서 레지던트로 받아들여준 건 사실 그를 천거한 최우석 병원장을 밀어낼 구실을 찾는 병원 내의 적들(?) 덕분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따라서 최우석 원장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김도한에게 박시온이 고울 리가 없다. 그는 박시온에게 ‘의사정신’이 없다고 말한다. “서번트 신드롬? 천재성? 아니 이건 뇌의 역기능이고 부작용이야. 자폐의 또 다른 방식이고.”

 

이것은 <굿닥터>가 가진 독특한 문제의식이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소아과 의사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지 몰라도(극중에서 박시온은 끊임없는 치료로 최종 정상판정을 받은 캐릭터로 나온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의사가 환자라는 설정은 이미 <하얀거탑>이나 <외과의사 봉달희>에도 나왔고 <브레인>에서도 극대화되어 보여질 정도로 관습화된 설정이다. 하지만 <굿닥터>는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질환의 독특한 특징이 박시온이라는 소아 외과 의사의 긍정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박시온은 뭐든 다 외워버리는 천재적인 의학지식을 갖춘 데다 판단력도 뛰어난 소아 외과 의사지만, 그 마음은 여전히 어린 아이의 그것이다. 즉 의학적으로는 뛰어난 의술을 가졌지만, 그 어떤 어른들의 세계, 이를 테면 권력욕이나 성공에 대한 욕망 같은 것들이 전혀 끼어들지 않은 순수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의사는 그래서 환자들에게는 하나의 희망일 수밖에 없다.

 

아파서 병원에 가본 서민들이라면 그 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게다. 돈 없고 가난한 이들이 진료를 받는 것과 돈 많고 권력 있는 자들이 진료를 받는 것이 얼마나 다르다는 것을. 그것은 단지 서비스의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닐 게다. 누군가는 그래서 의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돈 없고 백 없어 죽는 곳이 병원이기도 하니 말이다.

 

레지던트로 들어와 의국에서의 첫 날을 지내고 돌아온 박시온은 잠결에 어린 시절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난 형(아이의 모습)이 자신의 등을 두드려주는 꿈을 꾼다. 어린 아이가 다 큰 어른의 등을 두드려주는 이 장면은 그래서 <굿닥터>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상징처럼 보인다. 박시온은 그 어떤 어른들의 세계가 어지럽게 펼쳐지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도 여전히 아이 때 누군가를 살리려 했던 그 마음 그대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만 노력하겠다는 것.

 

따라서 <굿닥터>가 앞으로 보여줄 상황들은 이 박시온이라는 아이의 마음을 가진 인물이 어떻게 어른들의 세상과 한 판 승부를 벌이는가 하는 점이 되지 않을까. 박시온이 일으키는 성원대학병원 소아 외과의 일대 소동들은 그래서 우리네 어른들의 세계를 되돌아보게 만들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굿닥터>에 쏟아지는 호평은 그래서 저 심지어 참담하게까지 여겨질 때가 많은 어른들의 세상에 대한 준엄한 경고에서 비롯되는 지도 모르겠다.

장아론, 권효진, 김형근, 이토록 매력적인 군인이라니

 

“24번 교육생 졸립습니까?” “아닙니다! 아닙니다!” 갑자기 일어나 교관에게 악을 보이는 24번 교육생 장아론. 어딘지 보통내기는 아니라는 걸 감지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서경석이 졸다가 교관에게 걸려 팔굽혀펴기 얼차려를 받게 되자 장아론은 슬그머니 자진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그 기세에 눌린 듯 교관은 곧 얼차려를 끝냈지만 장아론 미스테리는 점점 커져갔다. 도대체 이 교육생은 누굴까.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방송이 끝나고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는 ‘장아론’이라는 이름이 올랐다.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밝혀진 장아론은 육사 69기이고 2010년도에 스페인 육군사관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은 엘리트 장교였다는 것. 그렇게 보니 그간 장아론이 같은 교육생들 앞에서 보여준 행동들이 그들을 버티게 해주는 노하우나 군인만의 자세였던 것을 알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토록 장아론이라는 군인에게 집중된 대중들의 시선이다. 왜 이런 관심이 쏟아진 걸까.

 

힘들 때마다 어떻게 버텨 내냐는 질문에 장아론은 자신만의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는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산악 뜀걸음을 할 때면 이것만 하고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오전만 하고 그만 둬야겠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하다보면 지나가게 됩니다.” 장교라고 해서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 역시 자신을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 장아론이 보여준 건 군인정신을 넘어서는 자신을 이겨내려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동료들과 함께.

 

남자들도 힘들어 포기하고 나간다는 이기자 부대 훈련 교육에 유일하게 여성으로 참여하고 있는 권효진 교육생은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에 “여성으로 대해주는 게 가장 불편하다”고 말했다. 박형식보다도 어린 권효진은 격투봉으로 대결할 때는 필사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잠깐 휴식시간에는 22살 꽃 다운 나이의 소녀 웃음을 보여주었다. “8월 달에 유격 한 달이 있습니다.” 남아있는 끔찍한 훈련이지만 지지 않겠다는 다부진 모습은 남자들조차 숙연하게 만들었다.

 

한편 그 힘든 훈련 과정 속에서도 아기 웃음을 잃지 않아 화제가 된 김형근 교육생은 반전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격투봉 그거 나는 잘 못했는데 팀이 이겨서 전화할 수 있게 됐어요.” 이렇게 엄마와 통화하는 김형근은 어김없이 아이 같은 모습이었지만 새벽에 치러진 체력훈련에서 턱걸이 끝판왕에 도전하는 의외의 모습을 통해 그에게 숨겨진 강한 면모를 발견하게 했다.

 

체대 출신이지만 전혀 체대 출신처럼 보이지 않는 온화한 미소는 같이 훈련을 받는 이들마저 편안하게 해주는 그만의 매력이자 능력. “전 제가 자는 줄도 몰랐습니다.” 한참 잠 많을 나이에 잠 안 자고 버텨내는 김형근의 이 엉뚱한 이야기는 그래서 우스우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해주었다.

 

사실 우리에게는 군인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있다. 모병제가 아니라 누구나 다 가야하는 의무라는 사실이 주는 막연한 거부감이 그것이고, 그간 비뚤어진 군 생활로 불거져 나오곤 했던 군 내부의 문제들로 인해 생겨난 부정적인 인식이 그것이다. 여기에 군대 가는 것에도 집안과 출신에 따라 차등이 생겨나는 이른바 갑을 정서까지 붙게 되면 군인에 대한 선입견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군인들이 그런 것이 아니고 대다수 일반 사병들은 모두 저마다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진짜사나이>는 장아론, 권효진, 김형근 같은 진짜 군인들을 통해 보여주었다. ‘장아론 미스테리’ 같은 사건(?)이 갑자기 부각된 것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했던 ‘군인정신’의 긍정적인 면이 거기서 보여졌기 때문일 게다. 군인도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진짜사나이>는 장아론, 권효진, 김형근을 통해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심사위원만으로 기대감 만든 <슈스케5>

 

역시 이승철과 윤종신의 조합은 최강이다. <슈퍼스타K> 시즌1부터 계속 호흡을 맞춰왔지만 지난해 윤종신이 빠지면서 어딘지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슈퍼스타K4>에서는 대신 싸이가 심사위원으로 들어왔지만 개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후반부에서는 윤건이 그 자리를 메워주기도 했다. 물론 <슈퍼스타K> 심사의 중심은 늘 이승철이지만 그와 때로는 다른 취향을 드러내며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의 인물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윤종신은 거기에 정확히 부합하는 인물이다.

 

'슈퍼스타K5(사진출처:mnet)'

<슈퍼스타K5>가 훨씬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승철이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해줄 이야기는 냉정하게 던지며 음악의 기본기를 중시하는 반면, 윤종신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 기본기 이외의 개성 같은 매력을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구쟁이 같지만 감성 넘치는 모습으로 툭하면 눈물을 보이는 이하늘의 합류는 이 둘 사이의 때때로 생겨나는 팽팽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려준다. 물론 이하늘 역시 만만찮은 심사의 묘를 보여주지만.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진 다양한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슈퍼스타K>는 각각의 출연자들을 통해 때로는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를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를 선사하기도 하며, 때로는 달달한 멜로의 느낌을 또 때로는 가족애와 형제애의 느낌마저 스토리로 전해준다. 편집 과정을 자세히 보면 이 오디션이 출연자의 이야기를 얼마나 개성적으로 끌어내려 연출에 총력을 기하는가를 알 수 있다.

 

첫 출연자인 12살 천재 싱어송 라이터의 이야기가 어린 아이답지 않은 감성을 끌어내며 웃음과 함께 신선함을 제시할 수 있게 해준 건 윤종신이 그 포인트를 잡아 질문을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이승철이 한 발 뒤로 물러나 조금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어찌 보면 그저 치기어린 아이에게 지나치게 심사위원들이 모두 몰입하는 모습은 그다지 균형 잡힌 스토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균형이 있어 비로소 이 이야기는 우스우면서도 아이의 아티스트적인 면이 강조된 스토리로 전달된다.

 

바로 다음 출연자로 나온 59세 김대성 스테파노가 담담하게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에 이하늘이 눈물을 참지 못하고 이승철이 경의를 표하며 윤종신이 12살 아이가 던진 ‘인생의 속도’와 59세 김대성 스테파노가 말하는 ‘인생의 속도’를 이어붙이며 의미를 더하는 건 이들의 조합과 역할이 얼마나 잘 어우러져 있는가를 보여준다.

 

유명 프로 세션맨들로 구성된 미스터 파파는 이승철과 윤종신 그리고 이하늘이 모두 알고 있는 멤버들로 사실상 심사하기가 쉽지 않은 참가자였다. 하지만 노래가 끝난 후 이승철은 “쇼케이스 하냐?”고 농담을 던졌고 윤종신은 뮤지션으로서 깊은 공감을 표현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흥미로운 건 여기서도 이들의 균형 잡힌 심사가 돋보였다는 점이다.

 

윤종신이 뮤지션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며 합격을 주었지만, 이승철은 기권을 선언한 것. 그것은 그가 그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심사에 어떤 잡음이 생길 것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었다. 이하늘에게 모든 결정이 달린 순간, 합격을 주면서도 미스터 파파가 앞으로 슈퍼위크에서 살아남으려면 뮤지션으로서의 음악성 못지않게 대중적인 인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캐릭터를 가지라 조언한 것 역시 적절했다 여겨진다.

 

결국 무수한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나오지만 그것을 일차적으로 스토리화하는 건 심사위원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것이 잘 나오고 나면 2차적으로 PD가 매끈한 편집으로 스토리를 강화시킨다. 이것이 <슈퍼스타K>가 무려 다섯 차례나 반복되면서도 여전히 재미를 잃지 않는 비결이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심사위원이 가진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승철과 윤종신의 조합, 게다가 이 사이를 흥미롭게 만들어내는 이하늘의 가세는 그래서 <슈퍼스타K5>의 기대감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꽃할배> 뜬다고 <꽃할매>도 될까

 

공영방송으로서 창피한 일이다. KBS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인 <마마도>는 누가 봐도 그 기획이 <꽃보다 할배>에 기댄 것이 명백하다. 이미 <꽃보다 할배>를 연출한 나영석 PD에게 팬들이 그 할매 버전을 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대해서 나영석 PD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전국노래자랑(사진출처:CJ E&M)'

이런 시점에 KBS가 중견 여성 연예인들의 여행기를 예능으로 담겠다고 선언하는 건 너무 치졸한 일이다. 물론 <꽃보다 할배>와는 다르게 하겠다고 하지만 나영석 PD 역시 할배를 할매로 바꾼다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선택했을 게다. 그러니 이런 선언과 변명은 나영석 PD로서는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상파가 케이블을 흉내 내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슈퍼스타K>가 대성공을 하자 MBC에서 <위대한 탄생>을 비슷하게 시도했지만 결국 몇 회의 난항을 거듭하다 폐지하고 말았다. 이것은 케이블과 지상파 사이에 놓여진 시청자들의 성향과 취향에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지상파가 얼마나 거기에 맞게 프로그램을 최적화시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그게 가능해진다면 타 방송사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가져다 약간의 아이디어만 바꾸는 것으로 꽤 성공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KBS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꽤 많이 성공시켰다. <1박2일>은 대표적인 사례다. <무한도전>의 한 아이템이었던 것을 가져와 여행 버라이어티로 특화시켜 대박을 냈다. 물론 이 경우는 창조적인 해석과 심도 있는 접근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2>를 한다고 했을 때 그건 누가 봐도 <나는 가수다>의 아류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나는 가수다>가 전면에서 리스크를 모두 껴안으며 했던 시행착오들을 <불후의 명곡2>는 상대적으로 피해가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물론 이 버텨내는 힘이 KBS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인 지는 모르겠으나 PD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안녕하세요>는 <화성인> 같은 조금은 취향이 특이한 이들을 조명하는 케이블의 자극적인 방송을 KBS 버전화 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토크쇼로서는 이례적으로 성공작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안녕하세요>는 점점 지상파의 틀을 벗어나 케이블의 자극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는 느낌이다. 어떨 때는 <화성인>의 가족버전을 보는 느낌이랄까.

 

KBS 같은 거대조직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은 결여된 채 타 방송사에서 했던 성공작들을 가져와 적당히 공영방송화 버전으로 풀어내는 식의 방송을 기획하고 있다는 건 수신료를 내는 국민들로서는 실로 화가 날 일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방송 행태는 일선에서 고생하는 KBS의 PD들에게는 의욕 자체가 꺾일 일이다.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긴 하겠지만 그 어떤 PD가 남이 했던 아이템을 가져와 적당히 변형시키는 일을 하고 싶겠는가.

 

즉 이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준비 중이라는 <마마도>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공분을 일으키는 것은 그 프로그램 하나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껏 KBS가 먼저 선도적인 입장에서 무엇을 했던가를 자꾸만 떠올리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대로 된 위상을 가지려면 먼저 콘텐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콘텐츠 경쟁력은 참신한 기획력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어디서 본 듯한 프로그램을 자꾸만 만지작거리는 방식은 KBS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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